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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쪽으로 갈까요? 만약 소풍갈 때 도시락을 가져가는 학교와 밥 해 먹는 재료를 가져가는 학교가 있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따라 갈 것인가?초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추위에 젬뱅이었지만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이라 감색 모직 원피스에 머리는 양 갈래로 단단히 땋고 하얀 손수건을 왼쪽가슴에 단 채 덜덜 떨며 기나긴 줄 속에 서 있었다. 같이 간 할머니를 연신 훔쳐보며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긴장해 있는데 돌연 머리가 뒤로 재껴졌다.뒤에 서 있던 마귀할멈같이 생긴 여자애가 내 땋은 머리를 쌔게 잡아 당겼다. 갑자기 기습에 놀라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서 금방 '으앙∼' 하고 울어 재꼈다. 당연히 응원군인 할머니 쪽을 보고. 동네에서 말 잘하기로 유명한 할머니가 냅다 달려와 날 안으며 그 애를 혼쭐냈다.요즘 같으면 그 애 보호자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왜 우리 애를 뭐라 그러냐?' 고 따질 지도 모른다. 하기야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그런 이상한 상황이 벌어져도 우리 할머니는 일거에 게임 끝을 낼 능력의 소유자였지만. 어쨌든 그 애는 머리를 푹 숙이고 그 애 엄마는 미안해하는 걸로 끝이 났다.그때 학교란 어느 순간에 무방비한 날 공격할 수도 있겠구나, 조심해야 하는 곳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꼭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늘 어떻게 하면 학교를 빠질까하며 흥미를 잃은 채 대학까지 꾸준히도 지겨워하며 다녔다. 죽이 맞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옥 같은 시절이었을 게다. 빈틈없는 틀 속에 끼워 맞추다보니 일그러진 부분이 내 속에 잔뜩 있었다. 학교에서 멀어지고 세월이 흘러 흘러 사라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초·중·고 시절을 돌이켜보면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다.에 나오는 토토는, 개성적이며 감성이 풍부하고 티없이 발랄한 성격의 소녀다. 이런 소녀가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산만하고 통제력이 부족한 아이로, 다른 아이들 학습에 지장을 준다하여 입학한지 몇 달만에 퇴학을 당한다. 하지만 토토를 잘 이해하는 엄마덕분에 퇴학에 대한 상처 없이 대안학교인 도모에 학원으로 옮긴다.도모에 학원의 교육시스템은 충격적이다. 교실은 노후한 전차를 이용했는데, 아이들로서는 일반적인 건물보다 전차 속에서 여행하는 듯한 기분으로 공부를 하는 게 오히려 즐거운 모양이다. 물론 교사를 지을 돈이 없어 전차를 활용한 것이겠지만 놀라운 리싸이클 개념이다. 게다가 수업시간표도 없다. 그날 공부할 전 과목을 적어 둔 칠판을 보고 각자 순서를 정해 먼저 좋아하는 과목부터 하면 된다. 자리도 자기가 앉고 싶고 싶은 대로 앉는다. 도모에 학원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면 안돼, 이런 말을 하는 선생도 없다. 지내다 보면 아이라도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는 식이다. 예를 들면 이 학교 학생들은 낙서를 아무 데나 하지 않는다. 음악시간에 분필을 들고 마루 바닥에 피아노 소리에 맞춰 음표를 적는데(공책에 적다 보면 공간이 좁아 책상에 삐져나가게 쓰게되니 불편해 바닥에 크게 적는 것이다), 넓은 공간에 신나게 적다가 수업이 끝나 걸레로 분필을 지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낙서는 하는 건 즐겁지만, 지우는 건 대단히 귀찮은 거라는 걸 깨닫게 되어 아무 데나 낙서하는 짓은 안 하게 된다.도모에 학원의 점심은 늘 산과 들, 바다의 음식으로 싼 도시락이다. 각각의 영양도 골고루 섭취하면서도 알기 쉽게 정의한 것이다. 산은 육류나 버섯 류 등. 들은 야채, 바다는 생선이나 해초류 등.그러니까 밥과 반찬 세 가지, 즉 돼지고기 볶음은 산이고 시금치무침은 들이 되고, 미역튀김은 바다가 된다. 이렇게 식탁 위에도 산, 들, 바다만 외치면 만사형통입니다. 자, 실천합시다. 게다가 먹을 때는 꼭 이 노래를 부른다.'꼭꼭 씹어요. 모든 음식을.씹어요. 씹어요. 씹어요. 씹어요. 모든 음식을.' (도도도자로 끝나는 말은 ∼도 ∼도 ∼도 ∼도 ∼도 이 노래를 개사한 것)음식을 앞에 두고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음식을 꼭꼭 씹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기도를 잘해도 후다닥 3분도 안돼 먹어치우거나 편식이 심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일반적으로 많이 다니는 보통학교에서 오랫동안 공부하신 분들도 이런 학교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우가 많다. 애가 더 이상해지는 것 아니냐, 사회질서는 제대로 익히겠는가, 공부는 못하는 거 아니냐, 등등.걱정하지 마시길.도모에 학원의 토토는 커서 언론인이 되었고, 오랫동안 TV에서 자기 이름을 건 '테츠코의 방'이라는 대담프로를 하고 있다. TV에서 어른이 된 토토를 봤을 때 '음, 여걸 같은 걸.' 대단히 강한 이미지를 느꼈다. 마치 보스같다고나 할까. 그런 그이가 초등학교 일 학년 때 퇴학당한 일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만약 도모에 학원과 만나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테츠코의 방'도 없었으리라.학교 소풍이라면 으레 김밥 도시락 정도 일테지만 도모에 학원 소풍은 재료를 가지고 가 식사준비와 요리를 직접하는 실습 소풍이다. 그때 토토가 어른스럽게 만든 야채 절임을 소개한다. 밑반찬으로 일품입니다. 꼭 만들어 먹어 보세요.토토가 만든 야채 절임학교 소풍 때 토토가 멋지게 만들어 우쭐해했던 절임입니다.1. 기본은 오이.토토처럼 가지, 아니면 무, 양배추, 당근, 배추 등.좋아하는 야채를 얇게(3mm) 썰거나 채쳐 둔다.2. 볼에 담아소금을 적당히 뿌린 뒤 조물럭조물럭 골고루 간이 배게 버무린다.