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검색결과 총 4,713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신문로 칼럼>올 해의 결어 - ‘반동의 실패’(유승삼 2004.12.20) 올 해의 결어 - ‘반동의 실패’ 유 승 삼 언론인 언론이 한 해를 결산하면서 거의 빼 놓지 않고 쓰는 수식어가 ‘격동’과 ‘다사다난’이다. 너무 보고 들어서 신물이 절로 나긴 한다. 그러나 그건 언론의 무능이나 타성 때문은 아니다. 해방이후 어느 한 해 ‘격동’과 ‘다사다난’에서 예외인 해가 있었던가. 한 해 한 해가 격동과 다사다난의 시간이었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들이 고통과 슬픔의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불만족스런 현실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강렬한 의지와 희망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격동과 다사다난이 때로 외국인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없이 ‘격동’과 ‘다사다난’의 한 해였다. 올 한 해의 변화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반동의 실패’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와 사회변화에 둔감한 야당 연초의 탄핵정국과 연말의 이철우 의원 파동이 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야당은 대통령의 탄핵을 결의하면서 그것이 총선 패배로 이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만큼 그들의 의식은 낡았고 시대와 사회 변화에 둔감했다. 영남의 지역감정만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거점조차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동의 명백한 실패였다.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기보다 ‘변화’와 ‘새로움’을 지지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이고 반사이익을 본 여권조차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것이 야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근본 원인이고 총선에 승리하고도 여권의 인기가 바닥인 원인이다. 이철우 의원 파동은 야당이 아직도 낡은 의식에 사로잡혀 시대의 요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야당은 ‘색깔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한번 참담한 좌절이었다. 지난 13일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인 50대 이상 연령층에서조차 ‘적절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57.7%로 ‘적절했다’는 의견 (28.8%)의 두 배였다. 텃밭이라는 영남에서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견해가 그 반대 의견보다도 거의 두 배나 많았다.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 주장을 ‘고문 조작’이라고 보는 견해도 ‘가입’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의 두 배였다. 그들의 정신적 교과서인 조선일보의 조사여서 야당은 지난날처럼 ‘조사가 조작되었다’는 주장도 할 수 없었다. 또 한번 ‘반동의 실패’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 안간힘을 다한 두 번의 반동은 꼭 소련의 고르바초프 집권 말기에, 개방과 개혁의 흐름에 위기감을 느낀 소련 군부와 KGB가 일으켰던 실패한 쿠데타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야당은 물론 대통령과 여당도 국민의 바램과 시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색깔론’이 여전히 먹힐 줄 아는 낡은 의식의 한나라당에게조차 인기가 뒤지고 있는 상태이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30% 이하의 바닥 수준이다. 따라서 새 해의 과제는 당연히 우리 정치가 이 국민의 바램과 시대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해 줄 것이냐 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새로운 현실에 대한 갈망을 낳고, 그 갈망의 실현 수단으로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여론조사 때마다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는 낮지만 개혁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높은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17일 국회에서 특강을 한 남덕우씨와 변형윤씨가 국민의 바람을 한 쪽 씩 대변해주었다. 성장론자와 분배론자가 나란히 국회에서 자기주장을 펴는 광경 자체도 의미 있고 상징적인 것이었다. 새로운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느린 속도지만 시대는 조금씩 조금 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부 사람에게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좌경화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중도 우와 중도 좌가 중심이 되는 정상 사회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우편향되어 있었기에 정상화가 좌경화로 인식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5일 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는데 대해 약간 걱정하는 쪽”이라며 “유럽의 좋은 제도나 사고도 좀 많이 받아 들여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은 새로운 변화가 물질적 풍요를 포함한 삶의 풍요를 가져다주느냐 마느냐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개혁 세력은 느슨해진 개혁 의지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우선 미래의 풍요에 대한 확실한 비전만이라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아니면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반동의 실패’가 ‘반동의 성공’으로 반전될 수도 있음을 역사는 일러 주고 있다. 2004-12-19
