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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리 앞세워 백악관 탈환 다짐 유례없는 단합과 존 케리-존 에드워즈 티켓으로 백악관 탈환을 다짐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의 2004년 보스턴 전당 대회가 26일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11월 2일 대선에서 부시-체니팀에 맞설 민주당의 정,부통령 후보로 존 케리-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공식지명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날 민주당 대의원 5000명(선출대의원 4352명, 비선출 611명)과 내외빈 1만 5000명, 취재진 1만 5000명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스턴 프로농구와 아이스하키 경기장인 플리트 센터에서 개막돼 29일까지 나흘간 개최된다. 올해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는 존 케리 대통령후보를 미국민은 물론 전세계에 소개하면서 집권 청사진과 비젼을 제시하고 케리 민주당 행정부 출범시의 통치근간이 될 정강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백악관탈환을 위한 바람을 일으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민주당의 올스타 정치인들이 총출동해 반부시, 부시몰아내기에서 유례없이 뭉쳐있는 단합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 다수당 자리를 동시에 상실했던 민주당은 2년간의 설움의 세월을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겠다면서 오직 반부시(Anti-Bush)의 기치아래 하나로 뭉쳐있으며 대선승리에 굶주려 있다고 외치고 있다. 개막일인 26일에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케리-에드워즈의 계획이라는 주제로 민주당 출신의 두 전직대통령들인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대통령이 지지연설로 민주당의 대단합과 백악관 탈환 분위기를 잡는다. 또한 4년전 대선에서 실패했던 앨 고어 전부통령과 미래 대권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첫날 찬조연설에 나선다. 보스턴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9일에는 물론 존 케리후보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국내에선 더욱 강하게, 전세계에선 존중받는 미국건설’을 주제로 치러질 피날레 행사에서 존 케리 후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고 수락연설을 통해 집권의지와 집권청사진을 천명한다. 존 케리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국내에선 부유층위주의 부시정책 대신 중산층을 다시 살리는 정책을 펴서 미국민들의 생활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대외정책에선 미국이 원할 때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때에만 미군을 보내고 우방국과의 새로운 동맹을 구축함으로써 전세계로부터 다시 존중받는 미국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집권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케리후보는 이날 베트남전의 전우이자 다리를 잃은 동료 상원의원이였던 맥스 클리랜드 전 상원의원의 소개를 받고 등단키로 함으로써 베트남전 참전용사로서 부시보다 더 잘대처할수 있는 전시대통령감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날 대회에는 이밖에도 케리후보의 두딸, 알렉산드라와 바넷사도 아버지를 위한 지지 연설에 나서고 경선라이벌였던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과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군 사령관도 찬조연설을 한다. 케리후보는 특히 민주당내에서 서로 다른 3색으로 분류되는 진보, 중도, 보수파의 목소리를 부시 몰아내기염원에 담아 일단 노선갈등과 분열의 소리를 잠재우고 클린턴 시절 이후 4회연속으로 중도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2004-07-26
- 백두대간 기획기사 왜, 다시 백두대간인가? 백두대간(白頭大幹)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백두산에서 비롯된 큰 산줄기’라는 뜻이다. 백두산에서 남으로 낭림산·금강산·설악산·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에 이른 뒤 다시 남서쪽으로 소백산·월악산·속리산·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커다란 산줄기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625km 이 땅의 대표적인 산들을 망라하는 이 산줄기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장장 1625km, 남한 구간인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만 해도 690km에 이른다. 백두대간은 두만강·압록강·한강·낙동강 등 주요 강의 발원지이며 한반도의 생활권을 동과 서로 나누는 경계이자 생태계의 중심축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잇는 산줄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10세기 도선대사가 지은 《옥룡기》에서 이미 나타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 가운데 하나인 (권 근·1402년·조선 초의 세계지도)의 한반도에는 백두대간이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이후 그려진 여러 지도에서 그 흐름이 이어진다. 물론 백두대간을 가장 잘 표현한 지도는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이다. ‘백두대간’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이 익의 《성호사설》이며 이 개념이 ‘1대간 1정간 13정맥’의 모습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은 1800년대 초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산경표》에 이르러서이다. 백두대간은 오랜 세월 이 땅을 살다간 선조들의 전통적인 지리관이었다. 