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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로 칼럼>프랑스 대선과 유령의 미소(이환식 2002.04.04) 프랑스 대선과 유령의 미소 이환식 프랑스 외교전략연구원 교수 “그 밥에 그 나물인 대통령 후보” 한국 얘기가 아니다. 4월 21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유권자들이 보이는 냉소적 반응이다. 현직 대통령과 수상이 유력한 후보로 맞서고 있는 이번 대선이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는 징후는 유권자의 60% 이상이 대선에 관심 없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뚜렷이 감지된다. 비록 정치가 조롱대상으로 전락하여 대표성조차 의문시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대선은 국민들의 시선을 묶어두는 최고의 정치 이벤트였다. 그 전통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예외적’ 현상을 설명해주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 선거는 좌파와 우파의 이데올로기 대결이 기본 축이다. 80년대이래 프랑스의 ‘정상적’인 정치제도로 둔갑한 소위 ‘좌우 동거정부(Cohabitation)’는 이러한 이데올로기 대결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두 선두주자인 시락과 조스팽이 내세운 공약 속에 좌-우의 차별성이 사라진 것이다. 사회당 조스팽의 우경화가 빚어낸 결과이다. 97년 좌파의 기치를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했던 조스팽은 이후 5년 동안 동거정부를 이끌며 신자유주의에 맞서기보다는 순응하는 길을 택했다. 집권 초기에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 고용제 등 반 실업정책을 추진하면서 좌파의 이미지를 지키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스팽의 정책은 노동시간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했다. 좌-우 정책 차별성 사라져 아이러니 하게도 조스팽의 좌파정부는 이전의 우파정부보다 더 많은 기업을 민영화하고 불완전 고용을 일반화한 것이다. 이렇듯 집권기간 내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온 조스팽 수상과 전통적 우파인 시락 대통령에게서 유권자가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 아닌가! 프랑스 대선의 이데올로기적 혼돈은 조스팽이 고용이나 복지 등 전통적 좌파정책을 토대로 우파 시락과 승부하기보다는 우파의 정책으로 알려진 치안확보를 이슈로 내세우면서 더욱 뚜렷해진다. 최근 들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치안문제를 내세워 조스팽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던 시락 진영에서 이미 소멸된 좌우 이데올로기 대결구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유권자에게 외면 당한 대선의 빈곤한 형색이 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를 식상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새 얼굴의 부재이다. 이미 시락과 조스팽은 95년 대선에서 한 차례 격돌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시락이 2년 뒤 정세를 오판, 의회를 해산함으로써 조스팽에게 화려한 재기의 길을 열어 주었다. 총선에서 패배한 시락은 내각을 좌파에게 넘겨준 채 엘리제궁에서 ‘통치권 없는 대통령’으로 엘리제궁을 지키며 5년 세월을 보냈다. 이들이 재격돌하는 이번 대선은 유권자에게 선택의 의미가 퇴색된 권력게임에 불과한 것이다. 무기력한 프랑스 대선을 그나마 국민적 관심사로 만든 것은 극좌에서 극우까지 좌우파 진영을 초월하여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는 ‘시민운동’의 장 삐에르 슈벤느멍 후보와 좌파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라귀에 신드롬’을 조성한 ‘노동자 투쟁’의 아를레트 라귀에 후보이다. 이들은 현재 10~14%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20~24%의 지지율을 보이는 두 선두주자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정치조직의 지지율이 과거 역대선거에서 2~3%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돌풍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슈벤느멍과 라귀에의 급부상은 프랑스 사회에 흐르는 두 가지 기류를 반영한다. 우선 두 후보 모두 신자유주의 질서를 거부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추구하는 질서에 있어 분명한 차이를 보여 준다. 조스팽 정부에 내무장관으로 참여했던 슈벤느멍은 코르시카 자치안에 반발하며 조스팽과 결별했다. ‘공화주의’를 화두로 국가권위의 회복을 부르짖는 그의 대선 전략은 신자유주의적 유럽건설 과정에서 프랑스의 정체성 손상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것이었다. 그가 좌파에 몸담으며 정치적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드골주의자는 물론 극우진영까지 지지세를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러한 슈멘느멍의 성공은 이미 경계가 모호해진 프랑스 대선의 이데올로기 전선을 더욱 혼미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반 신자유주의 돌풍 거세 반면 라귀에는 전통적인 좌파 이데올로기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신자유주의에 의해 파괴된 노동자의 삶과 고용의 안정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한다. 연설 서두를 장식하는 ‘노동자 여러분’이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라귀에는 조스팽의 좌파정부를 자본의 아류정권으로 격렬히 비난해왔다. 그녀는 사회당은 물론 좌파정부에 참여한 공산당을 자본의 이해를 충실하게 대변하면서 집단해고와 경제적 해고를 정당화하고 사회적 불평등 심화시킨 사이비 좌파정권으로 규정한다. 