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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로 칼럼>제대로 된 청년층 일자리 만들어야(박창래 2004.02.12) 제대로 된 청년층 일자리 만들어야 박창래 언론인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호랑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보아도 철책가를 왔다갔다 하는 그 동물의 번쩍이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움에 찬 포효. 앞발에 서린 끝없는 절망감. 미친 듯한 순환,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더없이 슬프게 한다. 독일 태생의 종군기자이며 작가인 안톤 시나크가 그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수없이 많다. 사냥꾼의 총부리 앞에 죽어가는 한 마리 사슴의 눈초리.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학창시절의 친구가 고관대작이 된 이후 우리를 알아보려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바이얼린의 G선, 출세한 여자의 좁은 어깨 등등 그리고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갑신년 새해 이 땅에서 우리를 정말로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가. 그것은 단연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의 뒷모습이 첫 손에 꼽힌다. 일터를 찾기 위해 수십번씩 이력서를 써가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취업을 향한 그들의 절규는 우리에 갇힌 호랑이의 포효 못지않다. 그것은 당사자에게는 슬픔을 넘어 분노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국민이 갖는 올해의 가장 큰 소망이 경제가 하루속히 회복되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란 사실은 취업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반영한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2%대에 그쳤고 청년 실업률은 무려 8%에 이르렀다. 더구나 37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의 양산은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노사정위 ‘일자리창출 사회협약’ 이행 의문 이런저런 통계는 일자리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지난 한해 우리 경제는 4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무려 127만개가 줄어든 이후 일자리는 그동안 한해 35만 내지 86만개씩 늘어났었다. 매년 신규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50만이상의 졸업생을 흡수하기는커녕 있던 자리마저 사라졌으니 취업난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젊은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청년층 일자리가 19만개 줄었다는 사실이다. 작년 12월 전체 실업자 수는 82만명인데 청년 실업자는 43만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란 자조가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20대 취업자의 절반이 임시직이나 일용직이란 사실은 젊은이들을 더욱 절망케 한다. 20대 임금 근로자 400만8000명중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62만2000명과 39만1000명 등 201만3000명으로 50.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기 때문에 실업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절망 실업자’가 24만명에 이른다는 연구까지 감안하면 청년 실업률은 10%를 뛰어 넘는다. 오죽하면 졸업을 미루려고 F 학점을 달라고 교수에게 애원하겠는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성장이요,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공언한 것은 올바른 현실 인식으로 평가된다. 최근 노사정위원회가 일자리 만들기 사회 협약에 합의한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대통령의 뜻이 관계 실무부처에서 정책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천에 옮겨지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정부가 예산을 가지고 복지 차원에서 생산성도 없는 일자리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생계의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경제의 틀이 그런 식으로 오래 버티어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부담과 인플레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의 낭비임은 물론이다. 땜질식 처방이나 생색내기도 경계의 대상이다. 일부부처에서 포퓰리즘에 빠진 나머지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기업투자 활성화 지원해 일자리 창출해야 청년층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가장 확실한 길은 정통적인 방법으로의 접근이다.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정부규제와 개입을 줄이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을 이행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경제에는 편법이 통하지 않고 왕도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국내기업의 해외이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인책도 있어야한다. 정부가 항상 강조하는 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임을 당사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통적 접근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더딜지 모른다. 그러나 편법이 가져오는 부작용 없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것이 젊은이들의 괴로움에 찬 절규에 응답하는 길이다. 2004-02-04
