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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안 내셔널트러스트 입법화”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29일 “올해 안에 내셔널트러스트법(국민자연신탁법·National Trust Act)을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자연·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국민성금이나 민간기금으로 사들인 땅이 개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 내셔널트러스트(국민자연신탁·공동대표 김상원 김성훈 양병이)의 ‘동강 내셔널트러스트 선포식’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축사 첫 머리에서 곽 장관은 “이달 초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매입한 동강 제장마을을 다녀왔다.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개발 위기에 놓인 상황을 보고 ‘내셔널트러스트에 환경부가 선수를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는 말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개발 관련 법제도는 잘 짜여있는 반면 환경 관련 38개 법률에는 어디에도 보전 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수십년 동안 지켜 온 그린벨트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았는가. 이대로 두면 내셔널트러스트가 사들인 땅도 개발 목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잠시 숙연함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내셔널트러스트법 제정을 통해 동강 주변 땅처럼 보전가치가 큰 자산을 민간인이 자발적으로 매입·보전 관리할 경우 개발 관련 법률 등에 의해 강제수용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겠다. 매입한 자산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도 주게 하겠다”는 말에 참석자들의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선포식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초기부터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김명자 의원(전 환경장관), 제종길 의원(전 국립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도 참석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2004-06-30
- [인터뷰] “환경과 경제의 상생 구현” / 홍현종 LG칼텍스정유 상무 1990년대 이후 환경에 대한 관련법이 강화되고 국민의 관심 또한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환경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각 업체별로 환경선언을 발표하거나 회사 내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환경경영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기업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을 둘러싼 근본 인식의 차이 때문에) 경제계와 환경단체간의 논쟁은 합일점을 찾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LG칼텍스정유는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대표적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환경-경제-사회’를 조화롭게 기업비전으로 설정, 국내 지속가능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국내 산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도입, 추진하고 있다. 도입배경은 무엇인가. 그동안 기업이 환경을 생산자원 혹은 돈으로 환원할 수 있는 가치로 보아 왔다면, 환경단체는 이렇게 환경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 즉 환경단체에게 환경은 보전하고 유지시켜야 할 대상이지 개발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메우기 위한 노력이 자발적으로 경제계에서 나왔다. 경제계가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한 개념이 지속가능한 발전이었다. 이는 곧 환경과 경제의 상생(相生)을 구현하겠다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정유산업은 지속가능경영에 가장 민감한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유는 무엇이고, 세계적인 정유업체의 경영원칙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정유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대표적인 산업이고, 또한 제품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및 환경오염문제 등에 노출돼 있다. 세계적인 정유업체 엑손모빌, BP, 쉘에서 중점 추진하는 방향은 기후변화 대응, 채굴에서 오일판매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환경오염예방, 생물다양성의 보전, 안전에 대한 완벽한 예방과 책임, 윤리 및 투명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LG칼텍스정유는 CEO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등 남다른 열정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LG칼텍스정유는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초대 및 제2대 회장을 맡고 있는 허동수 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을 강력히 실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00년 ‘종합에너지서비스 리더’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뿐만 아니라 전력, 도시가스, LNG, 유전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앞으로 예상되는 에너지자원의 고갈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연료전지와 같은 신에너지의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허동수 회장은 “환경경영을 통해 경제·사회와의 상생을 지향하기 위해 KBCSD를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와 세계의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등 국내 업계에 지속가능발전을 확산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을 설명해달라. LG칼텍스정유는 환경, 보건, 안전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단계별로 환경보건안전 경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정유업계 최초로 전사업장 환경보건안전을 전담하는 임원을 두고 있으며, 정유업계 최초로 3회 연속 환경친화기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기 위해 여수공장에 많은 지역민들을 고용,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협력업체를 육성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에 이바지해 왔다. 