좌파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자신만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이해를 보호하고 노동자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라귀에의 차별화 전략이 좌파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두 후보 가운데 하나가 5월 5일 치러질 결선투표에 진출하리라고 믿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슈벤느멍과 라귀에로 상징되는 탈 이데올로기 기류와 이데올로기적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상반된 기류가 프랑스 사회에 견고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 둘 모두 반 신자유주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집권세력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환식 프랑스 외교전략연구원 교수 2002-04-08
- 미발령 교사들의 봄노래 지난 주말에는 10년 세월 넘게 교단에 설 수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교원임용후보자명부등재미발령자(미발추) 300여 명에게 학생생활지도 강의를 했다. 대둔산 수련원에서 실시된 교원전문연수에서 그들은 생활지도와 상담에 관한 강의를 경청했고, 어린아이처럼 손뼉 치고 율동하며 학급운영 놀이 교육에 열중했다. 늦은 밤 뒤풀이 시간에는 참교육의 열정에 관한 진지한 토의가 있었다. “오가는 삶의 분주한 길목에서 우리는 문득 천사를 만나듯이 여러분이 교단에 서면 가장 불행한 단 한 명의 아이에게 천사가 되어 달라”는 강의 내용에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 서슬 시퍼런 군부독재 치하에서 억울함을 참지 못한 채 밤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꿈을 꾸었다는 고백, 미발추 회원들의 눈물과 회한은 봄비 내리는 대둔산 기슭에서 밤이 새도록 이어졌다. 1990년 10월 8일 헌법재판소가 국립사범대학 졸업자에 대하여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제11조 제1항을 위헌으로 판결한 것을 계기로 교육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해 12월 31일 법개정을 통해 국립사대의 우선 임용권을 폐지하였다. 당시 국립사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미 1990년 10월 7일 이전에 국립사대를 졸업하고 시·도교육위원회별 교사임용후보자명부에 등재되어 임용이 예정되어 있던 사람들조차 발령이 취소되었다. 미발추는 그렇게 교육청에 명부가 등재되었던 임용 후보자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삼청교육대처럼 누가 보아도 뻔한 군사정권의 피해자들이지만, 헌재의 판결을 핑계 삼아 구제 조치를 미루는 정부로 인해 오랜 세월 통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요즘 그들에 대한 구제 신청이 교육부와 국회에 접수되어 공식으로 논의되고 있고, 빠르면 올해 국회에서 발령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 법리와 절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동시대를 살면서 같은 뜻을 품었던 이들이 하루 속히 교단에 서기를 고대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그들은 일찌감치 젊은 청춘을 걸고 오직 세상에 태어나 참교육을 하는 교사의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발령 교사들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24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은 빠른 시간 내에 그들의 봄 노래가 교정에서 울릴 수 있도록 서둘러 법을 제정하기를 바란다. 교육은 ‘행복한 삶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독일의 교육학자 술라이에르마허의 교훈을 잊지 말자.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2002-04-03
- 주부 화이팅! 주부들의 하루는 무척 바쁘다. 절친한 친구와의 약속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각자 나름대로의 빽빽한 스케줄 관리가 필요하다. 맞벌이 주부의 하루는 두말할 것 없고 전업주부 역시 아이들이나 자기개발을 위한 각종 교양 취미강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백마마을 1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박민정씨. 그녀의 하루는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이어진다. 현재 대학3학년에 재학 중인 큰딸과 고3의 작은딸을 둔 그녀는 올해 71세의 시어머님을 모시고 남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46세의 주부. 그녀의 하루는 여느 고3 수험생을 둔 엄마처럼 새벽 6시에 기상하여 아침준비와 함께 시작된다. 아이들과 남편을 보낸 후 그가 달려가는 곳은 집 근처의 동사무소 문화센터. 그곳에서 그녀는 수요일을 제외한 오전시간을 몽땅 영어와 일어회화에 투자하고 있다. “특별한 목표는 없지만 잊어버렸던 단어 하나를 새롭게 다시 배우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활짝 웃어 보인다. 남편과 함께 성지순례를 위해 차곡차곡 적금을 붓고 있긴 하지만 아직 먼 훗날의 일로 남겨두고 있다. 지금은 오직 배우는 자체의 즐거움을 알아 가는 중이다. 운동과 취미하나는 꼭 만드세요 올해 46세가 된 그녀는 흔히 40대가 되어 갑자기 찾아온다는 외로움이나 방황은 결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몇 년 전부터 여유 있는 시간을 찾게 된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피아노 교사이기도 한 그녀는 이전까지는 레슨을 많이 했었지만 이제는 양을 조금 줄이고 대신 어학과 헬스 등 그 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배우고 있다. 신혼 때는 등공예 지점토 등 각종 공예로 집안을 예쁘게 장식하고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무렵에는 홈패션으로 아이들의 옷과 집안의 인테리어를 손수 꾸미기도 했다는 신민정씨. 그녀는 자신과 같은 주부들에게 이렇게 권한다. “운동과 자기취미 하나는 꼭 갖으세요. 