※ 이때 다시마나 빨간 고추, 생강, 유자껍데기 등을 채쳐 같이 버무리면 더 맛있다.3. 10분 정도 지나면 물기를 꼭 짠 뒤 아삭아삭한 맛을 본다.그러면 토토가 왜 의기양양했는지 알 수 있다.창가의 토토구로야나키 테츠코 지음·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김난주 옮김/프로메테우스 출판사/7,500원지난해 12월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다. 최근 나온 일본작가 구로야나기 테츠코(62)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토토가 다녔던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인 셈이다. 보통 학교에선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던 아이들이 대상이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아이들 누구도 자신이 이전의 학교에서 퇴학당해 왔다 곤 생각지 않는다. 이들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한 수업 방식, 자연과 친구를 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82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1년만에 460만 부가 팔려 이란 영광을 얻었다. 국내에는 이제야 김난주씨에 의해 처음 완역됐다. 2001-01-11
- < 인터뷰:김동현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 김동현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43)은 게임이 산업의 한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20세기는 대량생산의 산업구조였다면 21세기는 개인들의 삶의 질에 따라 산업구조가 개편 되는 시기입니다. 이를위해서는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합니다. 게임은 그중 놀거리라는 몫을 담당할 국가 핵심 지식산업이 될 것입니다” 고 이유를 설명한다.김소장은 지난 91년부터 정부에 이같은 주장과 실행 계획안을 계속 전달해왔다. 10년간 일관성 있게 추진한 결과 지난 99년 게임종합 지원센터가 탄생했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게임업체의 인식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 올렸다. 열정과 실력,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김소장은 게임계에서 대부로 통한다. 본인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그는 건축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가상현실을 주제로 지난 91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김 박사는 컴퓨터그래픽스협회를 창립했다. 지식은 생활속에서 공유해야 값어치가 있다고 믿는 탓이었다. 가상현실이라는 특수한 분야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CG중 콘텐츠적인 요소, 특히 영화나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상현실의 무한한 가능성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김박사가 게임산업에 열정을 다하는 것은 개개인이 즐겁게 살아야한다는 그의 인생관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획일적인 사회와 교육의 틀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창의성이 몰살되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게임에 일생을 걸었다.다음은 게임에 관한 일문일답-인터넷 기업들이 최근 바닥다지기를 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어떻게 보는가.게임과 닷컴기업은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게임은 확실한 수익모델이 있습니다. 다만 제품을 개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돈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5일 결성되는 게임 투자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지.국고50억원과 민간자금 100억원 모두 150억원이 게임발전을 위해 투자 될 것입니다. 이를위해 두가지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내게임의 질 향상에 관심을 집중 시킬 것입니다.그래서 게임연구소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동안 가상현실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술을 한곳에 모아 ‘기술보유지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미 개발된 기술인데도 이를 알지 못해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합니다. 또 게임은 우수한 사람이 자산인 만큼 고급인력에 힘쓸 생각입니다. 현재 게임 교재와 표준 커리큘럼 등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게임 비즈니스포탈 사이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디어와 기술, 투자자 들이 한곳에 모여 필요한 부문만을 취사 선택 할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할 계획입니다.-16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게임엑스포에 대해서.이번 엑스포에는 70여개의 업체들이 참가하고 5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올 것입니다. 연말연시가 게임의 최대 성수기인 만큼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한국 게임의 발전 방안정부와 기업은 회계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까지 회계는 유형적인 자산에만 염두에 두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무형의 자산에 대한 개념 정립이 안된 상태입니다. 