이는 어느 전문 학자에 의해 발표된 이론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실생활에서 쌓인 문화적, 지리적 경험이 쌓인 개념인 것이다. 백두대간이라는 자연 인식 체계에서는 산을 생명이 있는 나무에 비유하여 큰 줄기(대간)와 작은 줄기(정간) 그리고 가지(정맥)로 나누어 국토 전체를 유기적으로 바라본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는 이를 “줄기가 땅으로 이어지면 뿌리가 위계를 이루며 나누어지고 영양소와 물을 흡수하는 기능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핵심은 줄기가 아니라 줄기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와 땅”이라고 해석한다. 산은 늘 하나의 ‘흐름’이다 서양식 지리학으로 볼 때 백두대간이 완벽한 개념은 아니다. 분수령(分水嶺)을 중심으로 지형을 해석하기 때문에 수계(水系)를 나타내는 데는 뛰어나지만 지질사적인 관점이 없어 한반도의 산들 중에서 제일 젊은 백두산을 ‘모든 산의 뿌리’로 여기는 등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백두대간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태백산맥’의 생태적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두대간의 중요성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백두대간이 가진 간단하고 정연한 논리, 천년을 이어온 지리 인식체계, 땅에 대한 유기체적 사고에 지리학자들도 감탄해마지 않는다. 백두대간은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을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로 설명된다. 더 쉽게 표현하면 우리집 앞마당에서 물을 건너지 않고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개념을 조금만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육지로 이어져 있는 대륙의 모든 산들이 에베레스트산과 하나의 유기체적 계통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리산과 히말라야, 알프스가 결코 단절된 산군이 아닌 것이다. 우리 전통의 산수관으로 보면 산은 늘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된다. 산을 흐름으로 파악하게 한 철학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살아 있는 것으로 본다. 길 내는 것을 조심하고, 집터를 잡고 집의 크기를 정하는 데 심려를 다 했던 것도 이런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애국을 뭐라고 그랬는지 아십니까? 첫째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을 사랑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바로 그런 생각 때문에 고산자는 당시 6m도 넘는 를 만들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의 고산자, 고 이우형 선생의 말이다. 백두대간 보호 지정 졸속 우려 [강원일보 2004-07-14 00:03] 【江陵】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도면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인력이나 시일이 빠듯해 집단 민원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도와 각 시·군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림청은 지난 5월12일 마련한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 원칙과 기준에 따라 도면 작업을 추진하기위해 지난달 산림청 주관으로 지자체 및 지방산림관리청에 대한 사전교육을 실시했다. 백두산∼지리산을 잇는 백두대간 능선 685㎞ 일대의 산림환경보존을 위해 능선주변을 핵심구역, 완충구역으로 지정해 임야개발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률은 도내 12개 시·군을 비롯, 전국 6개도 32개 시·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환경부와 산림청은 이달중 보호지역에 대한 도면작업을 거쳐 오는 11월까지 자체 조정 및 검증을 거쳐 11월 중 보호지역을 잠정 확정한 뒤 내년 1월 지정·고시할 계획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건축이나 공작물, 그 밖의 시설물 설치, 토지 형질 변경, 토석 채취 등의 행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강릉시의 경우 왕산면 고랭지채소 재배지를 비롯, 옥계 시멘트 공장, 연곡 소금강 온천 개발지구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백시는 탄광지역 종합개발사업 등 대다수 관광개발사업에 제동이 걸려 고원 관광 도시 건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강릉시의 경우도 산림청과 환경부가 설정한 핵심구역 및 완충구역 자체가 너무 광범위해 상당 부분을 제척해야 할 형편이나 인력이나 장비 부족 등으로 아직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며 “도면을 뽑는 프린터기 등 기초 장비 지원과 주민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할 시간적 여유가 절실하다”고 했다. 2004-07-15
- 10년간 불안에 떨며 살아온 ‘겁없는 10대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 꼬리 밟혀… 친구 토막살인 후 파묻어 친구를 때려 숨지게하고 사체를 잔혹하게 토막낸 뒤 불에 태워 파묻은 20대 남녀 7명이 22일 검찰에 기소되면서 약 10년간 가려졌던 완전범죄의 베일이 벗겨졌다. 이들 중 일부는 휴게실 종업원, 내레이터, 주부 등으로 약 10년전 자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행을 지금까지 감쪽같이 속이고 평범하게 지내오다 사건전모가 드러나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공범 유 모(27)씨 등 2명은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됐다가 새로 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지난 94년 10월 당시 17살로 학교 중퇴생이었던 원 모(27)씨는 자신이 살던 강남구 수서동 모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하던 중 가출한 김 모(당시16)양을 만났다. 원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김양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친해졌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김양을 소개해 다함께 친구가 됐다. 