- <경기도사람들> 성남시생활체육협의회 이순영 회장 “생활체육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해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생활체육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성남시생활체육협의회(생체협) 이순영 회장. 그는 요즘 “생활체육을 좀더 재미 있고 신나는 체육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각종 주요 경기를 축제처럼 치르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배드민턴이나 야구 축구 농구 등 38개 종목별 경기에 식전 식후 행사를 도입하는 등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성남시 생활체육이 뒤떨어져 있어서가 아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체육에 관심을 가져야 저변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또 ‘성적’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생활체육의 정신이 어떠한 이유로든 위협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테크닉이나 훈련보다는 참여와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회장은 성남시배구협회 회장 10년, 게이트볼협회 회장 3년 등 1991년 성남생체협의 탄생부터 생활체육의 저변확대를 위해 헌신해 온 ‘생활체육의 화신’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자신의 직업인 약사보다는 체육인으로 통할 때가 더 많다. “성남시 생활체육은 경기도에서 가장 활발한 편이며 수준도 높습니다. 생활체육시설이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 운동시설은 절대 부족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저변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한 사람 한 운동 갖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활체육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천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거지 인근 야산에는 가벼운 등산코스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파크골프는 게이트볼과 골프를 결합시킨 새로운 형식의 운동으로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운동이다. 이 회장은 최근 일본에서 성행하고 있는 파크골프가 곧 우리나라에서도 커다란 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 야탑동 탄천 둔치에 약 3000평의 파크골프장을 만들기로 하고 성남시와 협의를 마친 상태다. 또 시내 야산을 적극 활용해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족들과 함께 산보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여기에는 젊은이들을 위한 암벽등반대와 청소년들을 위한 야영장, 쉼터 등도 설치할 계획이다. “풋살이나 길거리농구, 인라인 등의 분야는 성장하는데 비해 배구나 국궁 등 일부 종목은 사양화하는 실정입니다. 세월이 변하면서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고 계층마다 선호하는 운동이 달라 내부에 갈등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이 회장의 꿈은 생활체육회관을 짓는 것. 농구장 펜싱장 검도장 등 모든 동호회 활동이 가능한 동호인들의 전당이야말로 생활체육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회장은 올 한해 “내분을 조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행복이란 1년의 맨마지막에 1년의 맨처음에 있었던 자기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느꼈을 때”라는 톨스토이의 명언에 비추어 볼 때도 올해는 그런대로 행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성남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2004-12-17
- “정쟁·파행·이념공방 … 달라진게 없다” 지난 9일 끝난 17대 첫 정기국회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선의원들이 대거 원내 진출함에 따라 잔뜩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16대 국회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회기중 법안 처리내용과 자체 모니터링 결과, 국회 속기록 등을 분석해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회개혁부터 압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본 역할도 방기 = 시민단체들은 17대 첫 정기국회에 대해 한결같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17대 국회는 초선의원들이 절반 이상 진출해 의정활동의 내용과 형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여러모로 달라진 게 전혀 없어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이번 정기국회는 본연의 업무조차 방기한 수준 이하의 국회였다고 시민단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참여연대가 지난 7일까지 정기국회 활동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접수된 의안은 총 1066건에 계류 의안은 936건, 처리된 의안은 130건으로 의안처리비율이 12.1%에 불과했다.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보장하고 있는 청원 건수는 111건이었지만 이중 처리된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청원 처리비율은 1.8%에 불과해 16대 국회의 10분의 1수준에 그쳤다. 8~9일 정기국회 폐기를 앞두고 또다시 몰아치기식 의안 처리가 이루어졌지만 처리법안은 전체의 3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참여연대의 분석이다. 예산안 처리 역시 오히려 예전보다도 더 부실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평가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채연하 예산감시팀 간사는 “국회 파행으로 회의조차 열지 못하던 여야가 법정 처리시한을 이틀 앞두고 예결위원회를 열어놓고는 기껏 결산소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며 “그 결과 200조원에 달하는 새해 예산안 심의기간이 단 5일에 불과해 과거보다도 못한 부실심사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은 날이 총 회기일수 144일중 38일에 달한다. 