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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로 칼럼>뒷모습이 아름다운 지도자(함인희 2006.11.08) 뒷모습이 아름다운 지도자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언젠가 서점에서 표지에 이끌려 우연히 집어든 ‘뒷모습’이란 제목의 책이 있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글에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이 어우러진 ‘뒷모습’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네 뒷모습에도 그토록 풍부한 표정과 이야기가 담겨 있구나,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던 매혹적인 책이었다. 이후 주위 사람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러고 보니 뒷모습 속엔 그 풍부한 표정 못지않게 본인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솔직함이 묻어 나옴을 깨닫게 되었다. “사회는 거대한 연극 무대와 같다”고 주장한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사회가 부여해준 각본에 따라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연기하는 배우 같은 존재라 한다. 그러하기에 상황에 따라 상대가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자신의 “인상관리”란 작업을 수행하는 가운데 개인의 연기력을 평가받게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맞선을 보는 자리나 취직을 위한 면접자리 같은 경우는 특별히 인상관리가 성패를 좌우하기에 “내숭 70%+솔직 30%”(?)의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충고가 등장하기도 한다. 한데 우리의 뒷모습만큼은 뜻대로 마음대로 인상관리가 잘 안되는 듯 하다. 나의 절친한 친구는 누가 보아도 훌륭한 선생이요 자상한 아내이자 따뜻한 엄마이지만, 뒷모습엔 언제라도 일상을 벗어나고픈 방랑기와 아무도 채워줄 수 없는 외로움이 가득 담겨있다. 그런가하면 선생 앞에서는 영락없는 모범생이지만 돌아서서 가는 뒷모습에선 호시탐탐 일탈을 꿈꾸는 반항아 기질이 농후한 제자 녀석들도 여럿 보았고, 앞모습은 그 누구보다 겸손하고 예의발라 주위의 칭찬이 자자하지만 뒷모습에선 어쩔 수없이 거만함과 오만함이 묻어나오는 사람과도 종종 마주치곤 한다. 뒷모습을 떠올리자니, 지금도 여전히 가슴 가득 따뜻함이 밀려오는 한 어른과의 만남이 생각난다. 그 어른은 지금쯤은 칠순에 접어드셨을 텐데, 마산에서 ‘합포문화동인’이란 모임을 햇수로 사반세기 이상 이끌어오고 계신 조 회장님이시다. 25년여 세월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한결같이 한 달에 한번씩 조찬모임을 이끌어 오시는 동안, 유신시대 불법집회 금지의 시퍼런 칼날에도 당당히 맞서셨고, 꼭 모시고 싶은 분이 계시면 심심산골도 마다않고 삼고초려 하셨다는 후문이다. 처음 문화동인을 시작하던 당시는 행여 정치에 마음이 있으신 건 아닌지 색안경 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사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은 마산 같은 지방도시에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관조하면서 각박한 세태지만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문화동인이 있어야함을, 일찍이 인식했던 회장님의 혜안과 사심 없음에 모두들 감사하고 있다 했다. 그 인생길을 오롯이 닮아 있던, 참으로 정갈하면서도 당당함과 꼿꼿함 속에 여유를 간직하고 계셨던 회장님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서언하다. 그러고 보니 “전직 대통령이란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란 평을 받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야말로 뒷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 반열에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야 비로소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을 당당히 인정받은 사람,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집 없는 이들을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해비타트 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사람, 현직 대통령 낙선이란 좌절을 딛고 지금은 “나이 듦의 미덕”을 풍성히 보여주고 있는 사람, 그를 위해 세상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과 따스한 애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최근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만남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 만남에 다양한의미가 채색되고 있는 모양이다. 바라건대는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뒷모습에 투영된 발자취가 아름다운 지도자들을 많이 가졌으면 한다. 재임 기간 중 설혹 실정(失政)을 폈다 해도 그 충정만큼은 의심받지 않는 지도자, 혹 실수를 했을지언정 그 진솔함으로 인해 너그러이 용서받을 수 있는 지도자, 돌아서는 뒷모습에 당당한 소신과 더불어 국민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오는 그런 아름다운 지도자를 많이 만나고 싶다.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1-07