거기다 좋은 친구와의 만남이 있다면 더 행복할 수 있겠지요” 또한 그녀는 시부모를 오랜 세월 갈등 없이 모셔온 비결에 대해 “취미와 일을 갖고 바쁘게 살다보니 비교적 고부갈등 한번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이해심 많은 어머님 덕분도 크겠지만 얼마 전 까지 당신의 일을 갖고 바쁘게 사셨던 어머님이셨기에 갈등의 요소가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카톨릭 신자인 그녀는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어머님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10년 전부터 자신을 믿고 따라주어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제일 신경 쓰이는 교육에 있어서도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잘 해주었던 것 역시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을 사랑해주어 그런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부쩍 남편이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더 좋다는 신민정씨. 그녀에게선 인생의 중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안정된 주부로서의 행복감이 물씬 풍겨 났다. 전미정 리포터 flnari@naeil.com 2002-03-27
- 임두고 시집「나는 니 추억의 표지로 남고싶다」 서평 그의 첫 시집 「나는 니 추억의 표지로 남고 싶다」(한국문연)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는 안동의 오랜 동인지 ‘글밭’의 회원으로 활동한 지 십 년을 넘긴 중견 시인이다. 지금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시인이 많고 시집도 많이 나온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시인이 많아 시로써 망한 나라가 역사에 아직 없었으니 이러한 현상들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그 많은 시집들 중에 정말 좋은 시집들이 드무니 그것이 걱정될 뿐이다. 그는 시력이 오래 되었으나 이제야 첫 시집을 냈다. 그런데도 그의 시집에는 버릴 만한 시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좋은 시들로 가득하니 더더욱 기쁜 일이다. 투박하고 굵은 목소리에 서정성 돋보여 시를 보여주는 시, 노래하는 시, 말하는 시로 나눈다면, 임두고의 시에는 말하는 시가 단연 많다. 따라서 모호하거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보다는 주제 의식이 뚜렷이 나타나고 대체로 전달이 잘 되고 있다. 그리고 어조는 매우 남성적이고 투박하고 굵은 목소리로 나타나고, 때로는 매우 높은 목소리로 부르짖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서정적인 표현으로 누그러뜨리고 있어 대체로 큰 흠은 보이지 않고 있다. 1부에서는 주로 사랑이나 고독, 그리움에 대한 정서, 즉 인간 존재의 원초적인 문제 를 노래하고 있다. 잎잎이 펴고 접히는 세월이야/어쩔 수 없더라도/나날이 마음 같잖은 꿈은/또 어쩔 수 없 다 해도/변함없이 설레는 바람이듯 물결이듯/손끝조차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걸.// (''꽃''의 일부) 같은 감동적인 구절들이 돋보인다. 그리고 ‘박태기나무 꽃’도 좋다. 2부에서는 주로 고향에 대한 이야기, 토속적인 정서, 돌아갈 수 없는 유년에 대한 상 실감과 특히 가족과 이웃,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다음과 같은 ‘아버지’의 첫 구절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푸르름이 그득한 계절일수록 살아 있음이 절실해지고/살아 있음이 절실할수록 당 신이 그립습니다.// 고향은 우리 모두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 이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잃어버린 정경들은 더욱 우리들을 그리움의 정서로 달뜨게 한다. 콩나물이 소복이 자라던 방/아랫목 이불 밑에 묻혀/한 겨우내 나를 따뜻이 기다리던 밥그릇//(빈집 부분)에서 볼 수 있듯이 시인의 고향에도 아직 집들은 많이 있지만, 그 집들은 그러나 시인에게는 빈집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러한 고향에 대한 그의 시선들은 ‘신시장’과 같은 시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에 살면서도 푸근하고 꾸밈없는 서민들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3부에서는 주로 자연에서 느끼는 정서를 통해 존재의 의미와 삶의 자세를 탐색하는 시편들이 많다. ‘높은 산일수록/단풍은/타오르는 것이 아니라/저렇게 쏟아져 내리는 것을…/내 삶도 이제/가을산.’(단풍 부분)이 그러하다. 그리고 ‘눈이 내려’ 같은 시편도 참 좋은 작품에 속한다. 그리고 매우 깊고, 신선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힘찬 남성적인 어조로 노래한 시 ‘강’의 한 연을 보자. 아직도 꿈틀대는 시원의 길/ 그 깊은 수심 속의 /산천어처럼 싱싱한 생명력을 낚아채라/ 푸른 정맥이 지나는 / 내 온몸의 생명력이야말로 / 길의 모태인 것을 / 마치 푸른 산맥이 강의 태반이듯...(2연) 제 4부는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절망하는 소시민의 삶 속에서 자신을 추스리는 모습과, 자본주의적 모순과 도시 문명으로 인해 척박해진 현대를 살아가는 왜소한 인간의 모습을 문명 비평적 관점에서 그리는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머릿속에 오래 남을 시 한편 이 시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잘 읽히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머릿속에 오래 남을 시 한 편을 뽑으라면, ‘나는 니 추억의 표지로 남고 싶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추억에도 페이지가 있다면/나는 니 추억의 첫 페이지거나/마지막 페이지이기보다는/니 추억의 표지로 남고 싶다.//나를 넘기지 않고는 /그 어떤 추억도 펼쳐볼 수 없는/나를 넘기지 않고는/그 어떤 추억도 덮을 수 없는// 니 손길에/때가 묻고 닳아 헤지는/그런, 추억의 겉 표지 같은(전문) 이 시는 아주 쉬우면서도 상당히 참신한 발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또 짧아서 머리 속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는 좋은 시다. 우리는 지방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눈과 관심은 늘 서울로 향한다. 나는 감히 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봄에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는 이 시인의 시집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마 별로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김지섭 시인·안동민족문학회 2002-03-20