나흘에 하루꼴로 파행을 거듭한 셈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홍석인 간사는 “17대 국회 개원 초기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약속한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는 뒷말이 됐고 결과는 허송세월이었다”고 꼬집었다. ◆개혁성 오히려 퇴조 = 시민단체들은 17대 국회가 보여준 개혁성 역시 기대이하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야가 자체적으로 개혁과제까지 발표했지만 실제 처리된 법안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4대 개혁법안 처리 문제만 해도 여야가 합리적인 해법을 내놓기 보다 정쟁과 이념대립에만 골몰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비판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국가보안법 문제는 인권이나 남북관계 등 변화된 현실에 비추어 여전히 필요한지, 아니면 폐기하는게 바람직한지를 따져보면 될 일”이라며 “합리적인 검토 없이 이념대립만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 국회가 오히려 더 과거지향적으로 퇴행하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로만 그친 정치개혁, 국회개혁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경실련 정원철 정치입법팀장은 “여야가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등 12월말까지 새로운 국회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정작 국회개혁을 추진해야할 국회개혁특별위원회는 공전만 거듭했다”며 “이래 가지고서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국회 압박 나설 것 =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민단체들마다 국회개혁을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마련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의안 및 청원 처리 내용, 또 국회파행일수 등을 최종집계해 17대 첫 정기국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임시국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경실련은 법안 발의 건수와 출석률, 표결 결과 등 양적 면과 회의 발언 내용, 발의 법안 내용 등을 질적인 면을 종합해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한 활동평가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초 국회개혁 토론회 등을 개최해 여론을 모아간다는 계획이다. 또 국회 스스로 개혁을 미루고 있는 만큼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범국민정치개혁위원회 등을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2004-12-13
- <생생브리핑>노 대통령 국제문제협의회 연설전문 생생브리핑은 현장에서 나오는 원자료를 원문 그대로 싣습니다. 가능한 전문을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지면부족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내용의 흐름을 손상하지 않는 부분을 중략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 모임에 저를 초청해줘서 대단히 감사하다. 저는 여러분과 점심을 먹는 동안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 느껴, 특히 양쪽에서 아름다운 여성 두 분이 재밌는 얘기 해줘서 오랜만에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여러분의 따뜻한 박수 정말 감사하다. 로스앤젤레스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사는 친숙한 도시이다. 이곳에서 미 서부지역 각계를 대표하는 여러분을 만나게 돼서 매우 기쁘다. 여러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핵문제와 한미동맹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한미동맹관계는 지난 1년 반 동안 순조롭게 모든 게 잘 진행되고 있으므로 특별히 시간 내서 말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모두가 걱정하는 북핵문제에 대해 저의 의견을 솔직히 말하고 싶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북한 핵 보유를 결코 용납 못한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리고 북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6자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단호한 결단 내려야한다. 이건 오랫동안 우리가 함께 주장해온 것이다. 그러나 한편 북한이 이런 결단하도록 하기 위해선 우리도 몇 가지 문제를 해소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 참가국가들, 또 한국과 미국 안에서 북핵을 둘러싼 몇 가지 의문과 서로 다른 견해들이 존재한다. 이건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상당히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과연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건가, 북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올 의지가 있는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가치와 가능성은 있는가, 만일 북한이 약속을 한다면 그 약속은 지켜질 것인가 이런 의문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저와 우리 정부의 견해를 여러분께 솔직히 말하고자 한다. 북은 핵무기를 반드시 포기할 것이다. 북이 경제 발전하기 위해선 6자회담 당사국과 나아가 전 세계의 도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한국의 도움 없이는 최소한의 생존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모든 나라가 북의 핵무기 보유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끝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 등 서방세계는 물론 한·중·러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북은 개혁과 개방 원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제 대답은 “그렇다”이다. 여러 곳에서 북의 개혁과 개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상당한 수준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와 있다. 그리고 남북 간 교류협력도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개혁과 개방은 내부적으로 불안과 동요를 가져오고 그것이 빠르게 진행되면 체제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외부의 위협에 대해서 강한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라기보다는 변화를 수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일 것이다. 