- 4.15 총선 내가 뛴다- 열린우리당 광주 서구갑 염동연 후보 염동연 열린우리당 정무조정위원장은 요즘 기분이 최악이다. 광주 서구갑 공천을 받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서다. 노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는 그는 “애통하고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짤막한 말로 심경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면 파국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맞서“당리당략에 따라 국민의 뜻을 짓밟는 한-민 공조는 노 대통령이 사과를 했더라도 트집을 잡아 탄핵을 강행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광주 출마 이유를 “노 대통령이 광주에서 진 빚을 갚을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데서 찾았다. 그는 노 대통령의 광주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고, 그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 고심한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과 광주·전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선택했다. 가교역할을 통해 광주·전남의 민심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 새로운 인물들의 성장도 지원할 생각이다. “개인적인 정치적 욕심은 없다. 내가 할 일은 첫째가 광주·전남 발전이고 그 다음이 새로운 인물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는 출마에 앞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수자원공사 시절 잘못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이를 잘하라는 충고로 생각한다. 대신 낙후된 광주·전남의 여건을 고려,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자신의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 봉사할 생각이다. 그러나 지역 자체 계획 없이는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국민의 정부시절 5년 동안을 허송세월로 보내 지역발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발전 전망의 큰 그림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그는“노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 당선시킨 광주에서 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광주 방국진 기자 kjbang11@naeil.com 2004-03-15
- 장애인복지제도 유감 문경태(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거의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의 그 부끄러웠던 일을 가끔씩 생각하며 혼자 얼굴을 붉히곤 한다. 1985년 1월초, 그날은 겨울방학중이었고 일요일 밤이었다. 필자는 1984∼1986년간 미국 남부 조지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었다. 보건사회부 재활과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중 공무원 유학시험에 합격, 장애인복지를 좀더 깊이 공부해 볼 기회를 가졌다. 학기보고서를 준비하기 위해 밤 9시를 지나 대학도서관을 찾았다. 차를 세우려고 주변 주차장을 한참이나 둘러보았는데도 빈자리를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러던 중 도서관 입구 가까이에 빈자리가 눈에 띄어 얼른 차를 세웠다. 새벽녘에 졸린 눈을 비비며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 중 차창에 끼여 펄럭이는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장애인주차장 주차위반 스티커였다. 부끄러웠다. 한국의 젊은 공무원이, 그것도 재활과 사무관이 장애인복지를 공부하겠다고 유학까지 와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적발되었으니... 부러웠다. 겨울방학중 그것도 일요일 늦은 밤, 장애인 주차장 불법주차 차량을 정확히 포착하여 스티커를 발부하는 미국 대학 경찰의 엄격한 법집행에...(사실은 겨울방학중 일요일 늦은밤에 설마 단속하랴하는 안이한 마음에서 불법주차했었다.) 이 사건은 내가 그후에 미국에서 배운 여러가지 장애인 복지제도의 그 무엇보다도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산 공부가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장애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한 의사와 이를 악용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사법당국에 적발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장애인 판정제도는 무척 허술하다. 의사가 발급한 장애진단서 한장으로 장애등급을 받고, 등록할 수 있고, 한번 등록되면 그후의 신체적·정신적 변화(재활) 여부에 상관없이 계속하여 수십가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퍽 편리하지만 허점도 많다. 몇 년전의 일이다. 늦은밤 서울시내에서 택시를 타려는데 자가용 불법영업(일명 나라시) 차량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장애인 차량 표시를 부착하고 있었으나 운전기사들은 모두 멀쩡한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장애인 차량에 대해서는 불법영업을 관대히(?) 보아준다는 경찰의 관행을 악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중고차량 거래소 근처의 자동차 정비공장에서는 돈만 주면 휘발유차를 LPG차로 교체해준다. 요즘처럼 휘발유 값이 비싼때에 장애인 차량 LPG 할인제도는 그 어떤 복지혜택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년간 에너지 특별회계 예산 1,700억원) 장애인은 어렵다. 장애 때문에 교육받기도 어렵고 장애 때문에 경쟁을 통한 직장을 갖기도 어렵다. 재활치료·특수교육 등 장애 때문에 돈도 더 많이 들어간다. 정부도 나라살림이 어려운 가운데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미흡하나마 이런 저런 복지제도를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해 도입한 이런 복지혜택을 악용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새삼스레 20년전의 그 부끄러운 일이 떠올라 얼굴 뜨거워진다. 장애인 판정제도, 등록제도 그리고 장애인차량표시제도 등을 보다 엄격하게 개선하여야 하겠다. 쉽고 편리하게만 한다고 반드시 장애인들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장애인 판정제도(Disability Adjudication Service, DAS)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아까운 복지예산의 누수를 방지하여 꼭 필요한 장애인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울러, 우리사회 전체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도움이 꼭 필요한 우리 이웃에게 그 도움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2004-03-14