- 내일칼럼- 부활절을 바라보며 지금 기독교에서는 사순절(四旬節) 기간을 지키고 있다. 사순절이란 ‘재의 수요일’(금년은 2월 13일)부터 부활절까지 일요일을 뺀 40일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며 어떤 모양으로든지 그 고난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거룩한 절기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함으로 부활절을 맞게 될 때 그 영광과 기쁨은 한층 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속담에 ‘십자가가 없으면 면류관도 없다(No Cross, No Crown)’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성경에는 한결같이 40이라는 숫자가 고난을 상징한다. 예를 들면 노아 홍수가 40일 40야를 내렸다든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 40년간 광야에서 방랑을 한 것이라든지, 예수가 세례 후 40일 동안 광야에서 시험을 받은 것 등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고난을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연단을 의미한다는데 그 중요한 뜻이 있다. 노아 홍수는 인류의 심판을 말하나 그 홍수 후에 하나님은 인간과 화해하는 뜻으로 전쟁 무기를 상징하는 활(무지개)을 땅에 내려 놓으셨다. 또 광야 40년의 연단 후에 이스라엘은 그 약속의 땅을 기업으로 얻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광야 시험을 이긴 후 본격적으로 메시야 사역에 임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 교회가 사순절 고난의 기간을 지나고 나면 부활절이라고 하는 기독교 최대의 축일을 맞게 된다. 그래서 “고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룬다”는 말씀이 있다. 오늘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마치 이스라엘의 광야 방랑과도 같은 연단의 세월을 살아왔다. 해방이후 6·25, 4·19, 5·16, 5·17, IMF 등의 격랑, 독재, 군정, 문민, 국민의 정부를 지나면서 겪게 된 혼란은 오늘 우리들을 매우 피로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소망을 가지고 참고 견디려하기보다는 차라리 ‘오늘’을 즐기려는 찰라주의에 빠지고 말았다. 소위 3D기피현상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불어 함께 살려는 생각보다는 ‘나 한 사람’이라는 지독한 이기주의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래서 우리 주변의 혼란은 그 극에 달하고 있다. 앞에 말한 이스라엘의 광야 40년 방랑에서 일어난 매우 주목할만한 한가지 사실은 출애굽 1세들의 소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몸에 벤 노예 근성을 벗어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고난을 통하여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기보다는 차라리 ‘등 뜨시고 배부르던 시절’, 그 이집트로 되돌아가자고 사뭇 뒤를 돌아보았다. 요새 어떤 사람들이 ‘과거 군정 때’를 회고적으로 그리워하듯, 심지어 옛날 ‘일제 때’를 거론하는 사람들까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조선 사람들은 독재를 해야 한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약속의 땅’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여기 광야 어디든지 터를 잡고 살자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래서 우상을 만들어 놓고 먹고 마시고 춤추는가 하면 주변의 종교행사에 참여하여 공공연하게 음란에 빠지기도 하였다. 이스라엘이 며칠이면 갈 수 있는 ‘약속의 땅’ 입국이 40년이나 지연된 것은 이와 같이 그 땅을 받을 사람들이 아직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의 민주화와 통일이 자꾸 늦어지듯 말이다. 이 출애굽 1세들이 광야에서 다 죽고 난 다음, 새로 태어난 2세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갔다는 성서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 시대에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떤 환상(Vision)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 우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 몸에 베어있는 구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도 이 광야를 벗어날 수 없다. 오늘 우리의 고난을 연단으로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를 좌절케 하고 침몰시키는 독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뒤엣 것을 잊어버리고 푯대를 향하여 나아가는’ 새로운 결단이 요청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김오동 안동서부교회 담임목사 2002-03-20