과연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북한은 스스로도 핵무기로는 어떤 공격적 행위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또 그걸 통해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고 스스로의 파멸의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거나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는 의혹은 충분하다. 그리고 미사일과 그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많은 국가들의 우려를 살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한 일이 없다. 지금도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근거가 없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경우 북한의 말은 믿기 어려운 게 많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한 합리성이 있는 주장이라는(말을 잠깐 쉼)…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북한의 주장은 상당히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에 관해서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 내가 처음 원고에 준비했던 표현이 있는데 우리 비서들이 그 표현이 민감하다고 해서 말을 고쳤다. 그래서 지금 고쳐진 원고를 보고 처음 했던 표현 다시 찾으려 노력중인데 그 단어는 합리적이란 표현이 아니다. 합리적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말했던 그 표현을 다시 찾아서 말하겠다. (웃음)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우리 참모들이 매우 고심하고 있다. 내 기억에는 내가 처음 적어준 표현은 이런 것 같다. 일반적으로 북의 주장은 상당히 믿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북의 주장은 여러 상황에 비추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이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이와 같은 문제의 표현에 있어서 한국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북이 혹시 어느 측면에서나 북을 합리적이라 표현하는 걸 미국 사람이 매우 좋아하지 않으므로 합리적이란 말을 피하면서도 사실과 상황에 부합한다는 뜻을 전달하려면 이렇게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한참을 헤맸지만 요컨대 결론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가 반드시 누구를 공격하려 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북한이 무력공격을 받거나 외부의 영향력으로 체제가 위기에 처하고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안전이 보장되고 개혁과 개방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핵무기는 포기할 것이다. 결국 북핵 문제는 북에게 안정을 보장하고 개혁 개방을 통해서 지금의 곤경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냐, 아니냐의 결단에 달려있다. 그 밖의 여러 협상의 조건은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판단할 문제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앞서도 얘기했지만 북한이 개혁 개방할 의사가 있느냐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시장경제가 발전하고 인권이 개선되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길로 나올 수만 있다면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냉정과 대결의 70년대 초에도 미국은 중국과 적극 대화에 나서서 수교에까지 이른 바가 있다. 끝으로, 북한은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가졌다는 강력한 의혹이 있으므로 불신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고 안하고는 결국 신뢰의 문제이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오랜 세월 적대적 관계 속에서 불신이 쌓여왔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성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 통해 신뢰가 쌓이고 체제 유지와 더 나은 삶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선뜻 북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믿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고 대화하지 않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다른 어떤 수단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의 틀이 만들어지기 전에 일부에서 북에 대한 무력행사가 거론된 적도 있다. 한국국민들은 무력행사 얘기하면 전쟁을 먼저 떠올린다. 한국 국민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경험한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미국 국민의 정서와는 아주 다를 수 있다. 한국전쟁의 고통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잿더미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무력행사는 협상전략으로서의 유용성도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미국은 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존중해줄 것으로 2004-11-14
