'세월호' 검색결과 총 4,713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교과서에 실린 우리 문학 100년” 세월의 흐름은 비단 자신의 나이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세월, 교과서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내용으로 옛 사람들을 깨우치고 다독였을까.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이 ‘교과서에 실린 우리 문학 100년’展에 담겨있다. ‘교과서에 실린 우리 문학 100년’展은 광복 이후부터 2008년까지 우리 문학 교과서에 실린 시, 소설 등 주옥같은 문학작품을 만나게 해준다. 우리 문학사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최초의 신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이인직의 와 최초의 신체시인 최남선의 가 발행 당시의 판본으로 전시되어 흥미롭다. 최인훈의 , 조세희의 은 다양한 판본으로 전시돼, 작품이 어떻게 세대를 초월해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얻게 되었는지 조명해볼 수 있다. 작품의 느낌과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문학 작품의 시대상 반영도 눈여겨볼만 하다. 1970년대 작가들의 서재 재현과 작품의 배경이 된 소품 전시, 청소년에게 문학가이드가 될 체험학습지도 ‘교과서에 실린 우리 문학 100년’전이 제안하는 특별한 만남이다. 이밖에도 이태준의 , 한용운의 , 홍명희의 , 서정주의 등 150여 점의 시, 소설, 문학교과서가 전시되어 있으며 문학관련 영상물도 상영된다. 2월 6일까지 부천교육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관람료는 연령에 따라 600~1000원, 부천시 4개 박물관(교육, 유럽자기, 활, 수석)의 통합관람티켓은 1300~2500원이다. 문의 부천교육박물관 031-661-1282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29
- 금융단신 KB국민은행, KB포인트리카드 기부금 3억원 전달(사진) KB국민은행은 1월 21일 KB포인트리카드의 기부 프로그램으로 조성된 3억원의 기부금을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기부금은 KB카드의 포인트 전용 상품인 KB포인트리카드 상품별(라임-굿네이버스, 파인-유니세프, 체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실적 회원 1인당 1000원씩 적립된 것으로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1억원씩 전달됐다. 이날 KB국민은행 광화문본점에서 진행된 기부금 전달식에는 원효성 신용카드사업그룹 부행장과 박동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김현경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사업본부장, 앙드레 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등이 참석했다. AIG손해보험, 한국진출 55주년 기념 로고 공개(사진) AIG손해보험은 한국진출 55주년을 맞아 ‘고객과 함께해온 55년간의 신뢰와 믿음’을 상징하는 기념 로고를 21일 선보였다. 55주년 기념 로고는 ‘신뢰’, ‘믿음’, ‘의지’를 상징하는 어깨동무와 숫자 ‘55’를 형상화해 지난 55년간 고객과 함께 해온 AIG손해보험을 표현했다. 브래드 베넷 AIG손해보험 사장은 “AIG손해보험은 국내 최초의 외국계 보험사로서 1954년 1월 AIU 서울지점으로 국내에 진출한 이후 지난 55년간 한국경제와 고락을 함께 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면서 “지난 반세기 이상의 세월 동안 고객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오래된 벗, 살가운 가족과 같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의 곁에서 항상 힘이 되는 보험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ERGO다음다이렉트, 멤버십 서비스 대폭 강화(사진) 에르고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이 오토오아시스와 제휴 서비스를 넓혀 멤버십 서비스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에 엔진오일에만 적용되던 1만원 교환서비스를 엔진오일 자동변속기오일 부동액 중 1개를 선택하는 것으로 폭을 넓혔으며, 할인 금액도 항목별 2~3만원까지 늘려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할인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했다. 또 엔진오일 항균필터 에어컨 크리닝 파워스티어링 오일교환 정비공임 등 핵심 정비 품목에 대해 보험 계약기간 내 회수에 상관없이 10~3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재가입 고객에게는 와이퍼 블레이드를 가입기간 내 1회에 한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신한카드, 포인트 활용처 대폭 확대(사진) 신용카드 포인트 활용처가 대폭 넓어졌다. 신한카드가 마이신한포인트로 다양한 오프라인 상품과 온라인 콘텐츠 구입이 가능한 ‘포인트백화점’을 홈페이지 내에 오픈했다고 21일 밝혔다. 신한카드 포인트백화점은 외식 제과 커피 피자 식음료 음악감상 방송보기 등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상품을 마이신한포인트로 구매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상품몰이다. 상품을 선택하면 회원 휴대폰으로 기프티콘(문자메시지 형태로 전송되는 쿠폰)이 전송되며, 이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받을 때 제시하거나, 온라인 사이트 콘텐츠 이용 시 번호 등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22