나아가 고용 창출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부금 제공, 장학사업, 수해주민 돕기와 같은 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가 추진하는 환경적지속가능성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환경보전을 최우선 핵심 경영 과제로 설정하고 정책수립, 시설투자, 기술개발 등 기업활동을 환경친화적인 측면에서 수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 수질, 폐기물, 오염물질 배출 및 에너지 사용량과 같은 환경정보를 공개하여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보건안전경영 측면으로는 지속적인 개선과 예방활동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무재해 사업장을 추진하기 위해 안전보건방침을 제정, 실천 중이다. 품질경영의 측면을 보면 고객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라 믿고 이를 위해 원유 도입 단계에서부터 품질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수송단계나 주유소 유통 단계에서의 품질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엄격한 기준에 따라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원유선이 여수항에 접안한 후에도 다양한 품질 검사를 실시한다. 경제적인 측면의 특징도 소개한다면. LG칼텍스정유는 미국의 쉐브론텍사코사가 50% 지분 참여하고 있는 회사로서 국제적인 회계기준에 맞는 재무제표를 작성, 공표하고 있다. 또 비상장 회사이지만 주요 경영상의 의사 결정 및 경영성과에 대해 상장 기업 수준의 공시를 철저히 실행해 왔다. 이처럼 높은 수익창출 능력과 우량한 재무구조를 토대로 업계 최고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최초로 10년 만기 장기 Yankee Bond 발행에 성공하는 등 투명경영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회적지속가능성에는 어떤 부분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나. LG칼텍스정유는 내부적으로 전임직원들에게 꾸준한 교육을 통해 공정거래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정도경영 및 윤리경영을 강조한다. 외적으로는 이러한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경영 방침이 기업 활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아울러 기업 이윤의 일부를 사회와 지역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원칙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통한 세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완해야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나. 우선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선진기업의 벤치마킹을 통해 선진기업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차이를 분석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또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기 위한 실무추진팀을 구성해 지속가능성 평가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사 통합적(EHS, 인사, 재무/회계, R&D,구매, 생산, 마케팅, 홍보 등)인 지속가능경영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2004-06-29
- 국회 아랍외교 역할 분담 절실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외교통상부·NSC 등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안이한 대처와 함께 시스템상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난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가장 높이고 있는 것은 국회다. 국회는 김선일씨 사건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 정부 비판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할 곳은 사실 정부에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외교도 점검 대상에서 빠질 수는 없다. 국회는 직접적 책임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 비판 전에 국회도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국회서도 천대받는 아랍권 외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김선일씨 피살 전, 각 정당들은 아랍권에 구명호소를 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때였다. 한 정당이 알 자지라 방송에 팩스를 보내 김씨의 구명을 호소하자 다른 정당들도 너도나도 팩스를 보내려고 했지만 정작 팩스 번호를 몰라 기자들에게 묻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 알 자지라 방송이 아닌 미국 CNN 방송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랍권 외교에 대해 국회가 얼마나 무관심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번 국정조사특위의 면면도 국회의 아랍권 외교 인력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 위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확정된 위원들의 면면을 눈으로 쓱 훑어보아도 아랍전문가는 없고 한미관계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에 한미관계 관련 의혹도 상당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아랍에서 일어난 일을 한미관계 전문가들이 따지게 되는 셈이다. 사실 아직 ‘국회의 외교안보 전문가=한미관계 전문가’인 것이 국회 외교의 현실이다. 