- 양심불량 뺑소니 차량 ‘꼼짝마’ ‘뺑소니 사고 검거의 달인’ 영등포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이수일(46·사진) 경사의 이름 뒤에는 항상 이런 별칭이 따라 붙는다. 이유가 있다. 81년 경찰에 입문해 20여년을 근무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 조사 경력만 10년째다. 한 분야만 10년이다. 강력반 형사들은 많지만 교통사고 조사에 이렇게 오랜 경력을 갖춘 사람은 보기 드물다. 그야말로 베테랑이라 불릴만하다. 특히 뺑소니 차량 검거에 있어 이 경사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깨진 유리조각 하나로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뺑소니 검거다. 뺑소니는 음주나 무면허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추적이 쉽지 않다. 사고현장의 작은 단서와 주변 목격자들의 부정확한 증언을 토대로 퍼즐 맞추듯 범인을 추적해 가는 것이다. 한 사건 해결에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에 떨어진 단 1cm 짜리 부품도 귀중한 단서가 된다. 철저한 현장중심의 수사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94년 발생한 한 사망사건의 경우 6개월 동안 추적을 한 경우도 있다. 엘란트라 승용차의 백미러 하나와 목격자들이 진술한 차량번호 3자리가 유일한 증거였다. 이른 재조합하고 사건현장을 재구성하면서 범인의 윤곽을 잡아냈다. 나중에 범인을 확인 했지만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탄광촌에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명절 때 고향방문을 하러 온 범인을 검거했다. 이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성과가 보였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에서 검거율 1위를 기록했고, 올해도 100% 검거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 경사가 뺑소니와 개인적인 악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누구나 사고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피해자를 버리고 달아나는 것은 정말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명쾌하다. 그는 뺑소니 목격자들에게도 당부를 아끼지 않는다. 추격한다고 뒤쫓는 것은 제2, 제3의 사고를 부를 수 있기에 금물이라고 한다. 차량번호가 매우 중요하므로 외우지 말고 반드시 메모를 해야 한다. 그 뒤에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목격담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게 가장 안타까운 일은 이 분야의 교체가 잦다는 것이다. 그는 “교통사고 조사 분야에도 경륜이 필요하다”면서 “사건현장만 보고도 사건윤곽을 그릴 만큼 오랜 노하우를 쌓은 베테랑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4-11-12
- <밥일꿈>여의도 구두닦이 아저씨이(이지영 2004.12.02) 여의도 구두닦이 아저씨 이 지 영 대우증권 근무 입사한지 올해로 벌써 2년이 된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었다. 신입교육을 받으며 설레임 반 기대반으로 홍보실로 배치를 받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신임사원의 모습을 탈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신입사원 때 극도의 긴장감으로 새벽 일찍 출근을 서두를 당시 나와 함께 새벽을 여는 구둣방 아저씨가 계셨다. 1평 남짓한 공간의 조그마한 가게 문을 힘차게 여시던 50대 중반의 아저씨. 누가 보더라도 인상좋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긴장감이 감도는 회사 생활 속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입사하기전엔 이상이 없었던 구두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저씨와의 첫 대면을 이끌어 준 계기가 되었다. 아저씨는 굽이 망가진 구두와 겉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시면서 신입사원 아니냐고 대화의 첫 운을 떼시더니 평소 걸음걸이 습관과 사용한 기간까지 정확하게 맞추셨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저씨는 구두굽과 가죽상태만 봐도 아신다며 멋쩍게 웃으셨다.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다됐다는 아저씨. 여의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예전의 활동감 넘치던 회사원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또한 단골 고객들 중에 회사를 옮긴 분들이 많다고 했다. 또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회사를 옮긴 분들 중 상당수가 새로운 직장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셨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천대 아닌 천대를 받는 구두닦이에 불과하지만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다며 작업할 때 쓰시던 용구들과 구두약통을 볼 때마다 지나간 세월에 켜켜히 묻힌 추억들이 떠오르신단다. 처음 개업할 때의 설레임은 대기업 CEO 못지않은 기분이었다는 아저씨는 구두를 맡기는 손님 모두가 소중한 고객이고 작은 사업장을 번창하게끔 도와준 은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은인들이 경제난 탓에 풀죽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시다는 아저씨는 손님들의 구두를 말끔히 솔질하여 최고의 광택을 내주는 것, 그래서 그 광택을 보고 손님들이 조금이나마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 자신은 과연 나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생활하고 있는지. 그냥 피동적인 자세로 하루이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상사를 아무런 흥미와 감동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구두닦이 아저씨의 굵은 손마디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반문해본다. 2004-12-02
- <밥일꿈>여의도 구두닦이 아저씨(이지영 2004.12.02) 여의도 구두닦이 아저씨 대우증권 이지영 사원 입사한지 올해로 벌써 2년이 된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었다. 신입교육을 받으며 설레임 반 기대반으로 홍보실로 배치를 받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신임사원의 모습을 탈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신입사원 때 극도의 긴장감으로 새벽 일찍 출근을 서두를 당시 나와 함께 새벽을 여는 구둣방 아저씨가 계셨다. 1평 남짓한 공간의 조그마한 가게 문을 힘차게 여시던 50대 중반의 아저씨. 누가 보더라도 인상좋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긴장감이 감도는 회사 생활 속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입사하기전엔 이상이 없었던 구두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저씨와의 첫 대면을 이끌어 준 계기가 되었다. 아저씨는 굽이 망가진 구두와 겉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시면서 신입사원 아니냐고 대화의 첫 운을 떼시더니 평소 걸음걸이 습관과 사용한 기간까지 정확하게 맞추셨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저씨는 구두굽과 가죽상태만 봐도 아신다며 멋쩍게 웃으셨다. 