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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의문사위원회 조사관 유봉인씨 지난 24일 서울지방법원에서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심리가 열렸다. 지난해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정치권력과 법조계가 합작한 ‘사법 살인’으로 판정한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다시 재판을 열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첫 번째 자리였다. 8명의 피고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사건의 조작여부를 밝히는 역사적 심리를 앞두고 지난해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인혁당 사건을 비롯 장준하, 최종길 의문사 등 조사를 주도해 역사 속에 묻힌 죽음들을 되살려낸 유봉인(43)씨를 만났다. 유씨는 현재 천주교인권위원회 산하 인혁당 대책위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우연찮게 인연 맺은 의문사 =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유씨는 절친한 친구의 부탁으로 우연찮게 의문사와 인연을 맺었다.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과거 독재정권 시절 발생한 의문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아시아 불처벌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의문사와 관련된 논문 연설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 “처음엔 의문사가 영어로 뭔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의문사란 것이 과거, 현재, 미래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의에서 돌아온 유씨는 “한번 해봤으니 국제적으로 의문사 문제를 알리는 역할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친구의 권유로 의문사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유씨는 의문사위원회가 출범하기 1년 전인 지난 2000년부터 준비과정에 참여했다. 사건을 분석하고 자료를 모으는 것부터 의문사위 시행령의 제정까지 출범을 위한 전반적인 과정에 유씨의 땀이 배어있다. 지난 2001년 의문사위가 출범한 이후 유씨는 최종길 교수, 인혁당 사건의 주무조사관으로 활동했다. ◆고문가해자는 동시에 피해자 = 인혁당 사건을 조사한 유씨는 “당시 피해자들을 고문하고 허위자백을 받아낸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대해 사적인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본인 스스로가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 하지만 유씨는 중정 요원들을 조사하면서 이들 역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고문을 했던 요원을 조사해보니 세월이 흐른 지금 대부분 정신 건강이 좋지 않아요. 명랑하고 유쾌한 삶을 살고 있지 못했습니다.” 유씨는 중정 요원 대부분이 자신이 고문을 한 사실은 숨기고 다른 사람이 고문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다고 전했다. 유씨는 그동안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름도 밝히지 않고 도와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인혁당 재심 심리 등의 성과를 올리게 됐다고 감사한 심정을 밝혔다. 최종길 사건을 조사할 때 있었던 일화 하나. 화장실 사진을 조사하던 중 변기의 모델이 신형으로 추정되면서 조작 사진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문을 갖게된 유씨는 요업협회를 통해 변기 수배에 나섰다. 당시 우연히 만난 요업업계 종사자는 유씨가 조사관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이미 변기의 모델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고 궁금증이 나 변기의 모델을 미리 알아서 파악해둔 것. 유씨는 이 사람의 도움으로 사진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혁당 사건은 사법 살인 = 유씨는 인혁당 사건을 한마디로 ‘정권 유지를 위해 희생양을 만든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사법부에 의해 저질러진 ‘사법살인’을 다시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재심하는 사법부에 대해서는 원칙과 기본을 지켜줄 것을 희망했다. 인혁당 사건 재판 당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나 자백배제 법칙 등 기본적인 법의 절차와 정신만 지켰어도 8명이 사법살인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씨는 의문사 조사가 가능했던 것은 유가족들과 이들을 도왔던 추모단체연대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의 끈질긴 싸움, 희생이 아니었다면 의문사를 되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 의문사위 기간이 끝나면서 당시 사건 전체를 기획·집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나 재판을 진행했던 법조인들을 만나 자세한 진술을 듣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 하는 유씨는 의문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인권과 민주화를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라고 말했다. / 김장환 기자 polkjh@naeil.com 2003-11-27