감가상각비가 존재하지 않는 무형 자산에 적합한 회계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게임이 산업으로 자리 매김을 할 것입니다. 즉 지식산업이 도래한 만큼 무형의 자산도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우수한 게임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양성 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교육제도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현재 교육부와 함께 청지공업고등학교 학생들중 게임을 공부하고 싶은 아니 즐기고 싶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인적 인프라가 다양해야 게임이 발전 할수 있으므로 창의력을 갖춘 학생들이 게임 분야에 합류해야 합니다. 이를위해서는 학부모님들의 의식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게임 교육 확산의 관건입니다. 획일적인 표준화 인간은 21세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김춘효 기자 monica@naeil.com 2000-12-04
- 안동 ‘고서해제집’대학직원이 발간 안동지역에 흩어져 있던 각종 고서와 문집들을 한데 모은 고서해제집이 전문교수가 아닌 대학직원의 혼자 힘으로 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화제의 주인공은 안동대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는 윤동원(41)씨. 윤씨는 6년여의 긴 세월동안 혼자 밤낮을 잊어가며 집필에 몰두했다. 전문가가 아니라 자료수집에 애를 먹었지만 그 동안의 고생에 비춰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선보이게 돼 매우 흡족해했다.윤씨가 집필한 ‘고서해제(1)’에는 1574년에 간행된 회재선생문집(晦齋先生文集)을 비롯해 일반고서 140종과 문집 680종 등 820종의 방대한 고서가 1300여 쪽에 걸쳐 담겨 있다.특히 이번에 간행된 고서해제는 기존의 국내 고서해제와는 달리 본문 내용을 포함해 풍부한 해설과 작품 평가까지 실려있어 한국학 연구의 기본 자료집으로써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안동 주진영 기자 jjy@naeil.com 2001-01-09
- [포커스] 50년만에 아들 만나는 100세 유두희 할머니>“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 죽은 줄 알았던 큰아들이 살아있다는데. 빨리 보고싶어.”지난 12일로 100세 생일을 맞은 유두희(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문막리) 할머니. 노령으로 한 마디 말을 하는 것조차 힘에 겹지만 그 동안의 한이었던 양 이 세 마디 말만은 눈물과 함께 신음처럼 흘려냈다.유 할머니가 큰아들 신동길(75)씨와 헤어지게 된 것은 지난 50년 9월. 후퇴하는 인민군들이 갓 결혼한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그에게 짐을 들려 끌고 가면서부터였다. 그나마 동네사람들의 목격담만이 큰아들의 마지막을 증언할 뿐이었다.이후 50년은 숨죽인 기다림의 세월이었다. 지난 60년 세상을 떠난 남편은 당시의 정황상 동길씨가 죽었을 것이 분명하다며 전쟁이 끝나자마자 호적에서조차 빼버리고 며느리도 재가시켰다. 그러나 모정만큼 모진 것이 어디 있으랴.살갑던 큰아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지난 50년 동안 끼니때마다 동길씨의 밥을 준비해 왔다. 다른 곳으로의 이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이 같은 정성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100세 생일이 지나자마자 그리던 큰아들의 생존소식을 들은 데 이어 마침내 상봉까지 눈앞에 두게 됐다.“사실 처음에는 말렸지요. 어머니가 너무 노령이라서 형님을 만나면 충격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더라도 그리던 큰아들은 봐야겠다는 어머니의 뜻이 너무도 굳세 모시고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어요.”작은아들 종순(63)씨는 가족을 생이별시킨 그간의 세월이 원망스럽지만 그나마 어머니의 평생 한을 풀게돼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기혁 기자 nobad@naeil.com 2000-11-30
- <신문로 칼럼> 정치 개혁을 성공시키는 길 ‘벼락치기’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는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던 학생들이 시험 때가 되면 공부한다고 설친다. 그러나 그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 국회가 바로 그짝이다. 100일이나 되는 회기의 절반 이상을 까먹고 뒤늦게 밀렸던 일을 몰아서 하느라 부산하다. 그나마 각종 의안과 법안들을 제대로 다루면 좋으련만 지금 낌새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될 사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개혁이다. 그렇다. 문제는 다시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정치가 사회의 온갖 갈등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제도적 장치임을 생각하면 정치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4.13 총선에서 나타났던 낙천·낙선운동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정치적 현안마다 지역주의의 망령이 시퍼렇게 살아 날뛰고 있으며, 민생은 팽개치고 정국주도권 다툼으로 사사건건 맞서기만 하는 정치로 말미암아 국회는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 낡고 썩은 정치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이다. 정치과정의 민주화 실현돼야정치개혁이 어제오늘의 과제는 아니다. 