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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방문기-1 1. 런던에서 워크솝, 뉴캐슬까지 Open Space!(공공의 공간을 대중에게!) 왕실 사냥터에서 내셔널트러스트 소유의 개방공간으로 … 클럼버파크 9월 13일 한국 시간 오전 10시 30분에 인천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홍콩을 거쳐 영국 히드로(Heathrow)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8시간 시차를 계산하면 장장 18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 렌터카를 빌려 우리가 직접 운전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말이라 7인승 승합차가 없단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못한 것도 7인승이 없어서였는데, 큰일이었다. 할 수 없이 1400cc 푸조 승용차를 빌려 5명이 탔다. 트렁크는 물론 좌석에까지 짐을 싣고 안고 … 다음날 7인승 승합차로 바꾸지 못했다면 1주일 내내 차 때문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최초의 자동차전용도로인 M1을 타고 000 첫날밤은 런던 인근의 레딩(READING)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자고 다음날 다시 히드로공항으로 가서 렌터카를 교체했다. 포드사에서 나온 7인승 갤럭시 디젤엔진 자동차였는데, 트렁크와 뒷좌석에 짐을 싣고 5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이번 영국 방문의 제일 북쪽 목적지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가는 길 중간중간 내셔널트러스트 보전지를 방문하기로 하고 1박 2일 코스로 일정을 잡았다. 런던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M1 고속도로를 타고 하염없이 북쪽으로 달렸다. 영국 최초의 자동차전용도로인 M1은 중간중간 국도 A1과 길을 공유하며 잉글랜드 북쪽 도시 뉴캐슬까지 연결된다. 영국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차선도 우리와는 반대다. 그래서 영국 유학파인 단국대 조명래 교수가 첫 번째로 운전대를 잡았다. 1시간 정도 달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쉰 뒤 운전자를 바꿔 직접 운전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자꾸 차가 차선 왼쪽으로 붙기도 하고 영 어색하더니 곧 적응이 되었다. 80~90마일(1마일은 1.6km) 정도의 속도로 쭉 달려 오후 1시 30분 경 미들랜드 북쪽의 작은 도시 워크솝(WORKSOP)에 도착했다. 로빈훗의 숲에서 내셔널트러스트로 000 워크솝에는 18세기 앤(Anne) 여왕(1665-1714)의 사냥터였던 클럼버파크(Clumber Park)가 있다. 일요일인 데다 맑고 화창한 날씨에 클럼버파크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다. 유모차를 끌고 숲속을 거니는 사람들, 호수 양안으로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영국 전통 구기종목인 크리켓 경기를 하는 이들 … 공원 전체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하늘나라에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클럼버파크의 정형화되지 않은 수령 200년 이상의 숲은 평온한 호수와 곳곳에 펼쳐진 구릉지대 경작지, 방문객들이 거닐게 되는 꼬불꼬불한 오솔길, 늘씬한 조지안 시대 첨탑을 가진 클래식한 건축물들과 함께 완벽한 인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450만평에 이르는 클럼버파크는 전체가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소유이다. 이 사이트는 그 규모만큼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온다. 넓은 주차시설과 잔디밭,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는 코스, 밭과 식물원, 전통 건축물 내부에 마련된 티룸(Tea Room), 관상식물을 판매하는 식물원, 다달이 계획되어 있는 많은 행사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원래 이 일대 숲은 의적 로빈훗의 무대 가운데 하나였다. 쉐우드숲(Sherwood Forest)의 일부분으로 형성된 클럼버파크는 1707년 스튜어트가의 마지막 왕 앤 여왕의 사냥터로 이용하기 위해 뉴캐슬의 공작(the Duke of Newcastle)에게 하사되었다. 1760년 경부터 현재와 같은 공원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1928년 7번째 공작이 사망하고 1946년 내셔널트러스트가 이곳을 취득할 때까지 여러 가지 부침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경매에 들어가 전쟁부(War Department) 건물, 병기창고, 훈련장 등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1946년 내셔널트러스트가 공공기부금과 지역 당국의 후원금 등으로 구매한 뒤 현재에 이른다. 산업혁명의 그늘에서 시작된 운동 000 클럼버파크는 19세기 중반 ‘공간 개방(open space) 운동’의 흐름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공원, 런던의 하이드파크나 리젠트파크도 일찍이 왕이 사냥을 즐기던 숲이었다. 왕실 레저용으로 관리돼오던 광대한 숲이 오늘날처럼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것은 19세기 중반에 시작된 공간 개방 운동의 결과이다.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으로 영국의 인구는 크게 늘어났다. 19세기 초에 이미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인구는 2배로 팽창했고 도시에서는 인구과밀과 함께 빈곤계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빈민들은 공장 근처에 몰려 살았다. 