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검색결과 총 4,713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전문가 진단] 현물과 선물 관계를 다시보자 누차 강조하지만 선진국 증시가 너무 좋다. 일본 증시가 최고고, 미국, 유럽 증시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각종 조사에 의하면 일본 경기의 자신감은 13년 내 최고치라고 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세월을 찾아가고 있다. 미국 시장도 낙관론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56%를 넘었고, 비관론자는 17%에 머물고 있다. 우리 시장만의 악재가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선진국 증시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랠리가 있을 수도 있다. 더 나쁜 것은 특별한 악재 없이 괴리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는 양극화로 설명 될 수 있다. 양극화란 돈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세계 유동성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차별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차별화가 더 진행될 지, 괴리율이 좁혀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선물 옵션 시장만 봐서는 곧 랠리가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베이시스는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힘의 관계, 균형의 관계를 살피는 척도다. 평균 베이시스 개념을 이용하여 일일 베이시스 변화를 자세히 보면, 베이시스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나의 가격으로서 베이시스는 오랜 저항선을 뚫고 비상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좋다. 일일 프로그램 매매를 누적해서 그래프로 보면, 지난 1년간 진행되어 온 일방적 프로그램 매도도 그 힘을 다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선물시장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선물 시장은 거래대금이 많지만, 포지션의 총합은 5조원이 되지 않는다. 겉 포장과 실속을 구분해서 현상을 분석해야한다는 말이다. 거래소 시가총액은 335조원이다. 선물 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이 많아서 선물이 시장을 좌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주인은 335조에 있다는 것이다. 항상 이 점을 명심해야한다. /윤영호 한화증권 선임연구원 2004-07-01
- [기고] 범죄피해자대책실에 거는 기대 경찰이 범죄피해자의 입장을 배려하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은 단지 피해자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범죄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도 피해자대책은 매우 중요하다. 사건의 당사자로서 그 진상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피해자가 수사업무에 적극 협조한다면 경찰수사의 효율성이 크게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이 피해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의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따뜻하게 배려한다면 경찰에 대한 시민사회의 애정과 신뢰가 크게 증진된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 경찰들은 이미 2~30년 전부터 범죄피해자대책을 시행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형사사법 발전과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체계적인 피해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관한 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지난 6월7일 우리 경찰도 드디어 범죄피해자대책실을 설치함으로써 체계적인 피해자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한 초석을 세웠다. 그러나 우리경찰의 피해자대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멀고도 힘든 노력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선진 경찰의 피해자대책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195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피해자학의 연구성과 및 범죄피해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던 수많은 사회운동가와 민간조직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된 성과물이다. 서둘지 말고 지속적으로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가능한 한 단기간 내에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정책의 우선순위를 확정해서 활용 가능한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산과 인력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경찰과 국가발전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여 가용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부서장 집무실을 확보하는 일이 범죄피해자를 위한 조사실을 마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경찰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피해자대책은 당분간 미루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무릇 국가기관의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하면 소속 직원이 혼란에 빠질 뿐만 아니라, 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찰의 피해자대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서구 선진국 경찰의 예에서 보듯 경찰의 피해자대책 수립에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앞으로 오랜 기간동안 일관성을 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모처럼 싹을 틔운 경찰의 피해자대책도 용두사미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경찰 선진화를 위한 초석 경찰은 언제나 최선의 피해자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론가와 활동가의 다양한 비판과 반대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비판은 진보의 부산물이며 또 다른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2004년6월 범죄피해자대책실 창설이 경찰 선진화를 향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대전대학교 법학과 김용세 교수 2004-06-30