- KAL858기 폭파사건 16주기 16년전 KAL 858기 사건 진실규명 공방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천주교 신부 162명이 유가족 대표 115명과 기도결연을 맺고 의혹을 제기하며 호소하고 나선 것. 또 당시 유가족 중심으로 구성된‘KAL 858기 가족회’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수사결과는 북한공작원 김현희와 김승일이 공중에서 폭파시킨 테러사건이라고 발표했으나 16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유해 하나 유품 한 점 찾지 못했다며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 두 시간만에 테러 판명 △사고 한 달여 만에 7900만원 보상금 지급 △사고 3개월만에 전원 사망처리 △115명 사망사건에 자료사진 없는 점 △김현희와 희생자 가족 접근금지 등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기관이 떳떳하다면 공개적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자료를 공개해서 국민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신부 162명, KAL 858기 진상규명 촉구 = 대책위 공동대표 김병상 신부는 “피해자 가족들만이 16년 동안 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의혹을 품고 명예를 되찾으려 피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신성국 신부는 “KAL기 폭파 범으로 지목된 김현희씨가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닌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 서류에 대한 행정정보공개 처분을 요구한 민변 심재환 변호사는 “관련자료 공개, 김현희씨 공개 기자회견, 민·관 합동 조사협의회를 구성해 지금이라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말했다. ◆폭파범 김승일‘타살’가능성 제기 = 지금까지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으나 최근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제기됐다. 김현희와 함께 폭파주범으로 지목된 김승일씨가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1월10일 희생자 가족들과 천주교 사제 202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초 공개된 ‘김승일 부검감정서’가 근거로 제시됐다. 인천교구 박요환 신부는 “사망하기 직전에 오른쪽 갈비뼈 5대가 일렬로 부러진 것으로 나타났고, 기도와 식도에서 담배필터나 독약 앰플로 추정되는 유리조각이 동시에 발견 된 점이 새로운 의혹”이라고 지목했다. KAL 858기 가족회의 집행위원장 임옥순(방사선과 전문의)씨는 “기도와 식도는 한 기관이 열릴 경우 다른 한 기관은 반드시 닫힌다는 것이 의학적 상식” 이라며 “두 기관에서 동시에 유리조각이 발견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실 규명 정부가 나서야 = KAL 858기 가족회 차옥정(68)회장은 “KAL기장이었던 남편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며 “16년 동안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차 회장은 “이제 KAL기 실종 사건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분명 누군가 의도대로 사건이 은폐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KAL 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는 앞으로 법률·의료·보험·해외조사·항공기 조사·언론 자료조사 등 6개 분야로 구성된 사건조사팀을 꾸리고 증언대회 및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의혹을 공론화 할 계획이다. 또한 사건 16주기가 되는 29일에는 서울 양재 ‘시민의 숲’에서 희생자 115인에 대한 위령제 및 추모공연을 벌인다. 이들은 또 진상규명을 국민운동 차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12월4일부터 NGO 설명회를 갖고 본격 대정부 활동에 돌입한다. / 김병량 기자 brkim@naeil.com 2003-11-25
- 이 사람|산당 임지호 - 2003년 뉴욕 Korea Food Festival 총 책임자 오는 12월 1일부터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2003 UN KOREA FOOD FESTIVAL’이 열린다. 뉴욕 주재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 이어 두 번째이며, 한국의 맛과 멋을 알리는 총 지휘자로 선택된 산채요리 연구가 산당(山堂) 임지호씨(48)는 ‘한국음식의 세계화·고급화’를 목표로 이번 뉴욕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음식 속에 스며있는 한국인의 멋과 역사 보여줄 터” 산당 임지호씨는 이번 뉴욕 Korea Food Festival에서 자연이 빚어낸 한국 음식의 맛을 전할 것이다. 인위적인 음식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낸 음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음식을 통해 한국의 자연과 역사, 한국인의 모습을 세계인에게 전할 것이다. 그는 “자연으로부터 얻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놓으면, 자연이 서서히 음식을 숙성시켜 완성시키는 것이 우리 음식의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요리는 주방만이 아니라 장독대 밭 산 바다 등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한국요리의 깊은 맛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에서 나오는데, 이것들은 요리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세월이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 낸다는 것. 이것이 한국 맛의 비밀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한국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는 자연을 거부해서는 안되며, 자연을 터득해야 한다. 태양과 바람, 4계절의 변화에 맞춰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는 또한 뉴욕행사를 통해 한국 음식의 세계화와 고급화를 이루어 낼 계획이다. 산당은 “가장 좋은 맛은 자연의 맛이며, 자연의 맛은 세계인이 공유하는 맛이다. 한국음식은 자연의 맛이기 때문에 세계의 맛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뉴욕행사를 위해 사용하는 그릇 등을 특별 주문했다. 