지난 2월에 15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한 일도 정치개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그리고 전면적인 개혁이 아니었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필요한 곳만, 그것도 국민의 분노에 밀려서 부분적으로 고친 것이기 때문에 이제 다시 한번 정치개혁을 추스릴 필요가 있다.새로운 정치에서는 의회·선거·정당 등 정치과정의 실질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정치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빠르게 파악하여 정치 과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의회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형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의사를 바탕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또 대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과 직능대표성을 높이고 지역구 활동이 어려운 전문가나 소수 정파의 대표나 신진 세력이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취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구조도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부패방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아니면 개정이라도), 인권법의 제정 등이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국민의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금석이다. 부패방지법에는 돈 세탁을 금지하는 조항이 분명히 들어가야 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두는 한편 특별검사제를 상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급한 부패방지법 도입정부와 여당은 특별검사제가 미국에만 있는 제도인데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아서 폐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미국과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 나라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 특별검사라는 명칭이 미국에만 있는지는 모르나 동남아 여러 나라들도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전담기구를 두고 있고, 그 역할은 바로 특별검사제와 똑같다. 특별검사제는 검찰의 위상을 약화시켜 권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눈치보기와 인권유린으로 점철됐던 검찰권 행사에 종지부를 찍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부패방지법의 제정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개혁은 없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낳은 금융개혁이나 노동 유연화와 달리 극소수 비리관련자를 뺀 나머지 국민이 모두 혜택받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개혁이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국가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로 만드는 내용의 인권법을 제정하며, 아직도 옥중에서 고생하고 있는 양심수와 시국사범들을 전면 석방하고, 위헌적인 준법서약서를 폐지하는 일도 정치개혁의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고 난 뒤에 비로소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등 정치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정치개혁은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화합과 조화의 정치로 바꾸는 일이다. 국민을 평소에는 소외시키고 배제시켰다가 필요할 때만 동원했던 ‘동원의 정치’에서 ‘참여의 정치’로 바꾸고, 밀실에서 패거리 사이에 이루어지던 밀실정치를 광장으로 끌어내 국민에게 돌려주며, 돈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올바른 정치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나라가 산다. 2000-11-29
- 미술의 이데아를 찾아서13(서양 미술사편 5) 미술의 이데아를 찾아서13(서양 미술사편 5)피라밋에 깃든 이집트 미술(下)이집트 미술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완전함이었다. 완벽한 연구와 이해를 표방하던 이 때의 미술가들이 사물을 표현하는 능력 또한 얼마나 탁월했을까마는 이들은 지금 이 시대의 균형된 보통 시각에서처럼 사람을 그리지 않았다. 이목구비나 손 발 등 기능적인 모든 부위를 몸 동작에서 보여지는 자연스러운 모양이 아닌 각 부위마다의 상징성을 극대화하여 그렸던 것이다. 완전함이란 바로 이 점을 두고 지칭하는 것이다. 그럼 상징서이란 어떠한 것인지 살펴보자. 벽화에는 서 있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 데 그 얼굴의 외곽선은 옆에서 본 모습이다. 그래야만 코와 입의 실루엣이 드러나 가장 완벽한 얼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은 앞에서 본 모양으로 그렸다. 눈은 옆에서 본 모양보다는 앞에서 보았을 때가 더 완벽한 모양일 테니까. 어깨를 비롯한 몸통은 정면에서 본 모습으로 그렸다. 그래야만 두 팔이 몸에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은 옆에서 본 모습으로 그렸다. 앞에서 본 모양보다는 옆에서 본 모양이 훨씬 발답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이토록 그들은 인체를 그리는데 있어 그 부분들이 갖고 있는 특징적 각도를 관념적으로 소화했던 것이다. 그 밖의 사물이나 주변의 풍경을 그리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관념은 그대로 적용되었다. 어느 벽화엔 연못이 있는 정원이 보이는데 나무가 몇 그루 서 있고, 고기가 노니는 연못이 있다. 