- 아브라함을 포옹하라! 중동의 화해/ 브루스 페일러/ 이병걸 옮김/ 인바이로넷/ 1만 5000원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는 모두 중동 지역에서 탄생했다. 이 세 종교는 모두 지배세력이 되려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었다. 당시 중동의 지배세력이 되려면 ‘아브라함’의 후손이어야 했고, 결국 세 종교 모두 자기가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스트교와 유대교에서는 아브라함이 번제물로 바치려 했던 아들이 ‘이삭’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무슬림들 사이에서 이삭은 ‘이스마엘’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건을 예수의 희생에 대한 전조라 믿고 있지만,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이 실제 이삭을 죽였고 이삭이 부활했다고 믿는다. 세 종교 모두 승리주의를 위해 아들을 죽이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사용했고, 그 결과 아브라함의 정체성을 놓고 오랜 세월 동안 싸우게 된다. 이 전쟁의 희생양은 이삭도, 이스마엘도, 숫양도 아닌 아브라함의 후손들이었다. 고고학자 하난 에첼의 연구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는 서로 조화될 수 없는 240명의 아브라함이 존재했다. 저자는 이것을 ‘희망의 상징’이자 ‘화해의 도구’로 해석한다. 예루살렘의 보편교회 신학연구회를 이끄는 헬트 목사는 “우선 세 종교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아브라함들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수많은 다른 아브라함을 인정함으로써 배타적인 아브라함들을 던져버리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아브라함을 ‘241번째 아브라함’이라 이름짓고 있다. 저자는 실제 세 종교 지도자들과 깊은 대화를 하면서 이미 종교적 승리주의는 사라졌고, 갈등의 골만큼 통합의 힘도 커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슬람교 3대 성지인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의 이맘은 이렇게 외친다. “세부적인 것들은 무시하고 아브라함을 포옹하라.”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2004-05-24
- [인터뷰] 최서형 하나한방병원장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에 따라 서양의학으로 잘 치료되는 질환이 있고 한방으로 더 잘 치료되는 질환이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들로서는 알 수가 없으니 약국 한의원 병원을 전전하며 고통을 받습니다. 돈과 시간의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나한방병원 최서형(51·사진 위) 원장은 한방과 서양 의학의 협진이라는 개념이 낯설던 92년에 국내에서 처음 협진병원을 세웠다. 최 원장은 연세대 의료진과 공동으로 환자에게 어떤 치료법이 맞는지 질병에 따라 분류하고, 각 질환에서 협진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질환별로 프로토콜(절차)을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협진이란 어떻게 적용될까.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방 또는 서양 의학만으로 치료하기도 하고, 두 치료법을 동시에 쓰기도 한다. 처음 협진병원을 세웠을 때 의사와 한의사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복지부도 문제를 삼았다. 그러나 환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환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했다면 계속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환자들이 몰리니 협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의대에서 강의까지 하게 됐습니다” 협진병원을 내세우는 곳은 많지만 실제로 한 건물 안에서 두 분야의 의사가 협력해서 진료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유명 대학병원에서도 한방과 서양의학의 그만큼 양 의학간의 골이 깊다. 최 원장이 협진을 시작한 것은 환자를 진료하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몇 년전 무릎 통증을 호소하던 환자가 병원을 찾아 왔습니다. 관절이 완전히 닳았더군요. 열흘 정도 치료했더니 상태가 많이 호전됐습니다. 그 환자는 우리 병원을 찾기 전에 회사일을 쉬면서 정형외과의원에서 한 달 동안이나 치료를 받았는데 통증이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만약 처음부터 누군가가 이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했다면 쓸데없이 오래 고생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협진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암같은 난치성 질환과 뇌졸중 등 만성질환이다. 보통 항암치료 과정은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크게 고통을 겪는다. 한방 치료법을 같이 쓰면 항암치료 부작용을 줄여주고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성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한방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점막의 상태를 바꾸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재발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양한방을 함께 적용해도 안전한지에 대해 연구중이다. 두 치료를 병행했을 때 서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방해할 수 있고,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병원에서 개발한 간경화 치료 약물인 ‘헤파큐어’의 경우 동물실험결과 양약과 함께 써도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한방 치료법을 동시에 써서 좋은 경우라면 그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사실 한방의 경우 오랜 세월에 걸쳐 임상경험이 많이 축적됐지만, 그것을 실험으로 입증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방이 ‘비과학적’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 원장은 현재 내시경을 보완하는 새로운 위 진단법을 개발중이다. 소화불량 환자중에는 증상이 분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시경 결과 위점막의 염증이 나타나지 않는 기능성, 신경성 환자가 많다. 이런 환자들은 위 내부의 점막이 아니라 내시경으로 볼 수 없는 바깥 쪽 조직이 단단하게 변성됨에 따라 위운동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최 원장의 설명이다. 한방에서는 ‘담(痰)이 쌓였다’고 한다. 최 원장은 센서를 이용해 위 외벽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해서 담이 쌓인 정도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성공하면 지금까지 한방개념으로만 머물러 있던 담을 수치화할 수 있게 되고, 세계 의학계에도 새로운 진단개념을 전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채림 기자 chaerim@naeil.com 2004-06-17
