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검색결과 총 4,713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포커스‘만해 실천상’ 수상한 백낙청 서울대 교수 시인이자 독립운가, 사상가인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 선생의 뜻을 기리는 ‘2001 만해축전’이 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강원도, 조선일보 공동주최로 의 산실인 설악산 백담사에서 열리고 있다. 축전 이틀째인 6일 제5회 만해상 시상식에서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백낙청 서울대 교수가 ‘만해 실천상’을 수상했다. 백 교수는 1966년 계간 을 창간한 이래 우리 문학과 사회민주화 및 분단극복의 실천이론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70년대 초반에 ‘창비만해문학상’ 제정사업에 몸담았으며 한때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만해상 심사위원회 이수성(전총리) 위원장은 “백낙청 교수는 이곳 백담사의 맑디 맑은 물과 같은 분”이라며 “70년대 여러차례의 연행과 구속, 그리고 해직의 고초에서도 초지일관으로 정의를 실천, 우리나라 지식인의 모범이 된 것이 만해 실천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우리의 삶이 지난날보다는 한결 밝아지고 넉넉해진 것과 동시에 복잡해졌지만, 만해 선생같은 외골수의 삶에 대해서는 지난날의 유물로만 칭송하고 오늘날의 사표로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며 “억압이 누그러지고 그 작용이 복잡미묘해진 세월일수록 이 시대를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올곧은 마음 하나 하나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현대’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한국 근대 산업화 시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소떼 방북’으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한 공로로 ‘만해 평화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고인의 손자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상무이사가 참석했다. /백담사=황명래 기자 hmr@naeil.com 2001-08-07
- 오색한지공예의 세계 한지를 소재로 한 그림과 공예의 분야는 생활이 서구화될수록 더욱 발전하고 환영받는 추세이다. 이는 아무리 사회가 발달하고 현대화되어도 우리의 옛 문화에 대한 향수는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이해된다. 한지와 갖가기 색지로 만들어지는 한지공예는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매력을 지닌 공예. 닥나무를 소재로 한 모든 것이 그렇듯이 한지로 만든 함지박이며 지함, 반짇고리 등의 견고함은 쓰면 쓸수록 경이로운 것이어서 한 번 만들면 대를 물려 쓸 정도로 튼튼하고 세월의 흐름이 은은히 묻어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한지공예의 재료로는 골격용으로 나무나 두꺼운 합지가 있으며 배접하거나 다듬어서 원하는 형태로 성형한 골격위에 한지와 색지를 바른 후 전통문양을 새겨 붙이는 것으로 완성한다. 이런 과정은 경복궁내 전통공예연구원에서 극히 일부의 전문가과정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요즈음은 각 문화센터 등에서 활발한 강습이 이루어지고 있어 문양의 고안 등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요즈음은 일일이 크기에 따른 재단으로 골격을 맞추던 과정을 제품화된 상품이 나옴으로써 어렵게 느껴지던 한지공예가 훨씬 용이해졌다. 특히 두께 3mm정도의 하드보드지로 아이들과 함께 과반이나 작은 팔각상자 등을 만드는 일은 몇 번의 강습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지공예의 묘미라면 한지의 색깔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빼놓을 수 없는데 우리의 예전 작품들은 색지의 배합도 음양의 조화를 맞추고 오색한지(적 청 황 백 흑)를 주로 사용하였다. 또한 문양은 장식성과 더불어 상징성을 띤 하나의 삶, 종교적 차원까지 나타내고 있어 길상이라 일컬어지는 호랑이 용 나비 연화 매화 박쥐문양을 많이 사용한다. 한지공예에 있어 주부들이 다소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 문양파기작업인데 이는 일일이 조각도로 섬세하게 문양을 본대로 오려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지공예의 큰 매력 또한 이러한 작업뒤에 오는 작품성이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예술성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혼사때 직접 부모의 마음을 담은 함이나 사주단자를 만들어 두거나 오래 볼수록 질리지 않고 견고한 삼층장 등 가구를 만들려는 주부들로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는 공예이기도 하다. 처음엔 연필통이나 소반부터 시작해 대형작품을 만들어 가는 멋, 현대적인 분위기에도 튀지 않고 어우러지는 것이 한지공예의 묘미이다. 일산신도시지역은 한국문화센터(031-905-5706) 원당지역은 풀잎문화센터(031-966-4075)에서 강좌가 열리고 있다. 이난숙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2001-08-06
- 민선 2기 3주년 특별 인터뷰 - 정동호 안동시장 ■ 민선2기 3년을 마감했다. 짧은 소회를 밝혀달라 세월의 빠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동안 밤잠을 못 이루고 고민 한적도 많았지만 지 나고 보니 보람 있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남은 1년동안 신명을 바쳐 시민의 복 지증진과 지역발전을 앞당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 지난 3년동안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가 역점을 두었다기 보다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것을 발굴해낸 것이 문화관광분야다. 안동은 문화유산의 보고지만 가치를 드러내고 자원화 하지는 못했다. 이 분야가 4∼5년 뒤에는 지 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또 그렇게 되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 낙동강특별법이 지역의 가장 큰 현안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안동시의 기본입장은 무 엇인가 낙동강 물을 맑게 해야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문제는 주민생존권에 대한 대책마련도 없 이 규제만 강화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다른 4대강과 비교해 너무나도 형평성이 결여되어있 었다. 