이 일을 시작한지 벌서 20년이 다됐다는 아저씨. 여의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예전의 활동감 넘치던 회사원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또한 단골 고객들 중에 회사를 옮긴 분들이 많다고 했다. 또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회사를 옮긴 분들 중 상당수가 새로운 직장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셨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천대 아닌 천대를 받는 구두닦이에 불과하지만,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다며 작업할 때 쓰시던 용구들과 구두약통을 볼 때 마다 지나간 세월에 켜켜히 묻힌 추억들이 떠오르신단다. 처음 개업할 때의 설레임은 대기업 CEO 못지않은 기분이었다는 아저씨는 구두를 맡기는 손님 모두가 소중한 고객이고 작은 사업장을 번창하게끔 도와준 은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은인들이 경제난 탓에 풀죽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시다는 아저씨는 손님들의 구두를 말끔히 솔질하여 최고의 광택을 내주는 것 그래서 그 광택을 보고 손님들이 조금이나마 상쾌한 기분을 느낄수있도록 해주는게 자신이 할수있는 유일한 일이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 자신은 과연 나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생활하고 있는지. 그냥 피동적인 자세로 하루 이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상사를 아무런 흥미와 감동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구두닦이 아저씨의 굵은 손마디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반문해본다. 2004-12-02
- <미즈엔 뷰>때로, 사랑은 무작정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잠시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어. 당신과 함께 있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 사랑에 빠져서 이렇게 사는 것이 좋아. 내가 찾아낸 이 사랑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네. 당신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잊을 수가 없어. 당신의 마음속에 나를 위한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 저기 저 꽃은 당신을 위해 심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언젠가 당신에게 내 마음을 주었을 때에…” 이라는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속에는 많은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넘고, 심지어는 여든을 훨씬 넘어선 이까지. 그 중, 천재적인 기타리스트이며 보컬을 맡은 멋쟁이 노신사, 꼼빠이 세군도를 기억할 것이다. 낮에는 이발사, 밤에는 클럽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다가 여든이 넘어서 첫 음반을 낸 노신사. 그가 최근에 스페인에서 공연한 것을 보게 되었다. 스페인 여가수 마르띠리오와 함께 부른 노래의 가사이다. 노랫말이야 흔하디흔한 사랑타령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슴 한 편이 뜨거워지는 것은 사랑을 노래하는 아흔 노인, 꼼빠이 세군도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당장이라도 한 여인에게 무릎을 굽히고 꽃다발을 건네며 절절히 사랑을 토로할 것 같은 요동침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저도 모르게 탄식처럼 내뱉을 것이다. ‘아니, 저 나이에 어떻게…’ 우리들이 지겹도록 듣고 무심히 내뱉는 이야기들 중 하나가 ‘이 나이에 무슨…’이다. 이 나이에 무슨 사랑이냐? 이 나이에 무슨 유쾌 상쾌 통쾌한 일이냐? 이 나이에 무슨 감정이냐? 이 나이에 무슨 계획이냐? 이 나이에 무슨 좋은 일을 보겠냐? 등등…. 우리들은 타고난 겁쟁이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일찍 인생의 쓴맛 짠맛 신맛 떫은맛 다 맛보아서, 이미 삶을 관조하는 경지에 올라서서인지… 그 말 한마디에 웬만한 꿈이나 건전한 욕망, 소박한 바람마저 휘익 등 뒤로 던져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시간도 세월도 잘도 간다. 어느새 12월이며, 2004년은 바삐 짐을 챙기고 있다. 저만치서 2005년의 앞자락이 흘깃흘깃 보이면, 우리는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세수를 하면서, 버스 속에서 흔들리면서, 대형할인점의 카터를 남편(아내) 뒤에서 영차영차 밀면서, 그리고 꿈속에서 주절댄다. ‘벌써 올해가 다 가네…’ 번잡스럽게 세월이 지나가는 그 앞에 더 재빠르게 시간을 통과하는 제 추레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란다. 내가 벌써 저렇게 됐단 말인가? 그동안 내가 뭘 했다고? 손에 잡힌 건 하나도 없는데? 이제는 잡을 것도, 잡을 만한 힘도 없는데? 하지만 이럴 때에 꼼빠이 세군도가 옆에 있다면 ‘이 나이에 무슨…’ 하며 무기력하게 살던 사람이 그에게 물을 것이다.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라도?’ 꼼빠이 세군도는 남자를 보며 시원스레 웃음을 터뜨린 다음 이렇게 말해줄 지도 모른다. “사랑하시오.” “뭘요?” “다! 전부! 모두! 몽땅! 당신의 그 낡은 구두를. 당신의 가족을. 당신의 이 구겨진 와이셔츠를. 당신의 머리 위에 한결같이 있는 하늘과 구름을. 당신의 뭉툭한 열 손가락을. 당신의 밥상을. 당신의 지하철을. 당신의 술을. 당신의 쌍꺼풀 없는 두 눈을. 당신의 신용카드를. 당신의 양말을. 당신의 앞집 수퍼마켓을. 당신을 피해 다니는 누렁 강아지를…” 사랑은 위대하지만, 거대한 것을 제물로 원하지 않는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완전무구한 상대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설탕덩어리는 아니다. 사랑은 영원하지만, 순간순간의 진정성을 더 소중히 여긴다. 사랑은 늙지 않지만, 담보 잡은 세월의 무게만큼 진지하다. 2004-12-01
