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검색결과 총 41,558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증보)법무장관 김승규, 국방장관 윤광웅 노 대통령 강금실 법무 전격 교체 … 군, 검 조직장악 강력 주문인 듯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사의를 표명한 강금실 법무장관과 조영길 국방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오후에 김승규(60세) 변호사 및 윤광웅(62세)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후임 장관으로 각각 기용한다. 노 대통령은 28일 강금실 법무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김승규(사시 12회) 전 대검 차장을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 경질은 여권이 강력히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강 장관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법무·검찰 개혁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더욱이 최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놓고 검찰쪽 입장을 대변해온 점 등을 경질이유로 내세웠다. 여기에 지난 총선 당시 강 장관이 총선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구를 거부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해 3월 참여정부 내각에 합류한 대표적인 개혁성향의 장관으로 분류됐고 검찰개혁와 파격적인 검찰 인사를 단행한 점 등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한편 신임 법무장관인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김승규 변호사는 전남 광양 출신이고 순천 매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김 변호사는 △서울지검 형사5부장 △서울지검 남부지청장 △대검 감찰부장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 등을 역임했다. 김 변호사는 기독인 중심 민간교도소 설립운동 주도해 왔다. 조영길 국방장관의 후임자로 발탁된 윤광웅 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로 올해 1월 국방보좌관으로 발탁돼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다. 특히 최근 북방한계선(NLL) 보고누락 파문 처리 과정에서는 서해 현장을 관리하는 군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작전상황과 보고누락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청와대 내부를 설득해 업무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 개혁에 속도를 내고 NLL보고누락 사태에서 드러난 군 전체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윤 국방장관 내정자가 ‘능력을 갖춘 믿을만한 내 사람’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 내정자가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아래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만큼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임 국방장관 앞에는 군 개혁 외에도 이라크 추가파병의 원만한 처리,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한국군 재편, 군사분야 남북관계 관리 등 굵직한 과제가 놓여있다. 해사 20기로 최초의 해군출신 국방장관이 될 윤 내정자는 현역시절 국방부 획득과장, 해군작전사령관, 해군 참모차장 등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현안 과제 처리에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또 그간 청와대에서 한미간 협조업무를 맡아와 미국과의 원만한 협력을 끌어내는 데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신임 국방장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군에 대한 장악력이다. 비육사 출신인 조영길 전 장관은 군 내부의 조직적 저항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안팎에서 받았다. 해군 출신의 신임 국방장관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향후 참여정부 국방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정연근 범현주 김상범 기자 ygjung@naeil.com 2004-07-28
- “다른 팀·기관과 공조로 실적 높였다” “세관 내부나 다른 기관과 공조를 잘 함으로써 단속실적을 높일 수 있었다.” 이승규(42·사진) 서울세관 조사3관실 마약담당 계장은 단속실적이 높은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 그는 1983년 4월 부산세관에 관세서기로 임명된 이래 관세청과 인천공항세관, 서울세관 등에서 세관업무에 전념했다. 특히 2000년 김포공항세관에 근무한 이래 인천공항세관과 서울세관을 거치면서 마약 밀반입 단속에 집중한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은 실적 그래프를 그렸다. 이 계장은 약 5년동안 필로폰(메스암페타민) 47건 약 37㎏(시가 1109억원 상당)을 압수하는 등 각종 마약류 145건 (시가 1250억원 상당)의 밀수를 적발·검거했다. 그는 새로운 마약밀수를 처음으로 찾아내 다른 기관에 전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월 이 계장은 필리핀으로부터 특송화물로 들어온 전자제품 DVD기 속에 감춰진 필로폰 457g(시가 13억7000만원 상당)을 발견한 것. 그 뒤로 전자제품의 일부 부품을 뺀 공간에 마약류를 들여오는 수법은 공항 등에 정보가 알려졌다. 동일한 수법을 통해 들여오던 필로폰 등을 추가로 단속하게 됐다. 