- 조선조 당쟁과 요즘의 정치판 조선조 당쟁과 요즘의 정치판 김홍식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요즘 정치판을 보면 마치 조선 때 당쟁사를 보는 듯하다. 정치적 논쟁이라는 것이 사사건건, 민생은 팽개쳐버리고 사소한 것에 매달려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어느 시기 어떤 사건이랄 것도 없이 모두 천편일률적이다. 예전 당쟁도 살펴보면 정말 사소한 일이다. 상복을 2년 입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3년을 입어야 하는가?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적임자인가? 청나라와 선린외교를 펼칠 것인가, 아니면 외교에 있어 명나라와 의리를 지킬 것인가? 지금 평가하면 공리공론이라고 비하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 이렇게 당쟁만 일삼다 보니 백성들은 임진, 병자의 병란을 겪었고 나중에는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까지 당했다. 그런데도 서로 피를 토하고 싸웠던 이유는 뭘까. 단지 정권 쟁취만이 그들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세종과 성종, 영조의 정치에서 배우자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로 민생들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다. 가진 자는 배 두드리고 살지만 없는 자는 굶기가 일쑤다.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없으니 부랑아는 거리를 휩쓸면서 사회불안을 야기한다. 이런 사회문제를 당장 치유해야 할 텐데 처방을 내리고 치료하는 정치인은 하나도 없다. 이때 수신제가를 강조하는 성리학자들이 도학자라고 자처하면서 정치권에 등장한다. 현 사회문제를 고치려면 정치를 바르게 해야 하고, 정치를 바르게 하려면 수신제가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문제라고 비분강개한다. 백성들은 처음엔 환호한다. 우선 가슴에 맺힌 무언가를 뚫는 듯한 시원함을 느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가면 이들도 마찬가지가 된다. 본질 문제는 제쳐 두고 조그만 절차, 도덕 문제에만 매달려 정쟁으로 모든 시간과 정력을 허비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금 벗어난 임금이 있다. 아마도 세종과 성종, 후기에는 영조 정도였을 것이다. 세종과 성종은 선대가 쿠데타로 집권한 후 정적들을 확실하게 제거해서 반대파가 적었다는 특징이 있을 것이고 영조는 임금 노릇을 오래도록 했으며(52년 재위) 탕평책을 썼다는 다른 점이 있다. 또 이들은 나름대로 카리스마가 있는 임금이었다. 특히 성군이라고 일컬어지는 세종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아마도 똑똑한데다 겸손하기까지 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들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하면 소모적 당쟁에서 벗어나 나랏님 노릇을 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세종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고 오래도록 기용했다. 요즘은 YS 이래 언론에서 떠들기만 하면 장관을 바꾼다. 참여정부에서도 처음에는 퇴임까지 한배를 탈 것처럼 하더니, 청와대 조직은 물론이고 내각까지 겨우 1년을 넘기면 하마시킨다. 그러니 업무 파악도 못하고 조직 장악력도 떨어진다. 다음은 뚝심을 가지고 한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성종은 훈구파를 몰아내기 위해 과거에 합격한 신진들을 대거 기용했으며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다. 여론을 앞세우는 언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냄비처럼 금방 끊고 식는다. 사학법을 개정했으면 계속 밀고 나가서 시행이나 해보고 재개정 논의를 해야 한다. 심하게 반발만 하면 밀리고 타협하니 개나 도나 반대를 한다. 심지어 반대를 위한 반대도 많다. 대중 정치는 연예인 바라보듯 선동적이다. 철학강의 듣듯 장기적 안목으로 보지 않는다. 정쟁에 휩쓸릴 필요가 없다. 오불관언하라. 잘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여론을 업고 돌파하려고 하다가, 마지막에는 물러서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민생 문제를 걱정하는 청문회를 마지막으로 싱크탱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세종은 집현전을 만들어서 젊은 학자들에게 현실적인 학문을 독려하고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던 많은 조직을 거느리고 있었다. 각종 위원회를 두는 것도 이런 류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조차 아웃소싱해서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더니, 지금은 각 부처마다 너무나 많은 조직을 만들고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말았다. 정부의 외곽 조직을 줄이고 아웃소싱해서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많은 것을 단독으로 결정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두뇌집단의 논의는 장려했다가 이 가운데 사람을 뽑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젠 제발 국회도 민생 문제를 걱정하는 청문회를 열었으면 좋겠다.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0-19