- "병석에서 피어난 문학사랑" 환하게 웃으며 리포터를 응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도 하기엔 너무도 싱그러워 보였다. 24시간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활하며 17년 동안이나 계속된 고된 투병생활을 겪은 그녀에게서 병고와 무기력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진이 함께 게재 될 것이란 리포터의 말에 제일 잘 나온 사진을 써달라며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여느 아가씨와 다를 바 없었는데. 강원도 장애인 문학상에서 우수상을 차지할 만큼 글쓰기에도 남다른 재주와 애정을 가진 김가영씨(34)의 사연을 들어보았다. 투병 생활 중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문학. “저는 폼페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요. 이 병은 만성호흡부전을 유발하는 세계적으로 드문 신경 근육성 희귀 질환입니다. 저 역시 근육이 점점 약화되어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게 되었어요.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 하죠. 신체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색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군요.” 가영씨가 문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따로 없었다. 생활리듬이 일반인보다 느리다 보니 사물 하나도 여유를 갖고 보게 되었단다. “하루 종일 누워 있다 보니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봄바람도 꽃향기도 제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상력의 원천들이예요. 직접 볼 수 없으니 그저 냄새로 기운으로 계절을 느끼고 사물을 인지하죠.” 신체 기능은 저하되었지만 사고력이나 감각만큼은 더욱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졌다고. “CBS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이외수 선생님과 개인적 친분을 맺게 되었어요. 처음 방송국 측에서 출연을 제안했을 때 거절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PD 선생님이 저의 시 몇 편을 이메일로 보내드렸는데 그걸 읽고 마음이 움직이셨다고 합니다. 선생님과의 만남 이후 작가라는 꿈이 조금 더 구체화 되었어요. 문학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아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고요. 그런데 알아보니깐 검정고시와 수능시험을 보려면 직접 고사장에 가야 한다고 해서 꿈을 접었어요. 제가 한번 움직이려면 동원해야 하는 인원과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나마 손은 아직 굳지 않아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가영씨. 인고의 세월을 감당해낸 아담한 몸체를 가래를 뱉어 내느라 연신 들썩이면서 오히려 괜찮다며 리포터를 안심시켰다.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시와 문학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운영한지 어느덧 4년이 지났네요. 누워만 있어 인간관계가 제한되어 있었는데 카페를 꾸리면서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저에게 끊임없이 애정과 용기를 주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시작활동도 더욱 활발해 지고 관심영역도 확대 되었어요. 제 자신이나 저의 글이 세상에 떳떳이 나아갈 수 있도록 첫 무대가 되어준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문학으로 위로받다 “시를 쓰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희석시켜요. 제 뒷바라지 하느라 여행 한번 편히 다녀오시지 못했어요. 그래도 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어머니였죠. 일을 마치고 새벽 5시에 돌아와 그 피곤한 와중에도 제 하루일과를 고분고분 들어주며 함께 수다도 떨고 했었는데. 어머니는 제게 가장 좋은 친구였고 가장 든든한 지지자였으며 가장 절실한 사람 이였어요.” 2년 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어머니. 어머니가 아닌 간병인의 손길이 처음엔 낯설었다고. 그 허전함과 막막함을 몰아내기 위해 글을 썼단다. 희망을 증명해 보이는 사람. “무료임상실험대상자로 선정되어 이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맡았어요. 그런데 지난주부터 주사약 공급이 전면 중단되었어요. 세금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일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 몸 상태를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선이 주사약이거든요.” 라며 된다 된다 잘 된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껏 발산중이라고 한다. “전 슬픔을 감염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희망을 증명해 보이는 사람이고 싶어요. 때론 여행이라는 것도 하고 싶고 바깥 세상에 대해 궁금할 때가 많아요. 지금 춘천의 곳곳을 머릿속에 복원해 내려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거든요. 걷고 싶다는 생각 물론 하지만 지금 제 처지를 비관하진 않아요. 전 어쨌든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앞으로 글쓰기 공부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향후 10년 안에 꼭 책을 내고 싶어요. 목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하루하루가 설레고 보람차요.” 침대에 붙박인 채 살고 있지만 상상력 하나 만으로 세계 여행도 거뜬히 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대는 그녀.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 뜯겨 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는 이외수 씨의 말처럼 일찍이 절망을 경험했지만 이젠 희망의 산증인으로 우뚝 선 그녀의 용기 있는 삶에 응원을 보태고 싶다. 시와 문학 http://cafe.daum.net/sisarang76 김민영 리포터 argus_@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20