- “다시 지하철에 불나도 똑같은 참사 재현될 것” “또 다시 정신병력을 가진 한 사회부적응자가 지하철에 불을 지르면 지난해 방화처럼 거의 유사하게 재현될 겁니다. 지하철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 희생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하철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으나 생업으로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최근에는 유족과 시민단체, 전문가등과 함께 홍콩 지하철 화재현장을 답사하고 돌아왔다. 홍콩지하철을 견학하고 온 윤 위원장은 “ 홍콩이나 대구지하철 전동차는 같은 로템사에서 만들어 납품했지만 대구지하철은 불쏘시개였고 홍콩은 그렇지 않았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홍콩의 지하철이 가치판단의 중심을 이용자와 승객에 두고 안전을 최고의 경영이념으로 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대구의 지하철은 관리자와 운영자 중심의 가치판단에 따라 전시적인 효율성만 추구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윤 위원장은 특히 참사 발생 1주년을 맞는 현재까지 지하철의 안전과 직결되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철은 다시 달리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은 아직 고인의 쉼터가 될 추모묘역하나 만들어 주지 못하고 죄인처럼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 중앙로역 외형치장정도 새로 하고 희생자, 실종자 신원확인하고 손해배상 마무리 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당초 대구시가 약속한 추모묘역 조성은 물론 사고전동차와 동일한 조건의 화재 실험등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윤 위원장은 “대구시가 화재원인 규명과 화재확산 경위등을 알수 있는 전동차 실화재 실험에 소극적인 것은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소아병적인 사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량전동차를 납품하고 운행하게 한 책임자와 현장훼손 책임자에 대한 처벌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이나 특정당이 권한행사를 독점하는 지역사회의 특수한 권력구조 때문에 쉽지않다”며 대구시당국과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최세호 기자 2004-02-17
- [한반도합종연횡을 생각한다] ④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의료·교육·법률 개혁 앞당길 경제자유구역 역할 주목 박봉수 이사장은 19세기말 ‘흑선’에 비유해 우리의 생존을 압박하는 국제환경을 설명했다. 흑선은 서구열강의 동아시아에 대한 문호개방 압력을 상징했던 존재다. 일본 앞바다에 등장한 흑선에 자극받은 사까모도 료마 일파는 해양대국을 꿈꾸는 명치유신을 성공시켰다. 강화도에 침범한 ‘흑선’을 상대로 척양척왜를 외쳤던 조선은 개화파와 대결해 분열의 길로 치달았다. 박봉수 이사장은 “1987년 제1차 흑선이 출현했고, 그후 20년만에 2차 흑선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IMF관리시대는 제1차 흑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후유증이며, 따라서 2차흑선에 대해서는 좀 더 미리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7년 우르과이 라운드와 함께 미국이 슈퍼301조를 앞세워 금융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던 추세를 1차흑선이라 할 만 합니다. 자본주의이되 시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관치위주 우리 경제체제의 근본변화를 요구했던 것이죠. 당시 외자투자과장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국제금융계의 압력은 거센데, 국내금융시장은 독과점체계로 버티기만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국내에서 시장경제의 룰을 만들어보자고 젊은 과장들끼리 일을 벌인 게 생보사 시장 개방조치였습니다. 그 결과 애트나생명이 처음 한국시장에 상륙하게 되었는데, 서양흑선이 우리 땅에 상륙한 것 만큼이나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로부터 10년간 한국경제는 관치의 관행과 글로벌 스탠다드 사이에서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88년 국제결제은행(BIS)이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하라는 바젤협정을 발효했으나, 우리나라 금융권과 정부는 무사태평했다. 글로벌스탠다드를 위한 금융, 노동, 교육, 법률개혁이 내정의 논리에 밀려 자꾸 뒤쳐졌다. 마침내 우리경제는 1997년 IMF관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1차 흑선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쓰라린 IMF를 맞았다면, 지금 다가오는 2차흑선 만큼은 미리미리 잘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 이사장은 ‘도하개발아젠다와 FTA, 그리고 2007년 발효되는 신바젤협정’을 2차흑선으로 꼽았다. “농산물, 그리고 법률 교육 의료 회계 및 고부가가치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개방규제를 철폐시키겠다는 게 도하라운드인데, 미국은 2005년까지 이를 발효시키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신바젤협정, 이게 또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1992년부터 발효됐던 BIS 8%협정만으로도 IMF의 악몽을 치러야 했는데, 2007년부터 발효될 신협정은 금융기관의 여신을 총체적으로 리스크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신바젤협정은 기업의 신용·금융시장·은행경영의 3대영역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심사능력을 강화해 기업의 신용도에 따른 자산운용을 강제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신용등급인 BBB 수준으로는 해외차입도 어렵고, 특히 중소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금융대출보증기관 책임자인 박 이사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06년~2007년 신바젤협정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무너지고, 파생해서 보증기관, 금융기관으로 파장이 퍼져가는 사태가 올 수 있습니다. 