- 경제시평 반 기업 정서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최 용 식(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국내경기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벌써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이런 정도면 ‘장기 부진’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195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한 이래, 지금처럼 장기간의 경기부진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석유파동이 터졌을 때에도, 1980년 군사쿠데타와 광주학살이라는 비극이 일어났을 때에도, 1997년 단군 이래 최대의 난리라던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에도, 경기침체 기간은 길어봐야 2𞄛년에 불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 기간이 길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반 기업 정서’가 다른 때보다 강해진 때문인 것 같다. 국부 혹은 국내총생산 또는 국민소득은 누가 창출할까? 노동자일까? 아니다, 기업이다. 노동자는 기업에 고용된 수동적인 주체일 뿐이다. 경제성장은 누가 이끌까? 기업이다. 고용은 누가 창출할까? 기업이다. 그렇다면 ‘반 기업정서’가 강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 활동은 약화되고 경기는 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경기가 부진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용이 줄어들고 사업은 어려워진다. 이런 때에는 해고를 당해도 못사는 사람이 가장 먼저 당하고, 사업이 망해도 영세업체부터 망한다. 반면에, 잘사는 사람은 웬만하면 일자리를 지킬 수 있고, 튼튼하고 큰 기업은 웬만하면 망하지 않는다. 경기가 부진해지면 못사는 사람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국민들의 경제생활은 언제 가장 윤택할까? 당연히 호경기가 지속될 때이다. 즉, 경기호조가 오래 지속되어야, 실업률은 낮아지고 임금상승률이 높아진다. 그럼 언제 호경기가 지속될까?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활발하게 할 때이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가 활발하게 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나면 소득이 늘어나고,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며, 경기는 상승국면을 연출한다. 그럼 기업은 언제 생산과 투자를 늘릴까? 당연히 이익이 늘어날 때이다.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기업이 아니던가. 그런데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정부조차 ‘반 기업정서’의 노예가 된 느낌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그 대표적인 증거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비록 완곡하지만 이걸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양가를 내리라는 여론이 거세질 것이다. 분양가를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가격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까? 아니다.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면, 분양받은 사람만 폭리를 누린다. 그럼 국민들은 생업을 멀리 하고라도 분양당첨에 목을 맬 것이다. 좋은 아파트 한 채만 분양받으면, 매일 고생하여 평생 벌어들일 소득보다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누가 이런 유혹을 떨칠 수 있겠는가? 아파트 분양은 ‘바다이야기’나 로또복권 같은 도박판으로 변할 것이다. ‘반 기업 정서’는 모든 경제문제에 있어서 이처럼 위험하다. 경제문제는 ‘친 기업 정서’에 입각하여 접근해야 순조롭게 풀어낼 수 있다. 제발 ‘기업에게만 떼돈을 벌게 할 수 없다’는 소아병적인 발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남겨야, 생산과 투자가 더 늘어나고, 그래야 고용이 더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소득도 더 늘어난다는 사실을 재인식했으면 좋겠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말이다.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0-19
- 중국 오나라 동봉(董奉)의 살구숲(杏林·행림) 이야기 ‘신선전(神仙傳)’ 등의 책에 실려 있는 것으로, 옛날 중국의 삼국시대 오(吳)나라에 동봉(董奉)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뛰어난 의술로 많은 환자들의 병을 고쳐 주었으며, 환자가 병이 다 나아서 사례를 하고자 하면 한사코 돈을 받지 않았다. 대신 집 뒤에 있는 동산에 살구나무를 심게 했다. 중병을 앓던 사람은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심고, 가벼운 병을 앓던 사람은 한 그루를 심는 것이 관례가 됐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집 뒤의 동산이 살구나무 숲, 즉, 행림(杏林)으로 바뀌게 됐다. 이 일이 있은 뒤 마을 사람들은 살구로써 건강을 지키고, 동봉은 많은 살구를 수확해 이것을 곡식으로 바꾸어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나그네에게 나누어주었다. 사람들은 이 숲을 ‘의사 동봉 신선의 살구나무숲(杏林)’이라 부르면서 동봉을 기리게 됐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래해 오늘날에도 한의원을 행림(杏林)이라고도 한다.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1-03