오염된 대기 속에 휴일에 어디 나갈 곳도 없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콜레라가 번졌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개방 공간(open space)을 대중들에게 되돌리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들은 어둠을 틈타 울타리를 부수는 등 강력한 운동을 펼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운동의 중심세력 가운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창설자의 한 사람인 로버트 헌터(1844~1913)가 있었다. 그는 공유지보존협회(Common Preservation Society)의 변호사로 채용된 후 윔블던 공유지, 워즈워스 공유지, 파드니 황야를 일반인에게 개방시키는 일에 깊이 관여했다. 1884년, 헌터는 또 다른 창설자 가운데 한 사람인 옥타비아 힐(1838~1912)에게 보내는 편지 여백에 ‘National Trust?’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메모가 내셔널트러스트로 발전하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다. 5000년 이상 유지돼 온 영국의 자연경관 000 오후 4시 클럼버파크를 출발,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지방도를 따라 뉴캐슬 서쪽의 구릉지대에 차를 세웠다. 오랜 기간 빙하에 깎인 완만한 구릉이 끝없이 이어지고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는 영국 특유의 경관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이었다. 비록 ‘인공의(handmade)’ 자연이라지만 청동기시대 이후 5000년 이상 이런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 아닌가.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B&B를 찾아봅시다”라는 조 교수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B&B는 ‘Bed & Breakfast’의 약어로 침대와 아침식사가 제공되는 민박을 말한다. 우리 일행이 찾아간 토우로우(Tow Law) 언덕의‘꿀벌 민박(The Bee B&B)’은 농부의 거친 손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집주인도 내셔널트러스트 회원이어서 한층 편안한 느낌이었다. 2003-10-09
- [창간10주년 기념] 수도권2본부(경기동부권 및 강원권)를 찾아 월요일 아침 7시. 모든 직원이 사무실을 청소하느라 분주하다 7시30분. 월요 주간 회의를 시작한다. 박진범 본부장이 본사 방침과 계획 등 전달사항을 전하고, 홍보팀, 취재팀, 디자인팀 등 각 팀별로 주간계획과 상호 협조할 내용에 대해 공개 논의한다. 이 회의에 사원출자회사인 배달 전문회사인 ‘내일PD(Paper delivery)’ 팀장이 참석한다. 전체회의는 가능하면 짧게 끝낸다. 전체회의가 끝나면 팀별 회의가 이어진다. 내일신문 수도권2본부의 매주 월요일 아침 모습이다. 내일신문 지역본부의 힘은 바로 남보다 빠른 출근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의 타 언론사 보다 출근이 2시간 빠르다. 박 본부장은 월요일 출근을 6시30분으로 앞당길 생각이라고 한다. 현재 수도권2본부는 2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성남(분당), 용인(수지), 광주, 이천 등 경기동부권과 춘천, 원주 등 강원도권을 포괄하고 있다. 내용을 중심으로 한 팀플레이 원활 수도권2본부의 힘은 개인보다는 팀을 중요시하는 풍토와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집중과 지도력에서 나온다. 취재팀은 홍보팀이 필요로 하는 정보나 취재를 지원하고, 홍보팀은 지역의 중요한 정보들은 취재팀과 공유한다. 또한 디자인팀은 홍보팀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약속한 시간에 최고의 홍보시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홍보팀과 디자인팀이 서로 요구가 달라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 지금은 서로의 역할속에서 대화와 배려가 이루어져 효율성이 높아지고, 독자를 위한 최고의 신문과 잡지를 만들고 있다. 특히 홍보팀의 경우 개개인이 독립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팀 회의를 통해 개인의 정보를 교환해 지역상권과 경기의 흐름을 분석하고 영업방향과 내용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 공동 대응하고 선배와 후배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움직이는 팀플레이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본부장은 전체가 나아가야 할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흐트러지는 것을 막으며 이끌어가고 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규율과 시스템에 반대하는 직원들도 많이 있었지만, 박 본부장은 그때마다 변함없는 원칙 제시와 강력한 추진력으로 본부를 이끌어 왔다. 또한 신문과 잡지가 발행되면 전 직원이 직접 아파트와 상가에 배포한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중한 신문을 직접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세일즈가 아니라 마케팅 홍보팀 회의는 매일 열린다. 세일즈가 아니라 마케팅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홍보팀은 단순히 신문지면에 광고만을 수주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신문의 창간 취지와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한다. 