국회 내에서 그나마 아랍권 전문가로 꼽히는 의원은 알 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김선일씨의 석방을 호소했던 열린우리 당 송영길, 윤호중 의원과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 출신인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정도 다 .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 에너지 수입국이고, 그 수입량의 70%를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그 지역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회 내에 아랍지역 외교 라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이나마 외교협의회 등이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실제 관심있는 의원들이 가는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가 배정하거나, 협의회장도 한 자리 주는 식으로 했던 것이 잘 굴러갈 수 없었던 근본적 한계로 작용했다. 국회의원들의 편견도 장애물이다. 윤 의원은 “우리 나라 국회의원들은 이슬람권에 대한 묘한 편견이 있어 그쪽과 관계가 있다고 하면 서방쪽 외교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자발적 역할분담 절실 여기서 들 수 있는 것이 일본의 사례다. 일본 국회에서 일한 바 있는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일본에서 아랍권은 나라는 석유 때문에 외교상 전략지역으로 설정돼 있다”면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비를 털어서 만나는가 하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열심”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기존 강대국과의 관계는 과거지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도 특수하게 국익이 되는 나라들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 정치인들은 단기적으로 정치적으로 크게 도움이 안 되니까 미일 이외의 나라에 관심을 갖지 않지만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의원외교를 본다면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것. 지금 국회는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한 한달 동안의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다. 기존의 국회 국정조사를 볼 때 국정조사가 또 정부를 호통치는 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그 전에 국회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2004-06-29
- <내일시론>‘파행 국회’ 누구 책임인가(남봉우 2004.06.29) ‘파행 국회’ 누구 책임인가 17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시작됐으니 오늘로 꼭 한달을 채운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 민생·경제, 이라크 추가 파병 재검토 논란, 행정수도 이전 논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지만 국회는 그동안 국회의장단 구성만 마쳤을 뿐이다. 당장의 현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이해찬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를 열고, 김선일씨 피랍·피살 사건 관련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하기로 했지만 국회의 자발적인 활동이라기보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처리했을 뿐이다. 김선일씨가 피랍되고, 아직 피살이 확인되기 전 그 숨막히던 이틀 동안 송영길 윤호중 의원 등 개별 의원이나, 각 정당의 호소만 있었을 뿐 국회 차원 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은 걸음마 단계의 17대 국회가 얼마나 ‘중증의 질환’에 걸려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야 밥그릇 싸움에 원구성도 못해 17대 국회가 가동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있다. 지난 한달 동안 야당도, 국민도 설득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볼멘소리지만, 그런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책임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 입법을 위해 법사위는 절대 넘겨줄 수 없고, 언론개혁을 위해 문광위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결위 특위도 정보위도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감한 상임위는 ‘개혁을 위해’ 다 여당 몫이 되어야 하고, 중요 상임위도 ‘여당 몫이니까’ 다 챙겨야 한다는 논리는 솔직히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승자의 오만’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물론 여당의 주장 이면에는 ‘한나라당은 반개혁 세력의 집단’이라는 근본적인 불신이 깔려 있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출발은 ‘나만 옳다’ ‘나는 개혁세력이고 저쪽은 반개혁세력이다’라는 오만과 편견부터 털어내는 일이라고 본다.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열린우리당의 모 원로급 초선의원은 최근 “우리가 과반수인 만큼 상임위원장이고 뭐고 한나라당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잘못하면 뒤집으면 되지 않느냐”는 지극히 단순한,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억지소리를 못하게 하고, 국민의 힘으로 그것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태도도 잘못됐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출구’에 해당하는 법사위원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억지라는 것은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조차 알고 있는 얘기다.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표나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과연 지금의 모습이 상생인지 묻고 싶다. 혹시 ‘버티기가 야당의 전유물’이라거나, ‘어차피 책임은 여당 몫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식의 낡은 셈법으로 정국을 재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런 낡은 행동들 때문에 결정적인 승부에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벌써 잊을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린우리당 오만과 편견 버려야 옛말에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지만, 민심을 잃으면 나라를 잃게 된다’고 했다. 