주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다른 강에 없는 규정은 삭제하던지 대안이 마련돼 야 한다. 또 한강처럼 총량오염관리제를 환경부 장관 직권이 아닌 시장이나 군수에게 위임 해야 한다. ■ 일각에서는 이번 반대운동을 두고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정부안이 확정되기전 경상북도가 공문을 통해 북부지역 일선시군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사전예방에 너무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은데 이 법안이 제정되면 지역주민에게 또 지역개발에 엄청난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나도 반대했 고 도내 시장군수와 도민들 모두가 반대했던 것이다. 여기에 정치논리라는 말을 꺼내는 사 람들이 문제가 있다. 정치논리가 있었다면 국회의원들에게 있었을 것이다. 또 경상북도로부 터 공문받을 당시에는 법안의 자세한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더구 나 경북도가 지역의견을 수렴해 검토의견을 올렸지만 대부분 법안내용에 채택되지 못했다. 결국 환경부의 의견수렴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지난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보고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대응에 나섰다. ■ 남후농공단지의 분양률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저조하다. 전체적으로 농공단지의 운 영이 부실하거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지적이 많다. 근본적인 손질이 불가피 할 것 으로 보이는데 남후농공단지에 입주 신청을 한 업체는 17개로 6만2천여평의 부지가 100% 분양완료된 상태 다. 입주계약업체는 14개업체에 2만8700평으로 46.1%에 이른다. 나머지 3개업체도 중소기업 진흥공단의 사업성 검토중에 있거나 회사 이전에 따른 준비중에 있어 빠른 시일내에 입주계 약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경북북부유통단지 조성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까지의 추진실적과 향후 계획은 사실 이 사업은 97년말 IMF로 인하여 사업시행자가 미분양을 우려, 참여를 기피함으로써 시행이 늦어졌고 지금도 사업시행자가 참여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시는 더 이상 늦출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3월 프로젝트팀을 구성 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현재 유통 단지조성 예정지를 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관내외 600여개 업체를 상대로 활발한 홍보작업을 펼치고 있다. 재경향우회 등 출향인사들에게도 협조요청을 해둔 상태다. 물류시 설로는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 들이 3만명 정도의 입주계획을 검토하거나 확정단 계에 있으며 상류시설로는 고추, 약초, 채소 등의 유통단지와 백화점 할인점 전문도매상가 등에서 3만평 정도 입주를 검토중에 있다. 올 9월까지는 1차 입주대상자를 확정짓고 10월에 입주 희망업체 종합설명회를 개최한후 사업시행자를 선정, 12월에 유통단지지정 신청을 경 북도에 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전액 민자로 추진된다. ■ 안동시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부사업소를 민간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성과도 있 었지만 관리부실로 인해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수도검침업무의 경우 매월 검침 량이 다른가하면 일부 검침자가 요검을 챙겨 달아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 책이 있는가 상하수도 검침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이후 상수도 검침민원은 지난해 2050건에서 올해 1600 건으로 동기대비 22%정도 줄었다. 검침원 1인당 검침전수는 위탁전 대비해서 23% 늘었는 데도 관련민원이 준 것은 위탁 이후 검침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등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 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매월 검침량이 다른 것은 계절적 수요에 따라 변동이 있기 때문이 며 특히 수도요금은 OCR고지서로 금융기관 및 우체국 등에 자진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검 침원의 요금유통 등은 있을 없는 일이다. ■ 올해 10월 개관 예정인 한국국학진흥원의 운영주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사후관리 에 대한 우려가 많다. 특히 재원확보방안을 둘러싸고 경북도와 안동시간에 원할한 합의 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국학진흥원에 소요되는 연간 운영비는 인건비와 일반관리비를 합해 약 2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운영주체는 국학진흥원이나 국학원 자체적으로 재원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운영비 조 달을 위해 경상북도와 다각도로 협의중에 있다.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 터미널 이전문제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행정난맥이라는 지적에서부터 특혜의 혹까지 다양한 비판도 쏟아졌다. 터미널 이전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터미널 이전은 안동시가 해결해야될 시급한 과제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되 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전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공청회나 설 문조사 등의 방법을 거쳐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재추진해 나가겠다. 