이듬해 2월 원씨 등은 가출 친구인 다른 김 모(당시 17)양의 송파구 잠실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집안에 둔 현금 34만원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취객을 상대로 ‘아리랑치기’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던 이들은 전날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반지하방에 놀러온 김양이 돈에 손을 댔다고 생각하고 김양을 추궁했기 시작했다. 이들은 절도 혐의를 추궁하며 주먹과 나무막대기 등으로 9시간동안 김양을 마구때리다 김양이 실신하자 “병원에 가서 죽으면 우리들 모두 감옥에서 10년은 살아야한다”는 말에 겁을 먹고 김양이 숨질 때까지 1시간여 동안 방치했다. 실제 김양이 숨을 거두자 덜컥 겁이 난 이들은 그날 밤 동대문 시장을 돌며 여행용 가방과 약초절단용 작두, 비닐을 구입해 지하방에서 김양의 시신을 잔혹하게 토막냈다. 그리고 시신을 가방에 담아 원군의 아파트 인근 광평교 교각 밑으로 운반한 뒤 가방에 불을 붙여 1시간 정도 태우고 땅에 파묻었다. 30만원 때문에 친구를 토막내 죽인 이들은 이후 언제 범행이 들통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으로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한 이불을 덮고 지낸 친구들이었지만 범행 후 서로 연락도 끊었다. 10대 청소년들의 잔혹한 토막살인과 완전범죄 시도가 꼬리를 잡힌 것은 이들의 ‘취중진담’때문이었다.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원 모(27)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잔뜩 취해 “내가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종종 내뱉었고 다음날 주위에서 “그게 사실이냐”고 물으면 “영화에서 본 장면을 말한 것 같다”며 말을 돌렸다. 공범 김양도 술에 취하면 어머니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가 말을 바꾸곤 했다. 10년전 10대 청소년들이 친구를 토막내 죽였다는 소문은 급기야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까지 흘러들어갔고 경찰은 피해자 확인작업에 나섰다. 경찰은 숨진 김양의 집이 있는 과천으로 달려가 초등학교 3곳, 중학교 4곳의 10년전 학생기록부를 모두 뒤지고 동사무소의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현황을 샅샅이 뒤진 끝에 피해자 김양의 신원을 확인했다. 김양을 잔혹하게 살해한 겁없는 10대 용의자들은 이렇게 10년 세월이 지나서야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2004-07-22
- 이산가족 상봉 후 후유증 크다 수십년만에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이 짧은 상봉 후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어 편지왕래 확대, 면회소 설치, 고령자 고향방문 등 후속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타게 찾던 부모와 형제, 남편과 부인을 반세기만에 만난 이산가족들은 상봉에 대한 기쁨보다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불면증이나 우울증, 의욕상실 등에 시달리고 있다. 고령의 이산가족의 경우, 상봉 후 수개월만에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상봉을 하지 못한 이산가족도 오랜 세월 누적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이재운 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신청했다가 매번 떨어져서 비관 자살한 사람이 1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팜트리클리닉 김선재 원장은 상봉 후 이산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일종의 상사병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며 정신의학적으로는 “적응장애나 우울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집신경정신과 유남재 원장은 “향수와 애틋한 그리움이 채워졌다가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슬픔이 과대화된 상태”라며 “일시적인 증상이라면 괜찮지만 지속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과 적십자사측은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나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는 반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한 세미나도 개최하면서 간간이 공허감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있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상봉 후의 허탈감으로 치료를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현재까지는 상봉 추진에 에너지를 투입해 왔다”며 “적십자사의 자원봉사조직이 전국에 깊이 뿌리내려 있으니까 이산가족 상봉 후 사후대책이 뭐가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독거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 등 취약계층 이산가족을 상대로 정신과 치료 및 자원봉사자 상담 등을 알선하거나 상봉행사 직후 남쪽 집결지에서 일괄적인 정신감정을 받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김선재 원장은 “이산가족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전화통화나 서신교환을 추진하거나 금강산 또는 개성공단 등 북한지역을 방문토록 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박탈감이나 절망감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이산가족끼리 모임을 조직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확대와 면회소 건설에 따른 상시적인 이산상봉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북측 당국과 협의중이다. 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 이미 고령인 이산가족들이 얼마나 기다려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재운 위원장은 “80세가 넘은 사람은 조총련 인사들의 고향방문처럼 죽기 전에 부모님 산소에 성묘라도 하고 죽게 해야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겠냐”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쪽 언론사 사장단 방문했을 때 80세 이상은 고향방문을 교환하자고 제안한 만큼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2004-07-19
