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기' 검색결과 총 9,851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사회 소수자 보호 활동 나선 김영순 변호사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변호사’ 김영순 (여·33·사진) 변호사를 만나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호기심 많고 특히 사회 약자들을 위한 활동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게 김 변호사의 매력이자 경쟁력이다.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다양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 법제위원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 청소년보호위원회 인권센터 법률지원단, 한국세법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에서 조세법을 공부하고 있다. “돈은 언제 버느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밥 먹고 살 정도면 된다”고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강지원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률사무소 청지에서 변호사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청소년 문제 등 강 변호사가 다루는 사건들에 김 변호사도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후 김 변호사는 독자적인 사무실을 개업했다. 좀 더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조선족 교회에 나가 법률지원 활동을 하는 김 변호사는 최근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선족 여성 사건을 맡아 진행 중이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다가 잠시 중국에 다녀온 사이 이혼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 여성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외국인의 경우 이혼판결을 받으면 국적을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편측은 부인이 가출했다며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고 법정에 출석할 수 없었던 부인은 고스란히 이혼판결을 받은 것이다. 김 변호사는 여성이며 동시에 조선족이라는 두 가지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는 부인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비록 수임료를 받기로 했지만 가장 최소화했다. 이밖에 형편이 어려운 의뢰인의 사건을 30만원에 맡은 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여성이 직장에서 경제활동으로 겪는 법률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며 “여성과 세법, 예산 감시 등 조세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시절 공부보다는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상대로 야학 활동을 하는 등 한 눈(?)을 많이 판 김 변호사는 대학 4학년때 ‘법조인의 길’을 택해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최근에는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개인회생제도와 개인파산제도에 대해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경기 기자 2004-12-10
- 인물초대석-사회 소수자 보호 활동 나선 김영순 변호사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변호사’ 김영순 (여·33·사진) 변호사를 만나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호기심 많고 특히 사회 약자들을 위한 활동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게 김 변호사의 매력이자 경쟁력이다.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다양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 법제위원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 청소년보호위원회 인권센터 법률지원단, 한국세법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에서 조세법을 공부하고 있다. “돈은 언제 버느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밥 먹고 살 정도면 된다”고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강지원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률사무소 청지에서 변호사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청소년 문제 등 강 변호사가 다루는 사건들에 김 변호사도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후 김 변호사는 독자적인 사무실을 개업했다. 좀 더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조선족 교회에 나가 법률지원 활동을 하는 김 변호사는 최근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선족 여성 사건을 맡아 진행 중이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다가 잠시 중국에 다녀온 사이 이혼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 여성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외국인의 경우 이혼판결을 받으면 국적을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편측은 부인이 가출했다며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고 법정에 출석할 수 없었던 부인은 고스란히 이혼판결을 받은 것이다. 김 변호사는 여성이며 동시에 조선족이라는 두 가지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는 부인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비록 수임료를 받기로 했지만 가장 최소화했다. 이밖에 형편이 어려운 의뢰인의 사건을 30만원에 맡은 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여성이 직장에서 경제활동으로 겪는 법률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며 “여성과 세법, 예산 감시 등 조세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시절 공부보다는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상대로 야학 활동을 하는 등 한 눈(?)을 많이 판 김 변호사는 대학 4학년때 ‘법조인의 길’을 택해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최근에는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개인회생제도와 개인파산제도에 대해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경기 기자 2004-12-10