그 결과 밀수입 4건 1211g(36억원 상당)을 검거했다. 이 계장은 “내가 다 잡을 수는 없다”며 “검찰 국정원 경찰 등 타 기관과 공조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국제기구와 최신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화물 수출입과 여행자 출입국 파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각국 적발 사례와 최근 동향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마약확산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계장은 “관세청은 통관 부분만 보게 되며 경찰은 투약자만 단속하는 경향이 있다”며 “좀더 단속의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마약단속 기관을 통할하고 조정하는 기구나 조직이 필요한 때”라고 제안했다. 이 계장은 마약단속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다른 업무는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여행객에게 “모르는 사람에게서 물건이나 가방 등을 위탁받지 말아야 하며 의사처방없이 성분 모르는 의약품을 다량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2004-07-27
- 복지부 병원에 빌려준 돈 228억 떼여 복지부가 병원에 빌려준 돈의 원리금 698억원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연체돼 있으며 이중 228억원은 아예 채권 시효가 만료돼 받아낼 수 없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복지부에 대한 재무감사 결과 복지부가 병원에 빌려준 차관자금 지원액중 미납액은 698억원이며 이중 228억원에 대해서 채무이행청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228억원을 ‘까먹을’ 상황이라고 26일 밝혔다. 차관자금을 지원받은 168개 의료법인중 원리금을 미납한 병원은 42개이며 상환중 부도가 발생한 법인은 24개이다. 원리금을 연체한 병원 가운데 24개는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등 경영실적이 호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체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부도난 병원에 대해서 복지부의 채권관리가 태만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채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효력이 소멸되므로 차관자금을 완납하지 않은 의료법인이 부도를 내고 남은 재산에 대해 법원의 경매절차가 종료된 경우에는 경락배당일로부터 5년 이내에 보증인에게 채무이행을 청구하여 채권을 보전받도록 하고 있으나 복지부는 연재보증인에 대해 채무이행청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일부 병원은 이사장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근로소득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채무이행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담당 국장과 과장 등 5명에 대해 징계여부를 자체 결정하여 처리토록 했다. 감사원은 또 복지부가 담배 1갑당 150원의 건강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일부 수입업자로부터는 건강부담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업체의 신고자료에 의해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치단체의 과세자료를 활용하지 않아 실제 걷어야 할 액수보다 적게 건강부담금을걷었다. 이에 따라 담배 수입업체 3곳으로부터 건강부담금 17억원을 덜 걷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수입업자들은 건강증진부담금을 체납하고 있으나 법인 소유 재산이 없다는 사유로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앞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5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추진중에 있으므로 담배수입업자들이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체납액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납세담보제도나 이행보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빈곤층 자립을 지원하는 자활사업과 관련, 성과가 없는 자활후견기관에도 복지부가 계속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발급하는 LPG 할인카드의 부정사용을 조사하지 않았고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민간 재원을 조달하지 못햇음에도 국고를 보조했을 뿐 아니라 보조금을 당초 지원 목적외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하채림 기자 chaerim@naeil.com 2004-07-27