그릇은 이숙인 요(窯)의 분청사기를 준비했으며, 수저는 안성유기 공방에서 맞췄다. “모든 자연소재가 요리재료다.” 산당의 요리는 제한이 없다. 요리의 재료는 무한하고 자유롭다. 따라서 그의 요리는 창조적일 수밖에 없다. “음식 맛은 양념과 소스가 좌우한다. 양념과 소스는 맛의 조화와 균형을 잡아준다. 양념과 소스의 재료 역시 자연에서 얻으며, 무한하다”고 한다. 그가 다양한 자연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집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경북 안동이 본가인 임씨는 대대로 내림으로 한의원을 운영하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선친으로부터 각종 약재들을 갈무리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하지만 그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음식이 가지는 약리 효과를 생각하되, 음식의 기준을 넘어서는 안되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잊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요리사” 산당은 “자연의 재료가 음식이 되어 먹는 사람과 교감할 수 있도록 전달해 주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요리사라고 정의했다. 요리사는 재료의 강한 맛을 부드럽게 변화시켜 먹는 사람에게 이롭게 만들어 전달하고, 재료가 가지고 있는 몸에 좋은 성분은 파괴되지 않게 전달해주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음식을 먹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요리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바깥세상과 자연에 관심이 많았다. 시골 할머니로부터 장 담그기, 산나물 캐고 다듬기를, 스님들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웠다. 해안가 섬을 돌며 해초를 이용한 음식을 연구해서 만들기도 했다. 또한 사우디 아라비아 건설현장 주방장으로 있을 때는 2000여명을 먹이기도 했다. 서린호텔에 있을 때도 제한 된 식재료로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재과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그는 서른쯤 되던 해에 음식을 만드는 일이 생계의 차원을 넘어 행복하고 평화로운 작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최고의 음식은 넘치지 않고, 사랑이 담겨 있다” 산당이 추구하는 최고의 음식은“넘치지 않고, 사랑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요리철학은 ‘중용과 사랑’이다. 아무리 좋아도 넘쳐서는 안 되며, 나쁜 것도 순화시켜 거부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좋은 재료라고 해서 무작정 많이 채취하거나 낭비해서는 안 된다. 항상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한다. 그는 또한 “음식 속에는 사랑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리사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것을 생각하며,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100여차례 대중 음식 공양을 실천했다. 임옥상과 함께 인사동에서 ‘북한어린이돕기 자장퍼포먼스’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스님들이 동안거와 하안거를 마쳤을 때, 직접 찾아가 음식을 공양하기도 한다. 현재 산당 임지호씨는 다양한 음식 소재가 많은 호수와 깊은 산이 있는 경기도 양평 남한강변 산기슭에 음식점 ‘산당’을 꾸리고 있다. 문의 031-772-0160 2003-11-20
- 평화를 일구는 사람들③ 노근리 인권평화연대 사무총장 정구도씨 수년째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 부친이 시작한 것부터 치면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다. 노근리 인권평화연대 사무총장 정구도씨. 정씨는 미군에 의해 수백명의 양민이 학살된 노근리 사건의 직접 피해자인 정은용(82) 노근리사건 대책위원장의 아들이다. 정씨는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1월 노근리 사건에 대해 유감(regret) 표명을 했지만 이에따른 진상규명과 배상 등 후속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을 상대로한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군, 노약자에 무차별 사격 노근리 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지난 50년 7월 25일 벌어졌다. 퇴각 중이던 미군이 노인과 어린이가 다수 포함된 충북 영동군 주곡리 주민 500∼600명(대책위 추산)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 3박4일 동안 계속된 학살극이었다. 정부에 신고된 사망자만 248명에 달했다. 정씨 부자의 전쟁은 지난 60년 미국정부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시작됐다. 정 위원장은 이후 20여차례에 걸쳐 공식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고 지난 94년에는 사건을 배경으로한 소설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지난 99년말 AP통신이 노근리 사건을 보도하면서 노근리는 새 생명을 얻었고 한미 양국의 진상조사를 이끌어냈다. 미국 학살 축소·은폐에 급급 이후 1년3개월에 걸친 양국의 조사 결과 사건 진상이 일부 드러났고 미국측은 클린턴 대통령의 유감 성명과 함께 장학금과 추모비 건립비 지급을 약속해야했다. 하지만 노근리 피해자들은 미국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미국이 잘못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사과를 하지 않고 두리뭉실 넘어가려는 의도를 보였기 때문. 