- 문패 ; 남북관계 새 사령탑 현인택 발탁 문패 남북관계 새 사령탑 현인택 발탁 제목 : “비서관 통하지 않고 대통령 직통할 실력자” 부제 : 북한 대화신호로 받아들일지 청문회서 판가름날 듯 현인택 통일부 장관 지명자는 대통령과 직접 통할 수 있는 실력자다. 통일장관 교체가 대북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때 이 점이 가장 큰 잣대다. 현 장관지명자는 대북정책에 관한 한 대통령 다음으로 영향력을 갖는 인물의 등장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통일부를 이끈 김하중 장관은 출신의 한계 때문에 행동제약의 딜레마에 갇혀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외정책을 보좌했고, 이를 정반대로 뒤집는 이명박 정부에 참여했다. 김 장관의 행보에 의혹을 보낼 뿐 적극 지지하는 세력은 부재했다. 이명박 정부 대외정책라인의 한 인사는 “일개 비서관의 눈치까지 살펴야했던 것이 김 장관의 위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1년간 대북정책은 청와대 내부에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외부에서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등 자문그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인택 통일장관 내정자는 이같은 중간 거름장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과 직접 대북정책을 보고할 수 있는 인물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제에 모든 것을 걸고 있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숙고할 여유가 없다는 점도 현 장관지명자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의 하나다. ‘믿는 장관’으로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건의 받으면 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8월 사이에 이 대통령이 평양 상주연락대표부 설치를 제의하고 금강산 피격사망 사건 당일에 전향적인 대화제의를 밝히는 등 ‘돌출’에 가까운 대북유화책을 구사했던 것은 정책그룹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인택 장관의 지명은 지난 9월 이후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강경그룹 일색의 대북정책라인에 새로운 실력자가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 지명자가 강경그룹의 ‘원로’로 옹립될지, 변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흐름을 이끌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 장관지명자의 정책기조는 ‘비핵개방3000’의 입안자라는 점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북이 극도로 거부하는 정책의 입안자라는 점 때문에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꾀할 여지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가 한미관계 전문가일 뿐 대북정책은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현 장관을 잘아는 한 인사는 “정책참모로서 입안했던 정책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표면적인 관찰일 뿐”이라며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읽어가며 합리적으로 정책을 조율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다수의 대북정책 전문가들은 일단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미국만 추종하는 사대주의적인 대북정책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북은 김하중 통일장관의 취임초기 개성공단 확대불가 발언을 빌미로 김 장관을 대화상대에서 배제했다. 따라서 북은 통일장관의 교체를 북에게 보내는 관계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모든 가능성들은 현 장관지명자의 인사청문회과정을 통해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미 ‘전면대결’을 선언하며 가파른 승부겨루기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현 지명자에 대한 판단을 오래 끌 것같지는 않다. 진병기 김은광 기자 j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20