- 논단 취업난에 대한 단상 윤현배 서울대 의학 01 생산직 근로자인 김모(53)씨는 대학을 졸업한 아들(28)이 2년째 취업을 못해 고통을 겪자 28년 동안 자신이 근무해 온 회사측에 사표를 내는 조건으로 아들의 취업을 건의했다. 김씨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들이 `백수’ 소리를 들으며 기약 없이 세월만 보내는 것을 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워 이 같이 제의했다”며 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이 웃지 못할 사연은 현재 대졸자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년 12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4년제 대학들을 상대로 올해 2월 졸업예정자의 가취업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졸업예정자 20만363명 가운데 대학원 진학자와 군입대자를 제외한 취업자는 4만5242명으로 순수취업률이 22.6%에 그쳤다. 또한 작년 기업들의 여성인력 채용비율이 20%도 안 되었다고 하니, 여성 대졸자의 취업난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 대학생들의 현주소이다. 이런 절망적인 현실은 우리 모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경제적 불황이 사회적 불만과 불안감을 조성하고 대중의 정치적 관심과 욕구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대학 사회에서는 심각한 취업난이 오히려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점점 더 엷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대통령 선거도 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역시 냉담하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심각한 취업난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으며 정치적인 관심과 행동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회에나 대통령에게 그나마 바라는 것조차도 현재 취업난의 해결인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취업난은 전사회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의 해결은 각자 구하려고 하는 것, 혹은 구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학생회에서도 열심히 노동시간 단축,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을 외치면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거기에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느니 그 시간에 성적이라도 조금 더 올리고 영어공부를 한 시간이라도 더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대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즉 모든 대학생들이 좀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취업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족한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만 치열해지는 것이 현재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갈수록 입시생과 학부모들이 의대를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취업 때문에 걱정이 많은 친구들과 친척들로부터 “너는 의대 가서 좋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역시 의대에 오길 잘했다고 스스로 기특해하는 와중에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모두가 의대를 취업률이 높은 대학, 의사를 안정적인 직업으로만 바라보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의사들에게 실력 외에 직업적 양심과 인술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좀 더 솔직해보자. 모두들 취업난을 피해 의대로, 고시로 몰려드는 우리의 현실에서 직업적 양심을 논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물론 이런 고민에 너무 깊게 빠져서는 안 된다. 그 시간에 영어 단어라도 하나 더 외어야지, 어쩌겠는가? 2002-02-06
- 내일칼럼 - 마음에 맞는 사람 1980년도 소위 ‘서울 의 봄’이 때아닌 북풍한설 같은 군인들의 발길에 짓밟혔을 때 우리가 받은 충격과 상처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주의의 싹이 다시 잘려진데 대한 좌절 때문이었다. 그후 우여곡절 끝에 문민정부가 출범했을 때는 그래도 한 가닥 기대를 가져 보았다. 그러나 내우외환의 소용돌이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IMF 관리라는 경제적 신탁통치 체제에 들어갔을 때 우리 국민들이 겪은 고통을 다시 말해 무엇하랴! 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모처럼의 정권 교체를 통하여 들어 선 국민의 정부는 비록 ‘극우와 극좌’의 선거협력을 통한 공동정부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내하면서 이 땅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주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제 1년을 남겨 둔 김대중 정부는 수치스럽게도 ‘게이트 공화국’이라는 올가미에 갇힌 체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공동정부는 와해되어지고 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총재직을 내어놓았다. 역사가 한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후퇴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현실은 단지 좌절이 아니라 엄청난 분노를 국민들에게 안겨 주고 있다. 도대체 고구마 넝쿨처럼 달라붙어 있는 ‘게이트’에 연루된 인사들의 끝은 어디인가. 늘 그랬듯이 ‘깃털’만 잡히고 ‘윗 분’들은 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것이 아닌가. 외국의 언론에서 한국의 ‘조폭’은 집권 핵심부와 손을 잡고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니 이게 무슨 국제적인 망신인가.