그런데 나무의 가지는 전혀 자연스러운 입체감이 없이 옆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 것 또한 가장 나무답게 하기 위한 완벽함의 추구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연못은 위에서 내려다 본 구조로 그려져 있는데 여기서 노는 물고기는 완전히 옆 모 습을 하고 잇다. 가히 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이집트 미술 속에 있다 보면 우리는 묘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 시대 어린이들의 그림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부모인 우리들은 이같은 어린 자녀들의 그림들을 보면서 어른들의 사고로는 이해가 안된다며 핀잔을 주지 않았던가. 대 예술가를 앞에 두고 말이다. 이러한 어른들이 있었다면 이제 크게 반성할 일이다. 우리가 이집트 미술을 막연히 떠올릴 때는 피라밋의 불가사의한 환상적 형상들이라 생각되겠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우리 어린이들의 감수성 넘치는 친근함이 함께 녹아 있는 것이다.이 같은 이집트 미술의 개념을 요약하면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상징적 관념화라 할 수 있겠다. 미술사에서 이집트 미술이 차지하는 몫이 크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상징적 관념을 화두로 두고 적지 않은 미술가들이 오랜 세월을 고뇌해 오지 않았던가.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의 그림과 이집트 피라밋의 벽화에 나오는 인물을 대조해 보라. 그러면 이집트 미술이 현대에 이르도록 미술사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데아 순수미술 학원 원장 이광오 842-3007 844-1589 2000-12-31
- <김종회교수의이산가족 이야기 ⑫>천국의 L부녀회장님 새 해 새 아침입니다. L부녀회장님, 생전에 그토록 독실한 기독교인이셨으니 지금은 분명 천국에서 해가 바뀌고 세월의 물살이 급히 흐르는 이땅을 바라보고 계시겠지요.L회장님이 반평생을 두고 통한에 차서 울었던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있어, 지난 한 해는 참으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었습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하여 해방과 분단 이후 50여년 만에 본격적인 이산가족 교류의 물꼬가 터졌었지요. 그래서 두 차례에 걸쳐 각기의 지역에서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가족을 만나 눈물바다를 이루었으니, 가족을 그리는 그 탄식이 깊고도 깊었던 L회장님께서 천국에서나마 이 사태를 모르실 리 없겠지요.지난 해의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그것을 시발로 하여 남북이 더 광범위한 이산가족 사업을 펼쳐나가는 시발이 되어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강하게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의 객관적 성과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컴퓨터 추첨에 의해 선택된 소수의 운좋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등 뒤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는 수도 없는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쓰다듬어 주는 데 실패했던 것입니다.근자의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통해 생사확인을 위한 서신교환의 일정이 내년 초반에 마련되었지만 그 숫자가 극히 한정적이고, 비전향 장기수들을 보낼 때 곧 합의될 것 같았던 면회소 설치는 돌연 회담 결과 발표 문건에서 얼굴을 감추어 버렸습니다.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를 매어서 쓸 수는 없는 일이로되, 이렇게 되면 이는 대화와 협상의 우선 순위에 있어 원칙이 사라지고 본말이 전도된 형국임이 분명합니다.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어려운 경제여건 아래에서도 대북지원에 성의를 아끼지 않았던 정부와 민간의 동포애 및 인도주의 정신이 끊임없이 세간의 입초사에 오르는 것은, 바로 이처럼 원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협상력의 부재에 기인하는 것으로 우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아마도 L회장님이 아직 이땅에 계셨더라면,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의 현관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서서 이런 '무경우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셨을 것입니다. 대다수의 이산가족들이 그동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미덥지 못하게 여기고 있는 연유는, 올바른 원칙을 확립하는 데 문제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L회장님!돌이켜 보면 제가 이산가족 재회운동의 실무를 맡아 일한 지도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회장님은 위원회가 발족하던 때부터 이북 부녀회의 회장 자격으로 위원회의 이사를 맡아 정말 열심히 도와 주셨습니다. 약관의 청년이었던 제가 어느덧 이처럼 사십 후반의 장년에 이르렀고, 회장님은 덧없이 고향과 가족을 찾으려 애쓰다가 천국으로 가시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날들이 흘러갔건만 그때 그 울먹이던 음성이 지금도 어제 일처럼 제 두 귀에 생생합니다.기억이 나시는지요? 넓은 체육관을 입추의 여지도 없이 가득 메운 청중들이 모두 함께 울었던 그 공감의 순간이 말입니다. 그것은 통한과 탄식 속에 눈물로 베갯잇을 적시며 살아 온 이산가족들의 한숨이요 탄식이었습니다. L회장님!