나라를 얻고 잃고 하는 문제까지는 아니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지금 국민은 이미 정치권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 국민 생명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허탈해하고 분노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밥그릇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는 국회를 보며 국민들은 몇 달 되지 않은 지난 총선에서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16대 국회나 17대 국회나 달라진 게 뭐 있냐”는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차라리 해산하라’는 시중의 쓴소리를 있다는17대 국회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남 봉 우 정치팀당 2004-06-29
- 점검 = 박근혜 대표 리더십 글 싣는 순서 ① 리더십 실체 있다 ② 리더십의 한계와 과제 한나라당은 지난 21일 수도이전을 주제로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었다. 5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결론을 낸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박 대표의 제안이 영남권 의원들에 의해 거절당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박 대표는 신중하고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당을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4·15 총선과 6·5 재·보궐선거에서 보여준 박 대표의 리더십에 비하면 아직 우려할 만큼은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6월 23일로 박근혜 대표 취임 3개월이 된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박 대표는 당을 장악했으며,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박 대표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박 대표는 4·15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익사직전에서 구해냈다. 박 대표가 가는 곳 마다 주민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고, 전국 어디를 가나 박 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표가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일 뿐 현재의 지지도는 곧 사라질 것인가? 하지만 박 대표는 ‘상생정치’의 화두를 선점하고, 보수에서 진보까지 다양한 색깔의 한나라당의 리더로 지도력을 발휘했다. 4·15 총선 후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며, 상생정치를 반대했던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도 물밑으로 잠복한 상태다. ◆ 개인보다 당을 위한 헌신성 4·15 총선과 6·5 재·보궐선거에서 박 대표를 지켜본 사람들은 개인보다 당을 위한 일하는 헌신성을 꼽는다. 부산 보궐선거에 참여했던 이정현 상근부대변인은 “아버지가 없는 어려운 집안에서 열명의 자식을 키우며, 가계를 이끌어가는 홀어머니”로 박 대표를 비유했다. “물려받은 유산도 없이 빚더미에 쌓인 집안을 꾸려가기 위해, 1평짜리 가게도 없이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같다”는 것. 그는 “그렇다고 자신의 고생을 털어놓거나, 자식들이 성공했다고 자랑하지도 않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박 대표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4·15 총선과 6·5 재·보선에서 건강한 남자들도 어려운 빡빡한 일정을 싫은 표정하나 없이 소화해 냈다고 한다. 4·15 총선 때 박 대표와 함께 했던 윤여준 전 의원은 “총선 전 3개월짜리 대표를 누가 하겠느냐고 모두 눈치를 볼 때, 박 대표가 ‘당이 이렇게 어려운데 제가 희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윤 전 의원은 또한 “2주 동안 살인적인 일정을 한곳도 빠뜨리지 않았으며, 불평한마디 없이 모두 소화해 냈다”며 “박 대표는 대단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러한 헌신성은 당을 구했으며, 120명의 국회의원들은 박 대표에게 빚을 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자신의 성과를 부각시키거나 주위에 내색하지 않았다. ◆ 전국적인 대중성 박 대표의 당내 지도력은 헌신성과 더불어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대중성에 있다. 5월 18일. 박근혜 대표가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를 찾았다. 유족들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싸우지 말고 일 잘 보세요”라며 격려하는가 하면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 카메라로 박 대표를 찍느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시민들은 박근혜 대표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4·15 총선 당시 부산에서 출마했던 한 후보는 박 대표의 지역유세일정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당 일정에 따라 박 대표가 지역구를 찾았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유세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보는 현장에서 박 대표의 엄청난 힘을 확인하고 더 이상 박 대표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도 아닌데 군중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국 어디를 가나 박 대표가 가는 곳은 자발적인 군중이 몰려든다. 박 대표의 대중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부모의 후광(後光)과 개인사에서 찾을 수 있다. 60~70년대 배고픈 시절 경제개발로 국민의 굶주림을 해소시켰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가 IMF 이후 크게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표는 자연스럽게 정치일선에 부상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냉철한 머리 90%와 육영수 여사의 따뜻한 가슴 10%를 가진 것 같다. 박 대통령을 쏙 빼 닮았다. 