진상보고서에도 사건을 축소·왜곡하려는 뜻이 명백했다는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씨는 미국의 진정한 반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노근리 이후에도 베트남과 코소보 등 전 세계에서 미군 전쟁범죄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전 와중에 벌어진 유사범죄 60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노근리의 전쟁은 계속되야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라크 어린이 돕기 모금운동 정씨는 각종 평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라크 어린이들을 돕기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동병상련의 심정이지요. 반세기전 노근리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유도 모르고 미군의 총격에 쓰러져갔습니다. 많은 이라크어린들도 마찬가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우리의 도움은 당연한 일입니다.” 전투병 파병에 대해서는 일언지하에 “절대 안된다”고 자른다. “이라크전은 미국이 저지른 명분없는 전쟁입니다. 베트남전의 재판이지요. 그곳에 왜 우리 젊은이들을 보내 피를 흘리게 합니까. 절대 안됩니다.” 정씨는 미국에 대한 성토와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말을 맺었다. “미국은 노근리에 대해 반성하는 척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진정한 반성이 이뤄지지 않는한 노근리의 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2003-09-24
- 이산가족상봉단 223명, 금강산으로 제8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2진(단장 양후열 한적 제주지사 회장) 223명이 23일 오전 동해선 육로를 거쳐 금강산으로 떠났다. 상봉단 2진은 남측 이산가족과 보호자 143명과 지원요원 51명, 취재진 29명이다. 긴 세월이 지난 상봉의 설렘 속에서 속초 설악한화콘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남측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대부분 밝은 모습으로 금강산행 버스에 올랐다. 6.25 전쟁통에 인민군에 끌려간 아들이 북녘에 남겨놓은 두 피붙이와 며느리를 만날 예정인 최고령자 정월옥(95) 할머니는 담담한 표정이었고, 1·4후퇴 때 시어머니께 맡겼던 큰딸을 만나는 김금순(79) 할머니는 걱정과 설렘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남측 상봉단과 지원요원, 취재진 등은 이날 오전 숙소인 한화리조트를 떠나 고성 출입국관리소(CIQ)에서 간단한 입북수속을 받은 후 낮 12시30분께 금강산 해금강호텔에 도착하며, 오후 3시부터 두시간 동안 북측 김정숙 휴양소에서 단체상봉을 가질 예정이다. /속초=공동취재단 2003-09-23
- 해외 IT기업 국내진출 활발 미국·일본 등 해외 IT업체들이 침체된 국내 IT경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해외업체들은 현재 국내시장에 대해 서버 및 스토리지 분야의 대형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나, IT경기가 어려울수록 시장잠식이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예정이다. 더구나 내년 미국 등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한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투자도 잇따를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버 공급업체인 미국의 이제네라, 스토리지 업체인 일본 에이디텍스,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업체인 영국 스태프웨어 등이 잇따라 국내업체와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이제네라사(www.egenera. com)는 국내 중대형 시스템 공급업체 시나이미디어(대표 이대승·www.sinaimedia.com)와 총판 계약을 맺고 데이터용 서버 블레이드프레임(BladeFrame) 시스템 유통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시스템은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솔루션을 지원하고, 데이터센터의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장비다. 현재 리만브라더스, JP모건체이스, CSFB 등 미국의 유수한 금융회사를 포함한 많은 대형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이디텍스는 국내 (주)대류SMA와 함께 한국법인을 출범시키고 자사 제품에 대한 영업에 나섰다. 한국에이디텍스(대표 유상영)는 지난달 컴덱스 기간에 맞춰 일본 본사 다나까 부사장을 초청해 법인 출범식 및 제품설명회를 가졌다. 에이디텍스는 1993년 IBM제팬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IBM이 오랜 세월동안 성장시켜 온 하드디스크 등의 개발, 제조에 있어서의 노하우를 이어받았으며, 특히 디지털 데이터 저장장치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영국 스테프웨어는 솔루션 업체인 유니테크인포컴(대표 김원석·김종수)과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스태프웨어는 세계 최대의 BPM 솔루션 전문업체로 지난 6월 가트너가 발표한 순수 BPM 전문업체 평가자료에서 파일네트와 함께 최상위 그룹인 ‘리더그룹’으로 평가 받은바 있다. 현재 스태프웨어 아시아태평양본부 인력들이 유니테크인포컴에 상주하면서 제품교육과 시장전략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이 과정이 끝나는 대로 유니테크인포컴은 BPM 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유통 솔루션 전문업체 영국 리텍(Retek)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리텍은 지난 6월 CJ홈쇼핑의 영업 및 물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국내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 하에 늦어도 10월까지 8명으로 구성된 리텍코리아를 오픈할 예정이다. 베리사인은 한국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베리사인은 도메인 네임 서버 한국 설치, 운영을 위해 이를 전담할 조직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초 루트 서버 및 네임 서버 운영 개시전에 국내 법인을 출범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의 과감한 투자는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는 기회이고, 호황기에 대비해 미래의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2003-09-08