(하긴 국제적 망신거리가 하도 많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지난 일에만 붙잡혀 있을 여유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국내외 정세에 대처해 나가기에도 숨이 차기 때문이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명성황후」에서처럼 무기력한 정부(고종)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야당(대원군), 왜적과 양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청국까지 끌어들여 이 나라 안방을 마치 제 집 마당같이 짓밟고 있는 것이 어쩌면 오늘 우리 현실은 아닌가. 구약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Saul)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처음에 매우 성실하고 겸손하였으나 권력에 맛들인 후에는 부패하고 타락하였다. 그의 실정(失政)이 극에 달했을 때 성경에는 “하나님이 저를 폐하셨다"” 했다. 그리고 난 후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사람’ 다윗(David)을 세워 나라를 새롭게 하였다. 성경에는 이와 같이 하나님이 정권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말에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 저 부패한 정권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국민들에게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이것이 민주주의다. 잘못을 저지른 정권과 정치인은 국민의 힘으로 ‘폐하여야’ 한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사람’을 세워 다시 나라를 새롭게 해야 한다. 우리는 그 일을 선거라는 절차를 통하여 시행한다. 그러나 우리는 번번이 선거에서 실패한다. 무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아니면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엉뚱한 일을 잘도 저질러 왔다. 그렇게 찍고 나서 후회 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역사는 발전이 아니라 정체 아니면 후퇴만을 해 왔다. 이것이 우리 민족에게 지워진 「시지프스 신화」의 운명인가. 금년 2002년은 선거의 해다. 금년에는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마음에 맞는 사람’ 즉 합당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역사가 제자리걸음만 할 것인가. 우리를 얽매고 있는 이 사슬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외쳤다. 지난 세월을 거울 삼고, 오늘 우리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는 저 높은 곳을 향한 비전을 가지고 독수리 날개 치듯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새해를 맞는 이 시점에 우리의 마음가짐을 더욱 새롭게 해야 한다. 김오동 서부교회 담임목사 2002-02-04
- 미리 듣고, 가서 보고, 직접 체험하고 속이 꽉찬 유적답사 “우리에게 많은 상식과, 조상들의 정신문화, 충효정신 등에 대하여 많은 상식과 예절에 관한 이야기, 특히 부모님께 왜 효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탐방 갈 때마다 가르쳐 주시는 장영도 선생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칭찬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구미시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올려진 글이다. 이 글의 주인공은 우리문화 바로 알기 문화유적지 탐방단을 이끌고있는 옛생활문화연구소 장영도 소장(47·비산동). 연구소 주관으로 94년 5월부터 약 450여회의 문화유적지 탐방을 주도해온 장영도 소장은 구미문화연구회 및 박록주기념사업회의 창립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또 현재 시민복지회관 ‘박물관문화강좌’와 (주)삼성전자 ‘문화유적지 탐방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94년부터 450여회 문화유적 탐방 옛생활문화연구소는 따로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굳이 홍보를 하려 애쓰지 않는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서 또 여행을 좋아하고 전통을 사랑하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기 때문”이라는 게 장 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월이 끈이 되고 학부모들의 경험이 토대가 되어 아름아름으로 모인 회원이 요즘에는 200여명에 육박한다. 여기에는 대구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오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기저기로 이사간 회원들도 해당 지역으로 탐방을 가면 꼭 참석한단다. “저는 문화유적지 탐방을 통해 배운 지식으로 학교의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지요. 일반적인 문화재에 대한 상식, 기타 생활 속에 들어있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에 대한 이야기 등 매달 탐방 가실 때마다 버스 안에서 자리에 앉지도 않으시고 얼마나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지 몰라요. 탐방을 통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민속놀이나 옛 동요와 시조 등을 익히고 체험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형곡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예인양의 자랑이다. 김양은 특히 “장영도 선생님은 꼭 구미의 소파 방정환 선생님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름아름으로 모인 회원이 200여명 장 소장은 매년 1월이 되면 감포 문무왕의 수중릉에 가서 아이들로 하여금 호국정신을 되새기게 하고 새해를 맞아 ‘나의 다짐’을 발표케 한다. 비장한 각오를 하듯 발표한 ‘나의 다짐’은 어느새 아이들이 한 해를 살아가는 데 있어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한단다. 