- 중국 동봉의 살구숲 이야기 ‘신선전(神仙傳)’ 등의 책에 실려 있는 것으로, 옛날 중국의 삼국시대 오(吳)나라에 동봉(董奉)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뛰어난 의술로 많은 환자들의 병을 고쳐 주었으며, 환자가 병이 다 나아서 사례를 하고자 하면 한사코 돈을 받지 않았다. 대신 집 뒤에 있는 동산에 살구나무를 심게 했다. 중병을 앓던 사람은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심고, 가벼운 병을 앓던 사람은 한 그루를 심는 것이 관례가 됐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집 뒤의 동산이 살구나무 숲, 즉, 행림(杏林)으로 바뀌게 됐다. 이 일이 있은 뒤 마을 사람들은 살구로써 건강을 지키고, 동봉은 많은 살구를 수확해 이것을 곡식으로 바꾸어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나그네에게 나누어주었다. 사람들은 이 숲을 ‘의사 동봉 신선의 살구나무숲(杏林)’이라 부르면서 동봉을 기리게 됐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래해 오늘날에도 한의원을 행림(杏林)이라고도 한다.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1-03
- <내일시론>6자회담, 열리기는 하지만(문창재 2006.11.03) 6자회담, 열리기는 하지만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토닥거리기 잘 하는 남녀관계에 비유될 수 있을까. 싸우기도 잘 하고 다시 만나기도 잘 하니 말이다. 애인 사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싸우고 헤어지기가 몇 차례였던가. 중국의 중재로 북?미가 중국에서 만나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은 모처럼 반가운 뉴스였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같은 선로를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위태로운 대결국면을 피하게 된 것만도 큰 위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만남에 큰 기대를 걸 생각이 없는 것은 너무 여러번 속고 실망한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를 알리는 신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딴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관계자는 “핵 보유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앞으로 6자회담은 핵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핵무기 보유국 대우를 해 달라는 말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금융제재 문제 해결의 전제 아래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뭐라든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나라는 없다”고 했다. 동아태 담당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상이몽도 이 정도면 결말은 볼 장 다 본 것이나 다를 것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6자회담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에게 핵 개발 계획의 완전 포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핵 포기 일정과 검증방식까지 제시하도록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까지 요구할 것이라는 소식에서는 시계바늘이 1990년대로 되돌아간 착각을 느끼게 된다. 핵 보유국 대우를 요구하고 나선 북한이 순순히 이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볼 사람이 있을까. 상대가 들어주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행위가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아무 진전이 없는 가운데 북한은 시간과 명분을 벌게 될 것이고, 그 사이 추가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굳혀가게 되리라는 것도 상식적인 전망이다. 대북 초강경정책이 사태를 이렇게 악화시켰다는 미국 조야의 비판에 생각이 미치면, 부시 행정부의 유연성이 아쉬워 진다. 꼭 6년 전 이맘 때 북한의 조명록이 인민군 장성복장으로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대좌한 사진이 한국인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2000년 10월 북?미 공동 코뮤니케 채택은 북미 수교를 시간문제로 인식시켰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약속으로 한반도에 봄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취임해 북을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면서 붕괴정책을 표면화하자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북한은 NPT 탈퇴와 핵 동결 해제로 저항하였고, 미국은 대북 중유공급 중단, 경수로 사업 중단으로 맞서 대립을 첨예화 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해 9?19 공동성명이 성사되어 또 한 차례 기대를 키웠다.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포기와 동시에 NPT에 복귀하고, 북·미 북·일관계를 정상화 하며, 6자회담 당사국은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하고, 한반도 항구 평화체제 협상을 갖는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성명이 나온 바로 다음 날 미국은 북한의 위조달러를 문제삼아 마카오 방코 델타 아시아(BDA) 은행을 거래 위험은행으로 지정했다. 