- 대전 지자체 시민참여제도 무용지물 대전시민들이 시·구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전광역시는 지난 3월에 옴부즈만위원수를 30명으로 줄여놓고도 위원위촉을 현재까지 하지 않아 4개월동안 운영자체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27일 대전광역시에 따르면 주민감사청구제가 도입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시와 구 등 자치단체에 접수된 주민감사청구는 1건도 없었다. 또 시민옴부즈만제도는 1996년 도입됐으나 부조리신고는 전혀 없었고 불편사항만 지난해 64건 접수되는 등 사실상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전광역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그동안 주민들의 감사청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요건의 문턱이 높았기 때문으로 판단되며 대전시는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에 청구인수를 100명으로 줄였다”면서 “또 200명으로 돼 있는 5개 자치구에도 시와 같이 10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조례로 만들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시민사업국장은 “실제로 청구인수를 모으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주민들이 청구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워 문제가 생기면 투서를 하거나 직접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면서 “100명으로 청구인수를 줄였는데 실제로 이게 적절한 것인지는 더 분석해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대전시가 운영하는 시민옴부즈만제도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옴부즈만 제도는 지난 3월에 조례를 고쳐 위원수를 50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10명의 위원들이 서명하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새롭게 주었지만 이 또한 효과있게 시민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까지 위원을 위촉하지 않아 4개월여동안 옴부즈만제도가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광역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옴부즈만 제도가 다른 나라와 같은 권한이 없고 일반 민원은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고 바뀐 조례도 위원 위촉이 안 돼 사실상 운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하반기엔 시민감사관제 등 부패방지제도를 검토해 이를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옴부즈만제도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전문성이 없는 위원 위촉이나 감사권한도 없는 옴부즈만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2004-07-26
- “여론 무시한 수도이전 독재국가에서나 할 일” 지난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여당을 몰아붙인 것은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정체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박 대표가 말한 국가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수호다. 하지만 한나라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당의 정체성 정립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일 전당대회에서 원희룡 의원과 김영선 의원이 2·3위를 차지하고, 중진의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이러한 흐름의 반영이다. 내일신문은 23일 이한구 정책위 의장을 만나 당의 정체성과 개혁방향을 비롯해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들었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보수주의’다. 보수주의의 기본 가치관은 인본주의다. 인본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시장체제가 나온 것이다. 사람이 최고이며,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보수주의다. 여기에 신(新)을 붙인 것은 과거와 다른 보수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보수주의는 부패했거나, 특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평가됐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보수주의의가 옳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실천하겠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대중정책정당’이다. ‘대중’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국민정책정당’이라고 불러도 좋다. 과거와 달리 소외받고 못 사는 서민들을 생각하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한나라당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비춰져 왔다.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선진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선진화라는 정책 방향아래 제반 이슈가 생산될 것이다. 선진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선진화의 핵심은 국회개혁이다. 국회의 위상을 삼권분립이 실현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 깨끗해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을 떳떳한 직업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캐치프레이즈다. 두 번째는 권력기관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납세자의 입장에서 세금 내는 사람이 큰 소리 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납세자의 혈세를 가지고 정부가 낭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 예결위상임위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다음으론 소비자 주권이다. 