그리고 돼지저금통을 하나씩 나누어주어 일년동안 근검 절약하여 연말에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돈은 지난해 12월 21일에도 시청을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문화유적지나 박물관 탐방 시는 아이들에게 꼭 책 한 권씩을 쥐어준다. 아이들의 생일을 챙기는 것도 그의 즐거움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아닐까. “아이들 학습에도 도움이 되지만 일단 제가 많이 배워요. 그래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다닌답니다.” 두 아이들과 5년째 탐방을 다닌다는 오세숙(학습지 교사·원호동)씨와 학원강사인 정인모씨는 “자녀교육은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임신 6개월 째인 윤신혜(주부·신평동)씨는 “초등학생인 딸아이를 위한 것도 있지만 둘째 아이의 태교차원에서라도 출산 전까지 꾸준히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저 ‘갔다가 보고만 오는’ 일반적인 유적답사와는 달리 탐방지와 유적에 대해 선생님으로부터 미리 듣고, 가서 보고, 또 직접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속이 꽉 찬 배움이라는게 윤씨의 평가다. 마지막엔 관련자료는 물론 가족사진까지 꼼꼼히 챙겨줄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시조외우기, 전(前)탐방지 기행문 등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와 조상의 얼을 머리로만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하는 측면도 눈에 띈다. 오는 2월 3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의 특별전시회를 관람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옛생활문화연구소는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 문화유적지 탐방을 하는 1군 팀과 매월 둘째 일요일 탐방을 하는 2군 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면 일정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존경’이라는 단어로 새겨진 장영도 소장의 삶 속에는 옛 선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여유로움이 담겨있었다. ☎문의 011-539-1809 이진희 리포터 leejh2004@hanmir.com 2002-02-04
- 외손녀가 지키는 녹전면 서촌 느티나무 안동시 녹전면 사신리 동제당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사신이란 지명은 행정상의 사용하는 것이며 사람들을 이곳을 서촌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마도 예안 현의 서쪽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어릴 적에 친구가 있어 상급 학교에 진학을 위해 타지로 나돌기 전까지만 해도 꽤 갔었던 마실이다. 친구들과 팔을 벌려 느티나무 둘레를 재어 보기도 하고, 생각 없이 올라가 놀기도 하였던 그 나무가 천연기념물 275호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것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 서다. 표지판에는 수령이 600년이며, 높이가 약 32m, 둘레가 9.6m나 되는 노거수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지정 사유는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이며, 특별한 전설이나 설화는 없으나 마을 사람들이 수호하는 나무로 매년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는 것으로만 기록되어 있었다. 안동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에는 용계동 은행나무, 길안의 소태나무, 임동의 굴참나무, 와룡의 뚝향나무는 이미 알았어도 정작 내가 살았던 녹전의 서촌 느티나무가 천연기념물로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줄은 몰랐었다.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가까이 두고도 그 귀중함을 모르고 특별히 책에 올려졌다고 새삼스럽게 부산을 떠는 내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수백 년 전부터 그 소중함을 알고 수 백년을 모시고 있지 않았는가. 600년의 긴 세월을 한자리에 서서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알고 있는 이 나무는 동제당 신목(神木)으로 모셔지고 있다. 누가 600년전에 심었단 말인가 아니면 자연적으로 자란 것일까. 이 마을에는 영양 김씨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 후에 초계 변씨의 변청원(卞淸源·14C로 추정)이 영양김씨 신주지사(信州知事)를 지낸 김지노(金智老)의 사위가 되어 당시 지명으로 성성현(宣城縣) 마곡(磨谷·사신의 옛 지명)에 정착하게 된다. 변청원의 아버지 변계손(卞季孫)은 조선 태조 때 사간원 벼슬을 했던 것으로 보아 지방에서의 그 위세를 알 수 있게 한다. 아마 이 나무도 이때에 심었을 것이라고 마을의 어른들이 얘기를 한다. 지금은 영양김씨도 없고 초계변씨들도 없다. 다만 그 외손들이 변씨들의 산소를 돌보고 있을 뿐이다. 이 마을에 정착한 변씨들은 변계손에서 그의 손자 변효겸에 이르기까지 벼슬을 하면서 번성한다. 그런데 증손 변효검(卞孝儉)은 딸 6형제를 낳고 아들이 없었다. 이 딸 6형제는 지방의 이름 있는 가문들의 자제를 맞아 결혼을 하게 된다. 동생 변효창(卞孝昌)도 딸 하나만 낳아 함양 박씨 가문의 박사희를 사위로 맞아들이게 되면서 변씨 가문은 외손들에 의해 가계가 이어지기 시작하게 된다. 외손들은 외조상 변씨 가문을 중심으로 서촌에 자리잡고 외조상들의 제사를 받드는 외손봉사를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외손들 가운데 일곱 분을 사신 칠현(七賢·司諫 卞季孫, 司直 金有庸, 倦翁 柳빈, 默齊 朴士熹, 芝嶺 尹寬, 訥薺 金生溟, 樂山 李完)으로 부르고 있다. 17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딸아들 구별 없이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았고 제사도 자녀들이 나누어 지내거나 돌아가며 지냈었다. 