- <내일시론>대결과 갈등, 이젠 끝내자(이두석 2004.06.16) 대결과 갈등, 이젠 끝내자 정치판이 어지럽다. 여 야는 물론 집권 세력인 여권 내에서도 주요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여 야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주요 정책 현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의 대결과 불화가 증폭되고 있다.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아파트 원가공개문제를 놓고 여당 주도세력과 다투고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로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사실상 ‘천도’인 신 행정수도 이전과 이라크 파병 둘러싸고 찬반 국론분열이 예사롭지 않다. 국민투표로 결정하라는 여론에 아랑곳없이 신 행정수도 후보지가 공개되자 서울시와 경기 강원도를 중심으로 수도권의 반발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다. 상생과 통합은 온데 간데 없고 오기와 상극이 판치는 정국 속에 국정은 표류하고 있다 청·당·검 갈등 심화. 밥그릇 싸움에 국회공전 17대 국회는 개원한 지 열흘이 넘도록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법정시한(8일)을 넘기고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국회, 정쟁 없는 새 정치는 온데 간데 없다. 말로만 변화와 개혁, 통합과 포용을 떠들면서 실제행동은 오히려 대결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공전의 쟁점은 감투싸움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국회운영상 핵심인 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법사 예결위 등 이른바 ‘노른자위’나 ‘전략상임위’의 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는 쟁탈전이다. 현재 겸임 특별위원회 형태로 돼있는 국회예산결산특위를 일반상임위로 바꾸자는 것도 그렇다.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은 국회의 권력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 국회는 그런 자리싸움으로 허송세월해도 좋을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우리 앞에는 유례없는 내수침체로 인한 경제난과 주한 미군 감축을 둘러싼 안보공백, 신 행정수도 이전이 빚은 ‘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병원노조 파업, 쓰레기 만두 파동 등 민감한 각종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런데도 이를 다루어야 할 새 국회는 상임위 구성조차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국회뿐만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인 우리당 사이의 이상기류도 예사롭지 않다. 문제는 한발 물러나 갈등을 일단 봉합한 듯 했던 여당이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의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겨냥해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자’는 식으로 도전하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는가. ‘콩가루집안’에서 새 정치가 싹틀 수 없는 법이다. 당 청뿐만 아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검찰개혁 문제로 대결하고 질책하는 모양새는 어이없고 실망스럽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여권의 대검 중수부 폐지 방침에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어제 검찰총장의 하극상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은 볼썽사납다. 이래서는 안 된다. 새 국회는 밥그릇 싸움을 끝내고 원 구성을 서둘러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긴밀한 당정 협조로 갈등을 수습하고 정책을 조율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국력을 동원해야 한다. 오기보다 화합, 정략보다 국익. 민생 정치를 특히 개원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은 줄잡아 30여 개에 이른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관련법안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재래시장 활성화와 서민층의 자활급여 확대를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연금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국민연금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도 소모적인 정쟁과 오기정치 기싸움을 당장 끝내야 한다. 분배보다는 성장과 실업을 먼저 해결한 후 변화와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민생정치’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물론 변화와 개혁도 중요하고 정당의 정체성 확립도 필요하다. 하지만 500조에 육박하는 가계빚더미에 고통받는 민생문제가 더 급하고 중요하다. 한나라당도 공허한 말잔치만 하지 말고 수권 야당의 책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민생법안의 통과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통합과 상생의 새 정치를 펴는 지름길이다. 이 두 석 주필 2004-06-16
- ‘묻지마 범죄’가 몰려온다 80년대 후반, 온 국민을 두려움과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국민들 뇌리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초 범죄발생일인 86년 9월부터는 무려 18년여의 세월이 흘렀고 마지막 범죄발생일로부터는 13년여가 지났다. 경찰은 지난 5월 말에서야 화성시 태안읍 범죄현장에 설치되었던 특별수사본부를 철수했다. 사건은 화성경찰서 형사계로 이관됐으나 긴급현안만으로도 수사인력이 부족한 경찰의 손은 이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떠난 상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 ㄱ씨는 “성폭행과 함께 벌어진 살인사건이란 공통특성을 보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10년 넘게 해결 못한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는 수사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범행동기가 불분명한 연쇄적·엽기적 범죄경향이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대책마련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동기 범죄 증가 추세=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발적 폭력사건은 모두 27만260건이 발생했다. 올 5월에는 2만2727건이 발생했다. 하루에만 700여건이 넘는 사건이 매일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따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우발범에 포함, 집계되는 ‘무동기(묻지마) 범죄’도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 무동기 범죄란 범죄 동기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인과관계도 찾기 어려운 범죄유형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2월 초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도 그 한 예다. 