- [책소개]잃어버린 것을 다시 담는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 지음 랜덤하우스/1만2000원 우리는 떠날 때 무엇을 준비하는가. 떠남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가벼워지기 위해, ‘나’를 만나기 위해, 유목민의 생활을 선택한 젊은 글꾼 김영하. 그가 정착민의 생활을 버리고 캐나다로 가기 전 두 달을 머문 시칠리아에서 보낸 그림과 편지가 책 한 권에 담겼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김영하 작가는 항상 문학계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눈 앞의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인물’로 바뀌었다. 때문에 몇 가지 역할을 해내느라 바빴고, 지켜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나씩 내려놓았다. 학교에는 사직서를 내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일도 그만뒀다. 1년동안 머물 예정으로 캐나다행을 택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출국 전 두 달을 보낼 곳으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주목했다. 2007년 12월 모 방송국 PD와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인연을 맺은 곳이다. 시칠리아는 작가 김영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준 곳이다. 그 곳에서 그는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는 산문을 구상했다.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산문은 여행이 주된 소재다. 이탈리아에서 첫 날. 기차를 탄 작가는 기차가 그대로 배 위에 오르는 장면을 보며 구약에 나오는 요나의 일화를 떠올린다. 작가는 아드리아 해에 접한 항구 도시 바리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 밤이 깊어 커다란 배가 떠날 준비를 마치자 승객들은 짐을 챙겨 보세 구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보세구역 입구의 전광판에는 영어로 ‘Memory Lost’라는 문구가 거듭해 점멸하고 있다. 누군가 이탈리아어를 영어로 그대로 직역한 모양이다. ‘유실물에 주의하세요’나 ‘잃어버린 물건이 없나 잘 기억해보세요’ 쯤 되는 경고를 하려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라틴어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와 같은 구조를 가진 문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번역이 잘못되면서 그 안내문은 돌연 시적인 뉘앙스를 풍기게 됐다. 영어로는 ‘기억 상실’ 혹은 ‘잃어버린 기억’ 정도로 읽힐 그 문장이 작가에게 이렇게 다가왔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작가는 시칠리아 여행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여행에서 그 어떤 것도 흘리거나 도둑맞지 않았다. 있을 것들은 모두 있었다. 오히려 그가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서울에 있었다. 그는 전광판을 보며 지난 세월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했다. 삶과 정명으로 맞서는 야성을 잊었고, 어떤 인간이었는지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었다. 자신과 세계에 집중하는 법도 망각했다. Memory Lost.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는 동안 페리는 이탈리아를 떠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로 움직였다. 마르코 폴로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멀지 않은 코르촐라 섬에서 태어났다. 그 사람이야말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는 종류의 인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잃어버린 것들’을 기억하는 대신 자기가 보고 들은 진기한 것들을 적어 남겼다. 그와 달리 어쩔 수 없는 먹물에 책상물림인 작가는 ‘보고 들은 진기한 것들’에 더해 작가 스스로가 ‘잃어버린 것들’을 보태 적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흘려보냈다. 바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이다. 그는 한 사람의 시칠리아 주민이 되어 유유자적 공간을 누비며 시칠리아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다. 이 이국적인 외모의 ‘주민’은 시칠리아의 문화와 유적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대신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여행기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책 속의 글들은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보여준 적이 없는 인간 김영하의 진솔한 면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16
- 임춘웅 칼럼 임춘웅 칼럼 북핵(北核) 해법, 하나의 공상 ( 본사 객원논설위원) 미국에 오바마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지루하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북한의 핵문제에 어떤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지 있을까 하는 희망적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이번 핵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7년째에 접어들었고 93년 북한이 NPT(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로 시작된 1차 핵파동부터 따지면 16년째가 되기 때문에 이제는 무엇인가 결말을 내야 할 때가 되지 않았겠느냐 하는 막연한 소망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1차 핵파동 때 집권했던 정부로 파동 2년이 채 안돼 북한과 핵협상을 마무리했던 실적이 있다. 