그래서 광고주와 세일즈맨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는 ‘윈-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일 팀 회의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병원, 학원, 음식점, 학원 등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지역상권을 권역 및 업종으로 분화해 담당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에 따라 지역상권을 저인망식으로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내일신문 지역 홍보팀원들은 지역상권과 바닥 경기의 흐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새로 창업하는 업체에 대해 홍보팀원들은 지역상황을 설명해 주고, 운영 방향에 대해 컨설턴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만일 지역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내일신문 지역본부로 연락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역정론과 생활정보 제공 취재팀 기자는 ‘권력이 아니라 지역정보를 주민들에게 서비스한다’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며 일하고 있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자치단체장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생활인 기자인 리포터들이 주민생활과 밀접한 내용과 행사 등 생활정보를 지면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내일신문의 기자들은 매일 본사에 지역기사를 송고할 뿐만 아니라 매주 2~3개의 지역판 기사를 마감하고, 직접 편집도 한다. 수도권2본부가 현재 발행하는 매체는 모두 5종류다. 지역 주간신문 4개판(분당·수지·춘천·원주 내일신문)과 지역 월간지 ‘분당 미즈엔’을 발행하고 있다. 춘천·원주 내일신문은 2본부 산하 강원팀에 편재되어 있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약속 수도권2본부는 10년간 쌓아온 경험을 기초로 변화속에 있는 지역경제와 경제인들에게 노사문제, 경영시스템 등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모범을 보이고자 한다. 이와 함께 분권시대를 맞아 지역 문제를 지역민이 주체가 돼 해결해 나가는데 일조하기 위해 지역내 네트워크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경제-정치-시민사회 등 지역의 제 세력이 건설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어려운 경제현실을 극복하고 지역에 희망을 심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박진범 본부장은 “내일신문의 창간 정신인 밥 일 꿈을 이 지역에서 실현하는 날까지 지금보다 더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내일신문은 지역의 대안으로 남고자 하기 때문이다”고 다짐했다. 2003-10-08
- ‘로마인 이야기’에 드러난 리더십 ‘지성과 체력 기술력 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민족보다 떨어진다는 로마인은 왜 세계의 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서론의 문제제기이다. 나나미는 그 해답으로 두터운 지도자층 양성과 리더십 양성 시스템을 들었다. 전 로마시민들에게 신분에 관계없이 관직의 문호를 개방, 자유경쟁에 의한 실력으로 인재를 발탁하게 한 데서 그 비결을 찾은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안고있는 인사문제와 관련, 상당한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 로마는 심지어 전쟁에 패한 적국의 장수에까지 기회를 주었다. 로마군에 오랜 세월 치욕을 주었던 삼니움족의 장군 한 명은 능력을 인정받아 로마 최고의 공직인 집정관에까지 올랐다. 실력 중심의 이같은 인재등용은 한국사회의 정실인사 코드인사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또 기원전 367년에 모든 공직을 평민 귀족 등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전면 개방하게 할 수 있는 리키니우스법을 제정했다. 게르만계 켈트족의 침입으로 로마가 철저히 짓밟힌 뒤, 평민파와 귀족파로 나뉘어서는 국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데서 얻은 교훈의 결과였다. 로마는 양질의 지도층을 많이 배출했을 뿐 아니라 리더십 양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실력을 체계적인 매뉴얼로 정리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 전투의 지휘관들은 현장의 경험을 세세하게 정리해 다른 지휘관들도 이것을 바로 전투에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로마의 이같은 지도층 양성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였다. 로마의 라이벌인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10여년간 로마를 공격했을 때, 로마는 탁월한 장군들이 여러명 있어서 한니발 한 사람밖에 없는 카르타고를 다방면에서 공략, 승리를 거두었다. 2003-10-06
- 미증시 주간전망 그린스펀 “숫자보다는 사람이다” 뉴욕, 공개시장위원회 주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한 때 음악을 전공했다. 그러나 숫자를 다루는 비상한 능력 때문에 결국 경제학을 공부하게 된다. 그의 집무실에는 간단한 키보드 조작만으로도 주식, 환율, 금리 등 주요 금융지표와 실업률, 생산성 등 핵심 경제지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그린스펀 자신, 이코노미스트이고, 오랜 세월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였기에 ''숫자''를 읽고, 해석하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이번주 월가의 최대 이벤트는 화요일 공개시장위원회다.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그린스펀의 숫자 읽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모든 경제지표들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는데, 오직 고용지표만이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 자체는 떨어지는데 신규 일자리는 줄어들고, 주간 신규실업수당 신청 건수도 다시 40만건을 웃돌고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속속 하반기 GDP 전망치를 높이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실업지표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그린스펀은 이같은 숫자들의 모순을 어떤 형태로든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 기간 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숫자들의 