- <내일시론>6자회담 이제 시작이다(임춘웅 2003.09.03) 6자회담 이제 시작이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회담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2차회담의 일정도 합의하지 못하고 헤어졌으니 실패한 회담이라는 시각,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는 사람도 있다. 북한측에서는 이번 6자회담이 백해무익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미국측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런 엇갈린 평가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회담은 6자가 처음으로 만나 상견례를 나누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만나 무슨 가시적 성과를 기대 했다면 북핵문제는 처음부터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회담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성과를 따지기 전에 어떻게 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어갈까를 생각할 때다. ‘북핵 평화해결’ 틀 마련 위한 국제 외교 실험 그렇게 하자면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서로간 다른 것은 놔두고 같은 것부터 찾아가자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회담은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지 1년여 만에 이 문제를 풀어나갈 하나의 틀이 짜여졌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동안 세계는 그 틀을 짜는데 1년여의 세월을 보냈고 늦게나마 그 틀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이번 회담을 통해 6자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더불어 북한의 안보우려를 해결해야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북한이 회담 중 핵사태를 악화시키는 더 이상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두 달내에 2차회담을 갖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유지한 것이 소득이라면 큰 소득일 것이다. 두 달이면 다소 긴 기간이긴 하나 10월 방콕에서 열리는 APEC(아태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도 있고 해서 그렇게 긴 기간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다자회담은 북-미간 단독회담을 고집하던 북한측의 고집을 꺾고 미국이 바라던 대로 다자의 틀 속에 북한을 끌어들였다는 외교적 성과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6자회담은 이번에 북핵문제만 원만히 해결할수 있다면 이 6자의 틀은 앞으로 새로운 동북아 안보포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는 동북아에서 미래의 새로운 안보체제로 도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본란은 일찍부터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자면 북핵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북측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먼저 포기하라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먼저 포기하라는 것이다. 북미간에 “네가 먼저”만 되풀이하게 되면 일이 되지 않으니 일괄타결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일괄타결 원칙이 결정되더라도 문제가 다 풀리는 게 아니라는데 북핵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북한이 보는 미국의 적대정책의 선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가 또 남는다. 바로 이 문제가 6자회담에서 풀어야 할 가장 골치 아픈문제가 될 것이다. 양쪽의 시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남은 4자가 얼마나 외교력을 발휘하느냐가 6자회담의 성공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 적대정책 완화 위해 4자 외교력 발휘해야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6자회담이 너무 오래 끌게 되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각국의 이해가 바뀔 수 있고 국제환경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늦어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전에 마무리 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자면 6자의 틀 안에서도 북-미 접촉의 폭을 넓혀주는 노력이 필요하고 일이 안 풀리면 4자가 적극 개입하는 형태가 바람직 할 것이다. 6자안에서도 북미접촉이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인식이 미국과 다른 나라간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의 외교력에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새로운 국제적 실험인 6자회담에서 그들의 외교력을 시험하고 키울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임춘웅 객원논설위원 2003-09-01