주어 동사밖에 사용하지 않는 연설방식도 똑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모의 후광과 더불어 박 대표의 개인사도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분석이다. 총탄에 부모를 잃고, 동생들의 불안한 생활을 하는 모습은 나이든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20~30대에게 박 대표는 베일에 싸인 신비한 존재이자, 거대1당의 여성대표라는 것도 그들에게는 스타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 소프트파워와 진솔한 스킨십 박근혜 대표는 이미지 정치시대를 맞아 여성이 갖는 부드러움과 꾸밈없는 진솔함, 어색하지 않는 스킨십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 이회창 총재나 최병렬 대표와 달리 감성정치시대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여성이라는 부드러움과 조용한 말투, 자연스러운 미소 등이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민생투어나 유권자를 만날때, 꾸미지 않는 진솔함과 자연스러운 스킨십에서 박 대표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선거 당시 박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유권자들은 “정말로 우리를 걱정해 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대답한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가슴을 보여준 것이다. 윤여준 전 의원은 “소탈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행동을 볼 수 있다. 군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포옹하지만, 절대 기품을 잃지 않는다”고 칭찬하며, “이러한 모습은 꾸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6년간 영부인을 대신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것으로 대단한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 계파를 만들지 않는 용인술 박근혜 대표의 당내 리더십은 계파를 만들지 않는 용인술(用人術)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박 대표 주위에서 그 흔한 특보한명 없다. 박 대표는 계파정치는 새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박 대표 주위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박 대표는 누구든지 다가갈 수 있도록 열어 놓았다. 계보·계파 정치를 혁파한 박 대표의 용인술이 빛을 발한 것은 3월 23일 대표 취임과 함께 당내 최고 전략가로 꼽히는 윤여준 전 의원을 중용한 것이다. 이정현 상근부대변인은 “이회창 총재와 최병렬 전 대표는 계파의 인해 장벽에 싸여 윤 의원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실패한 지도자의 길을 걸었으나, 박 대표는 윤 의원의 합리성을 믿고 4·15 총선을 맡겨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개혁성 박 대표를 곁에서 가까이 본 사람들은 ‘한번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키는 원칙과 냉철함’을 장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여준 전 의원에 따르면, 박 대표가 4·15 총선당시 네거티브전략(negative campaign)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선거가 끝날 때까지 포지티브전략(positive campaign)을 펴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총선이 끝난 후 정치권의 화두였던 ‘상생정치’를 당내 도전과 여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상생정치’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어버렸다. 과거 한나라당 지도자와 달리 박 대표의 개혁적인 정책은 한나라당 내 극우집단의 발언을 일거에 잠재웠다. 대북문제의 경우 국가보안법 개정과 대북특사를 자청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지신탁제의 경우도 17대 국회의원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공공아파트 원가 공개를 주장해 여권의 개혁성을 잠식했다. 또한 소속의원이 비리에 연루될 경우 출당 등 강력한 반부패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던 관행과 의식을 타파하는 2004-06-23
- ‘정책 원내’ ‘자발적 원외’ 양날개 달아야 한국 정당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있다. 입으로는 원내정당화를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원외 조직 유지에 골몰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가 고비용이라는 비난 때문에 원내정당화의 흐름으로 밀려갔지만 거기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 사회적 전제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또 원내정당화 논의를 촉진시키는 요인인 인터넷의 발달이 정치권을 세게 견인하고 있는가 하면, 촛불시위 등 직접 참여민주주의의 간헐적 폭발은 원외 조직의 민의수렴 기능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기도 한다. 한 쪽에 버티고 서 있는 아직 깨지지 않은 지역주의는 원내정당만으로는 깰 수 없는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 딜레마에 빠진 기존 정당들 이런 환경 속에서 기존 정당들은 새로운 정당모델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한나라당 고진화 당선자는 “지금 우리 정당들은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다”면서 “원내정당화로 가자니 심리적 저지선이라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선거운동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조직을 불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주장하는 ‘100만 당원론’은 사실 원내정당에 반하는 이야기이고, 정치권에서 매일 벌어지는 지도체제 논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어차피 원내정당화로 방향을 잡았으니 아예 화끈하게 원내정당으로 가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은 “가차없이 원내정당화로 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가지 않으면 고비용 정치의 악순환을 끊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구당 원외위원장 출신인 박종운 전위원장도 “선거법 개정으로 지구당이 없어져 신인 정치인들이 명함을 내걸고 정치를 할 기회가 없어진 부작용도 있지만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 원내정당화를 촉구했다. ◆ 자발적 원외 조직 양성화 급선무 그러나 대부분은 한국의 정치현실을 인정해 기존의 정당틀과 원내정당으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듯 하다. 