이제 조금씩 남북간에 가로막혔던 인위적 장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부 당국의 애쓰는 수고를 짐짓 외면한 채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재촉하는 것은, 그 노력을 모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문제에 걸린 물리적 시간이 너무도 급박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모로 가도 쫓기듯 서울만 가면 되는 때가 아닙니다. 한박자 걸음을 늦추어 조정하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더 빠를 수 있으며, 가는 길이 제대로여야 정확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때입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지혜와 능력을 총동원하여 불에 덴 듯 화급히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보십시오. 벌써 L회장님 자신이 천국으로 떠나시고 말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상징적인 행사를, 단지 행사를 치른다는 외형적 성과를 좇으며 서둘지 말고, 전체 이산가족들에게 광범위한 시혜가 가능하도록 접근하는 발상의 방식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L회장님!그곳 천국에서 그렇게도 간절히 그리던 어머니를,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평생 혼자 사신 아버지를 만나셨는지요? 그래서 못다한 말을 나누며 회포를 푸셨는지요? 그러나 이땅의 사람들은 더 이상 천국 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도록, 그리고 정녕 남북 간에 일의 순서와 사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새 해에는 뜨거운 중보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축복과 안식 가운데 계실 L회장님께, 평소의 정을 담아 이 글을 드립니다. 2001-01-01
- 내일신문 창간이 던진 신선한 충격<신문로 칼럼 - 10/30일자> 석간 내일신문의 창간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다. 수십 년 전통과, 막강한 인력과 재력을 갖춘 일간지들도 일부 휘청거리고 있고, 다양한 뉴 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때에 새로운 일간지의 창간은 경이롭기까지 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요즈음 잘 나가는 분야의 전문 일간지도 아니고 국제 정치 경제분야를 주로 다루겠다고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표적 전국지 들도 국제뉴스보다 지역뉴스, 정치 경제 보다는 자질구레한 생활뉴스, 연예 문화의 지면을 확대해 가는 추세인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 정치, 경제 뉴스로 제한하여 다루겠다고 하니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아슬아슬한 실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간 내일신문을 키워온 팀들의 면면을 떠올리면 온갖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신문의 창간을 보면서 연상된 것은 신문의 자매지인 의 편집장 이냐시오 라모네가 작년에 출간하여 최근 우리나라에 번역이 된 《언론의 횡포》라는 책이다. 그는 오늘날 언론, 특히 신문의 병리적 현상들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의 비판을 역으로 엮어 보면 그가 바람직하게 보는 신문상이 보이고 내일 신문이 표방하는 것이 그것과 유사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실추구 대신 판치는 모방주의 언론그의 언론 비판은 대충 이렇다. 오랜 세월, 신문이 앞장서서 쌓아 왔던 진실추구라는 언론의 사명, 민주적 시민사회의 구축을 위한 파수견(把守犬)으로서의 역할은 나날이 퇴색되고 있다. 신문은 국제 정치 경제 등의 뉴스보다 지역 생활정보 등에 지면을 넓혀가며 ‘왜소’해지고 있다. 뉴스 제작은 진실 파헤치기가 아니라 잘 팔리는 상품 만들기가 되어버렸고 TV를 뒤쫓느라 뉴스제작에 분석과 성찰의 시간이 줄어든 대신 무의미한 실시간 신속성과 선정주의가 판을 친다. 선정주의와 극도의 이윤 경쟁이 기자들의 날조, 위조, 꾸밈을 빈번하게 양산해 가고 있다.진실성의 추구노력이 약화된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모방주의이다. TV를 신문이 모방하고, 다른 신문과 라디오가 뒤를 이으면서 미디어끼리 서로 같은 내용을 베끼며 반복해가는 것이다. 그런 모방의 반복과정에서 거짓도 진실이 되어 버린다. 모방주의와 함께 신문을 타락시켜 가는 것은 뉴스와 정보의 과잉이라는 함정이다. 기자들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사건들, 보고들, 자료들 더미에 묻혀 일종의 질식 상태에 있다. 문제는 새로운 정보와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정작 중요한 사실들이 미디어의 병풍 뒤로 사라져 세인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병풍효과를 만든다는 데 있다. 권력은 이 같은 병풍 효과를 잘 알고 이를 힘껏 이용한다, 예컨대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봄, 걸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인위적으로 조장함으로서, 그리고 8월에는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가하고 같은 해 12월에는 바그다드와의 갈등상황을 재 조성함으로서 문제의 사건이 미디어의 관심을 벗어나게 하려고 시도했다. 굳이 남의 나라 경우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정치 권력도 걸핏하면 써 먹어온 방법이 아니던가. 이같은 병풍효과를 최대한 이용해서 교활한 정치가들은 뉴스의 삭제나 금지 같은 전체주의적 검열이 아니라 뉴스 과잉의 상태로 만들어 정작 중요한 것이 은폐되도록 하는 ‘민주적 검열’이라는 은밀한 방식을 즐겨 쓴다는 것이 라모네의 지적이다. 