- 현장칼럼- 김관용 구미시장 구미라는 주식회사의 CEO 구미시장 김관용 “여러분은 경북·구미주식회사의 비즈니스맨이다. 우리는 ‘구미’라는 브랜드를 파는 사람들이다.” 직원들과 투자유치현장을 뛰면서 늘 함께 하는 말이다. 낙동강 모랫벌에 외국인전용기업단지 지정과 때를 같이해 우리 시에서는 투자유치기획단을 본격 발족했다.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데는 고도의 테크닉을 발휘하더라도, 1∼2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만큼 예상할 수 없는 변수도 많고, 더하여 발로 뛰는 정성과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사를 가도 가운(家運)을 걸고 고심하거늘 낯설고 언어가 다른 환경, 더군다나 중앙이 아닌 지방에 국제자본이 이동하는 데는 엄청난 결단이 요구된다. 기업인들과 같이 해외현장을 찾아가서 보따리를 풀어놓고 주장을 하고 동의를 얻고, 그래서 믿음을 쌓으면서 우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우선 싱가폴, 중국, 대만 등 나라들간의 경쟁을 극복해야 하고, 또한 국내에 와서는 도시간의 비교우위를 입증해야 한다. 일본의 아사히글라스라는 국제기업이 동경에서 1억5000만달러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구미국가 4공단에 투자를 확정했다. 이윤을 찾아 움직이는 경제의 속성은 글로벌·디지털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이미 국가의 개념을 떠나 오로지 경쟁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이다. 국제적인 자본의 이동은 이윤이 있는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구미공단도 아슬아슬한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엄청난 비용도 지불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활을 걸고 외국기업 투자유치에 집중했다. IMF, 공단이 문을 닫고, 어제의 이웃이 직장을 잃고 근로자가 거리로 뛰쳐나오는 그런 불안한 시절이었다.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난 처참한 모습, 이것이 정말 IMF구나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똑같은 삶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산업평화의 바탕 위에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숲을 만들어야 새가 날아온다’는 속담처럼 경쟁에서 이기려면, 외국기업들이 한국투자를 선호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조세감면, 규제철폐, 산업평화 등 국제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그들이 지방에서도 불편 없이 기업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파이를 키워야 한다. 같은 크기의 파이를 나누어 갖는다면 분배의 답이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나무도 뿌리가 튼튼해야 잎이 무성하듯이, 이제는 지방이 스스로 변해 가는 모습이 필요한 때이다. 비교우위의 조건은 지방이 만들어내야 한다.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로는 중앙과 경쟁하고 보완하는, 그래서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 투자유치 활성화는 쟁반 위의 놓인 과일처럼 검증을 받고 투명해야 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와 있다. 어느 것 하나 예외이고, 감출 수 없는 것이다. 기업도 근로자도 투명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을 향해 뛰어야 한다. 그러한 조건과 각오만이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지방의 조그만 중소도시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의 모습은 작아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구미공단은 바로 국제화의 현장이다. 2004-07-20
- 희대의 살인, 경찰 뭐했나 “부모 잘 만나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도, 전과자라고 날 버린 여자들도 모두 죽여 버리고 싶었다.” 무고한 노인과 여성 20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인면수심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진술이다. 이혼 지병 그리고 가난으로 점철된 34년. 그는 “나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극렬한 증오 때문에 범행을 했다”며 “여자는 몸가짐 잘하고 부자들도 각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사회에 대한 증오는 엄청났다. 그는 시신을 모두 토막내 암매장했으며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방화도 했다. 범죄의 잔혹성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 사는 그의 이웃은 밤낮없는 모터소리를 전동칫솔 소리인줄 알았다니,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다. 경찰 부실수사로 시민 희생 늘었다 희대의 증오살인을 보면서 우리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근무하는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범인이 피살자 손가락 지문을 없애고 DNA검사를 못하도록 방화하는 등 범죄가 치밀했다지만 수도 한복판에서 지난 10개월동안 벌어진 연쇄살인 행각에 이토록 속수무책이었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경찰의 초동 공조수사 부실로 지난해 9월 명예교수 부부 살해사건 이후 이달 초까지 동일범에 의한 살인사건이 계속되는 데도 경찰은 변변한 단서하나 발견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특히 한때 절도혐의로 잡혔던 범인은 증거부족으로 석방됐고 최근에는 경찰의 감시소홀을 틈타 도주한 사실이 있다니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도주 반나절 만에 시민의 도움으로 붙잡은 것이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부실수사가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늘렸다는 점에서 경찰은 국민에게 백배사죄하고 반성해야한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체계를 전면적으로 분석하고 허점에 대한 보완을 서둘러야한다. 