고려말에서 조선 전기까지 처향(妻鄕)과 외향(外鄕) 곧 처가 마을과 외가 마을에 정착하여 살았다는 기록이 많이 보인다. 처가나 외가에 가서 살다가 마침내 자기 성씨를 중심으로 동성마을을 형성하기도 하고 서촌 마을처럼 외손들이 외조상을 모시고 사는 경우도 있었다. 옛 지명을 따서 마곡서원을 짓고 외조상을 추모하는 큰제사를 모셨던 것이며, 아직도 남아 있는 위토, 학계 등은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도 그 외손들은 가을 찬 서리가 내리고 나면 변계손을 비롯 여섯 위의 외조상 산소에 모여 정성을 다해 제사를 올리고 있다. 이 마을을 지키는 느티나무 동신은 바로 초계 변씨의 외손녀 허씨처녀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동신도 외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외조상이 심었을 느티나무를 의지하고 수백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허씨 처녀의 마음이 서촌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고 있다. 정월 대보름 동제에 올린 제물은 이들 모두에게 신령스런 명약이 된다. 그 중에 백설기를 먹는 사람들은 무병하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제사 때 켰던 촛불은 자손의 생산과 번영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자식이 없는 사람들은 제관에게 미리 부탁하여 촛불을 얻어다가 기도를 드리면 분명 자식을 얻는다고 이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항상 동제관에게 촛불을 예약하고 사람들은 무언중에 차례가 정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그것도 부정이 될까 서로 양보하여 싸우는 일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아마도 이 마을 사람들의 올바른 나무신앙이 가져다준 것이 아닐까한다. 이제 산업화에 밀려 농촌 인구는 감소되고 나이 드신 어르신네들만이 외손봉사를 이어오면서, 외조상이 심으신 느티나무를 지키고 계신다. 하지만 나무가 있어 좋고 전통이 있어 좋은 동네 서촌 마을은 오늘도 그 외손들이 전국 각지에서 느티나무의 은덕을 입고 번성하고 있다. 600년 전에 심은 이 느티나무는 이 마을에 살았던 사람은 물론 이곳을 지나간 모든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오늘도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서촌 사람들은 이 나무 아래서 무더위를 잊는다. 외지에서 돈 잘 버는 아들이 에어컨을 사 준다고 해도 마을 공동의 에어컨인 느티나무가 있어 사오지 못하게 했다는 마을 한 어른의 얘기는 그늘의 시원함을 실감케 한다. 지면에서 32m 상공까지 뻗은 나무는 햇볕을 차단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내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어떤 이는 걸어서, 자전거, 경운기, 자가용을 이용하여 나무 그늘 아래 낮잠도 자고 이야기도 하고 장기 바둑을 두면서 무더운 여름날을 오히려 서늘하게 보내고 있다. 나무그늘 하나 없이 달아오른 시멘트 길을 걸어가는 도시인의 짜증을 모르고 사는 서촌의 사람들은 진정 느티나무의 은덕을 받고 사는 참 행복한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김호태 경일고 교사 2002-02-04
- <김포 행정단신> 동거부부 합동결혼식 신청 접수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인해 결혼식을 미루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합동결혼식''이 마련된다. 김포시와 청년회의소는 오는 10월 합동결혼식을 개최하기 위해 동거부부 5∼7쌍의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랑의 가정만들기 합동결혼식은 김포시에 1년이상 거주하고 3년이상 사실혼 관계에 있는 30세이상 부부를 대상으로 올해로 14회째를 맞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89년도부터 실시된 사랑의 가정만들기 합동결혼식을 통해 현재까지 모두 70여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시 복지과 박기원 여성복지팀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미루고 난 후 오랜 세월이 지나 결혼식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동거부부들이 주위에 많다” 며 “이들 동거부부들이 이번에 거행될 합동결혼식을 통해 새로운 가정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야간공부방, 반딧불 배움터 김포시 교육발전협의회는 야간공부방인 ‘반딧불 배움터’의 2002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모집기간은 다음달 10일까지이며,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한 편모·편부 등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대상이다. 또 이들 청소년의 학습지도를 담당할 자원봉사 전임강사도 25일부터 모집한다. 모집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과목이며, 학교 및 학원교사를 비롯한 대학생, 전직 교사(강사) 등 경험이 있는 자로서 무보수 학습지도를 원할 경우 소정의 구비서류를 갖춰 시 문화체육과로 제출하면 된다. ''반딧불 배움터''는 시 교육발전협의회가 지난해 10월부터 관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보습기회를 제공하고 자립과 희망을 북돋아 주기 위해 교과목과 정보 등 보충학습을 펼쳐 오고 있다. 공공 여성사회교육 워크숍 김포시 여성회관, 주민자치센터, 농협, 문화의집 등 김포시 공공 사회교육기관 프로그램 운영 담당자들이 교육에 관한 정보 교환과 사회교육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22일 여성회관 교육실에서 개최된 이날 워크숍은 관내에서 여성사회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12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은 한국여성개발원 교육연구부 박성정 연구위원이 ''공공기관의 여성사회교육 문제와 대책''이란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200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