새해부터 이에 대비한 정책운용이 필수적인데,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금융리스크 관리라는 새로운 국제환경에 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국가적 차원의 2차흑선 대비책도 제시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의 능동적 체결과 자유경제구역의 적극적 전개, 그리고 개성공단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특히 2003년10월 인천청 설치에 이어 새해 2월에 광양과 부산청 설치로 본격화될 경제자유구역 바람은 획기적인 변화를 유도할 충격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존스홉킨스대는 현재 강남권에서 의료서비스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펜실바니아 의료팀이 자유구역에 들어올 예정이지요. 영국의 이튼스쿨에 버금가는 교육기관들이 이곳에 들어오게 되면 교육, 의료, 법률 문제가 더 이상 고질병은 아닐 것입니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2003-12-30
- [내일시론] 추락하는 국가경쟁력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8개 부문 272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48.50점을 얻어 68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2001년 22위, 2002년 24위에서 다시 25위로 2년 연속 내리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그야말로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것은 바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대내외적으로 한국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고 비쳐지고 그 같은 딱지가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경쟁력 추락의 결정적인 요인은 소모적인 정쟁과 정치부패, 끝없는 노사대립, 정부 관료주의인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적인 고질병이 국가경쟁력을 좀 먹어왔다는 사실에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내부 요인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필리핀 베트남에도 뒤져 아시아에서 최하위권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소모적 정쟁과 부패, 노사갈등이 주원인 우리의 국가경쟁력 추락은 새삼스러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해가 바뀌어도 개선 개혁된 것은 없이 되레 퇴보되어 온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상을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해서 틀리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조사에서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48개국 중 28위(2001년)를 기록했고 그것도 매년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IMD조사에서 교육열 정부부채 외환보유고 인터넷사용자 연구개발투자 등이 강점으로 지적되었을 뿐 대부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듯이 이번 조사에서도 기업가 전문가 등 인적자원부문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 나머지 부문은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적 자원의 확충과 교육의 질 향상에 국가의 미래를 걸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지금도 국가 기반을 뒤흔들며 국민의 희망까지 꺾고 있는 비생산적인 정쟁과 부패고리, 노사갈등과 집단 이기주의의 폭발, 정부의 무사안일과 규제만능주의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재연과 주기적으로 돌출하는 위기론의 불씨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음이 분명한 사실이다. 즉흥적인 인기위주의 정책남발과 정치논리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실패, 하향 평준화된 교육의 질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특히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이 지속되고 국내 소비자의 구매력 감퇴로 인해 시장규모가 축소될 경우 한국은 선진국 진입은커녕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종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가경쟁력 추락이 던지는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최우선 순위의 국가 과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국형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더욱 치열해져 가는 세계화와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여지껏 쌓아온 국가 위상마저 무너지면서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후진국으로 후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강국 차별화전략, 강력히 추진해야 이번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경쟁력 강화를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어 왔지만 여지껏 허송세월을 거듭해온 결과 우리의 경쟁력 수준은 일본의 질주와 중국의 추격 틈 사이에 끼인 처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해법을 모르지 않다.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 중단, 국가적인 마스터플랜 구체화, 노사 집단이기주의 극복, 기업과 정치권 등 전반적인 투명성 제고, 교육의 질 선진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등 처방전은 제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앞서 정치개혁과 구조조정, 국민의식개혁이 시급하다. 문제는 세밀한 실천전략과 과감한 추진력이다. 인구 국토면적 등 여건으로 보아 작으나 강한 소강국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나라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전문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하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와 동북아 허브국가 달성도 경쟁력 향상 없이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김진동 객원 논설위원 2003-12-18