이런 여건들이 기대치를 높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문제는 너무 오래됐고 이 문제로 해서 주변은 너무나 지쳐 있다. 이른바 ‘핵피로’ 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희망적 기대와는 달리 북한과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벌써부터 기싸움을 시작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3일 외무성 담화문을 통해 “우리가 9·19 공동성명에 동의한 것은 비핵화를 통한 관계개선이 아니라 관계 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원칙적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 청산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벌써부터 북미간 기싸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도 현지시간 같은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부시 정부 때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유세 과정에서 북한의 핵검증에 앞서 북미간에 이익대표부를 먼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미 압박용 애드벌룬을 띠웠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라고 해서 문제를 호락호락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일 것이다.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시절 미국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까지 계획했던 사실이 있음을 기억해 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전략적 사고의 틀을 바꾸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의 순서만 바꿔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북미간의 핵게임을 유심히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게임의 실체가 매우 허망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 공히 한반도의 비핵화란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버리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고, 반면에 미국은 북이 핵을 포기하면 북이 기대하는것보다 훨씬 큰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이 말하는 적대시 정책이란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며 테러지원국 지정(이미 해제됐음), 적성국 교역법 등으로 북한을 경제적으로 옥죄고 있는 정책을 말한다. 발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미국이 말하는 더 큰 보상이란 북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망라하는 것임은 물론일 것이다. 그런데 왜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일까. 상호 불신 때문이다. 불신의 골이 깊어 서로간 “네가 먼저”게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불신의 늪을 넘어 보자고 마련한 대안이 ‘행동대 행동 원칙’이다. 하나씩 하나씩 주고 받으며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 이르는데 무려 6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핵 폐기에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일까. 북한이 먼저 핵을 버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북미간 제네바 핵협상이 미국의 일방적 파기로 폐기되는 경험을 한 북이 미국을 믿고 먼저 핵을 내놓을리 만무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을 진심으로 제거하려 한다면 미국이 먼저 북의 요구들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이 있다. 북의 안보불안을 없애주고 북한에 대한 각종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것이다. 북한의 안보불안 요인은 북한 내부에 있지 외부에 있는 게 아니지만 북측은 군부를 달래기 위해서도 미국의 안보보장이란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미국으로서는 북침할 이유가 없는 한 못해줄 것도 없을 것이다. 남는 것은 경제제재 뿐이다. 핵제거가 화급하다면 그 정도 양보는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북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그에 상응한 보복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6자회담을 통해 북이 약속된 기간 내에 핵폐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5자가 완벽하게 대북 응징에 동참하기로 서약을 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른바 벼랑끝 전술 이외 다른 대응수단이 없으나 미국은 보복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해법이 하나의 공상에 불과한 것일까. 발상을 바꾸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만 순서만 바꿨을 뿐인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28