그 은행의 북한 계좌들을 동결시켜 돈줄을 끊어 버린 것이다. 그 뒤 북한은 미사일 발사실험으로 응답했고, 그래도 미국이 반응하지 않자 핵실험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보였다. 설마설마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른 형국이다. 이제는 서로간에 무엇을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탐색할 때가 되었다. 두 나라는 서로 먼저 액션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네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면 나도 보여주겠다는 식이다. 조금도 손해보지 않겠다고 끝까지 겨루면 둘 다 손해다. 황량한 들판에서 마주 선 총잡이들이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보라. 한국도 싸움 말리기에 더 지혜를 짜야 한다. 북한이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더 적극적인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적지 않은 경제지원을 해온 우리로서도 북한을 움직일 유효한 수단이 없지 않을 것이다. 문창재 객원 논설위원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1-03
- <안병찬 칼럼>핵에 관한 에피소드 핵에 관한 에피소드 안병찬 (언론인 한국VJ협회 회장) 연전에 일본 히로시마에 갔었다. 60년 세월이 흘렀으나 심리적으로는 이 비탄의 섬에서 자란 우거진 수림이 아직도 방사능을 뿜어대는 듯 느껴졌다. 지금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협죽도(夾竹桃)가 피어있다. 붉은 꽃이 향기를 내는 협죽도는 히로시마의 시화(市花)이다.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 이회성이 협죽도의 상념을 술회했다. 어느 날 평화공원을 걸어가던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협죽도를 봤다. 꽃이 너무 아름답다고 여겼다. 그런데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자를 돕는 한 여성의 증언은 딴판이었다. 협죽도의 붉은 꽃이 피 흘리는 모습을 생각나게 해서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이다. 작가 이회성은 아름다운 꽃이 실은 핵폭탄의 공포를 떠올리게 만드는 꽃임을 알았다. “여인의 상상력과 나의 상상력에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원폭 피 흐르는 협죽도 그 깨달음으로 작가는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의 가슴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원폭 희생자와 나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자고 생각하면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이 자행한 역사상 최초이자 아직까지는 유일한 핵폭탄 공격. 죄 없는 민간인이 밀집한 두 도시 한 복판에 불시에 원폭을 투하하여 대량 살상한 미국은 그 불명예와 원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미국 내 여론조차 일본을 원폭 공격한 도덕성을 놓고 찬반으로 첨예하게 맞서는 것을 보라. 물론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 명분이 있다고 말한다. 나가사키에 원폭을 던진 B-29 조종사 찰스 스위니 소령은 종전 후 ‘원폭 투하 임무’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옹호, 설파하고 다녔다. 그 후 가장 젊은 장군으로 진급했고, 2년 전에 84세로 죽었다. 미국의 핵개발과 핵공격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펼친 ‘죽음의 안무’였다는 비판도 있다. 맨해튼 계획(미국 핵개발계획)을 주도한 로버트 오펜하이머, 엔리코 페르미 등 4명의 과학자는 “핵폭탄이 죽음의 무기지만, 역으로 전쟁을 끝내고 인류의 평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구실로 일본에 핵폭탄을 쓰기로 결의했다. 물론 원폭 공격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 트루먼이다. 그러나 레오 질라드 같은 과학자는 핵폭탄 투여는 ‘씻을 수 없는 죄’가 된다고 반대하다가 전공을 생물학으로 바꾸어 버렸다. 미국이 핵실험 왕국의 입지를 향유하는 사이 중국은 매우 감정적인 동기 하에 핵개발을 추진했다. 중소이념분쟁 시기에 중국은 유명한 핵무기 논쟁을 통해 자국의 핵개발 의지를 만천하에 선포했다. 모스크바에서 미국 소련 영국 3개국 대표가 핵실험부분금지조약을 체결하자 중국은 동 조약이 기존 핵보유국의 핵무기 독점상태, 미제국주의의 핵무기 우월상태를 공고히 하는 사기극이라고 부르짖었다. 특히 소련을 향해 침략의 희생자에게는 자위의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배신행위를 격렬히 규탄했다. “우리는 설사 백년이 걸려서 단 한 개의 핵무기도 만들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소련의 지휘봉을 따르지 않고 미제국주의의 핵 공갈정책 앞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기필코 핵무기를 만들고야 만다. 두고 보라.” 이 맹서가 있고서 일 년이 경과한 1964년 10월 중국은 소련의 예언을 뒤엎고 핵실험에 성공한다. “기필코 핵무기 만든다” 핵실험 때마다 중국은 ‘어떤 때, 어떤 정황 하에서도 결코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방어 목적의 결의를 다짐해왔다. 그런 중국이 이제 와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대한 도전(런민르바오 인터넷판)이라고 주장한다. 