경찰은 농수로에 시체를 유기한 것이나 피해자의 옷이 벗겨지고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진 점 등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여중생 엄 모양(15)양이 피살체로 발견된 지 4개월을 넘긴 지금도 수사는 초기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남부지역 일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부녀자 피습사건’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신림동에서 벌어진 사건은 4월 22일 서울 고척동으로 이어지고 지난달 9일 서울 보라매공원과 지난달 13일 서울 대림동으로 r계속됐다. 이 사건으로 3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약 4km 반경 이내의 거리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린 상태로 발견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돈을 빼앗긴 흔적이 없다. 일단 경찰은 사건 별로 수사본부를 설치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네 사건 모두 범행동기를 찾기 힘들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문 수사인력 양성 필요= 이러한 무동기범죄 발생이 증가추세에 있자 경찰 일각에서는 새로운 범죄흐름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 수사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지역 일선서 형사과장 ㅇ씨는 “낙후된 과거 수사수법에만 의지해서는 미제사건만 쌓일 따름”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형의 범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사할 수 있는 프로파일러를 양성할 단계에 와있다”고 주장했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은 아무런 단서 없이 범죄현장 조사·감식을 통해 범인의 프로필을 추적해 용의자를 압축, 범인검거에 조력하는 최첨단 수사기법이다. 그는 “철학, 법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섭렵한 수사관만이 프로파일링을 구사할 수 있다”며 “프로파일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급히 양성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동기범죄는 대부분 수사초기단계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강하다.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용의자 압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국경찰청과 같이 영구미제사건 전담반을 편성, 사건해결이 장기화되면 전담반에 사건을 이관시키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화성경찰서 관계자는 “태안에서 철수한 후로도 조직구조나 인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강력계에서 사건을 맡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달려드는 다른 시급한 요구에 매달리다보면 십수년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붙들 여유가 전혀 없다”며 “따로 전담반을 편성하지 않는 이상 사건에서는 거의 손을 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면 인터뷰 수사 등을 구사할수 있는 최신의 과학수사 인력을 양성하여 현장실무에 이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미국 FBI에서는 미제사건의 약 60% 정도에서 최면수사 기법을 사용해 좋은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최면 수사관만이 양성되고 있어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2004-06-16
- 망월동, ‘상생 정치’ 전주곡 17일 의장직을 승계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8일 5·18 기념식에서 ‘어색하지만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한나라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01년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전 광주 5.18묘지에서 거행된 제2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신 의장은 의장으로서 처음으로 박 대표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악수를 받는 박 대표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런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 배경에는 신 의장에 대한 박 대표의 불편한 기억 때문으로 추측된다. 지난 2월 말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안''으로 부상하자 신 의장은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일 뿐”이라며 “박 의원이 한 게 뭐 있느냐”고 폄하했던 것. 이 발언을 들은 박 대표는 당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망월동에서만큼은 양측 모두 ‘상생의 정치’를 외쳤던 자신들의 발언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망월동에서 첫 만남을 유난히 강조한 까닭이다. 신 의장은 5.18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오고 민주개혁 세력이 안정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제야 광주영령 앞에 떳떳한 마음으로 참배할 수 있게 됐다”며 “야당 대표가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각 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든든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대표는 “얼마나 마음 아픈 세월을 살아오셨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5.18이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정신이 지역을 뛰어넘어 한반도 전체에 이어지길 바란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52년생 동갑이자 70학번인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게 “상생의 정치를 위한 초심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의 총리 내정 문제 등 당장 코앞에 떨어진 일들이 이들의 정치적 발언을 얼마나 ‘생명력 있게’ 연장시킬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광주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2004-05-19