- 소주 28억병 맥주 40억병 정상인가 사례1 잠을 깨기가 두려운 직장인 A씨. 오늘도 주위를 둘러본 뒤 안도의 한숨부터 내쉰다. 다행히 집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그는 술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다. 그의 술자리 버릇은 간단하다. 처음엔 거부한다. 술을 잘 못하는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몇 잔이 들어가면 그때부턴 자신이 주도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술이 사람을 먹는 지경에 이른다. 결과는 뻔하다. 술만 마시면 어김없이 사고가 터진다.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기는 일은 기본이다. 일어나보면 낯선 곳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경찰서에서 밤을 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그는 술로 인해 몇 차례나 결별 위기까지 갔다. 어렵게 다시 수습했지만 여전히 위태롭다. 회사생활에도 숱한 장애가 뒤따랐다. 그에게는 이번 주말에 있을 회사 망년회가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사례2 경찰 공무원인 B씨. 그는 평소 두주불사로 소문난 술꾼이자 애주가다. 건강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체력단련을 했고, 술자리에서는 항상 호기롭게 사람들과 어울렸다. 지난달 한 술자리에서 그에게도 이상 신호가 왔다. 이날도 점심회식 때 ‘폭탄주’를 호기롭게 마시고 오후에 시간을 내서 체력단련을 하던 중 그는 쓰러졌다. 폭탄이 터진 것이다. 병명은 뇌출혈. 다행히 수술이 잘됐고 빠르게 회복중이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술 앞에 자유로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직장에 피해, 개인에게도 손해인 왜곡된 술문화의 단적인 예다. “가장 좋은 술에도 찌꺼기는 있다”는 서양 속담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연말연시 직장인들의 공통된 고민은 술이다. 친구, 선후배, 직장 동료, 거래처 등 일년을 마무리해야할 곳이 너무 많다. 대부분 술로 시작해 술로 끝이 난다. 쉽게 빠질 수도 없다. 술이 사회생활의 기본처럼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술 덜 취하는 방법, 몸에 좋다는 약까지 먹어가며 온갖 비법을 다 동원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급기야는 피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무조건 끝장을 보는 대한민국 술 문화.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기업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술 없는 송년모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술 잘 마시면 일도 잘 해? = 우리나라만큼 술에 대해 관용적인 나라는 드물다. 술 마시고 지각, 결근하거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는 이럴 경우 당연히 알코올 전문 클리닉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자가 일 때문에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다’ 이상한 논리가 만연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술 잘 먹는 것이 업무능력과 정비례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직장인 과음자 비율은 31.3%로 미국의 8.4%보다 4배가량 높다. 하지만 각종 조사에 따르면 술은 결국 생산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제대학교 알코올연구소장인 김광기 교수는 “세계적으로 술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평균 25% 수준이며, 우리나라는 더 높을 것”이라면서 “술로 인한 폐해만 제대로 막으면 요즘 같은 불황에도 구조조정이 필요 없게 될 지도 모를 일”이라고 평가했다. 음주문화연구센터 제갈 정 예방교육본부장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를 해 보니까 음주빈도가 많을수록 지각이나 근무태만 등 부정적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제갈 본부장은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부정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업무능력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술로 인한 생산성 저하라는 현실과 자신의 주관적 평가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죽자’며 마시는 술 정말 죽는다 = 술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술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대략 14조원에서 16조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의료비, 생산성감소분, 조기사망손실, 재산피해액, 사고처리행정비용 등 음주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간 술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 지난 2001년 주류공업협회 출고량을 기준으로 볼 때 소주의 경우 일년에 28억병, 맥주는 40억병, 위스키는 5700만병을 기록했다. 지난 1999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15세 이상 성인의 순수알코올 소비량에서 우리나라는 슬로베니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손실만이 아니다. 각종 범죄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도 비일비재다. 술과 각종 범죄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 전체 범죄자 230여만명 가운데 범행시 알코올 상용자는 19만명(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문화시민연대의 조윤행 이사는 “해마다 음주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4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술을 강권하고 특히 2차, 3차로 이어가며 폭음하는 문화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주문화연구센터 제갈 정 본부장도 “음주문제만 건전하게 해결되면 가정폭력 성폭력 살인 방화 등 중요한 범죄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2004-12-09
- “한류로 침체된 경제 살리자” 안간힘 11월 29일 낮 12시 춘천 남이섬 메타세콰이어 거리.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이곳에서 일본인 부부가 결혼식을 올렸다. 두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을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준상이와 유진이를 대리체험하면서 맞이한 것이다. 도쿄시내 어디에서든 주위를 한바퀴 휙 둘러보면 배용준 장동건 원빈 이병헌 등 한류 주역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식당에서는 밥을 먹는 동안 겨울연가 번안곡을 피해갈 수 없다. 일본에서 한류열풍은 가히 광풍이라 불릴 정도로 폭발적이다. 국내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일본에서 불어오기 시작한 한류 열풍을 침체된 국내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이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9일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한국산업기술재단-한국공학한림원 공동주최 제63회 CEO 포럼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을 5~10년뒤 한국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인프라, 디지털 컨버전스, 풍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고 강조했다. 