- [인터뷰] 방송 300회 맞은 경인방송 장수프로그램 ‘경찰24시’ 제작진 사건 발생부터 범인 검거과정까지 사건 해결의 전 과정 동안 형사들과 동고동락하며 ‘반 형사, 반 PD’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방송 300회를 맞은 경인방송 ‘리얼 TV, 경찰24시(매주 월요일 밤 10시50분)’제작진이 그 주인공. 1997년 10월 경인방송 개국과 함께 첫선을 보인지 올해로 7년째인 이 방송은 16명의 PD가 6mm 카메라를 들고 사건 발생부터 잠복, 수사, 범인 검거 현장까지 형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ENG 카메라 제작방식이 아닌 6mm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PD 1인 제작시스템은 거의 이들이 방송계에 처음 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을 다룬 타 방송사의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선정성과 폭력성 시비에 휘말려 막을 내린 데 반해 ‘경찰24시’는 7년여의 세월 동안 시청자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해왔다. ◆초창기 협조 공문 거절 일쑤 = 처음 이 프로를 기획했던 백민섭 책임 프로듀서(CP)는 경인방송 개국 당시 중앙방송과 차별화되는 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생치안과 가까이 있어 세태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경찰’이란 직업은 가장 걸맞는 소재였다. 그럼에도 부정적 집단으로만 그려져온 경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그들의 실상과 현장에서의 고충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은 것도 또다른 목표였다. 이러한 취지 아래 이제는 방송 300회를 맞을 만큼 장수한 인기프로그램으로 성장했지만 ‘경찰24시’의 7년여 세월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드라마나 재연이 아닌 실제상황을 담은 경찰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협조가 필수였지만 초창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회 촬영 당시 경기 지역 각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수사현장에 동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사에 방해가 되고 얼굴 노출로 범인 검거가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백민섭 CP는 “사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기자나 PD를 만나면 이득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로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아무 것도 안찍고 경찰서를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하면서 내가 ‘적군’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하려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겨우 허락은 받아냈지만 초창기에는 형사들은 카메라를 피해 도망다니고 PD들은 좋은 그림을 잡으려고 쫓아 다니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데다 수사기법 노출 등 경찰의 정보보호 요청을 지킨 제작진의 노력은 특이한 사건 제보를 경찰로부터 먼저 받는 등 전폭적인 협조를 얻는데까지 이르렀다. ◆담당 PD 조폭에 납치되기도 = 제작진 모두가 형사들과 숙식을 같이 하다보니 무용담과 에피소드도 많았다. 조직폭력배의 갈취 현장 물증을 잡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들고 투입됐던 담당 PD가 5시간 동안 납치됐는가 하면 백CP가 달아나는 범인을 추격해 붙잡은 일은 경찰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또 일명 ‘아리랑치기’를 하던 범인을 검거했으나 훔친 돈이 발견되지 않아 제작진이 촬영한 비디오를 돌려본 결과 경찰차에 오르기 직전 돈을 버린 장면이 발견돼 증거물로 활용된 일도 있었다. 백 CP에게는 특히 인천 지역 3대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한 과정을 담은 촬영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두달반 동안 전부 2주 정도의 시간밖에 자지 못하면서 기동대원들과 숙식을 같이 했다”며 “그 결과 80명의 마약조직원들을 검거, 38명이 구속기소돼 인천 지역 마약가격이 한동안 오를 정도였다”고 웃었다. ◆수사시스템 개선되야 = 백 CP는 일선 경찰서 수사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잊지 않았다. 선진국형 과학수사를 늘 요구하지만 실제 일선서 수사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 발생에 비해 형사들의 수도 적지만 수사의 질보다 실적이 중시되고 경험에만 의존하는 관행과 미해결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민생치안 해결을 위해 경찰이 질적인 수사를 할 수 있으려면 인력과 재원이 뒷받침 되야 하고 경찰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히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이긴 하지만 검거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다보니 모방범죄와 수사기법 노출, 피의자 인권침해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 과장된 배경음악과 영웅으로 그려지는 형사들의 모습 때문에 다큐라기 보다는 오락물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 CP의 뒤를 이어 6개월 전부터 ‘경찰24시’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강성욱 PD는 “좋은 그림을 잡으려는 제작진의 욕심에서 테크니컬한 부분에 천착하다보면 프로그램의 특성상 인권침해 소지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선정적 장면에 대한 유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다큐는 절대 거짓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를 위해 강 PD는 “이미지컷은 절대 쓰지 않고 개연성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항상 자기검열에 충실하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좋은 비쥬얼임에도 절대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러한 노력 덕에 그간 방송위원회 심의에서 지적받은 사례가 경고와 주의 각 2회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사건과 경찰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으로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다는 제작진은 “생생한 프로그램과 자극적인 연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심정이지만 가공되지 않은 사실을 전한다는 대원칙 아래 인권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강성을 잃지 않겠다”고 앞으로의 제작 포부를 밝혔다. /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2003-09-01