부조화가 너무나 심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시장위원회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인플레이션 타겟팅’에 대한 그린스펀의 직설적인 반대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연준리는 지난 5월 디플레이션 발언이후 통화정책을 보다 명확하게 해야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도입, 시장이 기계적으로 연준리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 그린스펀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연례 정책 세미나에서 “변화무쌍한 경제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단순한 숫자 맞추기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며 “‘주관적인 사람’에 의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숫자의 달인’이 “숫자보다는 사람”이라고 말한 셈이다. 사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도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경제지표(숫자)는 좋아지는데 실업자(사람)는 줄어들지 않으니 그것이 고민이다. 공개시장위원회가 ‘사람의 문제’에 대해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주에는 경제지표 발표도 많다. 월요일 7월 기업재고, 2분기 경상수지, 8월 산업생산, 뉴욕연방은행 지수 등이 나온다. 월가는 특히 재고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재고가 계속 줄어들면 사람을 채용해서라도 생산을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화요일에는 8월 소비자물가가 나온다. 수요일에는 8월 주택착공이, 목요일에는 8월 경기선행지수,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가 발표된다. 금요일에는 특별한 지표는 없지만 지수선물, 옵션, 종목옵션의 만기가 겹치는 ‘트리플 위칭데이’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edaily 정명수 특파원 2003-09-15
- 민주 신당논의, 결국 당원 손에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수개월을 끌었던 민주당 신당논의의 결판은 결국 당원들 손에 맡겨졌다. 29일 신구주류 간 대타협이 불가능해지자 전당대회를 열어 당원들에게 당의 진로를 묻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구류간 대립상태로 보아 전당대회가 열릴 수는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벌써부터 제기되지만 대선 후보나 당 지도부 등의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외에 당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한국 주류 정당사상 최초라는 점에서 기대도 모아지고 있다. 정당 조직의 대표자를 당원들이 뽑는 것이 정당민주화의 시작이라면 정당의 운명을 당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정당민주화의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전당대회를 일찍부터 주장해 왔던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참여정치가 사실상 완결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에서는 전당대회를 열어 당원들간의 토론을 거쳐 진로를 정하는 일이 당연한 일로 돼 있다. 미국의 경우 정당 강령과 정책위원회격인 플랫폼 위원회가 주체가 돼 당 진로 및 정책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인다. 또 미국 정당의 전당대회는 으레 당의 진로 및 정책에 대해 격론을 벌이는 자리다. 이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당원이 주인인 당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본다면 ‘3김 정치’라는 특수한 보스정치를 경험했던 한국사회에서 당원들이 투표해 당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신당 문제 관련한 전당대회는 요식절차에 불과했던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런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전당대회 해법이 처음부터 폄하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지난 8개월간 아노미상태였던 민주당의 지지부진한 신당논의는 현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민들이 실망한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성명 이후 공식적으로는 당무회의에서 신당조정기구까지, 세력적으로는 소위 신주류 강경파·중진, 구주류 강경파, 막판에는 중도파까지 신당 국면을 정리해보기 위한 여러 시도와 리더십의 충돌이 있었지만 어떤 것도 먹히지 않았다. 이는 3김 이후 리더십 부재가 아직 어떤 것으로 메워지지 않고 있다는 뜻도 된다. 결국 전당대회 해법도 ‘도토리 키재기’하면서 허송세월하느니 차라리 당원과 국민들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비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근태 의원은 “우리나라는 중간 보스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어떻게든 결론을 내보려고 시간을 끌어왔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전당대회까지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다음부터는 결론이 나지 않으면 바로 당원들에게 묻는 것이 당연해질 수 있는 전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07-30