부지부적합성에 대해 많은 항의가 있어 시민단체로하여금 직접 적당한 부지를 물색해달라고 요청했다. ■ 지자체선거 1년을 앞두고 누가 후보로 나설것인가에 대해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선거에 재출마할 의향이 있는가 아직 너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남은 1년을 명예롭게 마감하고 그동안 이 지역과 시민들 을 위해 무엇을 하였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분석해본 후 결정짓겠다. 주변에 서 지인들의 출마권유가 많이 있지만 심사숙고하고 있다. ■ ‘90년만의 최악가뭄’이라는 표현처럼 올해는 유난히도 물부족에 시달렸다. 다행히 도 민관군이 합심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매년 이같은 물부족 현상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해마다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올해는 시민과 유관기관 및 군부대의 적 극적인 협조와 예비비 등의 예산지원으로 큰 피해없이 가뭄을 극복할 수 있었다. 용수확보 를 위해 해마다 지하수개발 및 지표수 보강개발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가뭄지역이 워낙 방대하여 소규모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기본계획이 완료된 북부지구 농 촌용수개발사업을 하루빨리 착수시킬 계획을 갖고 있으며 예안지역 광역양수장을 조속히 추 진하기 위해 현재 경북도와 농림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다. ■ 허술한 법과 관리소홀로 인해 축산폐수문제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서현양 돈단지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에서는 대규모 양돈단 지를 또다시 조성했다. 서현양돈단지는 축산물 전면 수입개방에 대비해 생산비 절감을 통한 경영능력 향상을 도모 하기 위해 조성 2001-07-16
- 메추리알부터 거위알까지 작품으로 승화 작게는 메추리알로 만든 황금마차나 앙증맞은 인형을 보고 있노라면 중세의 귀부인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그 무한의 응용범위가 신기하기만 한 알공예. 알은 자연이 낳은 가장 아름다운 형체중 하나이며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알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의 현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수없이 많은 알들이 발견되곤 하는데 이로 미루어 알은 영구적인 보존이 가능한 최고의 공예재료이기도 하다. 이 알을 캔버스삼아 무한한 아이디어를 디자인하기(design), 자르기(cutting), 붙이기(decoupage), 구슬달기(beading), 조각하기(sculpting) 등 가능한 모든 기술로 장식하는 것이 알공예의 기법이다. 일부 기독교도들이 부활절에 물감을 들이고 그림을 그린 부활절 기념 계란 정도로만 인식되어 왔던 것이 현대에 와서 다양한 기법연출로 발전해왔다. 앤틱분위기와 잘 조화되는 특성 때문에 이런 인테리어취향을 가진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알공예는 주부뿐 아니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공들여 만든 작품 하나는 그 어떤 것 보다 가치가 있는 선물로 환영받고 있다. 단순기법으로 환상작품 탄생 지난 6월에 주엽동 '생활의향기' 4층에 문을 연 '손으로 만든 알공예'는 신선영 권진희 박정현 등 세 젊은 여성이 일궈내는 꿈의 공간이다. 권진희씨는 "시간이 없거나 재료비가 비싸고 힘들지 않을까 염려하는 주부들은 일일수강으로 딸기핸드폰 고리를 만들어 보면 이 공예의 매력에 빠진다"며 "완성된 작품만 보고 특별히 세심함을 요구하거나 미적인 재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알공예의 대중성을 강조했다. 어느 공예나 마찬가지로 몇 가지 기법만 익히면 누구나 환상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초·중·고급 과정으로 나누어 월·수·금 주 3회 강습하며 메추리알부터 거위알까지 크기가 다양한 작품을 한 과정당 4작품정도 만들게 된다. 초급 과정이 까메오 연필꽂이, 금장 이쑤시개꽂이, 포푸리케이스, 오리알 펄 보석함이 기본이고 같은 기법을 조금씩 응용한 크리스탈 열쇠고리, 십자가상, 아기신발, 타조알 펄 보석함까지 배우게 되며 수강료는 초급 6만원, 중급 8만원, 고급 12만원이다. 5분 에폭시와 아크릴칼라, 오공본드와 붓, 컷트칼 그리고 가장 간단한 계란만 있으면 요술부리 듯 멋진 작품이 탄생하는 알공예는 무엇보다 성취감이 큰 생활공예로 주목받고 있다. (031-919-2552)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2001-08-01
- 서울로 간 갈항사 탑 문화권은 행정구역으로 가를 수 없다. 금오산은 우리 구미시, 김천시, 칠곡군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따라서 각 자치단체는 자신의 행정구역에 포함된 지역에만 관심을 표명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행정구역의 구분과 같이 나누어지지 않는다. 금오산 자락의 여러 마을들은 각기 독자적인 마을의 모습을 띠기도 하지만 평야지대의 마을들과는 사뭇 다른 금오산 문화권의 모습을 공통으로 지니기도 하였다. 금오산이 품은 마을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적어봐도 남통, 덤바우, 수점(이상 구미시), 갈항, 우장, 부상, 지경(김천시), 숭산, 강진(칠곡군) 등이다. 이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지난 세월 금오산의 그늘에서 금오산과 밀접한 삶을 산 사람들이다. 남통은 금오산집단시설지구의 건립으로 대부분의 민가들이 철거되고 집단시설지구 또는 시내로 이주하여 옛모습을 추정하기 어렵다. 다만 법성사골에 남은 한 두 가옥을 통해 예전의 모습을 더듬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자락에 드문드문 집 자리를 마련하고 경사지에 밭을 장만하여 산에 기대어 산 모습을 짐작할 수가 있다. 갈항사! 꽤 유명한 절이다. 지금의 궁색한 갈항사는 폐허가 되었던 옛 갈항사 인근에 새로이 조성된 절이다. 원래의 갈항사는 서울로 간 동탑, 서탑의 위상과 석조 석가여래좌상으로 유명하다. 갈항사를 따로 보면 그냥 꽤 큰절이 폐허가 되었구나 하지만, 금오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18개의 절터와 관련시켜 보면 금오산 서쪽을 관장하는 절로서 의미를 추측 할 수가 있다. 그 반대편인 금오산 동쪽 자락에는 옥림사지가 있다. 북쪽에는 대혈사지, 남쪽에는 선봉사지, 사방에 금오산를 호위하는 사찰이 있었다고 감히 상상해 본다. 갈항마을의 아름다움이 갈항사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늘 갈항에서 바라보는 금오산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아름다운 금오산의 모습을 조망할 수가 있는 곳이다. 