- [한국기업 해외시장 진출기] 그리스-터키편 ⑤ 이스탄불의 현대차 판매상(딜러)들, 그들은 단지 외국차를 파는 데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훌륭한 판매상들은 소비자의 반응을 일일이 검토하여 생산업체에 주지시키고, 때로는 여러 가지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현대차의 장단점과 문제점, 그리고 미래를 듣는다. /편집자주 ◆괴뉼 외즈겐 (현대아산 우카르딜러사 부사장) - 현대차 딜러가 된 배경은 규나이든(아침 인사). 현대자동차 딜러를 맡은 건 98년 무렵이다. 그 전에 중고차 판매도 했고 아마도 이름 있는 외국계 딜러사 대부분은 거친 것 같다. 터키에서 자동차 팔아서 먹고살기가 쉽지 않아 늘 고민했다. 98년도에 작정하고 다른 딜러들과 시장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현대차는 공장 생산을 한 지 1년 남짓 됐는데, 그전부터 꽤 많은 수입차가 들어온 걸로 안다. 차종이 다양하며 우리나라에 다섯 번째로 외국인회사 생산 공장도 세웠고, 그리고 키바그룹 이미지도 좋았다. 고민 끝에 다니던 자동차회사를 그만두고 여기 왔다. - 그 선택이 성공적이었나. 처음에는 무척 고전했다. 이전한 첫해 현대차가 3만7000대 팔렸는데, 다음 해는 1만7000대로 내려앉았다. 비록 이즈미트 지진(1999년 8월 발생하여 수 만명의 인명피해를 냄)이나 IMF가 권고한 긴축재정 탓도 있겠지만, 새로 진출한 현대차에게는 타격이 컸을 것이다. 당시 나도 전망을 세우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뻔 했으니까. 하지만 현대차는 이제 막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가격 메리트가 컸다. 무엇보다 나 개인적으로는 중고차 판매를 하면서 확보해 온 고객들과 현대차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용기를 냈다. 그러다 현대차 측에서 한국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2000년에 울산을 방문했다. 당시 한국도 우리처럼 IMF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울산 공장은 활기가 넘치며 기술과 마케팅 등 여러 면에서 대단히 안정된 기반을 가진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방문이 내 고민을 거의 없애주었다. 행운인지 몰라도 그해 현대차 판매도 곧장 회복되었고, 그 뒤 2002년 한해를 빼면 지금까지 판매 실적이 내가 일했던 다른 어느 회사보다 좋았던 것 같다. - 현대차 직원들이 ‘판매 왕’이라고들 부르는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자동차를 권할 때의 마음가짐이다. 자동차를 팔 때 차에 대한 믿음도 함께 파는 것이다. 소비자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동차라면 권해서도 안 되고, 자동차를 판다면 함께 따라간 ''믿음''에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 개개인마다 어떤 차가 가장 알맞은지 판단해보고, 일단 확신이 서면 물러서지 않고 설득하려 했다. 그게 아마 오랜 세월 자동차를 다루면서 내가 터득한 가장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고객에게 어울리는 차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고객이 들어오면 먼저 그를 안심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생활수준, 지불능력, 선호하는 차종, 용도와 지역 등을 알아내고 그들을 종합해서 하나의 차를 떠올린다. 대개는 내가 생각해낸 차를 그 고객이 좋아한다. 내가 생각해도 거의 심리상담사가 되어 가는 것 같다(웃음). - 현대차 관계자들은 터키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점에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 전에는 부분적으로 그랬지만, 앞으로 몇 년 간은 그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IMF 사태 같은 것은 터키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 번 쯤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는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경제발전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무엇보다 빠른 시간 안에 잘 사는 데는 대가가 필요함을 깨달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년에 화폐개혁이 예정되어 있어 약간의 혼란은 있겠지만 이미 터키인들은 그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즉 우리 조상들이 가르친 대로 여유와 인내를 가지고 현재의 생활을 즐기며 더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2001년의 긴축재정으로 경제가 휘청하자 현대아산 공장에서 대규모 감원이 있었는데, 당시 터키인 직원들 누구도 현대차를 비난하지 않았다. 나는 한 해고자에게서 "그들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말을 들었다. 현대인들의 그런 자세는 점점 터키인들 사이에 퍼져 나갔고, 이는 고객들이 현대차를 선택하는 데 의미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피라트 샤힌 (현대아산 투즐라딜러사 사장) - 자신을 소개해 달라. 이이 균레르(점심 인사). 나는 차를 좋아해서 딜러가 됐는데, 개인적으로 현대차가 마음에 들어 방향을 전환한 경우다. 지금도 싼타페를 타고 다닌다. 우리 집은 6남매인데 어쩌다보니 나와 남동생 모두 현대차 딜러가 됐다. - 현대차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드나 일단 공장이 여기 있어 좋다. 그리고 수입 모델이 다양하고 가격이 유럽차에 비해 경제적이다. 최근 들어 다목적차량이 인기를 끄는 중인데, 나는 현대차가 가족들이 타고 다니기에 최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품질이라는 생각이다. 품질이 이 나라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유럽과 달리 리콜제가 없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일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고자 작정한다면 소비자들이 크게 당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품질관리는 고객들이 신뢰를 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터키 소비자의 반응은. 처음에 아마 현대차는 싸게 파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동급 차량 중 가장 싼 차, 이런 인상이 컸다. 무턱대고 싸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하나는 소비자들이 저가의 소형차만 찾지 고가의 중상급 차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로 터키인들의 소득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본 결과가 된다. 터키는 GDP가 그리 높지 않은 나라지만 개인들은 생필품이 싸고 빚도 없어 생활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자기 취향에 맞는 차를 타려 하는데, 당시 현대차는 다양한 차종을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읽지 못했다. 