- 정전 50년, 그리고 통일희망 정전협정 50주년을 맞아 남북분단의 쓰라린 현장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사진전이 열린다. 다큐멘터리 사진동아리 ‘고함’은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스페이스 사진’(02-2269-2613)에서 이라는 사진전을 열고 분단 55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하나됨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우리에게 과연 통일의 희망은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2003-07-28
- 최병렬 대표체제 출범과 민주당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체제 구축이 민주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개월을 끌어온 신당논의와 재특검 협상 등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안정체제를 꾸렸다. 따라서 민주당도 점차 바빠질 것으로 보여진다. 언제까지 신당을 둘러싼 논쟁으로 세월만 보낼 수는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민주당 신당논란과정에서 김성순 의원은 “민주당이 죽을 쑤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나라당도 죽을 쑤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한 바 있다. 신당론으로 날을 지새는 민주당이나 국민적 흥행을 하지 못하고 있던 당시 한나라당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최 대표의 등장은 대선 패배의 혼선을 벗고 색깔이 분명한 야당으로 변신할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병렬 대표 체제출범에 대한 민주당내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강경 기류를 우려하는 측도 있고, 합리성을 기대하는 쪽도 있지만 어느 한 편으로 속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정치적 파트너로 볼 때 최 대표가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최틀러’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한나라당에 강한 장악력을 발휘하고 이를 근거로 대여관계를 주도할 때 상대적으로 민주당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강래 의원은 “최병렬 의원은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이해찬 의원은 “모든 것을 두루 하기보다는 중요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확실하게 매듭짓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성된 정치상황이 간단치 않다. 당장에 재특검을 둘러싼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 대표가 대표수락 직후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재특검 수용을 강하게 주문했고,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대철 대표는 “150억 비자금 문제는 철저히 밝혀져야 하지만 특검이 아닌 일반검찰이 다루면 된다”고 주장했다. 27일 긴급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도 한나라당의 재특검 요구에 대한 대응책이 주된 의제였다. 결국 민주당 입장은 최 대표 출범으로 특검법 등을 둘러싼 첨예한 기싸움을 벌이면서도, 내부 신당논의를 정리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 2003-06-27
- 인터뷰|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우리는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 한국군 작전지휘권 이양, 또 이른바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라는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문제와 관련된 군사적 제반 협정·조약의 족쇄에 묶여 있습니다. 그밖에 정치 정보 경제 등 갖가지 협정에 의해서 역시 우리의 주권은 미국의 보호국 이상이 아닙니다. 이번에 이라크 전쟁에 우리 정부가 파병할 수밖에 없는 것에서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우리나라를 주권독립국가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평가하는 데도 우선 우리나라가 사실상 주권독립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과히 유쾌한 비유는 아니지만 우리와 미국관계는 일본제국주의 시대인 1910년 후의 식민지 주인과 노예관계보다는 조금 낫고, 1905년과 1910년 사이의 주인과 머슴관계와 유사한 수준과 위상입니다. 우리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철저하고 냉혹하게 비판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 봅시다. 답은 뻔합니다. 머슴이 주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애당초 국가가 평등하지 않고 주종관계가 엄연한데. 노 대통령에게 주인다운 자세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자신을 포함한 한국민이 대미관계에서 머슴의 위상밖에 되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알고서 주장해야 합니다. 또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한미관계가 주인과 머슴관계라는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소위 대미 현실주의 외교라는 것을 외치는 기득권자들은 주인이 밥만 먹여주면 주권이건 정부건 국민이건 인격적인 독립의 중요성은 전혀 생각지 않는 부류입이다. 미국이 한국에 들어온 반세기동안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 영원한 미국숭배사상과 미국에 대한 철저한 열등의식 이런 것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추악했던 긴 세월의 독재정권하에서 물질적 혜택만 있으면 정신적 인격적 인간적인 보다 더 귀중한 가치를 도외시하는 세력들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수구 반공주의·극우 반평화통일적인 전쟁애호적 냉전 사고와 성향의 집단과 개인들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한국의 무조건적 복종의 대가로 미국이 경제적 보복을 한국에 하지 않거나 약간의 물질적 혜택을 약속하면 무조건 ‘현실 감각있는 외교, 만족스런 외교’라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입니다. 