- 6·15는 과거 아닌 현재 진행형 2000년 6월 13일 오전 10시 25분.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바로 당시 남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순안공항에 공식 도착한 순간이다. 김 대통령은 솟구치는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너무나 긴 세월을 돌아 이제야 왔습니다”라고 감격어린 연설을 할 때 이를 지켜보던 7000만 겨레도 함께 흥분했다. 그 뒤 이어진 김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상봉, 1, 2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에 이르면서 감격은 최고조에 달했다. 김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반세기 분단 사를 하루아침에 끝낼 것 같은 강한 충격이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2000년은 남북한 사이에 대형 사건들이 넘쳐난 잔치의 한 해였다. 1차 남북장관급 회담(7.29), 1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8.15), 비전향장기수 북송(9.2), 남북 시드니 올림픽 개회식 공동입장(9.15), 1차 남북국방장관회담(9.25), 김대중 대통령 노벨상 수상(12.8) 등 굵직한 사건만 해도 한두 건이 아니다. 변화는 곳곳에서 이뤄졌다. 경의선과 동해선 등 남북간 철도연결 사업이 본격 진행됐다. 개성공단 사업 등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진행 중이고, 남북 군·당국간 직통전화도 연결됐다. 또한 금강산 관광이 해로와 육로 양방향에서 진행되면서 수십만 남한 관광객이 민족 명산을 올랐다. 또한 2000년부터 추진된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그리고 상봉은 민족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제 더 이상 이데올로기와 적대적 감정만을 앞세울 수 없을 만큼 남북한 국민들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물론 아니다. NLL 둘러싼 남북간 갈등과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 위기고조 등 남북관계는 여전히 간단치 않은 문제다. 약속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도 4년이 지난 지금도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냉기류와 화해무드가 교차하면서도 끊이질 않고 이어져 온 과정이다. 그 이후 4년이 지난 2004년 6월 14일.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남북이 동시에 참여하는 6·15 4주년 행사가 개막됐다. 또한 남북 해군함정은 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무선교신에 성공했다. 뜻 깊은 만남도 이뤄졌다. 6·15 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남한을 방문한 북측 인사들이 김대중 전대통령을 면담한 것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인사들을 퇴임 후 처음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과거 50년보다 많은 일이 이뤄졌다”면서 “결국 남북 정상이 만나 결단을 내렸고, 그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리 부위원장도 “김정일 위원장도 기회 있을 때마다 정상회담을 회고하고 김 대통령이 이룬 일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6·15 선언 4주년은 역사 속에 묻힌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현재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2004-06-15
- 곽영철 검사장 퇴임을 보며 오늘 아쉽게도 26년여의 세월을 한결같은 정열과 투혼으로 몸바쳐 일해 오신 검찰을 떠나시는 곽영철 대검찰청 마약부장님을 보내드리며, 검사장님을 모신 짧은 시간을 돌이켜 보며 아쉬움에 몇 자 올리고자 합니다. 검사장님께서는 1949년 3월 20일 경남 남해에서 출생하시어 부산동래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신 후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1978년 11월 10일 서울지검동부지청에서 검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디신 이래 법무부, 서울고검, 서울지검, 춘천지검 등에서 근무하셨으며, 그 후, 안동지청장, 경주지청장, 법무부 조사과장, 인천지검 공안부장, 남부지청 특수부장, 서울지검 특수2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신 후 1999년 6월 검사장으로 승진하시어 대구고검 차장검사, 서울고검 차장검사, 울산지검 검사장, 대검 강력부장을 역임하셨고 2003년 8월 5일 대검찰청 마약부장으로 부임하시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검사장님께서는 검찰에 봉직하시는 26년 세월동안 주로 특수, 공안, 강력검사로 재직하시면서 부정부패 척결 및 민생치안 확립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셨습니다. 제가 모신 검사장님은 검찰의 권위주의적인 요소를 추방하고자 항상 노력하신 분으로 서면보고를 들어가면 ‘전화를 하여도 될 것을 왜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느냐’고 웃으시면서 나무라시고, 젊은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십니다. 또한 검사장님은 창조적 사고를 가지신 분이며, 부하들을 사랑하는 인자하신 분이셨습니다. 오늘 아쉽게 검사장님은 퇴임하시지만 우리 검찰과 직원들을 사랑하시는 마약부장님의 마음은 영원히 저희들의 가슴깊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약부장님의 앞날에 행운과 영광이 늘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4년 5월 27일 대검 마약과장 정대표 올림 2004-06-15
- 민충기 검사 퇴임사 山山水水 明鏡止水 水去(法), 물처럼 흘러갑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검찰에 들어와 春風秋水와 같은 마음으로 국민에 봉사하는 올바른 검사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능력이 부족하고, 천성이 게을러 검찰에 큰 보탬도 되지 못하고 눈치 없이 너무 오래 머문 것 같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얼마나 모진 인연이기에 검찰에 들어와 24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시대도 변하여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헤어짐은 당연한 이치이나 그 동안 함께 한 인연과 추억들이 소중하여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자존심을 지키며, 국민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검찰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타고난 심성이 못나 마음만 있고 표현을 제대로 못하였지만 항상 검찰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고 생활하여 왔고, 보람과 즐거움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고, 남은 사람의 표정이 흐뭇한 정의롭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검찰의 모습이 국민의 희망입니다. 남은 분들이 더욱 더 잘해 주시리라고 믿으며, 검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간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갑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2004. 6. 10. 검사 민충기 올림 200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