- 판갈이에서 노무현 심판까지 지역별 총선 점검 영 남 권 “‘65 대 0’은 없다.”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영남지역 65개 지역구를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던(울산 동구의 무소속 정몽준 제외) 16대 총선까지의 상식은 이미 사라졌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몇 석이나 잃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잘나가던 세월은 한나라당에 기득권 세력이란 멍에를 덧쉬워 버렸다. 내부 개혁을 소홀히 한 필연적 결과로 볼 수 있다. 벌써 경남지역은 한나라당 일당 지배 질서가 붕괴될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19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동시에 공을 들이던 정해주 진주산업대 총장이 열린우리당 행을 선언함으로써 한나라당의 동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19일 내일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영남에서도 1위’와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대구지역 출마 선언’은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의 한나라당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지역 한나라당의 반응은 “지진이 일어났다” 하는 것이었고, 부산지역 한나라당 반응은 “최 대표로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역구도를 뒤흔드는 새로운 정치적 기운이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새 것에 대한 요구다. 특히 영남에서조차 국정 혼란의 주요 원인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부산 경남 노무현 26.7% 대 한나라당 47.4%, 대구 경북 31.1 대 37.9)는 한나라당이 참여정부의 대안세력으로 자리하고 있지 못함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결과다. 낡은 정치세력을 대체하는 새로움에 대한 요구가 지금까지 투표를 결정해온 지역주의 선택을 교체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조짐은 16대에도 있었지만 찻잔 속의 폭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조순형의 대구 출마 선언은 새 정치를 위해 기득권을 버리는 용단을 압박하고 있다. 실패를 거듭하던 노무현의 성공도 새 정치를 위해 몸을 던진 데 대해 전국의 유권자들이 감동한 데서 출발했다. ‘한나라당=낡은 기득권’이란 여론을 깰 가능성도 있다. 부산 수영구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박형준 교수가 열린우리당의 대표적 주자를 꺾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처럼 아직 특정 정당이 ‘개혁’과 ‘수구’로 고착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가 더 개혁적이고 능력있는 인물을 내느냐 경쟁이다. 열린우리당은 새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의 요구에 맞는 인물들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아직 영남지역에서는 이에 부응하는 인물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올인(all in)론’이다. 개혁성과 경쟁력을 갖춘 검증된 인물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인물에 대한 갈증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경남에선 인물대결에서 열린우리당에 뒤지는 곳들도 있다는 것이 지역의 평이다. 창원갑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이 열린우리당 공민배 후보에 대한 대항마를 새로 세워야 한다는 요구를 할 정도다. 민주노동당의 약진도 흥미진진하다. 창원을에서 권영길, 울산 북구 조승수 후보 등이 선전할 것이란 분석이다. 도전받고 있는 한나라당이 살아나려면 최병렬 대표의 살신성인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개혁적 중진들이 이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등장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박근혜가 간판으로 총선을 책임지는 등 각 지역별로 차기 주자군들로 총선책임을 맡기고 경쟁시키는 구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주의 아래 형성된 한나라당 일당 지배 구도는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어느 누구도 안정권에 들지 못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2004-01-19
- 강준만 교수 ‘열린우리당 필패론’ 논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를 지지했던 전북대 강준만 교수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열린우리당 성공 여부를 놓고 간접 논쟁을 벌이고 있는 대해서 온라인 게시판도 불이 붙었다. 네티즌은 대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강 교수와 유 의원을 각각 지지하며 상대방에 대해 맹공을 쏟아 붇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강준만 교수의 저서. 강 교수는 최근 출판한 저서에서 ‘열린 우리당의 도박이 성공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열린 우리당을 비판했다. 그는 △개혁 대 반개혁 등 이분법적 사고 △호남 유권자에 대한 벼랑 끝 전술 △이회창 대통령 후보자 지지자들도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면 개혁세력이 된다는 자세 △민주당을 지키면 반개혁세력이라는 주장 △기득권 타파를 말하면서도 아무도 공천을 포기하지 않는 것 △김대중 정권 때는 개혁 의지를 밝히지 않았던 점 △노무현 지지자들을 양분시킨 독선적 분열의 정치 등을 근거로 꼽았다. 