- 남북관계 새 사령탑 현인택 발탁 북한 대화신호로 받아들일지 청문회서 판가름날 듯 현인택 통일부 장관 지명자는 대통령과 직접 통할 수 있는 실력자다. 통일장관 교체가 대북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때 이 점이 가장 큰 잣대다. 현 장관지명자는 대북정책에 관한 한 대통령 다음으로 영향력을 갖는 인물의 등장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통일부를 이끈 김하중 장관은 출신의 한계 때문에 행동제약의 딜레마에 갇혀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외정책을 보좌했고, 이를 정반대로 뒤집는 이명박 정부에 참여했다. 김 장관의 행보에 의혹을 보낼 뿐 적극 지지하는 세력은 부재했다. 이명박 정부 대외정책라인의 한 인사는 “일개 비서관의 눈치까지 살펴야했던 것이 김 장관의 위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1년간 대북정책은 청와대 내부에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외부에서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등 자문그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인택 통일장관 내정자는 이같은 중간 거름장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과 직접 대북정책을 보고할 수 있는 인물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제에 모든 것을 걸고 있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숙고할 여유가 없다는 점도 현 장관지명자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의 하나다. ‘믿는 장관’으로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건의 받으면 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8월 사이에 이 대통령이 평양 상주연락대표부 설치를 제의하고 금강산 피격사망 사건 당일에 전향적인 대화제의를 밝히는 등 ‘돌출’에 가까운 대북유화책을 구사했던 것은 정책그룹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인택 장관의 지명은 지난 9월 이후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강경그룹 일색의 대북정책라인에 새로운 실력자가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 지명자가 강경그룹의 ‘원로’로 옹립될지, 변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흐름을 이끌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 장관지명자의 정책기조는 ‘비핵개방3000’의 입안자라는 점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북이 극도로 거부하는 정책의 입안자라는 점 때문에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꾀할 여지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가 한미관계 전문가일 뿐 대북정책은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현 장관을 잘아는 한 인사는 “정책참모로서 입안했던 정책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표면적인 관찰일 뿐”이라며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읽어가며 합리적으로 정책을 조율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다수의 대북정책 전문가들은 일단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미국만 추종하는 사대주의적인 대북정책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북은 김하중 통일장관의 취임초기 개성공단 확대불가 발언을 빌미로 김 장관을 대화상대에서 배제했다. 따라서 북은 통일장관의 교체를 북에게 보내는 관계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모든 가능성들은 현 장관지명자의 인사청문회과정을 통해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미 ‘전면대결’을 선언하며 가파른 승부겨루기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현 지명자에 대한 판단을 오래 끌 것같지는 않다. 진병기 김은광 기자 j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20
- 신문로 피맛골 유감 박상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뒤편에 이따금씩 들르던 음식점이 있었다. 생태 탕으로 소문난 집이었다.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그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한 동안 망연자실 거리에 서 있었다. 소문난 맛 집들이 즐비하던 그 일대의 건물들이 모두 헐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량한 콘크리트 잔해 더미들만이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쌓여 있었다. 애지중지하던 물건을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이 가슴 가득 밀려들었다. 오랜 세월 드나들던 피맛골의 정든 음식점들이 재개발 바람에 밀려나고 있었다. 열차집과 경원집, 장원집, 서린낙지 등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집들도 코앞에 철거 날짜를 받아 놓고 있었다. 피맛골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석쇠 위에 생선을 굽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파전을 부치느라 기름 냄새를 풀풀 풍기는 집도 있다. 얼마 후면 영영 사라질 정겨운 풍경 이었다. 600년 역사를 지닌 피맛골이 재개발 바람에 밀려 퇴출되고 있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타고 가던 가마를 피하기 위해 생겨났다는 골목이다. 