특히 소비자가 정부기관으로부터 우롱당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도로공사, 주공, 토공, 한전 등이 더 이상 국민들을 속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상수도 품질도 속이지 못하도록 해나갈 것이다. 그외에도 재외 공관이나검찰권력으로부터의 인권문제 등 많은 정책들이 나올 것이다. 왜 그렇게 예결위 상임위화 문제에 집착하나. 국회의 기능중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을 대신해 예산을 심사하고 결산하는 것이다. 현재 이 기능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특위 위원은 다른 상임위를 겸하다 보니 정기국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느라, 예산결산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임으로 하는 상임위를 만들자는 것이다. 재정·예산전문가로 집중 구성해 전체예산 규모를 정하자는 것이며, 부처별로 예상 규모도 할당을 하자는 것이다. 예결상임위는 전체 예산규모, 중장기 예산 전망, 각 부처들의 예산 총액만 기획예산처와 함께 결정하고, 개별상임위와 부처는 할당된 총액을 가지고 사업우선 순위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현재는 결산 결과가 다음연도 예산에 반영이 잘 안된다. 예결위의 일반 상임위는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제도다. 예산편성권한은 법적으로 정부에 있으므로 편성권한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가. 수도이전이 가져올 파장을 자세히 검토하고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수도이전의 의미는 매우 크다. 다양한 면에서 수도이전을 봐야 한다. 정부는 좁은 범위에서 두가지만 보고 있다. 하나는 서울 과밀화 현상 또 하나는 지방의 균형발전이다. 그러나 여당 안에는 안보부분이 빠져있다. 신수도의 안보가 취약하다면 큰일 아니냐. 또한 통일문제에 대한 검토도 안됐으며, 건설과 이전비용 또한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다. 충청도로 수도가 이전해 영남과 호남지역 기업과 생활권이 충청도로 이동하는 문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러한 대책이 전혀 없다. 한나라당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따져보자고 하니까, '잔말 말고 나만 따라오라'는 식이다. 여당이 내용적으로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국민 70% 이상이 ‘국민여론의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민주국가의 기본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다. 독재국가에서나 할 일이다. 친일진상규명법안 개정에 대해 당이 혼선을 빚고 있는데. 진상규명은 반대하지 않지만, 절차와 시기, 주체에 문제가 있다. 친일진상규명법은 지난 3월에 제정돼 9월부터 시행하게 된다. 그런데 한번도 시행하지 않은 법을 개정을 하자는 것은 기본이 아니다. 또 국민 모두가 먹고 사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옛날 문제로 국민들끼리 싸우고 지지고 볶으면 되겠는가. 관계되는 국민이 1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지금은 국민들의 에너지를 모아서 경제회복을 위해 나서야 할 시기가 아닌가. 또한 학계에 맡겨 먼저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나서서 하는 것은 많은 오류를 낳을 수 있다. 국보법 개폐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폐지해서는 안 된다.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 인권탄압에 악용됐고, 악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의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고무찬양죄, 이적표현문제, 이적단체 구성에 있어 미수범에 관계된 부분은 악용됐고, 악용 소지가 있어 개정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북문제에 대한 입장은. 민감한 문제다. 기본입장은 북한 주민과 북한 당국을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은 한 민족이다. 그래서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막을 이유가 없다. 다만 인도주의적 지원이 북한 당국 손에만 들어가고 주민들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막기 위해, 투명한 절차가 확보돼야 한다. 북한 당국자에게도 우리가 먼저 위협하거나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핵문제와 군축문제가 전향적으로 나와 준다면 우리는 거기에 걸맞게 북한 종합개발계획을 짜서 도와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2004-07-25
- 개인 선물거래 이래서 문제다 최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한 직원이 은행내에서 투자자를 모집,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다가 수십억원의 피해를 보고 잠적한 일이 발생했다. 그 전에는 우리은행 직원이 선물옵션 때문에 고객 돈에 손을 댔다가 피해를 보고 잠적한 사건도 있었다. 선물옵션은 레버리지(투자한 돈과 벌 수 있는 돈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기성도 짙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큰 돈을 잃은 투자자는 ‘한 방에 만회하기 위해’ 선물옵션에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위험도 높다는 뜻. 1년여만에 선물에서만 3억5000만원을 손해본 서모씨 사례를 통해 개인 선물 투자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짚어봤다. /편집자주 1998년 12월부터 선물 투자를 시작, 12개월여만에 총 3억5000만원을 날린 서모씨. 