이에 열린우리당 소속인 유시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강 교수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유 의원은 “강 교수의 비판을 받아야 될 요소가 열린우리당에 일부 있다”면서도 “강 교수는 지역주의 정치를 못 깬다고 하더라도 호남의 결속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네티즌 중 일부는 “민주장 지지와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분열되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아이디‘지니’“그래도 민주화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두 당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것”) ◆강 교수 지지 입장 = 강준만 교수가 제시한 필패론을 지지하는 네티즌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정치개혁은 민주당 내에서 이룰 수 없는지 반문하며 열린우리당 창당은 노 대통령을 지지한 호남인들을 무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이디‘군도리맨’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분당사태를 거치면서 보인 모습은 절대로 칭찬할 수 없다”며 “그들은 민주당을 마치 시궁창 취급을 하는데 민주당은 오랜 세월동안 피와 땀을 흘리며 독재로부터 지키고 키워온 염원이었다”고 속마음을 토로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정치개혁은 당 이름 바꾸고 당사 새로 옮긴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며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로 국민을 존중하며 선거제도를 바꿔나가는 일부터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나영화’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분당사태에서 봤지만 낡은 세력과 개혁세력 운운하는 열우당에 지금 계신 분들이 정말 개혁적이고 참신한 사람들인지 의문”이라며 “그들이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치적 꿈을 펼치기에 호남 세력이 있는 민주당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이디가‘남한산성’인 네티즌은 “지난 대선 때 누구보다 앞장섰는데 이렇게 배신감이 들기는 처음”이라며 “민주당에서 집권을 했으면 민주당에서 뭘 해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유 의원 지지 입장 = 유시민 의원의 반론을 지지하는 네티즌은 강준만 교수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사 지지쪽과 노무현 대통령을 믿는 쪽이 섞여있다. 아이디가 ‘나이스 가이’는 “민주당은 대선 때 있었던 문제가 마치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처럼 노 대통령을 성토하는데 정말 그러냐”며 “어느 정권 때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에게 저렇게 함부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독두공’이라는 네티즌은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열우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첫째 전국정당의 유일한 가능성, 둘째 노 대통령이 정치구조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이는 정치구조의 변화의 대안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아이디‘왕진’은 ‘강준만의 논리적 한계’라는 글에서 “강준만 교수가 전북에 살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전라도 민심은 중히 여기나 영남 민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동수’라는 네티즌도 “강 교수가 호남 지역 민심에 너무 함몰돼 그토록 타파하저던 지역주의를 들고 나온 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김남성 기자 kns1992 @naeil.com 2003-12-08
- 끝나지 않은 ‘노근리’ 고통 한국전쟁 당시 수백명의 양민이 미군에 의해 희생된 일명 ‘노근리 사건’이 세상 빛을 본지 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다. 노근리 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주내용으로하는 특별법안도 발의한지 반년이 넘도록 정치권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잠자고 있는 형편이다. 반세기전 미군의 총격에 쓰러져간 노근리의 고통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AP통신 보도로 세상 공개=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지난 50년 7월 25일 충북 영동군 노근리 쌍굴다리 아래에서 벌어졌다. 후퇴하던 미군이 인근 주곡리와 임계리 주민이 대부분인 500여명의 피난민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 177명이 죽었고 20명이 행방불명됐다. 51명은 부상을 당했다. (충북 영동군청 접수 결과) 하지만 한미 혈맹관계의 그늘 때문에 반세기동안 묻혀졌던 노근리사건은 지난 99년 9월 AP통신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급격히 부상했다. 한미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1년 3개월동안 피해자와 참전 미군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끝에 “철수하던 미군이 노근리 주변에서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케 한 사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51년만인 2001년 1월 12일의 일이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은 과거 한미관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119만 달러의 추모비 건립비용과 향후 5년간 56만 달러의 추모기금(장학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동발표 축소은폐 의혹= 하지만 사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노근리 피해자들이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피해자들은 “조사단은 ‘절박한 한국전쟁 초기의 수세적인 전투상황 하에서 강요에 의해 철수 중이던 미군은 1950년 7월 마지막 주 노근리 주변에서 수 미상의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을 입혔다’ ‘사격명령 하달여부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등의 결론을 내려 미국 정부의 책임을 흐려놓았다”며 미군의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는 내용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노근리에서 발생한 사태를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었다”고 말해 60여 건에 달하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함께 책임회피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후 한미 정부가 피해자들의 재조사 요구를 묵살하면서 세월만 보내던 중 지난해 2월 영국 BBC 방송은 ‘킬 뎀 올(Kill Them All)’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밀 해제된 미군 기밀문서 등에서 한국전 당시 미 육군 고위지휘관들이 민간인에 대한 발포와 사살을 지시했음이 발견됐다”고 보도, 한미 합동조사가 엉터리로 이뤄졌음을 입증했다. 