두 입장 모두 문제는 자기 자신들이 발딛고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미국에 대해서 부끄러운 머슴 수준이라는 냉철한 인식이 없다는 데 있어요. ▲그러면 우리 정부나 국민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과 정부, 대통령이 국가적 인격체로서 미국이라는 상전 격인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려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굳은 결의입니다. 군사적인 협정과 조약, 구체적 조건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을 내부적으로 해야 합니다. 총체적으로 예속된 상태를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가, 자주국민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일정한 고난과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겁니다. 대통령의 방미가 굴욕외교다 아니면 부시가 어깨 한 번 두드려 주었으니 현실외교다 하는 것은 모두 본질을 잘못보고 있는 것입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이 세돌 조금 지났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무르익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분위기가 지난해 미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긴장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전쟁 직전 위기상황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 클린턴 정권은 94년 5월과 6월 사이에 북한에 대해 핵굴복협정을 강요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쟁을 준비했지요. 6월 16일이라는 전쟁 개시일까지 정해 놨습니다. 그때 카터 전대통령이 급해서 미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양으로 날아가서 김일성 주석과 협의해 전쟁을 막았습니다. 지금의 사태는 그때보다 훨씬 위기의 강도가 높습니다. 나는 2000년 6월 15일의 남북정상회담을 ‘남북평화체제’ 구축의 시발이라고 봅니다. 이는 정말 반세기동안의 민족내 ‘전쟁위기체제’를 상당한 정도까지 평화체제로 돌린 일대 거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국과 부시정권은 한반도에서 이 평화체제가 정착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위기 구조’를 지속시켜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촉진할 수 있고 또 남한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필요하지 않는 막대한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일 두 나라의 그런 막강한 군사력을 한미일 군사동맹관계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미국이 미일군사동맹· 한미군사동맹을 물리적 법적 정치적으로 한 정삼각형의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일체화하려는 목적입니다. 부시정권은 94년 10월 클린턴 정부가 체결한 협정으로 미국과 북한사이에 정착되려했던 안정적 구조를 뒤집어버렸습니다. 미국의 이런 목적 때문에 실제로 미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평화협정체제를 원했던 북한으로 하여금 결국 미사일이라든가 그밖에 군사적인 자기 생존보호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궁지에 몰아넣었단 말입니다. 미국의 다음 수순은 북한에 대한 전쟁을 함께 수행할 한미일 군사블럭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최근 주한미군이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최신예 무기를 들여오겠다고 하고 우리 정부도 국방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뒤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군사증강정책은 내년 늦가을에 있을 부시 대통령 재선을 위한 예비상황 조성이라고 봅니다. 한국인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미국을 ‘평화애호국가’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미국의 정권은 ‘평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하고 막대한 양의 무기와 군수품을 파괴하고 폐기해야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재선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전쟁을 해야 미국 군부와 군수과학과 군수산업이 막강한 힘을 유지합니다. 이 정점에 서있는 것이 미국의 정치인 국회의원들입니다. 자신이 소속된 주(州)에 전쟁목적의 군수자본과 산업시설을 많이 끌어와서 경제가 잘 돌아가야 표를 얻는 것입니다. 미국이 며칠 전에 발표한 것을 보세요. 미국은 앞으로 몇 달 안에 한국에 100억불이 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샘 요격미사일, 아파치 헬리콥터, 유도폭탄 따위의 온갖 무기를 들여오도록 했어요. 한국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군사무기를 사라고 강요하고 있어요. 이게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요. 내년에 예상되는 북한에 대한 전쟁을 위한 것입니다. 위험 천만한 일입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미국은 세계 여러나라 가운데 평화와 인권을 대표하는 나라로 인식돼 있는데요. 50여년 동안 미국의 전쟁과 군사행태를 연구한 나로서 미국은 인권이나 평화를 내세울 자격이 없는 국가라고 단언합니다. 미국이 지원한 약소국가 가운데 민주적 평화적이고 자주적이고 부패타락하지 않은 정권이나 국가는 없습니다. 