한나라당 박세일 당선자는 “과거보다 의정활동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원내정당으로 가야 하지만 정당이라는 것이 본래 이념과 비전을 설득해 나가고, 시민사회·전문가사회 등과 소통 역할을 하는 원외조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이 성숙돼 있어 지지자 중심의 정당이 당장 구현될 수 있다면 이런 과도기는 필요없지만 아직은 정당이 자신들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고진화 당선자도 “완벽한 원내정당화로 가기 위한 사회적 전제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차라리 유럽식 모델처럼 진성당원을 많이 확보하고, 그러다가 자발적인 지지자들이 많이 생겨나면 미국식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주의라는 한국의 특수한 환경도 과도기의 필요성의 근거가 된다. 원내정당만으로는 열린우리당은 대구경북 지역, 한나라당은 호남 지역의 민의수렴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후 지역 리더십을 키우는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대안으로는 일단 지지자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유권자들의 자발적 모임을 독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즉 열린우리당 지지자 모임, 한나라당 지지자 모임 등 자발적 지지자 모임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모임들을 지구당 조직의 편법운영 또는 사조직이라는 시각에서만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평소에는 인터넷 조직으로만 활동하되 선거 때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식의 대안을 마련한다면 그런 편견은 덜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존의 ‘노사모’ ‘창사랑’같은 개별 정치인을 위한 팬클럽보다는 정책을 중심으로 한 팬클럽을 활성화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정책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특정 정책 팬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2004-05-25
- “파병철회로 죽음 막아야” 이라크 무장저항세력들에 의해 피랍된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가 21일 광화문의 어둠을 밝혔다. 저녁 7시 쯤 광화문 교보소공원 앞에 모여 든 시민 1000여명은 김선일씨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파병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라크 무장세력들이 시한으로 제시한 시각으로 알려진 22일 새벽 1시를 넘긴 시각까지 김선일씨가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한편 한국정부의 안일한 사태대처에 분노하면서 이라크 파병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성연철씨(34· 수원 장안구)는 “파병방침이 국회를 통과할 때부터 이런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다”며 “파병방침을 강행할 경우 테러 상황이 계속 예상되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하는 정부가 너무나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현지(서울여대 사회사업학과 4년)씨도 “국회에서 파병을 결정할 때부터 예견해온 사실이지만 얼마전 미국인의 참수장면이 떠올라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 ” 고 말했다. 일가족 네명이 함께 촛불집회에 나온 이동제씨(39· 성북구 하월곡동)는 “김선일씨 한사람의 생명은 국가 전체와 똑 같은 무게를 가진다”며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의 목숨이므로 어 떠한 전쟁도 파병도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7시가 되기 전부터 촛불을 밝히고 있던 차세원씨(여·30·광명시 하안동)는 “만일 노무현 대 통령이 정권을 잡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는 사람의 생명보다는 정권의 안위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피랍소식이 알려진 뒤 파병방침을 재확인한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정용해(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씨는 “이라크 무장단체가 파병철회를 인질석방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파병방침을 재확인한 정부관계자의 말은 김선일씨에게 해외에서 그냥 죽으라고 하는 말과 똑같다”며 “노무현 정부가 우리 국민을 보호할 마음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목청을 높였다. 신성균(45·의정부시)씨는 “노무현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당사자와 가족의 고통보다는 파병반대 논의 확산을 줄이는 쪽으로 머리를 쓰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분노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 온 배성진씨도 “우리나라는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경제논리로 풀어왔는데 이제 사람의 목숨도 다시 경제논리로 풀려고 한다”며 “내가 김선일씨라면 도대체 누구를 믿고 기다려야 하나”고 탄식했다. 그는 “내 나라가 나를 기꺼이 구해줄 것이라고 믿지 못할 때 자발적인 애국심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아(서울여대 3년)씨도 “정부 관계자라면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할텐데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2004-06-22