또 99년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3명의 AP통신 기자들은 2001년 ‘노건리(No Gun Ri) 사건’이란 제목의 책을 통해 한미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의 허점을 재차 지적하기도 했다. ◆특별법 법률소위서 낮잠= 정부가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지않자 피해자들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재조사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추진키로하고 직접 법안 제정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지난 6월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 등 34명의 의원들의 명의로 발의한 ‘노근리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 설치 △법 발효 이후 2년내에 진상조사 △희생자 또는 유족들에 대한 의료지원 및 생활지원 △기념탑과 기념공원 설립 등을 추진한 것.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여야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국방위 법률소위에 넘겨진 법안은 의원들의 서랍을 벗어나지 못한채 해를 넘길 위기를 맞고 있다. 법률소위 관계자는 “민원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회기를 넘기지 않으려했지만 솔직히 현재로선 언제 법안이 소위를 통과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보이지않는 견제도 법안 통과를 어렵게하는 요소다. 외교통상부나 국방부 등 관련부처들은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내심 탐탁치 않은 표정이다. 노근리 인권평화연대 사무총장 정구도씨는 “노근리 사건에 대한 한미합동조사단의 엉터리 조사는 노근리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이뤄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엄경용·김신일 기자 rabbit@naeil.com 2003-12-03
- 국민볼모 벼랑끝 전술 유행병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그것도 국민들의 삶을 볼모로….”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 거부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 및 의원직 총사퇴 결의에 대한 반응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전면마비 상태다. 계류 중인 수 백 건의 민생법안은 물론이고, 내년 예산안 처리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치킨게임은 60-70년대 전후세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한 목숨을 담보로 한 광기 어린 게임이다. 고속으로 절벽을 향해 달리는 자동차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이 패한다. 패자는 강한 수치심을 느끼고, 승자는 목숨과 맞바꾼 ‘어리석은 명예’를 얻을 뿐이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한국정치의 현주소와 매우 흡사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정치인들에게 국민들 삶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과 오기만 가득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월 10일 자신의 측근비리 논란에 대해 재신임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재신임 카드는 ‘대화와 토론, 조정과 중재의 명수’라는 노 대통령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 최근 행보에서도 대화를 통한 정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신 재신임 카드와 같은 한판 정치게임에 열중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야당의 반응 또한 나은 게 하나도 없다. 원내1당인 한나라당은 지난 11월초 특검법을 강행처리한 데 이어 이번엔 국회마저 포기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정상적인 법 절차인 재의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했다. 대신 등장한 것이 3김시대인 십 수년 전에 이미 사라졌던 당대표의 단식과 의원직 총사퇴의 부활이다. 25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들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대응”을 주문했지만 지도부에 의해 한마디로 묵살 당했다. 이처럼 대통령과 한나라당 양쪽 다 한치의 양보가 없는 상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국정혼선이 국민들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이런 무한게임에 국민들도 들끓기 시작했다. 25일 청와대와 국회 홈페이지에는 이날 상황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여론이 쇄도했다. “국회의원이 없어도 이보다 더하지 않을 테니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아이디: 호랑이), “정치인들만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아이디: 국민분노) 이런 극한 반응부터, “세월아 어서 가라. 대통령도 바뀌고, 국회의원도 바뀌어서 우리아이들에게만은 좋은 세상 보여주고 싶다”(아이디: 바다)는 체념까지 다양했다. 흥미로운 점은 예전처럼 어느 한 쪽을 두둔하거나 비판하는 글 보다는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이 주종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날 바로 실시된 MBC의 긴급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국민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에 대해 “잘못했다”가 50.4% 압도적이다. 반면 “잘 했다”는 응답은 38.0%에 그쳤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전면투쟁 방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한나라당의 전면투쟁 방침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7.1%로, “찬성한다”는 의견 26.8%의 2배 이상이 나왔다. 국민들 눈에는 특검을 거부하는 대통령이나 국회를 거부하는 한나라당 모두 분노의 대상일 뿐인 것이다. 200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