그는 속이 쓰라렸지만 ‘내 잘못’만 탓하고 4년 세월을 보냈다. 2004년 3월. 투자금의 일부를 댔고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면목은 없지만 3억이 넘는 돈을 어떻게 날렸다고 설명은 해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거래 내역을 정리하던 서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주문과 거래 내역표에 표시된 주문이 틀린 것이다. 그 숫자는 선물 40계약이 넘었다. 어림 계산으로도 선물 40계약이면 40*70*50만원=14억원이 넘는다. (물론 선물은 계약금의 15%만 위탁증거금으로 내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돈은 2억원이지만). 서씨는 증권사에 따졌지만 증권사는 정상거래됐다고 말했다. 직접 지점까지 나와서 거래를 하고 갔잖느냐는 대답도 돌아왔다. 서씨 자신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리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미심쩍었다. 게다가 전산상의 오류도 발견됐다. 1998년 12월 선물거래를 했다면 당연히 거래대상은 1999년물이어야 한다. 선물이라는 게 미래에 있을 지수를 거래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내역표에는 서씨가 1998년 12월에 선물 1998년 3월물을 거래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 서씨는 더더욱 의심이 높아졌다. 그는 지금도 전산 조작이 있다고 믿고 있다. 만약 전산 장애라면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이 서씨 주장이다. 피해자가 자신 뿐 아니라 더욱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은 서씨. 서씨는 S증권사 감사실을 상대로 민원을 넣는 한편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실에도 질의를 했다. 주문을 내지도 않은 선물 계약이 체결됐으며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는지 믿을 수도 없다는 것이 민원 요지였다. 이에 대해 증권사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사는 서씨가 돈을 잃고 나고도 한참이나 지난 뒤에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생떼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S 증권사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서씨의 주문표도 갖고 있고 프로그램도 정상 작동됐다”고 말했다. 다만 전산상 자금결제 순서에서 아주 사소한 표기 잘못은 있었지만 무시할만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은 일단 전산 오류 민원에 대한 대질조사 등을 마치고 빠르면 다음주경에 민원 회신을 서씨에게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양쪽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S증권사는 서씨가 1998년과 1999년 사이에 거래했던 증거만 내놓는다면 모든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서씨가 주문을 직접 냈던 매매 주문표만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1999년을 1998년으로 표기한 것쯤은 단순 표기 잘못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증권사는 아직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일임 매매가 공공연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설사 서씨가 주문을 냈다 하더라도 서씨의 자필은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분쟁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갈 모양이다. 서씨는 증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씨는 서씨대로, 증권사는 증권사대로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S증권 감사실 관계자는 “서씨가 손실이 나니까 뒤늦게 민원도 넣고 금감원 분쟁조정도 요구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3월 25일 발송된 민원회신에서 “업무착오로 인해 결제처리가 지연되면서 예탁잔고에 차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정에서 가릴 사안이기는 하지만 증권사도 결코 떳떳한 입장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이 관계자는 서씨가 냈던 주문에 대해 증명자료를 제시하기보다는 “고객께서 내방해서 매매하는 등 정상적인 선물매매를 했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회신을 보내왔다. 이 모든 분쟁의 씨앗에는 일임 매매라는 열쇠가 숨어 있다. 선물옵션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이 거래에 익숙치 못한 고객들이 사실상 증권사 직원에게 매매를 내맡기는 것. 한 대형 증권사 선물옵션 담당 펀드매니저는 “개인 고객은 물론 심지어 법인 경리 담당자로 선물 거래내역서를 갖고와 얼마나 손실을 본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물어온다”고 말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투자하면서도 어디에 투자하고 얼만큼 수익이 났는지 정작 투자자는 모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밥 먹을 때는 몇 천원도 따지는 사람들이 선물 투자를 하면 몇 백만원을 우습게 생각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익숙치 못한 매매를 통해 큰 돈을 벌겠다는 투자자와, 그를 이용해 수수료를 챙겨보겠다는 증권사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탓이다. 이런 투자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서씨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오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2004-07-22