빈대떡과 막걸리, 생선구이, 낙지, 족발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메뉴들을 내놓는 유서 깊은 맛 집들이 영영 역사의 뒤 안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서울의 진미(珍味)와 역사의 손때를 고스란히 간직한 피맛골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때는 내놓으라 하는 시인, 묵객, 언론인들이 어울려 밤새 술판을 벌이던 곳이었다. 때론 시낭송회와 출판기념회가 열리던 문화공간이기도 했던 곳이었다. 도시에도 ''맛''이 있다. 그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 묵히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맛이다. ‘카페 레 뒤 마고’와 ‘카페 드 플로르’ 등 유서 깊은 카페들이 몰려 있는 파리의 생제르맹, 헌책방들이 늘어선 런던의 차링 크로스, 수많은 카페와 식당, 클럽, 바,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찬 뉴욕 맨해튼의 워싱턴 스퀘어 파크 등은 세월의 흔적을 담뿍 안은 채 그 도시만의 고유한 맛을 발하고 있는 곳들이다. 선진국 사람들은 숱한 역사적 사연들을 간직한 유서 깊은 골목들을 보물단지처럼 애지중지 가꾼다. 거기서 오래된 장맛처럼 진득한 도시의 맛이 우러나온다. 어떤 곳은 너저분하고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그 도시만의 맛이 우러나온다. 종로 일대가 재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무교동 낙지 골목, 청진동 해장국 골목에 이어 이번엔 피맛골이 그 대상이다. 이미 재개발 공사를 끝낸 청진동 해장국 골목은 어떻게 변모했을까. 청진동은 한때 30여개소의 해장국집들이 몰린 장안의 명소 중 하나였다. 새벽녘엔 밤새도록 술을 마신 장안의 주당들이 몰려들어 뜨끈한 해장국으로 쓰린 속을 달래던 곳이었고, 야근을 마친 인근 신문사의 기자들이 갓 인쇄된 싱싱한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와서는 소주잔을 기울이던 곳이었다. 오후엔 북한산 등반을 마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막걸리 뒤풀이를 벌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청진동 해장국 집들이 몰려 있던 자리엔 국적불명의 이름을 한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다. 하늘을 찌를 듯 위풍당당한 현대식 빌딩이다. 오랜 세월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청진옥 등 인근 음식점 중 일부가 그 건물에 입주했다. 그러나 예전 청진동의 낭만과 정취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개발 불도저들이 청진동의 오랜 음식점들을 밀어버릴 때, 묵힌 장맛처럼 달게 익었던 청진동의 맛과 멋도 함께 부서져 나갔을 터이다. 재개발이 필요하다면 그 공간이 지녔던 문화와 추억, 정취 등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서울 구석구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금의 재개발은 콘크리트 건물의 상품성과 효율성만을 내세운 천박으로 범벅이 되고 있다. 성급한 재개발은 문화와 전통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음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깔끔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초밥을 먹기 위해 서울에 오는 건 아니다. 다소 촌스럽고 누추하더라도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뒷골목은 그 자체가 소중한 문화자산이요 관광자원이다. 서울의 정든 공간들이 마구잡이 재개발로 쓸려나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9-01-16
- 서평 1 ‘주말을 여는 책’ 아버지의 편지(정민·박동욱 엮음, 김영사) ‘아버지가 실종된 사회’에 대한 물음과 대답(가제) 김 광 원(칼럼니스트· 참미디어연구소 대표) 아버지는 없다. 소설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조영아)’는 ‘아버지가 필요한 자리에는 없고,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만 있다’고 강조한다. 44세의 아버지는 이 소설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를 팔기로 한다. 이른바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다. 아이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낸 뒤 혼자 집을 지키게 된 주인공(아버지)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인터넷에 ‘아버지를 빌려 드립니다’사이트를 연다. 이 사이트는 돈을 받고 아버지 역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사이트다. 왜 오늘의 아버지는 아버지를 파는 것일까. 현대에는 진정한 아버지가 없기 때문일까.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 그렇다면 진짜 아버지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현대가 잃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럴 때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 된다. 과거의 아버지는 어땠을까. 이 궁한 물음에 대답이 될 만한 책이 한권 나왔다. ‘아버지의 편지’(정민·박동욱 엮음, 김영사)다. 조선의 선비들이 자녀들에게 남긴 편지들이다. 조선의 쟁쟁한 학자 예술가들이기 전에 아버지였던 이황, 유성룡, 백광훈, 이식, 박세당, 안정복,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선생 등의 자식들에 대한 편지를 한데 묶었다. 