지금은 고속전철 건설공사로 마을의 모습이 일그러지고 있으나 동구에 자리잡은 온전한 모습의 조산(造山)무지(돌무더기탑), 산골 민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토담집들, 자동차 도로가 제대로 닦여있지 않았던 90년대 초중반의 갈항은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 산골의 서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고개마루의 서낭당. 갈항을 포함한 행정동인 오봉리는 겨울 철새가 날아드는 오봉저수지, 그 곁의 금오산초등학교 분교 등 연인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 더러 있어 최근 드라이브족의 모습을 간혹 볼 수가 있다. 갈항에서 걸어보지 못한 길이 아직 하나 남아있다. 차가 다니지 못하는 부상으로 넘어가는 산길이다. 다음 여행에는 꼭 한번 걸어 넘어야지. ■갈항사지(葛項寺址) 김천시 남면 오봉동(梧鳳洞)에 있었던 갈항사의 절터이다. 신라 효소왕(孝昭王) 때 승전(勝詮)이 창건하였다는 설도 있으나, 건립 연대와 폐사 연대는 분명하지 않다. 여기에서 승전은 승도(僧徒)를 거느리고 《화엄경(華嚴經)》을 강설하였다. 절터에 남아 있던 2기의 3층 석탑(국보 99호)은 경복궁으로 옮기고, 현재 이 절터에는 오봉동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245호) 및 쌍탑(雙塔)을 옮긴 포석 2기가 있을 뿐, 밭으로 변하였으며, 간혹 기와조각 등이 발견되고 있다. ■갈항사 삼층석탑(葛項寺 三層石塔)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2기의 화강석제 3층 석탑. 국보 제99호이며 ‘갈항사지쌍탑’이라고도 한다. 현재의 높이는 동탑이 4.3m, 서탑이 4m. 원래 김천시 남면 갈항사에 있던 것을 1916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모두 2중의 기단 위에 같은 규모와 구조로 세운 3층 석탑이다. 상륜부(相輪部)는 모두 없어졌고, 동탑은 3층의 옥개석이 없다. 기단부는 몇 개의 석재로 구성하였고 탑신부는 옥신(屋身) 및 옥개를 각각 1장의 돌로 만들었다. 그 규모는 크지 않으나 2중 기단의 상·하층에 탱주(撑柱) 2개씩을 세운 점을 비롯하여 각 부분의 구성은 통일신라 초기의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각 부의 균형 잡힌 비례로 안정된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탑 기단부에 조탑(造塔)의 유래와 연대를 밝힌 명기가 있는 오직 하나의 석탑일 뿐만 아니라, 이두(吏讀)를 사용하여 역사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승전(僧詮, ?~?) 신라의 승려. 당(唐)나라에 가서 현수(賢首) 밑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공부하고 692년(효소왕 1년)에 귀국, 현수의 《화엄소초(華嚴疏抄)》를 의상(義湘)에게 전하였다. 상주 개령군(開寧郡)에 절을 짓고 석촉루(돌 무리)로 관속(官屬·청중)을 삼아 《화엄경》을 강설하는 등 훈련을 쌓아 명강설을 하게 되었는데 《심원장(心源章)》에 따르면 주로 금릉군(金陵郡) 갈항사(葛項寺)에서 강설하였다고 한다. 권이문 금오문화연구소 연구원 2001-07-09
- 김종회교수의이산가족 이야기<40·끝> 의사가 베푸는 어진 의료행위를 일러 ‘인술’이라 한다. 그 인술의 대명사로 이런저런 간행물에서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목도하게 되는 분이 바로 장기려 박사이다. 인술의 대명사가 된 장기려 박사 아름다운 사람들의 밝은 이야기란 캐치프레이즈를 내 건 ‘좋은 생각’이란 책의 이달 호에, 또 하나 그분의 숨은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장기려 박사는 ‘한번도 의사를 못보고 죽어 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언제나 뒷산 바윗돌처럼 서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라고 의사가 된 동기를 밝힌 분이다. 장 박사는 평생 그 말을 실천하며 살았다. 1951년 부산에 복음병원을 세웠을 때, 가진 것이라고는 유엔 민사원조처에서 주는 하루 50인분의 약과 자신을 돕는 11명의 병원식구들 뿐이었지만, 이 병원에서는 날마다 1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무료로 돌봤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렵기만 했다. 특히 병원 직원들의 월급이 문제였다. 모두 가난한 이들을 돕겠다고 스스로 나선 사람들이었지만, 최소한 생계는 해결되어야 할 일이었다. 끼니조차 잇기 힘든 전쟁통에 병원 직원들과 그들에게 딸린 부양가족이 모두 44명이었는데, 장 박사는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할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하나님이 도우시는 것처럼 미국의 한 선교회에서 매달 500달러를 지원해 주기로 약속을 했다. 많지 않은 돈이었지만 병원 식구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월급은 식구 수대로 나눕시다” ‘이 돈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 내가 원장이라고 해서 더 많이 가져가는 것도 공평치 않고, 또 같이 나누는 것도 공평치 않다. 딸린 식구가 열 명인 사람도 있는데….’ 결국 그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월급은 식구 수대로 합시다. 식구 수대로 먹을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오히려 직원들이 “원장님, 좀 이상하잖습니까?”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장 박사는 자신의 결정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뭐가 이상한가? 난 아들하고 둘밖에 없는데, 돈 쓸 일이 뭐 있나?” 그러니 아주 작은 월급이었지만, 병원 직원들이 불만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들의 손끝 하나 하나에는 환자를 대하는 정성이 가득했다. 인간적 감동이 어진 의술을 이끌고 나간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살아있는 인술의 모범을 보인 장 박사가 북한에 부인과 가족을 두고 아들 하나만 데리고 월남한 실향민이라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장 박사는 남한에서 일생동안 재혼하지 않고 수절하며, 북한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며 살았다. 아내가 보고싶을 때마다 전달될 길도 없는 편지를 써서 모아 두었다. 남북간에 공식적인 교환 방문의 물꼬가 트이기 전에 고향과 가족을 찾아갈 길이 있었지만, 또 많은 이들이 그렇게 다녀오라고 권유했지만, 의술에서 그러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차례를 미루고 먼저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숙원을 풀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했던 것이다. 