- “사장이 배달한 요구르트 한병 드시죠” ‘직원이 건강해야 회사도 건강하다’ 기업에서 최근 ‘건강바람’이 불고 있다. 불경기일수록 직원 건강을 지켜 회사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려는 것. 회사복지를 평가가는 가치 기준이 ‘돈’에서 ‘건강한 삶’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중고교 참고서업체인 좋은숲 직원들은 아침마다 특별한 요구르트 한병을 마신다. 직원건강을 위해 회사에서 요구르트를 매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 환절기에는 비타민 한상자, 여름에는 수박이 직원들의 책상에 배달되기도 한다. 이 회사 황선득 대리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직접 챙기는 것을 느낀다”며 “비타민 상자를 열었을 때 홍범준 사장이 직접 쓴 편지가 들어있어 깜짝 놀랬다 ”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입직원들이 회사에 갖는 애정이 남다르다. 중소기업은 ‘웰빙’과는 거리가 멀고 격무에 시달리는 선입견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극복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무역 중소기업인 아사 어패럴에서는 3개월 단위로 희망자를 모집해 직원들의 헬스클럽 회원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오 모씨는 “섬유업종의 특성상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운전을 많이 해야하는데 약해지는 체력을 운동으로 보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했던 오씨는 “회사를 옮기면서 연봉은 다소 줄었지만 운동으로 몸무게는 늘였으니 성공한거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부터 건강관련 사업에 적극 뛰어든 태평양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올해는 체중감량을 결심한 직원대상의 ‘건강펀드’를 운영해 폭발적 호응을 얻어냈다. 지난 3월부터 참여한 114명의 직원에게는 바디케어 제품인 ‘헤라 에스라이트 디자이너’등을 제공한다. 오는 25일에는 요가복을 무료로 제공하고 요가강좌도 연다. 회사측은 건강펀드 운영 기간인 4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6개월 목표 체중 감량(남 5% 이상, 여 3% 이상)에 성공한 직원에게는 본인의 펀드 가입액(5만원)과 실패자 가입액을 나눠서 수령하고, 축하 선물로 백화점상품권(15만원권)과 꽃배달(5만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태평양은 2002년 하반기부터 3개월 단위‘금연펀드’를 운영, 총 47명이 참가해 35명이 금연에 성공해 선물을 받았다. 태평양 관계자는 “미래의 회사 비전을 ‘고객의 미(Beauty)와 건강(Health)을 위해 토탈 케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제시하면서 직원의 건강과 아름다움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세계에서는 스포츠 및 스키 등 레포츠 관련 동우회를 지원하고 있다. 헬스동우회 회원들은 회사 지원으로 회사인근 무교동의 사설 헬스클럽을 4만원대의 비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100일간의 연휴(煙休)’란 이름의자발적 금연캠페인을 진행해, 금연에 성공한 임직원에게 이수창 사장 명의의 특별 격려금 10만원이 별도로 시상된다. 또 금연 성공도를 높이기 위해 금연캠페인에 참가한 임직원 가족들에게는 ‘금연캠페인 참가여부’를 편지로 알려준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신입사원과 30∼40대 중견급 직원들에게 건강프로그램이 최고 인기”리며 “최근에는 여성 직원의 건강프로그램 참여도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2004-06-22
- 거래소 지정 ‘불성실공시’ 법인 증가 증권거래소가 적발한 불성실공시 법인이 늘고 있다. 동시에 공정공시 제도 도입 이후 기업들의 전체 공시건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증시를 어지럽히는 풍문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증시가 점차 투명해진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강력 단속의지 효과= 2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해 들어 6월 중순까지 29개 상장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이들 29개사는 공시불이행 14건(수시공시불이행 3건 포함)과 공시번복 15건 등이었다.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경영내용을 공개했다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일방적으로 철회하거나 변경했을 경우 내려지는 조치다. 지난해에는 34개 기업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공시불이행이 27개사였고 공시번복 6개사, 공시변경 1개사였다. 지난 2002년에는 26개사(공시불이행 17개사, 공시번복 9개사) 2001년에는 15개사(공시불이행 5개사, 공시번복 10개사)가 각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해마다 불성실공시 법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 올해의 경우 증권거래소는 지난 5일 추가감자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가 이를 어겨가면서 유상감자하는 수법으로 대주주 이익을 챙긴 브릿지증권을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했고 지난 4월 22일에는 해외현지법인 설립투자 공시로 주가를 띄웠다가 철회한 태창기업을 역시 지정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강력한 단속의지를 갖고 불성실공시 법인들을 단속한 결과 지정법인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어지럽히는 풍문 줄어= 증권거래소는 공정공시제도 도입 이후 기업들의 자발적인 정보공개가 늘어나는 동시에 증시를 어지럽히는 풍문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공시란 기업이 중요정보를 특정인에게 제공할 경우 동시에 시장에도 공시토록 하는 제도다. 증권거래소는 지난 2000년 11월부터 공정공시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2년 11월까지 2년간 2만1333건에 그쳤던 수시공시는 2002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2만8927건에 달했다. 공정공시는 3953건이었다. 공정공시 제도 도입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공시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에 따르더라도 2002년 7만1128건에 달했던 전체 공시건수는 2003년 7만6174건, 2004년 1∼5월 4만6599건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이와함께 증권거래소가 시장에 떠도는 근거없는 풍문들을 적발한 건수는 863건에서 405건으로 줄어들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정공시 제도 이후 기업들이 정보 공개에 적극성을 띠면서 공정공시를 포함한 공시 건수가 늘어났고 동시에 시세조종의 근간이 되는 풍문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2004-06-22