- <신문로 칼럼>‘10만엔의 주인공’이 산 땅(임재경 2004.09.22) ‘10만엔의 주인공’이 산 땅 임재경 언론인 중국 동북부의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민비 시해와 (1905년 일본이 구 한국 국권 강탈을 명문화 한 것)의 원흉인 이또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초등학교 교육을 마친 사람 정도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안 의사는 이또를 저격한 이듬해 3월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였고 그로부터 5개월 뒤 일본은 한국을 명실공히 식민지로 만든 저 악명 높은 을 실현했던 것이다. 을사조약을 전후하여 이또는 일본으로부터 3백만 엔의 공작금(당시의 쌀값을 기준으로 지금의 구매력을 산출한다면 1천억원 내지 3천억원)을 들여와 이완용, 송병준, 박제순, 이용직등 친일파 거물들에게 10만엔(현재의 30억원 내지 70억원 상당액)씩을 지급했다.( 8월 25일자 및 9월 18일자 참조) ‘10만엔의 주인공’들이 세칭 나라 팔아먹은 돈을 전액 유흥비에 탕진했을 리는 만무하고 많은 부분은 당시의 유일한 가치 저장수단인 토지의 구매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 때 친일파들이 장만했던 토지는 지금 누구의 명의로 부동산 등기부에 기재되어 있을까. 반민족 친일파 재산 몰수 가능 그 토지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증식되었고, 누구누구에게 양도되었거나 매도되었는지는 정확히 아무도 모르며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0년이 지나는 동안 공공기관은 적극적으로 이를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였다. 1949년 반민특위가 강제 해산된 여파로 보면 될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 환수 특별법(이하 친일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에서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제시한 ‘친일재산환수 특별법안’은 대통령 소속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위원회를 두고 친일 반민족 재산을 관리-소유하고 있는 자의 출석요구 및 진술 청취 그리고 국가기관, 시설, 단체들에 관련자료를 요구하여 친일 반민족 재산의 현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안에서 주목할 내용은 조사 결과 친일 반민족행위에 의해 형성된 재산으로 판명되었을 때 재산을 몰수해 국가에 귀속시킨 다음 독립운동 기념사업 또는 교육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편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을 은폐하기 위해 자료를 위조하거나 숨기는 등 조사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친일 반민족행위조사 특별법안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과 유사하게 이 법안이 선보이기 무섭게 사법부 및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 제13조 2항의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근거를 들어 위헌적 입법이라고 반대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공법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헌법 전문에서 밝힌 헌법 기본 취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로 볼 때 주권을 일본에게 넘기는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보호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를테면 사법연수원 교수인 이선희 부장판사는 “적극적 친일이 인정될 경우 친일재산 회수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인가 하면 건국대 임지봉 헌법학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법률상 불소급의 원칙은 명백한 공익적 목적이 있고 그것이 소급돼 제한되는 것보다 다른 차익이 월등히 클 때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다 알려진 대로 친일파의 대명사이자 이른바 ‘을사 오적’의 우두머리인 이완용의 후손은 선대로부터의 소유인 토지 17건, 일진회(一進會)의 총재로 “조선을 1억엔에 팔겠다”고 호언했던 송병준의 후손 4건등 모두 27건의 친일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이 진행되었으며 그 승소율은 절반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다. 17대 국회의원의 책무 특히 이 가운데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2002년 9월 인천시 부평동 소재의 대림아파트 땅 1만6740평 가운데 817평에 대하여 송병준 후손들이 소유권반환소송을 낸 사건인데 이로 인해 대림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 1400여 가구가 소송결과에 따라서는 재산권을 위협받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부동산 등 친일 후손들의 선대(先代) 재산찾기 소송에는 악질 토지 브로커와 악덕 변호사들의 농간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현행법의 고식적 해석으로 선의의 제3자가 재산상의 피해를 보는 것은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이 조속히 햇빛을 보는 것은 필요하다. 사회 정의와 국민통합의 실현이란 차원에서 17대 국회 의원들은 좀 더 용기 있게 나서주기 바란다. 2004-09-21