이 분단의 시대에 살아있는 교훈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시작된 서울과 평양의 교환 방문에서, 그분의 아드님이 의사의 신분으로 평양을 갔고 어렸을 때 헤어졌던 어머니를 만났다. 그리고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소식과 빛 바랜 편지들을 전했다. 이토록 신실하고 겸손한 인품 앞에서, 그 간절한 소망을 가로막던 완강한 이데올로기도 허망한 세월도 모두 빛을 잃었다. 그분의 삶은 이 분단과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살아있는 교훈이 되었다. 그는 인술로써 남북의 경계를 초월해 버렸다. 이달 초 김진복 백병원 의료원장이 북한에 들어가, 위암을 앓고 있는 북한 환자의 수술을 집도했다. 남북 최초의 의료교류라고 해야할까? 국제위암학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 원장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의 방북기간 중, 국제로터리 등의 모금으로 15만달러 상당의 의료기기를 평양의학대학에 기증하기도 했다. 수술 받은 환자는 경과가 좋다는 뒷소식이 전해져 왔다. 이처럼 좋은 소식들이 수시로 오가는, 아니 그것이 소식의 차원이 아니라 일상의 차원이 되는 날이 앞당겨졌으면 좋겠다. 남북의 저 굳고도 질긴 인위적 장벽을 무너뜨릴 힘, 그 힘이 분명 이처럼 따뜻한 손길로 건네어지는 인술 가운데에도 있을 것이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경희대 교수/karts@hanmail.net 2001-07-30
- <신문로 칼럼>권력 절제없는 정부감량 어림없다(송보경 2001.06.22) 권력 절제없는 정부감량 어림없다(송보경 2001.06.22) 송보경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이사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할 코미디언이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겁지 않다. 최근에 있었던 한 개그우먼이 체중감량의 방법을 놓고 우는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사회의 희·비극을 모두 보았다. 하기야 우리 사회에서 살 빼기를 하겠다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우선 정부가 들어서면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정부의 인력, 예산 업무영역에서 줄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부처에서 줄였다는 인력이 외곽에서 위성인력으로 아직도 빙빙 돌고 있다거나 어느 고위층 정부 부서는 더 늘었다는 것이 언론들의 지적이다. 어느 정부 기관은 인력도 예산도 업무영역도 더 늘리려고 지금도 애를 쓰고 있다. 개그우먼의 살 빼기와 정부의 몸집 줄이기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코미디언이 어떤 방법을 동원했던 살 빼기는 일단 성공했다. 우리 앞에 나타난 그는 살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살 빼기는 소리만 요란했지 빠졌다고 느껴지지도 눈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또 다른 점은 개인의 살 빼기는 개인의 부담이지만 정부기관의 비대화는 국민이 부담한다는 것이 다르다. 의사는 지방흡입수술로 코미디언의 지방질을 제거해서 빠졌다고 주장하고 그녀는 그것뿐만 아니라 식이요법과 운동을 해서 빠졌다고 하였다. 또 관련 전문가들도 지방 흡입수술만으로 살을 빼는 양은 일정하며 운동이 있어야 한다니 양측 주장이 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개그우먼 쪽은 수술사실을 숨겼고 의사도 환자의 비밀을 폭로했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그녀는 수술 사실을 숨긴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꼬드김의 수단으로 자기 자신을 동원하였다가 실패하였다는 낭패감이 울음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개그우먼 살빼기소동 수술 숨겨 사회문제로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쪽에서는 수술로 살을 뺀 사실을 숨기고 운동으로 살을 뺐다고 언론을 통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공익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공익이라는 말이 이 경우에는 낯설게 느껴진다. 이것이 죄가 되고 안 되고는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다. 그러나 시시콜콜한 환자의 병을 의사가 폭로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다. 가끔 나타나는 부당 허위 청구보다 이것이 더 고약한 사건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개그우먼의 살 빼기 사건을 보면서 소비자가 씁쓸한 느낌을 갖는 것은 젊은이에게 팽배해 있는 살을 빼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그리고 살을 자신의 노력 없이 쉽게 뺄 수 있다는 꼬드김이다. 그 꼬드김을 부추긴 사람은 누구인가? 날씬한 사람을 앞세우는 상술, 몸을 상품화하는 상술 등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다. 전문가도 언론도 그 꼬드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개그우먼은 바로 그 꼬드김에 동원되었다 일을 당한 것 같다. 전통적으로 소비자가 알고 있는 살 빼기 방법은 음식조절, 약물, 그리고 운동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흡입 수술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알려졌다. 개그우먼의 울음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도 바로 수술을 통해 살까지 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키의 제왕 절개 수술로 새로운 출산방법이 알려진 것처럼). 상술로 동원되는 다이어트 방법은 이렇다. 첫째 「첫 배불리기」이다. 한천, 고구마 말린 것, 녹말가루 등을 먹으면 포만감 때문에 식사를 적게 하게 된다. 그럴듯한 사람을 내세워 소개되는 비싼 가격의 수입다이어트 식품을 꼼꼼이 따져보면 주성분은 녹말인 경우가 흔하다. 둘째, 이뇨제를 사용한다. 인체의 수분이 빠지니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체중을 꼭 조절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이 급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셋째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식욕을 감퇴시키는 방법이다. 이것도 약물일 수도 있고 식품에 이 성분을 첨가시켜 사용할 수도 있다. 안전성으로 보면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여기에 최근 지방제거 수술 방법까지 소개된 것이다. 