미국이 지난 기간 지원한 국가는 예외없이 독재자와 독재정권이거나 부패하고 부정하고 국민을 착취하고 억압한 포악한 정권이었습니다. 미국이 지원한 라틴아메리카 15개국은 파나마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독재자들의 정권이었습니다. 아시아 4개 나라인 한국(주저되기는 하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2차대전 종결 이후 미국의 세계 약 40개국에 대한 군사지원정책은 썩으면 썩을수록 지원하고 깨끗해지면 쓰러뜨리는 정책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74년 칠레의 아옌데 정권은 가장 깨끗한 민주적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정부였습니다. 이를 미국이 군부와 정보부와 비밀공작대를 시켜서 쓰러뜨린 것 아닙니까. 이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난 김대중 전대통령의 내치의 개혁여부를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기틀을 마련한 것은 굉장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 이걸 알아야 합니다. 한국의 2004 2003-06-20
- <신문로 칼럼>“시대와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안병찬 2003.06.19) “시대와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 언론학 출판기념회장의 불이 꺼지고 영사막에 사진이 뜬다. 인물 사진이 중앙에 조그맣게 나타나면서 움직임이 일어난다. 얼굴이 차츰 확대되어 화면을 채우는 순간 다음 사람 얼굴과 중복(오버랩)되며 사라진다. 한사람에 5초씩 이어가기를 1백 70번,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연관성과 개성을 가지고 나타나 ‘정중동’(靜中動)으로 명멸한다. 지난주 여해(如海) 강원용 박사의 《역사의 언덕에서》 (전5권)출판기념회에서 본 12분 짜리 영상작품이다. 단순하고 간결한 기법으로 이런 인간군상을 연출한 사람은 서양범 교수(서울예술대학 디지털아트학부)이다. 그는 가시적 현상을 기록하는 정(靜)사진의 능력과 동작을 단절 없이 추적하는 동영상의 능력을 결합하여 이 군상도를 그려냈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왔고, 내 삶은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이런 강 박사의 생각을 담아 군상도는 ‘시대와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라는 제목을 달았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세대간의 단절이 심화되었다고 단정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45정’ ‘56도’ ‘625’ 같은 비속어의 출현도 386세대가 기득권·구세대를 전복한 탓으로 여긴다. 45세가 정년이니, 56세 근무자는 도둑놈이요, 62세 재직자는 5적이라고 자조하며 비웃는다. 이런 세태는 주초에 열린 ‘386, 반생과 모색’ 토론회에도 투사되었다. 한 토론자가 386세대는 균형감각이 부족하고 편을 가르고 정치지향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는 보도이다. “나는 386세대에 대해 ‘싸가지가 없고 일찍부터 발랑 까져 어른 말도 안 듣는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도 말한 것이 인용되었다. 원로 강원용 목사의 삶과 역사의 증언 그럴수록 우리는 깊이 패인 주름살에서 울어나는 장로(長老)의 지혜와 질타를 아쉬워한다. 연령과 정념(情念)의 관계를 설명한 옛 사람의 말이 하나 있다. ‘노인의 정열은 호기로 발산하여야 하고, 억누르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길다란 생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젊은이의 정열은 긴장시키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호기(豪氣)로 발산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덕행을 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챤 아카데미 설립자인 여해(如海) 강원용 목사는 한국의 장로(長老)이자 민주화운동의 거목이다. 그는 최근 두 가지 발언을 했다. 하나는 전집 5권 ‘역사의 언덕에서’를 통한 숨이 긴 발언이다. 한길사 주관으로 출간한 이 전집의 부제는 ‘한국의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나의 현대사 체험’이다. 강 목사는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1917년 한반도에서 태어났으니 금년 나이 여든 여섯이다. 이 연조면 중국 당나라 때 시선(詩仙) 이백의 시구를 실감하고도 남을 터이다. ‘백발 삼천장, 근심걱정으로 저리도 길었네. 모를레라 거울 속에, 어디서 가을 서리를 얻었던고.’ 이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은 어느새 늙어진 몸을 과장과 해학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강 목사는 수천 년 역사 속에서 겨우 86년의 짧은 세월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이 끝나기 전에 담담한 심정을 유지하면서 기록을 남겨 놓으면 후배들이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고 했다. 강 박사는 역사의 언덕을 넘으며 보고 겪은 체험담을 역사를 전수할 신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강 목사는 독선적이고 폐쇄적으로 대립하는 역사 속에서 양극을 넘어선 제3지대에 그가 설자리를 마련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그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중간파 때로는 회색분자 취급을 받았다. 노대통령, 원로의 쓴소리 경청해야 그가 크리스챤 아카데미 운동에서 각 방면의 대립을 해소하려고 창안한 방식은 ‘대화’였다. 강 목사야말로 꼭 필요할 길목에서 노인의 정열을 호기로 발산하고 길다란 생을 기르고 있는 당대의 장로인 것이다. 강 목사의 두 번째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직격 고언이다.(내일신문 6월5일자) 그는 노 대통령에게 우선 변명하지 말고 여론에 귀를 기울여 정국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또 서로가 우기는 토론에 매달리지 말고 대화를 하라고 충고했다. 또 퇴임할 때 기립박수를 받는 대통령이 되려면 겸손해야 가능하다고도 했다. 앞에 언급한 옛 사람 말에 따르자면 노 대통령은 정열을 호기(豪氣)로 발산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것이 스스로 삼가 할 수 있는 길이 되는 것이다. 최근 강 목사의 모습은 오히려 이태백의 다른 시구를 떠올리게 만든다. 옛날 사람도 지금 사람도 모두 흘러가는 물과 같음을 비유한 시구 - ‘고인 금인(古人 今人) 여류수(如流水)라’이다. 2003-06-19