최근 불특정다수에 대한 범죄가 늘어난다니 수사기법에 대한 수술도 시급하다. 피해자 주변에 대한 탐문수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현장감식능력 등 과학수사기법 강화와 프로파일러(심리분석관) 등 전문수사인력 양성 등이 시급하다. 경찰의 부실수사와 함께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연쇄살인이 반사회적인 증오성 범죄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살인의 동기가 주로 원한이나 치정 등으로 명확하고 범죄대상도 특정지을 수 있었지만 빈부격차 심화 등으로 사회갈등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불특정다수에 대한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빈곤층의 사회적 박탈감이 공격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이다.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어린이 노인 여성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마련도 시급하다.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 등은 성인 남성에 비해 저항능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져 강력사건에 손쉽게 당할 가능성이 크기에 경찰의 강력한 범죄예방노력과 함께 부모나 보호자의 적극적인 예방활동과 협조가 절실하다. 경쟁에서 낙오한 강력범의 경우 범죄에 대한 항거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들 약자들을 보호하려는 국민적 연대감 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시급 한 인간의 비뚤어진 인생이 엽기적 살인이라는 사회적 재앙으로 확산된 배후에는 그의 불우한 청소년기가 있었다는데서 불우청소년에 대한 국가 사회의 배려와 지원이 절실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사회를 뒤흔들었던 연쇄살인사건의 살인범들은 유영철처럼 한결같이 순탄치 못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성격이 비뚤어져갔다. 물론 동정론으로 흘러서는 안되겠으나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국가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부모가 없거나 가출한 청소년도 가정이 있는 청소년과 똑같은 사회적 배려 속에서 생활한다. 우리도 이제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면 독일 등 선진국과 똑같이는 할 수 없더라도 모든 청소년이 국가사회의 배려 속에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한다. 사회가 건강할 때 강력범죄는 줄어든다. 정 세 용 논설주간 2004-07-20
- 우울증 빗대 ‘답답함·아쉬움’ 토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화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근 들어 목소리 톤이나 사용하는 단어들이 미세하지만 과거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부총리 화법은 간단 명료하다. 자신감에 차있을 땐 화려함까지 더해진다. 짧지만 많은 뜻을 담을 수밖에 없다. 독해법이 필요할 때가 많다. 지금은 전성기 때 같은 화려한 수사는 덜 하다. 그러나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은 녹슬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세월의 중량감까지 느껴진다는 이도 있다. 꾸미는 말 대신 진중한 언어로 시장에 다가선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한국여성 경영자총협회 특강''이 바로 그랬다. “위기는 아니다. 다만 병중에 제일 고치기 어려운 우울증과 무력증에 빠진 환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 부총리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에는 쐐기를 박는 말로 입을 뗐다. 동시에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는 식의 자신에 찬 경기전망을 거뒀다. ''톤''을 바꿔 보다 현실적인 경기진단을 내린 셈이다. 말 바꾸기라는 비난이 나올법했지만 ''우울증에 걸린 환자''는 현재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빗댔다는 평가다. 또 우울증을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며 답답한 심경도 함께 얹었다. 경기상황이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내비친 대목이었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운동만 잘하면 낫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울증을 고칠수 있는 복안이 분명 있음을 은유적으로 암시했다. 이 부총리는 강연에서 또 “정부보고 뭘 해달라고 하지만 가져갈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강한 톤으로 “문제는 2세 체제인데 대부분 기술(엔지니어 공부는 안하고) 보다 금융(파이낸스를 공부해) 부문에 강해 기술의 격차를 뚫고 나가는 일은 잘 못한다” 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을 위해선 기업들이 분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2세 기업인들에게 부족한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강력 촉구했다. 정부가 해줄 수 있는 한계를 짚어주는 대신 과거 ''재벌 1세대'' 들이 보여줬던 기업가정신을 승계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우리사회 주력세대로 자리잡은 ''386'' ''485'' 세대들에 대한 이 부총리의 평소 시각도 이날 강연통해 드러났다. “우리의 주력세대가 경제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정치적 저항을 해야 했던 시대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들어와서 주력이 됐다.” 386세대를 겨냥한 충언이자 고언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국가의 생산성은 낙타 등과 같다는 후속 표현을 곰곰히 되씹어 보면 담긴 뜻이 단순하진 않다. 