날씬한 사람보다 군살빠진 정부 보고싶다 한편 정부는 몸집을 줄이기 위해 효율화를 위해 민영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정부기관들을 틈만 있으면 업무를 확장해야 하겠다고 한다. 소비자보호원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소비자 상담업무를 지방에까지 확대하려 하는데, 이것을 차라리 민간단체 지원을 통해 하도록 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민간소비자 단체도 이제는 방방곡곡에 317개소가 있고 현재도 182개소에서 소비자상담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교도소까지 민간에게 맡기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서 민간이 최소비용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기관이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먹을 것을 보면 못 참는 식탐, 자신은 꼼짝 않고 앉아서 부려먹으려는 권력욕에 대한 절제 없이 개인도 정부도 감량은 어림도 없다. 우리 소비자는 날씬한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기 보다 군살 빠진 정부를 보고 싶다. 뚱뚱이에게 박수를 홀쭉하게 빠진 정부에게 신뢰를! 송보경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이사 2001-06-25
- <새책소개>(2001.07.23) (2001.07.23) 래디컬 에콜로지 잿빛 지구에 푸른빛을 찾아주는 방법 캐롤린 머천트 지음 허남혁 옮김 / 도서출판 이후 펴냄 / 368쪽 / 13,000원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들을 정리하는 명쾌한 입문서 급진 생태론(Radical Ecology)이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만 주목하는 기존의 생태론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 사회의 윤리와 규범, 사회질서(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제도)를 분석한다. 이는 생태계의 변화만이 아니라, 환경 파괴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제도들에 도전하고, 새로운 윤리와 규범을 모색하여, 인정, 계급, 성별의 구별 없이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급진 생태론은 진보적 생태론의 최선봉에 위치한다. 이 책은 급진 생태론의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다양한 생태론을 소개, 분석, 비판하고, 전세계의 환경운동 단체들의 전개과정, 딜레마, 바람직한 활동의 대안을 제시한다. 근본 생태론(Deep ecology)은 토착민, 동양철학, 서구 사상의 비주류 전통을 원천으로 하여 서구 중심의 과학기술문명을 비판하고 생태적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영성생태론(Spiritual ecology)은 자연세계의 영혼과 생명의 고귀함을 주장하며, 주로 고대 종교, 기독교, 이슬람, 생태적 과정신학 등 종교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급진 생태론은 아직 일관된 이론이나 운동조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가 상호의존적인 것처럼, 제1세계, 제2세계, 제3세계의 급진적 생태운동 속에서 이론과 실천은 서로 연결되며 정보를 제공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생태위기는 사회와 자연(생산과 생태)의 모순, 사회 내부의 모순에 따른 것이며, 이러한 위기는 생산, 재생산, 의식의 변화를 동반하는 전지구적인 생태혁명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국제기구인 유엔에서부터, 파괴적인 생산이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생산을 추구하는 지역운동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한다. 특히 자연의 생물학적 관리, 생태계의 복원, 자신의 지역을 돌보는 생물지역론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토착적 생활방식을 보전하고자 한다. 급진 생태론은 자연에 대한 지배가 인종, 계급, 젠더에 따른 인간에 대한 지배를 수반한다는 새로운 자각에 기반하고 있다. 자연과 타인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고 타인을 희생시키면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환상에 대적한다. 경영자 본능 니겔 니콜슨 지음 세계경제연구회 옮김 / 명진출판 펴냄 / 328쪽 / 9,000원 인간 마음의 진화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현대인의 행동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학문이 바로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생물학’과 ‘신경심리학’을 결합하여 만든 진화심리학은, 사람의 몸 구조가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 선택의 결과물이듯 마음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새로운 렌즈로서 ‘진화심리학’을 제공한다. 인간과 인간 본성을 다룬 ‘진화심리학(Evloutionary Psychology)’이라는 진보적인 학문을 경영에 접목시킴으로써 현재의 ‘경영’이 가진 인간 본성의 위배와 밀착을 명확히 규정, 미래 경영에 대한 훌륭한 이론적 지침을 제시한다. 이 책은 어떤 방식의 경영과 조직이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인지를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가장 성공적인 리더십 및 조직과 가장 비효율적이고 파괴적이 리더십 및 조직의 차이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에 빠진 사람들 카마타 히로키 지음 김수진 옮김 / 참솔 펴냄 / 288쪽 / 9,000원 ‘게임의 승자’만이 각광받는 냉혹한 디지털 세계에서, 사회적 성공이나 명성보다는 자신이 믿는 ‘자신의 게임’에 재능과 정열을 쏟는 위대한 괴짜들이 있다. 그들은 뛰어난 재능, 특이한 개성,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자신의 일에 열중함으로써, 미국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세계 최강으로 만들었다. 