최근 1-2년 사이 그러한 인식이 크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대차가 마케팅의 초점을 가격에서 품질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고, 실제로 동급 차량에 비해 현대차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이다. - 유럽차를 뛰어넘으려면 많은 과제가 있을 텐데. 최근 현대차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면에서 여전히 유럽을 따라가는 입장이다. 내가 보기에 적어도 2-3년은 뒤쳐져 있다. 소비자들이 차를 선택하는 데 외부 디자인 뿐 아니라 내장재나 편의사양, 내부 디자인 등이 하나같이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것들을 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몇 년 된 모델을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계속 파는 것은 문제가 된다. - 현대아산의 50:50 합작 방식에 대해서는. 방식보다 누구와 합작하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현대차가 키바그룹과 손잡은 것은 행운이다. 키바그룹은 자수성가해서 대기업으로 컸고, 다른 한편 병원을 지어 지역에 희사하는 등 사회사업에도 앞장서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정부 관계를 풀어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받는 일도 키바그룹이 담당한다. 그래서 회사나 고객들에게 대정부 민원이 발생하면 다른 업체에 비해 훨씬 매끄럽게 처리된다. 이 때문에 터키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일본차들보다 훨씬 우호적으로 생각한다(일본의 혼다와 도요타가 100% 단독 진출한 사실을 말함). -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게 제안한다면 터키는 7000만명의 인구를 지녔고 점차 소비도 살아나고 있어 2004-09-24
- [현장칼럼]밑으로부터의 변화, 우리의 몫이다. 지난 2월 4일, 산업평화를 위한 새로운 선언이 국가공단의 중심지인 구미에서 일어났다. 공단의 노동계 대표와 경영자 대표가 시민들 앞에서 산업평화를 선언한 일대 사건이었다. 처음이고 긴장된 일이기도 했다. 더욱 감동스러웠던 점은 이러한 결과가 정부나 중앙의 힘을 빌리지 않은 우리 구미 스스로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오랜 세월 동안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견디기 힘든 고통의 과정을 거쳤고, 서로 다른 주장으로 많은 희생의 대가를 지불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거리로 뛰쳐나오고 회사는 회사대로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고, 시원한 대답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수 차례 계속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저승사자 같은 IMF는 예외 없이 우리 구미를 강타했다. 실직자가 된 가장이 거리를 배회하고, 가까운 이웃의 가게가 문을 닫고, 많은 사람들이 생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그런 절박한 상황을 말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누구의 책임을 탓하기 전에 모두들 불안해했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애타는 절규 속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었다. 오늘의 현실이 우리 것이기 때문에 그러했다. 이런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 결과가 일터를 지키기 위한 산업평화선언으로 이어졌다. 지방의 문제는 지방의 힘으로 먼저 풀어야 하고, 노사문제 또한 우리가 풀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이었다. 우리는 유교적 전통과 절대군주 하에서 왕권시대를 거쳐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지방자치제 또한 오랜 중앙집권제의 영향으로 선진국과 같은 양질의 토양을 갖지 못했고, 지방자치 출범 또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밑으로부터의 간절한 소망을 다지고 다져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에 의한 위로부터의 선택이었다. 현실은 그러했다. 절차와 과정에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분권과 분산의 지방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어 무척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풀뿌리 지방자치는,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그래서 내가 뽑은 대표를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생활정치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장치가 있음에도 지방에서는 자꾸만 중앙을 바라보고, 막연하게나마 기대하는 마음이 지배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모두들 한결같이 지방에는 사람이 없고, 돈도 없으며, 권한도 부족하다고 한다. 또한 우리의 문제를 지방차원에서 선택하고 결정하기에는 능력과 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혹자는 성공한 지방자치는 중앙과 지방의 끝없는 투쟁의 역사라고도 한다. 그럼 지금 이러한 자치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척박한 땅에서도 꽃은 피는 법이다. 이제는 가장 지방다워져야 한다고 본다. 중앙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지만 지방도 바뀌어야 한다. 변화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방과 지방, 지방과 중앙이 경쟁해야 한다. 국제경쟁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중앙정부만 기다리고 제도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비교우위가 높은 부분을 찾아서 지방 나름대로 발전전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방이 먼저 중앙과 협력의 틀을 만들고,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해야 한다. 햇빛 좋은 날씨만 계속되면 모든 게 사막으로 변하지만, 가끔 비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새싹도 돋는 것이다. 공직자, 사회, 기업, 어느 곳 하나 머무를 여유가 없다. 우리는 일터를 지키고 내일을 향해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밑으로부터의 변화. 그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200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