풀어보자면, 20살부터 생산성이 올라가 30∼40세에 피크에 이르고 60세가 되면 급격히 내려가게 된다는 게 낙타등 이론. 낙타등 같은 생산성 커브를 고려할 때 주력세대인 35∼40세 사이의 생산성은 적어도 2만5000불 수준이 돼야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주역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적 암흑기를 겪으면 자의든 타의든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진단한 셈이다. 주력세대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주력세대의 경제마인드 부족을 염려하는 부총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2004-07-16
- 왜, 백두대간인가 백두대간(白頭大幹)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백두산에서 비롯된 큰 산줄기’라는 뜻이다. 백두산에서 남으로 낭림산·금강산·설악산·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에 이른 뒤 다시 남서쪽으로 소백산·월악산·속리산·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커다란 산줄기다. 이 땅의 대표적인 산들을 망라하는 이 산줄기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장장 1625km, 남한 구간인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만 해도 690km에 이른다. 백두대간은 두만강·압록강·한강·낙동강 등 주요 강의 발원지이며 한반도의 생활권을 동과 서로 나누는 경계이자 생태계의 중심축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잇는 산줄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10세기 도선대사가 지은 《옥룡기》에서 이미 나타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 가운데 하나인 (권 근·1402년·조선 초의 세계지도)의 한반도에는 백두대간이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이후 그려진 여러 지도에서 그 흐름이 이어진다. 물론 백두대간을 가장 잘 표현한 지도는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다. ‘백두대간’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이 익의 《성호사설》이며 이 개념이 ‘1대간 1정간 13정맥’의 모습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은 1800년대 초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산경표》에 이르러서이다. 백두대간은 오랜 세월 이 땅을 살다간 선조들의 전통적인 지리관이었다. 어느 전문 학자에 의해 발표된 이론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실생활에서 쌓인 문화적·지리적 경험이 쌓인 개념인 것이다. 서양식 지리학으로 볼 때 백두대간이 완벽한 개념은 아니다. 분수령(分水嶺)을 중심으로 지형을 해석하기 때문에 수계(水系)를 나타내는 데는 뛰어나지만 지질사적인 관점이 없어 한반도의 산들 중에서 제일 젊은 백두산을 ‘모든 산의 뿌리’로 여기는 등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백두대간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태백산맥’의 생태적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두대간의 중요성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백두대간이 가진 간단하고 정연한 논리, 천년을 이어온 지리 인식체계, 땅에 대한 유기체적 사고에 지리학자들도 감탄해마지 않는다. 백두대간은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을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로 설명된다. 더 쉽게 표현하면 우리집 앞마당에서 물을 건너지 않고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개념을 조금만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육지로 이어져 있는 대륙의 모든 산들이 에베레스트산과 하나의 유기체적 계통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리산과 히말라야, 알프스가 결코 단절된 산군이 아닌 것이다. 우리 전통의 산수관으로 보면 산은 늘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된다. 산을 흐름으로 파악하게 한 철학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살아 있는 것으로 본다. 길 내는 것을 조심하고, 집터를 잡고 집의 크기를 정하는 데 심려를 다 했던 것도 이런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2004-07-16
- 세상은 넓고 수사할 것은 많다 박미옥 경위 양천경찰서 마약반장. 경찰이 되고 싶어 대구여고 2학년 때부터 ‘악착같이’ 준비했다. 여경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지만 경찰관이 되고픈 열정은 자리보전하고 누운 어머니도 꺾지 못했다. 88년 경찰 입문 후 강력반 형사로 일한 지 10년 세월이 넘었다. 요즘은 대림동 조선족 부녀자 피살사건 수사본부로 파견 나가 있다. 김정자 경사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 반장처럼 경찰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대학 4학년 때 별 ‘뜻’없이 경찰시험에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벌써 16년이 흘렀다. 지금? 그 친구에게 너무 감사한다. ‘경찰인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들 도훈이도 그에겐 기쁨이다. 이은실 경장 경찰청 특수수사과.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했다. 1년간 ‘무료한’ 조교 생활을 하다 ‘뭐 다른 일이 없을까’ 할 때, 경찰청 ‘사이버 전문수사요원’을 뽑는다는 공고문이 확 눈에 띠었다. 경찰이 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2001년 경장 특채로 뽑혀 지금은 ‘수사의 꽃’이라는 특수수사과에서 일하고 있다. 