그는 또한 몇몇 스타급 논설위원이나 TV 진행자를 제외한 다수의 기자들은 전문직이라기 보다 테일러식 단순노동자로 전락하고 있음을 서글퍼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자들이 관급 뉴스와, 통신사의 뉴스, 온갖 공공 기관, 사기업, 사회단체들이 홍보요원을 두고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보도자료에 의존해 그것을 정리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바치는 단순 노동자로 전락해가는 현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의에 대한 기자의 신념이 성공의 열쇠선정주의 모방주의 병풍효과와 민주적 검열, 테일러식 노동의 함정에서 여하히 벗어날수 있느냐가 내일신문의 성패를 좌우 할 것이다. 소수의 인력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뉴스 영역을 과감히 제외하겠다는 신문이라면 라모네의 말처럼 ‘약화된 민주주의를 염려하고 새로운 행동을 준비하기 위해 깨닫기를 갈구하는 독자들을 되찾고자 하는 신문’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을 이룩하기 위한 처방은 단 한가지, ‘진실과 정의의 승리에 대한 기자들의 신념’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일 신문은 성공예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내일신문이 가진 것, 혹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기 때문이다. 2000-12-31
- 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송언종 전 광주시장 내정 광주전남발전연구원 후임 원장에 송언종 전 광주시장(민선1기^변호사)이 내정됐다. 26일 광주시가 밝힌 광전발연 후임 원장 내정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관통하는 것은 공직사회가 쳐주는 '중량감'이다. 광전발연 후임 원장 추천권을 갖고 있는 고재유 광주시장이 협의대상자인 허경만 전남도지사, 박정구 광전발연 이사장과 사전 교감을 통해 이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일단 무리없이 통과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광전발연과 시^도 관계자들은 대체로 '싫지도 좋지도 않은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과 함께 고 시장이 허 지사의 직급논리를 만족시킨 것과 형식면에서 연구원장 추천권을 행사한 것 말고는 광주시가 얻은 것이 없다는 평가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고 시장이 전임 내정자를 전격 교체한 것은 시가 제 몫도 찾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또다른 한 인사도 "허 지사의 노회한 전술에 고 시장이 말려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허경만 도지사는 최소한 부지사급에 해당하는 관료출신의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고재유 시장에게 일관되게 주문했다. 결국 고 시장은 전임 내정자를 뒤로한 채 허 지사의 주문대로 송 전시장 카드를 내놓음으로써 그간 원장의 격을 놓고 문제 제기했던 도의 요구를 외형상 만족시켰다. 연구원장은 역시 1급 고위관료 몫이다고 시장은 송 전시장이 전남도지사와 광주시장을 역임해 지역실정에 정통하고 관리능력과 학구적인 자세를 겸비한 만큼, 연구원의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원장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추천배경으로 설명했다. 고 시장은 또 민선2기에도 제2건국추진위원장으로 시정에 적극 협력하고 평소 시^도공동발전론으로 지역화합에 앞장서온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송언종 내정자가 광전발연의 취지에 맞는 위상과 역할을 강화시킬만한 적임자인가에 대한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송 전시장이 연구원장이 가져야할 미래지향적인 마인드를 보유한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송 전 시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책실패 책임론에서 비롯한다. 현 재정난에 허덕이는 광주시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당사자라는 비판이다. 지역관가의 한 인사는 "광주시를 재정적 불구상태로 만든 당사자"라면서 "책임을 통감한다면 연구원장을 고사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시를 빚더미에 앉게 한 지하철공사, 주민반대 청원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연속성을 이유로 사업을 강행해 결국 민선1기 광주시 최대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는 서방시장 지하상가 공사 등 개인의 과오로만 치부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여기에다 광주시장 재임시절, 연구원장 선임문제로 10개월 이상 갈등을 빚어 '허(허경만 지사)-송(송언종 전 시장) 세월'이라고 질타 받았던 당사자라는 점도, 송 전 시장을 미래지향성에 역행하는 마인드의 소유자로 낙인 찍게하는데 한 몫 하는 아니러니한 이유다.정책실패 책임론 '적격시비' 불러 광전발연 한 연구원은 "미래지향성을 담보로 해야 할 광전발연 취지에 걸맞는 원장 마인드를 갖게 될지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창조성을 보장하는 운영시스템으로 바꿀만큼의 참신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 주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송 전 시장은 재임시절 시^도 통합문제와 관련, 절차상 중앙정부가 주체가 돼 추진할 일이라며 적극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지금 광주전남 미래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거리다. 어찌됐든 송 전시장은 연구원장직을 받아들였다. 적격성 시비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당사자 역시 자신 뿐이라는 부담을 안고 출발해야 할 송 전시장의 이후 행보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2000-12-29