천하무적의 미국과 거국주의 중국은 이처럼 핵의 이중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일면 북한의 핵실험은 오기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의 반 공화국 압살 책동이 극한점을 넘어서 최악의 상황을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 하에서,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방어적 대응조치로서 핵 억제력 확보에 필수적인 핵시험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천명한 북한 외무성 성명은 어쩐지 42년 전의 중국 커뮤니케 말투와 흡사하다. 미국 부시정권의 강경 일변도 대북 정책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요즘, 마침 한국에 온 미국 예일대 교수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핵실험은 북한의 관점에서 보자면 너무나 논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한 것도 미국의 오만한 대북 핵 정책을 염두에 둔 말이다. 핵 때문에 꿈자리가 사납다. 우리는 허위와 모순으로 얽힌 ‘핵의 악몽’을 꾸고 있다.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0-13
- <김정환 칼럼>음식 ‘절약’과 정치 ‘저축’ 음식 ‘절약’과 정치 ‘저축’ 김정환 (시인) 생명은 살생이다. 생명파괴, 혹은 생명환경 파괴를 통해서만 생명은 유지된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인간을 문득문득 시적 비극성에 젖게 하고, 문화와 예술 창조의 한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생명의 살생’ 현실은 얼핏 의식주라는 이름의 일상 속으로 뒤섞여들며 잊혀지면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산문적이고 지리한 노이로제를 인간에게 유전시켰다. 식물도 엄연한 생명이니, 채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매일 독수리에게 생간을 뜯기는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이, 똑같이 매일 제 잎새를 뜯기는 상추의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다는 (인간의)생각만큼 황당하고, ‘눈 가리고 아웅’인 것도 없다. 인간보다 문화적인 동물 식사 그리고 음식에 관한 한 이 점에서 우리가 동물보다 더 행복할 것은 없다. 우선 그들은 야만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다. 도대체 인간 말고 누가 구워 먹고 삶아 먹고 튀겨 먹는 지옥을 ‘문화적’이라 명명하겠는가. 육식동물은 먹이인 인간에게 난폭하고, 초식동물은 먹이가 아닌 인간에게 온순해보일 뿐이다. 육식동물이 풀한테 온순해 보일 것은 당연하다. 동물은 냉장고가 없다고? 아니다. 자연과 인위의 구분이 없다. 배고플 때만 사냥을 하는 육식동물의 본능은 먹이 개체수를 유지할 뿐 아니라 가장 싱싱하게, 즉 산 채로 보관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동물의 식사는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더 문화적이다. 초식동물은 물론 육식동물조차, 사냥의 포효가 있을 뿐, 식사의 포효는 없으며, 요란하기는커녕 경건하다. 그렇다. 그들은 음식의 엄숙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인간이 잡식동물로 진화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아껴 먹고 엄숙하게 먹을 밖에 없다. 옛날 아메리카인디언들은 주식을 제공하는 들소를 신격화했다. 번제와 제사는 음식의 엄숙함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짜장면을 예쁘게 먹는 여자’ 이래, 오늘날, 음식의 엄숙함에 대한 모독은, 특히 세계 혹은 팔도 별미 유람 운운의 TV 프로그램의 그것은 심각하다. 그야말로 예쁜 탤런트 혹은 리포터들이 음식을 더욱 게걸스럽게, 더욱 섹시하게, 더욱 희화적으로 먹으면서, 멍청한 황홀의 표정을 지으며 ‘고소하다’, ‘담백하다’, ‘깔끔하다’ 등 몇 안 되는 단어를 상습적으로 내뱉는다는 발상은, 내가 보기에 너무도 뻔뻔스럽고 기괴하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과정 그 자체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냥은 왁자지껄할 수 있다. 요리도 간혹 왁자지껄할 수 있다. 그러나 식사가 그래서는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정치개혁’은 가장 지겨운 말 중 하나로 굳어진 듯 하다. 그렇다는 것은, 말의 낭비가 너무 심했다는 얘기다. ‘행정’은 혹시 현재를 잘 관리하는 행위일지 몰라도 정치란 엄연히 미래를 향한 개혁의 청사진을 내는 일이고, 청사진들이 서로 모여 실현가능성과 정당성을 경쟁하는 장이므로, ‘정치개혁’이란 말 자체가 낭비였는지 모른다. 내용 없는 공방만이 너무 오래 지루하게 이어지고, 언론은 언론대로 나태하게 그 공방과, 공방에 대한 내용 없는 비판으로 기사 지면을 채우고 광고지면을 챙겼다. ‘정치개편’이란 말의 운명은 좀더 비참할 것 같다. 대선 때까지 지리하게 이어질 것이 미리 예감되는 까닭이다. ‘정계’와 ‘개편’의 관계는 ‘정치’와 ‘개혁’의 그것과 비슷하다. 즉 거의 동의어다. 정계란 언제나 더 좋은 청사진을 만들기 위한 정계고 개편인 것이다. 만나자는 자 셋, 만나겠다는 자 셋, 만나지 말라는 자 셋의 개편 (내용이 아니라) 방법이 각각 다르니 벌써 27갈래가 진다. 이런 생태가 대선까지 이어지고 차기를 위해 출마할 자, 차차기를 위해 출마할 자, 그리고 가문과 종파를 위해 출마할 자의 흑심까지 작용할 것이라는 소문이니 나는 정계개편은 고사하고 피선거권 개편을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대통령 피선거권을 이를 테면 2회 이내로 제한, 기필코 되겠다는 확신을 가진 자에게 재수의 기회를 주는 한편, 차차기 운운들은 정치 저축의 기간을 갖게 하자는 것.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했으면 오늘날 절약과 저축은 한물 간 용어일 밖에 없다. 두 단어가 60~70년대 누렸던, ‘근대화’와 맞먹는 권위를 젊은 세대 대부분은 상상하기 힘들고 근대화 세대 대부분도 기억이 어렴풋할 것이다. 다만, 올해 저축의 날 행사가 40년 전 초창기에 비해 턱없이 소박했다는 보도를 보고 음식과 정치의 절약과 저축을 상념한 것인데 말이 길어졌을 뿐이다.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1-02