이들에게도 부나 명성이 뒤따르긴 했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보다 편리하고 행복한 인류 공동의 삶을 생각하는 거시적인 문제의식으로 디지털에 헌신한 그들은 결국 경제적인 성공도 함께 일궈낸 위대한 천재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성이 너무나 뚜렷하고 이질성이 커서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개성의 충돌은 때로 엄청난 에너지의 소모와 ‘승자’에 대한 집중을 초래하지만, 대신 보다 높은 차원의 조화와 발전을 가져온다. 그래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더욱 강하게 단련된다. 중국고전을 통해 배우는 사람을 보는 지혜 김영수 엮음 / 오렌지북 펴냄 / 144쪽 / 6,000원 / 훨씬 조직화되고 정교화된 현대 사회일수록 인재 등용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다. 사람을 바로 살펴 인재를 등용하려는 목적은 둘이다. 첫째는 바른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여 기용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바르지 못한 사람을 가려내어 그로 인해 생기는 불행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혜안(慧眼)을 길러야 한다.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해 개인의 인생을 망치고 국가의 대사를 그르친 예를 우리는 역사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성현들의 인재등용 방법을 고전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람을 보는 지혜를 길러줄 것이다. 중국의 제자백가로부터 이익, 정약용, 마키아벨리에 이르기까지 선인들의 경험을 통해 사람을 바로보는 지혜를 제시하고 인재를 고르는 방법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워주는 이 책은 처세서이자 역사 교양서이다. 클릭 이브속으로 리처드 E. S. 불턴 외 지음 이순주 옮김 / 생각의나무 펴냄 / 328쪽 / 9,000원 미래를 장악할 17가지의 트렌드를 예측했던 여성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이 ‘여성 트렌드’만을 따로 뽑아 자세히 설명한 책 21세기를 여성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요즘은 매스컴에서는 교양이나 오락 분야에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내용이 많다. 그리고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여성의 목소리가 매우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CEO를 비롯해 비즈니스의 세계에 여성의 등장도 많아졌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의 심리적 차이, 두뇌구조로 인한 지각 능력의 차이, 역사 이래로 굳어져온 여성과 남성의 역할차이, 여성만의 본능적 차이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여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독특한 마케팅 원리 8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각 장은 하나의 진리에 대해 본질적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마케터들의 판단 잘못으로 쓰러져버린 브랜드들, 혹은 그 진리를 일찍 터득하고 개가를 올렸던 브랜드들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2001-07-23
- 풍류가객 농암 이현보 - 제3편 농암과 퇴계의 대화 농암과 퇴계와의 교유는 농암의 삶과 문학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농암과 퇴계는 시대를 격하여 교분을 충실히 쌓은 사이였기에 이들의 대화에서 당대의 사회관계에서 어떻게 삶을 풀어나갔으며, 강호의 즐거움과 넉넉함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농암과 퇴계가 이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인연이 남다르기 때문이 다. 같은 고향을 가지고 있고, 퇴계의 아버지 역할을 한 삼촌 송재(松齋) 이우(李 )와 농암 은 친구사이이면서 1498년 함께 과거에 급제하였다. 그리고 이현보의 셋째 아들인 이중량 (李仲樑) 역시 친구였던 퇴계와 같은 해에 동시에 과거 급제하여 2대를 거치면서 우의를 다 지게 된다. 그러나 퇴계 아버지 역할을 담당했던 이우가 4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퇴계 형제들은 농암에게 의지하였고 농암은 이들을 친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폈던 것이다. 농암이 74세 되던 해인 1540년, 한편의 시를 40세된 퇴계에게 건넨다. 가뭄이 극심한 때 곧 물이 메마를 물동이 안에서 안심하고 있는 물고기를 인간이 놀리자 이를 들은 물고기가 자 신의 처지와 인간세상이 다를 바 없음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물고기는 이렇게 말한다. “내 가 보는 세상사람 모습한번 들어보소/ 벼슬길에 나서서 명예나 이익에 빠지면/ 남의 꽁무니 쫓기도 하고 떼지어 다니기도 하며/ 임금님 은혜 입기를 구걸하듯 하지 않소/ 청운의 뜻을 품고 조정에서 벼슬할 때는/ 바야흐로 뜻을 얻어 의기가 양양하다가/ 어느날 저녁 갑자기 풍파가 일어나면/ 장차 자기 한몸 용납할 곳도 없지 않소/ 잠시 동안 목숨 붙이고 살다 가 는 것이야/ 사람이나 (물동이속) 물고기가 다를 것이 무엇이요” 퇴계는 농암의 이 시를 보고는 “깊은 훈계는 이 시에 있으니/ 지극한 가르침 새겨서 기억 하리/ 벼슬의 풍랑 속에서 몸 거두어/ 자연의 한가한 흐름속에서 성명을 지키리라…”고 화 답한다. 그리고 퇴계는 농암이 은퇴한 다음해에 관직의 풍파속에서 몸을 거두고 도산으로 내려온다. 농암과 퇴계는 은퇴 이후 어부가를 함께 부르면서 자연을 노래하였고, 퇴계의 거처에서 함 께 자연을 음미하였다. 농암이 84세, 퇴계가 50세 되던 해에 퇴계의 거처인 계상서당을 농암 이 찾았다. 퇴계는 이를 기념하여 “가장 빛이 나기는 늙은 신선(농암)께서 해마다 온갖 꽃 핀 두메로 이르시는 것이라네”라고 읊자, 농암이 이를 받아 “오로지 꽃 같은 곳 따라 여 러번 집지어 옮겼네, 지금은 돌아가는 길 물을 필요 없네 골짜기 건너 바위 뚫고 지나면 냇 물가에 있으니”라고 화답한다. 한서암을 찾은 농암을 보고 퇴계는 “맑은 시내 서쪽가에 띠집을 지었으니/ 속세의 나그네 어찌 지게문을 열라 두드릴 것인가/ 갑자기 산 남쪽에 사시는 신선이 은혜롭게도/ 작은 가 마 타고 온갖 꽃 뚫고 오셨다네” 라고 하였다. 농암은 이날 만남을 “편안한 대접을 받고, 조용히 실컷 마신 뒤 또 글까지 보여주니 더욱 정성스러움을 알게 되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바윗길 뚫고 골짜기 넘어 산 속 집 찾았더니/ 반쯤 닫힌 사립문이 나를 위하여 열려있네/ 봄이 찾아온 후 냇가 경치 너무나 사랑스러워/ 취하여 돌아올 것 잊어버 려 해 다 기울어서야 돌아왔네” 농암과 퇴계는 강과 산을 친구삼아 살아가는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의 깊이를 더한다. 