- [내일의 눈] 저축의 날과 부동산 대책 지난 28일은 40번째로 맞이하는 저축의 날이었다. 이날 최고의 영예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 김재정 씨의 사연은 주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김씨는 지난 89년 중풍으로 6년간 투병생활을 해 온 남편을 여의고 두딸과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의 역할을 맡게 됐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식당일, 간병인 등 궂은 일뿐. 그래도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푼두푼 저축하며 알뜰하게 돈을 모았다. 심지어 버스비를 아낄려고 겨울새벽 빙판길을 걷다가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고, 폐품을 수집하다가 개에게 물려 고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저축한 덕분에 두딸을 대학까지 진학시키고 지금은 어느 정도 생활터전을 잡을 수있었다. 그런 김씨에게 소망이 있다면 전세생활에서 벗어나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열심히 살았지만 아파트 한채 마련하는 일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사실 저축만해가지고는 은행금리의 수십배 이상 상승하는 아파트 구입비를 장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김씨처럼 알뜰하게 저축하는 생활이 오히려 ‘미련한 일’이 돼버린게 현실이기도 하다. 29일 정부는 대대적인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정부 대책으로 서민들의 내집장만은 더 힘들어졌다. 은행 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부동산가격을 잡지 못한다면 결국 서민들만 괴롭힌 꼴이 되고 마는 셈이다. 부동산 보유를 통해 초과이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그래서 국민들의 저축의지를 높이겠다던 부총리가 저축의 날 치사를 통해 한 약속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03-10-30
- ‘중국의 베니스’ 호반의 도시, 요성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요성(聊城). 중국 산둥성 지난(濟南)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요성시는 한마디로 ‘물의 도시’. 2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최고의 수성(水城)이다. 100㎢가 넘는 하천 3개 등 크고 작은 하천이 무려 26개나 갈래져 흐르고 황하 60㎞가 요성시 경내를 지나고 있다. 특히 항저우의 서호, 난징의 막초호와 함께 중국 3대 미녀 호수로 불리는 동창호(東昌湖)를 품고 있어 ‘중국의 베니스’라 불릴 만큼 도시의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5㎢의 드넓은 동창호에는 10월 문화절 축제기간 용주(龍舟) 경기가 한창. 구경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동창호 안에는 사방 1km의 정사각형 옛 성이 1000년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그 한 가운데 명나라 유적인 높이 33m의 광악루(光岳樓)가 629년의 오랜 세월을 버틴 채 우뚝 서있다. 청나라 상인들이 지은 샨사안(山陝) 회관에는 금색 얼굴을 한 관우 장군상이 모셔져 부자가 되고픈 상인들의 바람을 엿볼 수 있으며 경극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황하 문화와 운하 문화가 공존하는 요성시는 유서 깊은 문화유적지로도 이름나 있다. 광악루, 샨사안회관 및 삼국시대 위나라 조식의 분봉 등 국가중점보호문물 5점을 비롯해 성급 문화보호재 16점, 시급 문화보호재 118점 등 400여개의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으며 특히 고당현과 양곡현은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서화예술의 고향 고당현에는 중국 현대 산수화의 대가 손대석(孫大石) 미술관이 단연 돋보인다. 손대석의 유려한 글·그림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벼루인 천하제일연(天下第一硯)이 눈길을 끈다. 대륙의 웅장함을 대변하듯 10톤 규모의 통석으로 만든 벼루에는 중국을 구성하고 있는 56개의 민족을 상징하는 작은 용 56마리와 베이징 톈진 상하이 등 특별시를 뜻하는 3마리의 큰 용, 중국 28개 주요 성·시를 나타내는 28마리의 용 등 모두 87마리의 용과 만리장성을 조각해 놓았다. 양곡현은 ‘수호지’의 발원지이자 주무대가 되는 곳. 술에 취한 무송이 산을 넘다 만난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경양강(景陽岡), 무송이 서문경과 놀아난 형수 반금련을 죽이고 서문경을 2층에서 내던져 버린 사자루(獅子樓) 등 수호지의 무대에서는 등장인물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당시의 상황을 재현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반금련과 서문경이 처음 만난 다방과 서문경이 운영한 소금가게, 한약방 등은 980년전의 모습 그대로다. 또 상점 끝에는 전세계의 온갖 단추들이 다 모인 듯한 단추전시장이 있는데 종류가 수만가지로 기네스북에 올라있을 정도다. 산둥성 요성시 =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200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