- <내일시론>미흡한 노 대통령의 해명(안병준 2003.05.29) 미흡한 노 대통령의 해명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자신과 친형의 재산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적지 않아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제기된 친형의 땅 투기와 대통령의 사업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보다는 ‘봐 달라’는 식의 하소연을 했다는 점에서 의혹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과 가족도 사생활이 있다. 깊이 고려해달라”고 언급한 부분에서는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 야당이 대통령과 친형의 재산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등 다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노 대통령의 해명 회견은 형 건평씨의 부동산과 관련된 투기 의혹과, 생수사업과 관련한 대통령의 의혹 해소 차원에서 자청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밝힌 사실관계들은 그동안 관련 당사자나 청와대 등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해명했던 것 이상의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미흡했다고 본다. 재산 사업 관련 의혹 해명 아닌 하소연, 품위 잃어 심지어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오히려 의혹을 부추겼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추가의혹까지 제기했다. 경실련 역시 “해명이 미흡하다”며 검찰이나 부패방지위원회 등 공적인 기구가 조사를 해서 진상을 규명하도록 노 대통령이 직접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문점들은 우선 먼저 진영읍 여래리 땅에 대한 실소유주 논란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거제시 구조라리 땅의 정확한 매각대금 액수와 출처 및 사용처 등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의 ‘동업자이자 동지’인 안희정씨가 나라종금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자금의 성격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대통령 스스로 밝힌 “…정리과정에서 일반적 거래와는 다른 호의적인 것이었으나 가격을 달리하거나 이득을 주고받은 것은 없다”는 부분의 호의적 거래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것으로 새로운 의혹이다. 게다가 그동안 진행된 대선잔여금 논란과 관련, 생수회사 ‘장수천’의 채무변제 과정에서 “…남은 18억원 정도는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가 자신의 용인 땅을 28억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중도금을 받아 고스란히 리스 회사측에 변제, 대선자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아무리 후원회장이라곤 하나 개인의 빚을, 그것도 18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갚아주었다는 점은 일반서민들의 입장에선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서민 대통령’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통령은 이 나라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공인 중의 공인이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온몸을 던져야 할 막중한 직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혹하다. 대통령도 사생활이 있다’는 식의 감성적 표현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투명한 조사·처리 검찰에 맡겨 의혹 풀어야 대통령의 가족 또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적 감시를 필요로 하는 공인의 자세가 요구된다. 국민들은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신물 날 정도로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회견 내내 비리·부정·범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일차적 관심사는 권력자와 그 가족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과 윤리성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급박한 한반도 정세와 경제 그리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각종현안 등 국가가 어려운 마당에 대통령은 물론 수석비서관까지 나서 ‘이 땅은 이렇게 된 것이고, 저 땅은 저렇게 된 것입니다’ 식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노 대통령의 당부처럼 소모적 논쟁으로 국력이 낭비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경은 국민 모두 한결같을 것이다. 논쟁의 종식을 위한 길은 분명하다.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부방위나 검찰에 객관적 조사와 처리를 의뢰하는 게 정도이다. 우리는 이제 막 취임3개월을 넘긴 대통령이 사심 없이 국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안병준 편집위원장 200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