- <박영규 칼럼>변하는 문안, 변해야 할 문안(2006.11.01) 변하는 문안, 변해야 할 문안 박영규 전차가 덜커덕거리며 도심을 달리던 그 때만 해도 서울 시내를 문안이라고 불렀다. 문안은 숭례문(남대문)과 흥인문(동대문) 등 4대문 안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궁궐과 6조가, 일제 때는 조선총독부가 자리한 곳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회의사당이 시청 옆에서 여의도로 옮기기 전까지 입법, 사법, 행정 3부 모두가 여기에 있었다. 증권을 비롯한 금융이나 유통의 중심지도 이곳이었다. 평준화와 함께 흩어진 공사립 명문고가 집합한 곳이기도 했다. 문안의 중심 세종로는 4.19 혁명의 불을 지핀 곳이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 쿠데타의 거점이 기도 했다. 군부독재를 없애고 문민정부를 낳게 한 곳도 여기다. 온 국민을 열광케 한 월드컵 열기도 2002년 여기에서 피어났다. 그야말로 세종로는 열기의 산실이다. 지금도 세종로 일대에서는 늘 시위와 행사가 그치지 않는다. 풍수지리적으로 세종로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세월의 흐름만큼 문안의 겉모습도 변했다. 최근 수십년동안 종로, 을지로, 명동 일대에 즐비하던 고풍의 석조 및 적벽돌 건물이 초현대식 고층 건물로 바뀌었다. 복개됐던 청계천과 고가도로도 뜯겨져 예대로는 아니지만 물이 흐르는 개천으로 살아났다. 허름한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인사동 거리도 활기 넘치는 관광지로 변했다. 북악의 기운을 가로막던 총독부 건물이 헐리고 경복궁이 본래 모습을 찾고 있다. 학교터로 바뀌었던 경희궁도 복원되고 숭례문도 시민들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문안은 바야흐로 옛 모습과 새 모습이 공존하는 역사적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역사의 향기가 배어 있는 문안을 쾌적한 관광지로 만드는 일은 서울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문안의 흉물 청계고가도로는 사라졌다. 남은 흉물은 종묘에서 청계천을 지나 퇴계로로 이어지는 칙칙한 회색빛 상가건물 벨트다. 그러나 이것도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색벨트 청사진이 계획대로 진척되면 문안은 그야말로 생태적 문화 도심으로 부활할 것이다 그런데 쾌적한 문안을 위해 해결할 과제가 더 있다. 시위문화 개선이다. 문안에서는 갖가지 시위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시위 목적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반독재 투쟁이나 악덕 고용주 고발 시위가 주종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장개방, 환경, 교육, 파병, 안보 문제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구하는 시위 등 종류와 폭이 다양해졌다. 시위 형태도 촛불시위, 일인시위, 삼보일배, 퍼포먼스를 이용한 시위 등 비폭력적 시위가 늘었다. 격렬한 시위로 시위대나 전경이 부상을 입는 경우도 가끔 빚어진다. 비폭력이기는 하나 시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시위도 잦다. 집회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집회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4대문 안에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량이 많다. 그에 비해 도로율이 낮고 도로폭도 좁아 평상시도 정체가 심한 곳이 많다. 이런 데서 도로를 차지해 시위를 하면 극심한 교통정체가 생기게 된다. 특히 퇴근시간 등 통행량이 많을 때의 시위는 시민의 짜증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시위는 다중의 지지를 받기 위한 행사다. 그러나 시민을 불편하게 하면 명분이 옳다한 들 호응을 받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니 시민을 짜증나게 하는 시위는 현명하지 못할 것이다. 교통을 막지 않고 상인의 장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위는 없는지.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눈길도 끄는 시위 형태를 생각해 볼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광화문 앞 공원에 눈에 거슬리는 비닐하우스 막사 몇 채가 등장했다. 늘 현수막이 걸려 있고 농성자들은 거기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한다. 동절기에는 난로도 피운다. 막사 건너 경복궁에는 매일 외국인 관광객 수천 명이 방문한다.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지 걱정스럽다. 아니 그보다는 서울 도심 한복판 공원에 막사를 치고 상주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용인하고 단속하지 않는 당국의 처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도시의 모습을 해치는 이런 시위 문화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또 비상대기라는 명분아래 버스정류장이건 어디든 아무 차선이나 점유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시민에 불편을 주는 시위진압 차량들도 거리에서 자취를 감춰야 옳을 듯 하다. 대한민국 서울 문안을 역사의 거리, 문화관광의 거리, 시민의 거리로 되살려야 하지 않겠는가.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1-01