이 편지들은 대부분 고담준론(高談峻論)보다는 일상의 문제들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다룬다. 천리만리 먼 곳에서도 아이들의 공부를 걱정한다. 자식들의 하루하루에 관심을 보인다. 조선 시대 아버지의 자리는 확고해 보인다. 조선의 시대적 배경이기도 하겠지만 교육에 관한 아버지의 권한은 강력하고 주도면밀한 것 같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일일이 문제점을 따지고 방법을 제시하는가 하면 확인한다. 반면 현대의 아버지들은 이 모든 것을 통장의 잔고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는 시대상황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기러기 아빠’가 그 대표적인 예이겠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가 어디 아버지만의 책임인가. 그렇다고 가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아버지의 편지’는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아버지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할만한 책이기도 하다. “나는 문서를 살피는 여가에도 때때로 책을 저술하고 혹 법첩을 임서하며 붓글씨 연습을 한다. 너희가 1년 내내 무슨 일을 일삼고 있는 게냐····· 나는 비록 손발이 근질거려 한 것이라 스스로 그만둘 수는 없지만, 너희가 심심하게 날을 지내며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는 생각을 하니 어찌 매우 애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젊을 적에 이와 같다면 장차 늙어서는 어찌 지내려는 게냐·····” 아버지의 꾸지람은 절절하다. 조선 후기의 문인 연암 박지원이 1796년 아들에게 보낸 편지내용 중의 일부다. 이렇게 준엄하면서도 다른 편지에서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낸 소고기 볶음에 대한 반응이 없다고 아들을 나무란다. “소고기 볶음은 잘 받아 아침저녁 찬거리로 했느냐. 어째 한 번도 좋다는 뜻을 보여주지 않느냐”며 “고추장도 내가 손수 만든 것이니, 맛이 어떤지 자세히 알려 달라”고 다그친다. 장대한 기골에 범상의 무서운 표정을 지닌 그의 초상화와는 딴판의 자상함이다. 이 책을 펴낸 정민교수(한양대)는 “사실 이 책을 엮은 이유가 과거의 자녀교육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세상 사는 이치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으니 그 거울에 비춰보면 오늘이 보이고 또 내일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는 이 책을 엮으며 조선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버지의 차이에 눈길을 돌렸다. “두 시대의 차이라면 교육에 관한한 조선의 아버지가 주도권을 확고히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이 완전히 어머니의 몫이 된 것과 대비되는 것이지요. 더욱 아버지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거나 가족과 식사할 시간조차 없는 주변적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러기 아빠야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런 면에서 옛 아버지의 활발한 목소리가 더욱 새삼스럽습니다.” 실제로 편지 속의 조선 아버지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 대부분 가난을 함께 하면서도 생활이든 학업이든 예술이든 주문과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읽는 것이 옳으며, 그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유배지 제주도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글쓰기로부터 깨달음에 이르는 경지를 담담한 필치로 풀어내기도 한다. 정민 교수는 “옛글을 읽어 지금과 겹쳐 보는 작업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시간을 준다”고 말한다. 정말 오늘의 아버지들은 어디에서 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버지가 실종된 사회’라는 지적과 우려를 우선 아버지 스스로부터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아버지의 편지’를 한번 읽어보자.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8-12-24
- 한평생 장터를 지켜온 고희자씨 1일은 홍천장, 2일은 풍물장, 3일은 화천장, 4일은 샘밭장이라 꾀고 있는 고희자(65)씨는 평생을 장터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왔다. 모질게 가난한 삶속에서 3형제를 키워야 했기에 10여 년 전 대형교통사고가 나 척추가 골절이 되었을 때도 퇴원 후 장터로 향했다. 봄에는 씨앗을 팔고 여름에는 악세 사리를 판다. 겨울에는 모자나 장갑 등 겨울 용품을 파는 고희자씨는 “갑자기 소나기가 치고, 회오리바람이 불면 정말 난감해. 물건도 젖고 정신없이 물건을 치우다 보면 속옷까지 흠뻑 젖지. 그럴 땐 속상하지만 장터를 떠나야 겠다”는 생각은 안했다. 아침 6시면 일어나 장터로 향하는 고희자씨는 욕심이 없다. 장터에서 손님하고 돈을 주었네, 안 받았네 실랑이가 벌어지면 “내가 착각했나 봐요. 받았겠지요. 뭐!” 좋게 넘어간다. 다툼이 일면 마음이 상하고 그것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 온 세월이 벌써 25년이 되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 하루 두 끼만 먹는 것이 생활이 된 고희자씨는 “잠잘 수 있는 방 있고 끼니 안 굶고 건강하면 돼. 돈 많이 벌어 뭐해. 쓸데가 없는 걸. 저 히말라야 중턱에 사는 수행자가 부자보다 마음이 온유해. 돈 욕심 많은 사람은 마음을 못 사”라고 ‘허-허’ 웃는다. 이은영 리포터 ley1004@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