- 동양종금증권, 듀얼마켓 ELS펀드 모집 동양종합금융증권은 20일부터 23일까지 KOSPI200과 일본 Nikkei225지수를 연동시킨 ‘듀얼마켓 주가지수 연동펀드’를 모집한다. 이번 상품은 투자원금을 보존하고 6개월 만기시에 양 지수 상승률에 따라 최고 연12.39% 수익이 가능하다. 만기 수익률은 양 지수 상승에 따른 수익의 합계로 결정되며 양쪽 전부 최초 지수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원금은 보장된다. 만기는 내년 3월 24일, 중도환매 수수료는 5%다. /엄경용 기자 2004-09-21
- [한국기업 해외시장 진출기] 그리스-터키편 ③ 1999년 현대자동차가 터키 합작진출을 발표하자 유럽과 일본의 기존 자동차업계는 바짝 긴장했다. 한해 전 인도에서 현지 생산한 상트로를 그해 동급 시장점유율 2위에 올려놓은 전력을 알기 때문이다. 이어 현대차 터키공장에서 엑센트와 그레이스가 연간 10만대 규모로 생산되면서 그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편집자주 보스포러스 해협에 밤이 들면 이스탄불의 노상카페 어디서나 나르길레라 불리는 물담배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보름달 휘영청 밝은 톱까프 사라이 주변은 그중에서도 외지인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 너나없이 피워 무는 이 항아리담배에서 퍼지는 온갖 과일향을 맡으면서도 호기심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다. 나르길레는 담배가 아니라는 현지인의 말에 길이가 80센티미터는 됨직한 파이프를 힘차게 빨아들였다. 순간 눈앞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해 속았다는 말을 내뱉기도 전에 “그렇게 잠깐 어지럽고 나면 곧 익숙해집니다”라니 대들지도 못한 채 주위를 둘러봤다. 야외 레스토랑의 기다란 의자에 각기 다른 인종으로 구성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제각각의 표정으로 파이프를 문 채 걸터앉아 있었다. 그제야 어지러움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여행객들은 여기서 이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스탄불, 유럽과 아시아의 관문 관광을 위해서만 매년 일천만 명 이상이 거쳐 간다는 거대도시 이스탄불. 도시를 유럽과 아시아로 나누는 보스포러스 해협 양안에서 불야성의 장관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과일향에 취하고 차이(터키 차의 일종)에 젖어들고 습기 없는 바닷바람에 나른하게 퍼질 무렵, 눈앞에서 구레나룻을 멋지게 기른 상인이 종잇조각을 흔들어 보인다. 즉석 복권을 사라는 말이다. 거듭 “자판, 꼬레아” 하는 영감에게 “꼬레아”라 답하니 달려들 듯 팔을 벌리고는 한참을 너스레친다. 하는 수없이 복권을 한 뭉치 사서 긁는데 가만 보니 저 영감 입은 옷이 낯익다. 하얀 바탕에 파란 현대차 로고를 커다랗게 새긴 셔츠인 것이다. 어디서 구했냐고 하니 아들이 현대차를 샀다고 또 한참을 자랑한다. 잔돈푼 말고는 모조리 꽝을 긁은 뒤 그를 보낼 때쯤은 이미 차이를 너댓 잔 시켜먹은 뒤였다. 이스탄불은 할 말 많은 사람들로 인해 시끄러운 도시다. 호기심 많고 수완 뛰어난 이 도시 사람들은 특히 말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한국에서 왔다는 말은 곧 멍석 깔고 판 벌이자는 말로 들리는가 싶었다. 카팔르 차르시(또는 그랜드 바자르)라 불리며 3만 평방미터에 4000개 이상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고 하는 초대형 옥내시장에 들러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상인들이 여기저기서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손짓한다. 그중 하나를 골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물건을 설명하기 전에 대개는 차이를 권한다. 언어가 무슨 문제랴, 상인들은 한국에 관해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손님을 구슬린다. 결국 축구 이야기가 나오고 리용(이을용)이 트라브존스포르 팀으로 돌아오게 돼서 기쁘다는 데 합의하면 어느 쪽이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인정하게 되고, 필경 손님은 무언가를 사서 나갈 참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공존을 상징하는 이스탄불 최대의 걸작은 아마도 아야 소피아 박물관일 것이다. 이 건물은 몇 번의 증축과 재건축을 거쳐 537년에 지금 모습을 갖춘 뒤 916년간은 그리스 정교회당, 그후 481년간은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고, 터키 공화국 수립 후 박물관으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 건물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메드 2세는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할 당시 사흘간의 약탈을 허용하면서 이 건물만은 예외로 했다. 대신 기독교 성화를 회칠로 덮었는데, 1930년대 이래 지금까지 회칠을 벗기는 복원 공사가 진행중이다. 기둥 없이 네 선반 사이에서 무려 1500년 동안 온전하게 걸쳐 있는 거대한 돔, 그로부터 터키인의 강한 자부심과 넓은 포용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자동차생산의 메카로 부상 자신들의 조상이 동방에서 이동해 온 유목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터키인들에게 자동차는 매력적인 주제다. 이곳 사람들은 자동차를 마치 말처럼 생각하고 다루는 습성이 있다. 이스탄불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본 외지인이라면 이 사실을 잊기 힘들 것이다. 예를 들어 이즈미트라는 도시는 이스탄불 외곽 톨게이트에서 120킬로미터 거리에 있지만, 일단 터키 운전자에게 핸들을 맡기자 이 거리를 한 시간 남짓 걸려 주파했다. 속절없이 앉아 있는 초짜 방문객의 오금이 저리는지 마는지는 관심 밖. 