- 석양속의 클린턴 끝내 방북 포기 영욕의 8년빌 클린턴 시대가 마침내 저물어 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구촌 피스 메이커’, ‘레임덕 없는 대통령’, ‘경제치적 지키기’ 등 마지막 순간까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나 이제 수명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 클린턴시대 8년은 ‘밝은 태양’과 ‘음산한 달’이 공존한 시기였다는 뉴욕 타임즈의 평가처럼 클린턴은 경제치적과 태평성대를 구가해온 최고의 대통령이면서도 스캔들의 제왕, 도덕성을 상실한 최악의 대통령이란 상반된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지구촌 피스메이커=지구촌공화국 초대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면서 미국을 유일한 수퍼파워, 초강대국자리에 올려놓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을 3주일 앞둔 시점에서까지 한반도와 중동평화를 위한 피스 메이커 역할에 매진해왔으나 끝내 평양행을 포기했다. 중동평화협상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내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나기 전 북한방문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음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미사일문제를 동결시킬 기회를 맞았지만 시간이 부족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재임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북한문제를 포함해 가능한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 평양행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친바 있다. 그렇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주요언론들로부터 “정치적 도박을 그만 두라”는 강한 비판을 사와 평양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예견돼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 북한 미사일문제를 해결한 피스 메이커로서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 싶어했던 클린턴의 마지막 희망은 그의 임기마무리와 함께 묻히게 됐다. ◇”나의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외교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힘을 소진한 모습이지만 내정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짐을 8년만에 꾸리고 있음에도 갖가지 도전장을 던지며 “나의 사전엔 결코 레임덕이 없다”고 과시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27일 흑인인 로저 그레고리 변호사를 제 4 연방 항소법원의 첫 번째 흑인판사에 임명하는 도전장을 던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레고리 변호사를 이미 지난 6월 버지니아, 메릴랜드, 웨스트 버지니아, 캐롤라이나주를 관할, 최대 흑인인구를 담당하고 있는 제 4 연방 항소법원 판사에 지명했으나 공화당 상원이 인준절차를 거부하자 연방의회 휴회중엔 의회인준 없이 임명할 수 있는 대통령고유권한을 20년만에 처음으로 행사, 임기 1년짜리지만 이법원 최초의 흑인판사를 탄생시켰다. 클린턴 대통령의 전격적인 흑인판사임명은 흑인판사 4명의 인준을 거부해온 공화당상원의 행태를 꼬집는 것이자 부시 당선자가 선택한 존 애쉬크로프트 연방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내년초 상원인준청문회에서 공화당의 인종차별적인 사법부 관장문제를 제기하려는 도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치적 역사에 남기기=그렇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무엇보다 93개월이라는 최장기 미 경제호황을 일궈낸 경제치적 대통령으로 역사에 자리매김하는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당선자가 미국경기 후퇴론을 연일 경고하고 나섰을 때도 클린턴 대통령은 미역사상 유례없는 최장기 경제호황, 연방적자의 흑자 전환 등 8년 경제성적표를 부각시키며 정면으로 반박해왔다. 실제로 클린턴 집권 8년동안 미국의 경제는 연평균 5%대의 고성장, 2%대의 저인플레이션, 30년래 최저인 4%이하의 실업률, 2200만개의 새일자리 창출, 8년전 2900억달러에 달했던 적자투성이 연방재정을 올해 2370억달러 흑자로 바꾸는등 엄청난 대기록을 세웠다. 미 국민 66%는 클린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했다고 호평하고 있고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미경제의 최장기 호황이나 연방흑자달성의 절반은 클린턴 공이라고 평하고 있다. ◇”클린턴의 두 얼굴”=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는 지지율이 10%대로 추락, 두 얼굴의 대통령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제니퍼 플라워스를 시작으로 폴라 존스, 모니카 르윈스키에 이르는 숫한 여난에다 화이트워터 사건, 백악관 링컨 침대를 세상에 알린 대선 자금 스캔들을 비롯해 8년 내내 ‘스캔들의 제왕’이란 오명을 뒤집어 써왔고 끝내 하원의 탄핵까지 받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 주인자리를 차지한 것도 바로 클린턴 대통령의 두 얼굴가운데 도덕성 상실을 부각시킨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역사는 과연 전후 베이비부머세대 첫 번째 대통령으로 영욕의 세월을 겪은 풍운아, 제42대미국대통령, 빌 클린턴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주목되고 있다.워싱턴 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2000-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