이은실 : 그러고 보니 김 선배님은 ‘연예인 진출’이셨네요. 오디션 보는 친구 따라갔다가 우연히 연예인이 됐다니.(웃음) 헌데 경찰이 되고 싶어 했던 그 친구는 어찌 되셨나요. 김정자 : 친구는 꼭 경찰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나보고, 먼저 가 있어라, 곧 뒤 따라가마, 이러면서 망설이는 나를 ‘경찰’로 떠밀었죠.(웃음) 벌써 서른아홉이니 이제는 꿈을 접었지만 친구는 지금도 경찰 관련 기사는 빼놓지 않고 스크랩하고 있어요. 여경의 날이면 축하 메시지도 보내와요. 박미옥 : 우리 어머니는 둘째 언니가 맞선 본 남자 직업이 경찰관이라는 걸 알고는 시집도 안 보냈을 정도였어요. 일제시대 순사를 기억하고 있는 분이셨으니…. 경사계급을 달고 나서야 제 직업을 ‘인정’해주셨어요. 손수 축하금도 보내시고 오빠들에게 전화해서 격려금 보내라 하시고 말이죠.(웃음) 이 : 제 외모를 보고 ‘경찰’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시는데요, (단호하게) 절대! 아니에요. 경찰학교에서 합숙할 때 동기들이 “넌 딱 경찰이 체질이다. 나중에 교관으로 오지 마라. 후배 다 잡겠다” 할 정도였다니까요. 제가 ‘각 잡힌’ 생활을 좀 했거든요.(일동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박 : 이 경장은 체력검사 받았으면 못 들어왔을 거 같은데.(특급 내지 1급은 받을 수 있다는 이 경장 말에, 일동 웃음) 우리 여경들은 평소 체력관리가 참 중요해요. 특히 외근 형사 생활하려면 더 그렇죠. 전설적인 소매치기 체포에서 반도체 해외유출사건까지 이 : 박 반장님은 여경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선배로 뽑힐 만큼 ‘전설적’인 분인데, 형사생활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박 : 서울청 강력계 여자기동수사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강력반 생활을 하고 있어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사건은, 종로파 소매치기 두목이 을지로 구역을 ‘접수’하러 들어온 것이었어요. ‘1호선 지하철 두목이 2호선 먹으러 들어온다’는 첩보가 흘러 들어온 거죠. 그 첩보는 뭐랄까, 일종의 미끼 같은 거였는데, 여경이 소매치기를 잡은 일이 소매치기 업계에선 충격이었나봐요. 여자도 소매치기를 잡는구나, 그 여경들의 얼굴을 어떻게 익힐 것이냐, 그래서 던진 미끼였죠. 결국 보름이 지나 검거를 했는데 알고 보니 ‘조 과장’이라는 전설적인 소매치기였어요. 그 사람 잡은 덕분에 4년 후 특진할 때 지휘관이 아무 말 없이 사인해줬죠. 끝내 범인을 놓치긴 했어도 ‘무식하게’ 끈질겼던 경험, 지금 서울청 수사부장 작품인 종교연구가 탁명환씨 살인 사건에서는 대형사건이 짜임새 있게 해결되는 걸 보면서, 살인사건 수사본부라는 게 얼마나 큰 영역인지 배우기도 했죠. 김 : 저는 주로 내근을 많이 했지만, 시위현장에 먼저 도착해 폴리스라인을 치는 것으로 유명해진 여경기동대에서 1년 정도 근무하면서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주도’하는 데도 일익을 담당했죠. 지금은 마포서 여청계에서 상담을 전담하고 있는데 보람을 많이 느껴요. 얼마 전에 만13살 된 여자아이를 유인해 ‘원조교제 보도방’을 차린 범인을 체포한 적이 있는데 ‘외근 형사 일의 보람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됐죠. 이 사건을 보면서 부모가 버린 아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 저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에 2년쯤 근무하다가 6개월 전에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옮겼는데, 여기서도 통신수사, 금융계좌 추적수사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지난해 12월에 특수수사과로 오자마자 ‘불량방독면 사건’이 터졌고 그 다음에 민경찬 펀드, 반도체기술 일본 유출 사건, 국무총리실 4급 비서관 뇌물수수사건 등 정신없었어요. 그 바람에 특수수사과 온 지 한 달 만에 몸무게가 3kg나 빠졌더라구요. 김 : 특수수사과는 수사 경력 10년 이상 된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 이제 2년 8개월이? 기업형 비리를 파고들고 고위층 빙자 사기사건 같은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곳인데 정말 대단하네. 특수수사과 이래로 최연소지 아마? 이 : 네. 사이버 수사 영역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죠. 수사할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 비양심적인 사람이 많구나 하는 거예요. 반도체 유출 사건만 해도 우리 기술을 일본으로 팔아넘기려는 건데 어떻게 한국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요? 정말 국민윤리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한다니까요. 박 선배님은 수사하면서 겪는 어려움 없으세요? 신창원도 인사한 탈주범 전담 여경 박 : 98년 신창원 사건 때 8개월간 전국을 돌며 수사를 했던 적이 있어요. 첫 투입되니까 신창원 일기장 하나를 던져주면서 연구를 하라는 거예요. 마치 내가 신창원이 된 양 오늘은 된장찌개를 먹을까, 김치찌개를 먹을까, 은신처는 어디로 할까? 이런 걸 생각해 보는 거죠. 제가 내린 결론은 도피처로 ‘여자’를 택했고 주택가가 될 거라는 거였어요. 나중에 순천에서 잡혔는데 수사반장이 전화를 해서는 “박 형사 분석이 적중했어” 하시더군요. 비록 내 손으로 잡지는 못했지만 뿌듯했죠. 하지만 맘 고생도 심했어요. 청주에서 강도강간 피해자가 나왔는데 언론은 경찰이 조작했다 뭐 이렇게 대서특필하는 하는 바람에 나로서는 아주 원통했었거든요. 김 : 신창원이 박 반장한테 인사를 했다는 건 뭐죠? 박 : 부산교도소로 피해 여성을 데리고 갔는데 갑자기 나를 보면서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를 아세요?” 했더니 “미용실 잡지에서 봤습니다” 이러는데, 내가 강력반 형사하면서 이렇게 얼굴 알리는 거 싫은 이유기도 하다니까.(웃음) 그 후로 ‘탈주범 전담 여경’이 돼 버리고 말았죠. 신창원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을 해결하면서 느낀 건 정말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거예요. 대한민국 여경은 ‘여친소의 전지현’ 이 : 제 자랑 같은데요,(웃음) 지난해 정보검색사 시험에서 전국 1등을 해 라스베가스 컴퓨터전시회에도 다녀왔어요. 아마 특수수사과 오게 된 것도 다 그 덕분 아닌가 싶어요. 근데 제가 1등을 하니까 상을 주며 한다는 말이 “아니 경찰이?” 이러는 거예요. 나 참, 경찰도 공부 많이 한다고요!! 박 : 우와~ 좀 늙은 나이(?)에 대학생들과 경쟁해서 이겼다니 역시 여경들은 대단하단 말씀이야. 이 : 한 가지 섭섭한 건요, 의 전지현은 다들 좋아하면서 왜 여경은 무서워하나 모르겠어요. 현실에서도 많은 여경들이 ‘여친소의 전지현’ 같거든요.(일동 ‘맞아 맞아’ 하며 파안대소. 기자, 분위기에 압도돼 동의!) 김 : 남편이 대구 사람인데, 대구쪽에서는 여자 경찰을 상당히 좋아한대요. 그래서 여경들 사이에서는 대구가 인기죠. 발령 나면 대구 유지들이 찾아와 새로 온 여경이 있다는데 며느리 좀 삼읍시다, 할 정도로 여경에 대한 인식이 좋아요. 남편도 여경이 좋아서 저랑 결혼했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이 : 소개팅에 나가면, 제 자신보다는 제 직업만 좋아하는 분 2004-07-07