그 와중에 주위를 달리는 자동차들과 시시때때로 경주를 펼치는데, 그럴 때면 속도계는 160을 마구 넘나든다. 명절이면 주요 일간지 1면에 어김없이 일일 교통사고 사망자 추이가 도표로 게재되고, 정부는 연간 캠페인으로 과속 자제를 호소하지만 소용없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달리는 이들에게 자동차의 성능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그래서인지 이스탄불 사람들은 축구만큼이나 자동차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나토의 일원이자 정식 유럽 국가로 인정받는 터키는 EU와는 관세동맹 국가이며 그 탓에 자동차도 유럽 차종을 선호해 왔다. 그러한 성향이 최근 해가 다르게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해외 자동차업계가 터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시장의 잠재력과 국가의 입지 때문. 인구 7000만명에 실질 구매력 기준 GDP 7000달러, 그리고 여전히 거대한 지하경제를 지닌 나라. 그간 들쑥날쑥한 성장률과 높은 물가로 인해 경기 예측이 힘든 나라로 분류되어 온 터키는, 최근 서방으로부터 안정 성장 궤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낮은 생산비용과 풍부하고 안정적인 노동력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에 따라 그간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서 왔는데, 자동차는 투자 열기가 가장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이미 르노, 포드, 도요타, 혼다 등이 투자 증대 계획을 발표했고, 현대차(현대-아산)는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보다 생산대수를 늘리는 것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현지 분석에 따르면 올해 60만대 가량의 자동차가 팔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인구나 GDP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량이다. 때문에 터키 내수시장의 잠재력에 거는 외국 업계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해외 자동차업계가 터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다른 이유는 이곳이 유럽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라는 판단이다. 지난 해 터키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72.6%가 해외로, 그중 72.3%가 EU 시장에 팔려 나간 것으로 집계된다. 팔린 곳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순이니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성능은 유럽의 그것과 동일하다 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차에 덜미 잡힌 도요타 그중 돈 많기로 소문난 후발주자, 도요타자동차의 움직임은 단연 주목된다. 도요타는 지난해 순익 1조1천억 엔을 벌어, 세계 4위이자 자동차업계 1위를 기록했다. 그 도요타가 올 3월 터키 현지 공장을 증설하면서 현지 시장 나아가 유럽 시장 장악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95년 현지 공장을 가동한 도요타의 지난해 터키 내 자동차 생산량은 7만840대로 전년대비 82% 늘어난 규모다. 도요타는 그중 6만1134대를 수출, 현재 터키의 2대 자동차 생산 업체이자 수출업체로 부상했다. 도요타의 파상공세 전략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터키 내 자동차 메이커별 시장 점유율 1위에서 5위까지는 유럽업체들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6위가 현대, 8위가 도요타, 9위가 혼다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을 다시 비율로 보면 현대차가 8.4%로 3.5%에 머문 도요타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이에 대해 그간 본사 수출본부를 담당하다 최근 현지 법인장으로 부임한 임흥수 상무는, “7월말로 우리의 월별 시장점유율은 이미 10% 2004-09-20
- 유통 납품업체 44% “대형사 불공정관행 여전”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10곳중 4곳이 불공정거래 행위가 여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납품업체들은 납품가격을 후려치고 비용을 떠안기는 행위를 시급히 개선돼야 할 거래관행으로 꼽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15일부터 두달간 대형유통업체에 물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6천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업체의 44%가 “거래관행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가장 잘못된 거래관행으로는 대형 유통업체가 경품과 할인행사를 위해 턱없이 낮은 가격에 납품하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고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행위가 22%, 부당하게 거래를 중단 또는 종료하는 행위가 15% 순으로 조사됐다. 이와함께 응답업체의 65%가 강요에 못이겨 판촉비를 부담한 사실이 있으며 91%가 거래중단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부당한 요구를 수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업체들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상시화해야 하며 신고인의 비밀보장 등 신고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200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