- 미국의 대북압박, 다음 수순은 NPT 등 다자체제에 만족 못해 … 소금·의료품 등 전방위 무역제재 추진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던 미국이 오히려 강력한 전방위 ‘압박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은 외교를 통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니라 추가 핵개발을 막고 북한 핵물질의 해외이전을 차단하는 것을 정책 1순위로 잡고 있는 상태다. 10월 9일 핵 실험 후 미국은 북한 핵물질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한 훈련과 국제체제를 갖추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오른쪽 표 참조). 과거 미국의 독자행동이 국제법적 논란을 일으켰던 점에 착안, 주변국 참여도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 한국이 남북해운합의서로 북한 선박 검색수단이 충분하다는데도 줄기차게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잇따라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는 것도 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유엔 결의안은 국제법과 같은 권능을 갖기 때문에 강도높은 결의안이 채택될 수록 미국이 추진중인 대북제재 수단의 법적 결함을 줄여갈 수 있다. 개성·금강산사업은 국제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뿐더러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같은 인물이 ‘중단 검토해야’ 운운하는 것은 내정간섭 혐의도 짙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 결의안 1718호(대량살상무기 제조에 도움되는 자금원 차단 요구) 채택을 계기로 국제법적 논란을 불식·희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한국 정부에 개성·금강산 사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기존 비확산협정, 다자 수출통제체제 등 국제 비확산체제가 강제력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회원국을 핵국과 비핵국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갈등 요소를 안고 있으며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이미 핵을 보유한 인도, 파키스탄이나 가입한 상태로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 등의 문제로 체제의 존립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북한은 NPT에서 탈퇴를 선언했으나 탈퇴처리는 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핵실험을 ‘성공리’에 강행해버렸다.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합법적이지만 무기력한’ 다자안보체제만 쳐다보며 허송세월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절박한 사정에 와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지금 미국으로서는 이미 무력화된 NPT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30~31일 모로코에서 미국 주도로 실시되는 ‘핵테러방지구상’ 역시 불구상태에 빠져 있는 NPT 체제를 미국식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의 하나로 읽힌다. 미국은 이 ‘방지구상’에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핵시설에 대한 테러와 핵물질의 해외이전 차단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모색키로 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미국은 다자간수출통제체제를 통한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입 억제를 통해 대북조치 흐름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략물자라고도 불리는 이중용도 품목은 무기 또는 무기 제조에 이용가능한 민수용물품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가입해 있는 다자수출통제체제(핵공급국그룹, 호주그룹,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바세나르협정) 모두에서 이중용도 설비·기술의 이전을 통제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을 일단 통제하고 조건부로 허가하는 ‘캐치-올’ 제도도 시행중이다. 문제는 이중용도 품목에 해당될 수 있는 품목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산자부 전략물자수출입통제시스템에 따르면 소금에서부터 시멘트, 의료용품, 세제, 플라스틱과 양탄자, 시계와 악기, 완구 등 거의 모든 물품이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다. 사실상의 전면 대북 무역제재가 가능한 것이다. 스위스 같은 경우 이미 지난 25일부터 이 같은 미국 입장을 고려, 민간용으로 쓰이던 공작기계의 대북 수출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어느 선까지 확대될 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의 PSI 확대참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담당차관이 내달초 일본, 중국, 홍콩을 순방하기로 함에 따라 그 결과에도 관련국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