- [지방이 경쟁력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대관령국제음악제 24일부터 보름간 … 기압영향 안받는 평창 700고지서 강원도, “철조망 넘는 음악으로 통일기여” … 미 아스펜음악제 벤치마킹 한여름 대관령에 울리는 클래식의 향연 ‘제1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24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등에서 열린다. 대관령음악제 감독은 미국 줄리아드 음대 강 효 교수가 맡았고, 세종솔로이스츠가 상임악단으로 행사를 이끈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엘 스미어노프, 현존하는 최고의 첼리스트 알도 파리소 등 해외 정상급 연주자와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대거 초청된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는 연주회와 함께 세계적 연주가들의 뮤직스쿨도 운영된다. 이 밖에도 2회에 걸친 서울공연과 강원도내 시향과의 협연, 음악인과의 대화 등도 함께 열린다. 아스펜음악제 벤치마킹 강원도는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위해 지난해 6월 ‘2003대관령뮤직페스티벌’이라는 예비행사를 치렀으며 세계 최고의 음악제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 `‘아스펜음악제’에 관계자들을 파견, 행사준비와 진행 등 벤치마킹했다. 6000여명의 주민이 사는 미국 콜로라도주의 작은 탄광도시 아스펜시는 음악제를 통해 매년 1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음악명소이자 관광휴양도시로 재탄생됐다. 도는 대관령국제음악제를 통해 대관령을 국제적 문화도시로 부상시켜 문화와 관광이 접목된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을 창출할 계획이다. 대관령은 예로부터 강원도의 상징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동과 서를 연결하고 백두대간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정맥이 되어왔다. 따라서 이번 음악제는 21세기 마지막 남은 남과 북의 문화연결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교류를 통해 세계인이 하나가 되며 청정환경 속에서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평화 화합 생명을 주제로 열린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지방자치단체로 남북이 두 동강이 난 채로 지금까지 같은 이름을 쓰면서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철조망을 넘나들 수 있는 음악을 통해 통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도는 2004대관령국제음악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에는 2005년부터 5년간 매년 15억∼20억원을 투자해 발전시켜 나가고 2010년부터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음악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실내악 대관령국제음악제는 2주 동안 45개의 콘서트와 5개의 공개 레슨, 18개의 마스터 클래스 등이 열린다. 강원도는 대관령음악제의 성공을 위해 25년간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재직하면서 장영주 길샤함 등 수많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길러낸 강 효 교수를 음악감독으로 임명해 프로그램 및 음악가 초청을 기획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상임악단으로는 현재 아스펜음악제 및 NPR(미국공영라디오방송)의 상임악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종솔로이스츠가 참가한다. 실내악을 중심으로 펼쳐질 대관령국제음악제에는 첼리스트 정명화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임원빈, 조엘 스미어노프, 김지연, 김 진 등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정상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음악제의 주제가 대관령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한 ‘자연의 영감(Nature''s Inspiration)’인 만큼 슈베르트의 ‘송어(Trout)’ 5중주, 하이든의 ‘일출(Sunrise)’ 4중주, 프레빈의 ‘포도원(Vineyard)’ 등 자연을 소재로 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유명 음악가가 지도하는 뮤직스쿨 이번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하는 음악가들은 연주가이자 교수로서 연주회도 열고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레슨도 하는 뮤직스쿨도 열게 된다. 이들의 국제적 명성에 걸맞게 지난달 1일 마감한 뮤직스쿨 참가자 모집에 전세계 15개국 183명의 음악도들이 지원서를 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는 오디션을 통해 외국인 학생 40명을 포함 141명을 뮤직스쿨 학생으로 선발했다. 참가학생들은 이를 통해 일반 교과과정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강도 높은 음악성 개발과 음악적 소양을 발전시키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첼리스트 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은 ‘연주자의 삶’ 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어 음악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안내 (www.gmmfs.com) /춘천 성기명 기자 mang2g@naeil.com 200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