강과 산에 묻혀있지만 농암과 퇴계는 신비한 선경에서 살아가지 않고 생활 속에서 자연인으로 살 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귀거래(歸去來)는 현실에 대한 도피가 아니라 평범함 에 대한 회복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퇴계의 제자 이담(李湛)이 너무 놀러 다니는 것을 경계 하여야 한다는 말로 퇴계에게 충고의 언질을 하지만 퇴계는 농암선생의 임천지락(林泉之樂) 을 이야기하면서 강과 산을 벗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자신의 가치관에 한 지표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한 인간을 기림에 필자는 사회적 영향력보다는 그의 삶에 대한 진실성과 다투지 않는 내면 적 충만감을 존중한다. 이점에서 각각의 삶에 충실하고 있는 많은 존재와 자세에 늘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농암과 퇴계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자기 것에 대한 “놓음” 마음의 넉넉함 과 자유로운 풍취를 가지고자 노력한다. 내가 그가 될 수 없기에 세월을 격하여 그의 삶을 존중하고 찾는 것이다. 권두현 민예총 안동지부 사무국장 2001-07-23
- <내일진단>근조(謹弔), 북한산국립공원(남준기 2001.07.18) 근조(謹弔), 북한산국립공원(남준기 2001.07.18) 남준기 편집팀장 경기도 양주군 교현리 북한산국립공원 경계에는 두 기의 커다란 장승이 서 있다. 97년 7월 환경·산악단체들이 주최한 ‘북한산국립공원을 살리기 위한 하늘 큰굿’ 행사 때 세워져 유명한 무속인의 기도와 함께 신성(神性)이 부여된 장승들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을 8차선 터널로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이 장승들을 뽑아내고 건설된다. 장승들이 정확하게 도로공사의 실시설계노선 중앙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97년 하늘 큰굿에 참가한 이들은 “이 장승의 죽음은 곧 북한산국립공원의 죽음”이라고 말해왔다. 물론 장승이 뽑혀나간 뒤에도 봄이면 산들꽃이 다투어 피어나고 여름이면 무서운 천둥번개가 몰아칠 것이다.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 것이고 낙엽이 진 뒤에는 하얀 눈이 잎을 떨어낸 나무들을 덮어줄 것이다. 그러나 효령대군의 후손들이 수백년 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마을이며 7월이면 온통 군락으로 뒤덮이는 교현리 뒷동산 왕손의 무덤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 서북쪽 아름드리 숲에 깃들어 살아온 들도 매연에 찌든 숲에서 더 이상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세월이 더 흐른 뒤에는 이 도로가 이런 가슴아픈 사연을 안고 건설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후손들이 도봉산―수락산―불암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시속 100km의 속도로 신나게 달릴 것이다. 혹 어떤 이들은 ‘선조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8차선 고속도로를 놓았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겠지만. 터널공사는 수도권 녹색허파에 말뚝박는 꼴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래 많은 논란이 거듭되었지만, 그래도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있다. 사람은 조물주가 만든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국립공원 제도는 이런 인식의 반영이다. 인간의 손길로 인해 망가지는 자연환경과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종을 국가가 지정하는 공원으로 묶어 보호하려는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 홈페이지는 스스로 이렇게 소개한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으로, … 생태적으로는 ‘고립된 섬’이지만, 도시지역에 대한 ‘녹색허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으며 … 연평균 탐방객이 500만에 이르고 있어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7월 11일자로 환경부 협의를 통과했다. 98년 12월 15일 한국도로공사가 환경부에 1차 환경영향평가 협의요청을 한 지 2년 7개월만의 일이다. 그 동안 환경부는 모두 3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했지만, 결국 7월 11일의 최종 협의사항은 ‘국립공원 통과지역을 박스형 터널로 시공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으라’는 것으로 나왔다. 수도권의 녹색허파에 길이 4.6km, 왕복 8차선 크기의 구멍을 뚫되, 구멍 양쪽을 대롱으로 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이런 결정에 이르기까지 환경부나 도로공사 관계자들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2년 7개월 동안 국립공원을 지켜야 할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무엇을 했는지, 이미 97년부터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받았던 도로공사가 국립공원 우회노선 검토를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산 살리기 위해 관통도로 계획 철회해야 “지난 2년 반 동안 한국 도로건설의 최고 실력가들이 모인 도로공사가 ‘국립공원 우회노선은 없다’는 말로 환경부를 속였고, 이 문제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환경부는 그 말만 믿고 엉뚱한 보완요구만 하고 있었다.” 지난 몇달 동안 환경부, 도로공사와 함께 시민환경단체 대표로 국립공원 우회노선 검토작업에 참여했던 어느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더 말문이 막히는 것은 국내 최고의 도로 전문가들이 끝까지 없다고 주장하던 ‘국립공원 우회 대안노선’이 환경단체의 의견으로 제시되었으며, 설계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이 이쯤 되었다면 한국도로공사는 책임있는 국가기관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경기북부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북한산국립공원도 보존하기 위해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의정부시 북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남준기 편집팀장 200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