- [인터뷰]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현대화에 가장 중요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 대형 수입작들이 흘러 넘치는 등 우리의 공연예술계가 상업주의에 눌려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립극장이 기초공연예술의 상징적 중심체로 자리잡아 나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김명곤(52·사진) 극장장은 “공연예술계는 지금 해외 히트작품을 들여와 돈벌이하는데 몰두해 있다”고 비판한 뒤 “영상산업과 대중문화산업이 전세계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예술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상업주의와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우리의 창작품을 해외에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도록 작품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문화산업 제일주의가 기초예술을 소외시키고 상처를 주었다”며 “기초예술이 가진 정신적 가치를 단순한 상품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기초예술의 위기는 “일제와 미군정, 군부독재정권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중 하나”이며 “그들의 가치관에 의해 짓밟힌 문화예술의 위상을 새롭게 세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립극장은 올해 초부터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윤택)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안숙선)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현자) 국립관현악단(예술감독 최상화) 등 산하 4개의 전속단체에 단장제를 없애고 예술감독 단일체제로 바꿨다. 이에 대해 김 극장장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공연 집중도가 향상되는 등 책임 있는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율성을 보다 많이 주는 방향으로 운영”하다보면 작품의 수준도 점차 높아지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완전한 독립은 “시기상조”라면서 “전통국악이나 창극 연극 무용 등은 아직 시장경쟁력이 약해 자유경쟁 체제 속에 던져지면 상업성에 치우쳐 본래 기능이 흐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립극장을 재단법인화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상업화로 본래 사명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책임운영기관 제도를 잘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책임운영기관의 위상에 걸맞도록 인사 예산 조직 등에서 타 국가기관과는 달리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 극장장으로 취임할 당시 7.5%에 머물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17%로 2배 이상 높아졌다. 관객수도 2002년 50만, 2003년 7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임기 3년의 극장장을 다시 맡게 된 그는 4년 6개월 동안 책임운영기관의 수장을 맡으면서 CEO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돈벌이를 강조하거나 재정자립도 문제를 따지다보면 상업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게된다”며 “입장료 대관료 임대료가 올라 결국 관객과 예술계에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수준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 많은 관객이 오게 하고 좋은 작품을 올리는 것이 극장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공연을 마친 국립무용단의 ‘코리아판타지’나 유럽 중남미 일본 등 해외 순회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창작 국악뮤지컬 ‘우루왕’처럼 예술성 높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우리 작품들이 해외로 보다 많이 수출되고 국제무대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직접 극본·연출한 총체극 ‘우루왕’은 올해 튀니지의 카르타고 페스티벌에 초청된 상태고 국립무용단은 호주와 뉴질랜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국립극단의 ‘귀족수업’은 가을에 프랑스 초청공연을 준비중이며 국립창극단의 ‘제비’도 내년 일본 공연을 추진하는 등 창작물과 기획작품들의 세계무대 진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립극장은 현재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야외 문화광장의 8월초 개장을 시작으로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이 9월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면 한 달 동안 시험가동을 거쳐 10월 29일 정식으로 재개관할 예정이다. 재개관을 기념해 11월부터 내년 7월까지는 ‘평화와 상생의 페스티벌’을 마련한다. 터키 국립극장 초청공연, 독일 드레스트너 합창단 공연을 비롯해 국악 대향연, 전속단체 기념공연, 우루왕 특별공연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터키 러시아 일본 등 해외 국립극장과의 교류에서도 외국 작품들을 사들이는 것보다 우리의 창작품들을 수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김 극장장은 이번 재개관 페스티벌에서도 해외 초청공연보다는 자체 창작공연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김 극장장은 “앞으로의 과제는 소프트웨어의 리모델링”이라면서 남은 임기동안 “작품의 질을 향상시켜 극장의 겉과 속을 통일시키는 일에 매진해 국립극장이 수준 높은 예술작품 선보이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국립극장 건너편의 자유센터를 매입, 제2 국립극장으로 조성해 장충동 일대를 문화벨트로 만드는 사업이나 지방 국립극장의 건립,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 공연예술아카데미의 설치, 공연사료박물관 설립 등 국립극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성사시켜 국립극장을 공연예술의 메카로 만드는 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김명곤(52) 국립중앙극장장 서울대 독어교육과 졸업. 명창 박초월의 제자로 판소리 익힘. 1983년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으로 영화 데뷔. 1986년 극단 아리랑 운영 등 민족극 운동. 영화 ‘서편제’(1993년 임권택 감독) ‘영원한 제국’(1995년 박종호 감독) 등에 출연. 2000년 1월∼현재 국립중앙극장장. 200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