한류열풍과 국내영화산업의 선전, 주5일근무가 정착되면서 문화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시장도 이에 발맞춰 ‘문화지수’를 준비중이다. 문화와 관련된 코스닥종목을 모아 새로운 주가지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화지수는 문화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간접투자수단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코스닥 등록업체인 예당은 욘사마효과로 겨울연가의 일본내 앨범 판매량이 1000억원대에 달하면서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예당은 지난 10월말부터는 배용준 달력을 제작해 내년초까지 100억원의 로열티 수입도 기대된다. 배용준 관련 제품으로만 한해 매출액을 올리는 셈이다. 관광분야에서도 뒤늦게 한류관련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류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를 찾는 아시아권 관광객이 크게 늘명서 올해 여행서비스 수입이 6년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 지출하는 여행서비스 수입액이 올해들어 10월까지 47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 늘어났다. 여행서비스 수입액은 지난 98년 69억1000만달러를 정점으로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최근 순풍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방송물을 싼값에 구입해 재전송한 NHK등 외국 방송관련 업체들이 돈방석에 앉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류가 본격화된 이후 외국 업체들간 경쟁 등으로 국내 방송물 가격이 올라가고 해외에 팔리는 방송콘텐츠의 절대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방송사들의 수출실적도 급증하고 있는 모습이다. KBS미디어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1150만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수출해 최근 산업자원부로부터 ‘수출 천만불탑’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MBC 프로덕션도 연간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이 올해 처음으로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KBS미디어는 올해 16개국에 86개의 작품을 팔아 총 2400만달러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6일 폐막한 제4회 국제방송영상견본시‘에서는 거래실적이 지난해보다 30%이상 신장한 1300만달러로 집계돼 한류열기에 따른 경제효과를 실감하게 했다. 한류스타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로 인해 국내 호텔들도 희색이다. 겨울연가의 배경이 됐던 서울프라자 호텔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10월까지 겨울연가 패키지를 일본 관광객에게 모두 750개, 2억5000만원어치 판매했다. 강남권의 7개 특급호텔은 일본어 안내책자를 내 한류관광객 유치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 잠실 면세점은 10월 초 배용준숍을 부분 개장했고 서울신라호텔 면세점도 지난달 한류스타숍을 열었다 한류열풍을 타고 김치, 소주, 고추장 등 한국식품들이 일본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두산의 경우 일본 소주수출액이 작년 동기대비 22% 늘었으며 두산, 동원F&B 등 김치업체들도 지난해에 비해 10~20% 수출실적이 늘어났다. 이밖에도 드라마, 영화 등에서 시작된 한류가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으로 번지면서 국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숨통을 틔우는데 한류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2004-12-01
- 맞으며 … 장하진 신임 여성부 장관 “보육정책 장기발전계획을 큰 틀에서 마련해 보육 업무를 보다 내실 있게 시행해 나갈 것이고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 갖고 일하겠다.” 지난 5일 취임한 장하진 여성부 장관의 취임일성이다. 장 신임장관은 20여년간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를 만드는 등 학계와 여성계에서 활발하게 일해왔다. 특히 2001년부터 3년간 한국여성개발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성정책 연구기관’으로서의 초석을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다. 여성개발원 한 관계자는 “당시 장 원장은 여성정책을 뒷받침할 연구과제로 보육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면서 그전까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주로 연구했던 보육문제를 개발원에서 집중적으로 다뤄볼 것을 제안했다. 여성부가 결국 보육업무를 시작한 걸 보면,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면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던 것”이라고 평한다. ‘여성노동’이 전공인 장 장관은 “2만불 시대에 도달하려면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성의 일자리가 주변적이고 비정규적이 많은데 새 일자리 창출에서는 기존 비정규직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나가겠다.” ‘여성가족부’로의 전환을 앞두고 가족정책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는 가족간의 정서적 유대감이 해체되고 있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답했다. “지난 학기 강의했던 ‘성과 가족’ 수업을 듣는 학생 가운데 군에 갔다 온 남학생이 유난히 많았는데 결혼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인 것에 놀랐다. 집 마련, 자식교육, 부모 부양 등 모든 것이 자기가 받을 봉급만 갖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막막함을 느낀다고 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가족이 담당하는 영역을 사회가 어느 정도 수용해주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가족정책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1·4 개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장 장관은 독립군의 후손으로 정치인 학자를 배출한 명문가의 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가족사가 거론돼 부담스럽다. 오히려 내 능력이 평가절하 되는구나 싶어 기분이 씁쓸했다”고 장 장관은 언론에 가벼운 불만을 토로했다. 여성개발원 원장 시절 ‘꽃순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꽃을 좋아하는 장 장관은 난초, 도라지 등 보라색 꽃을 특히 좋아한다. 훗날 생태마을에서 꽃 가꾸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소박한 꿈도 갖고 있다. /신민경 기자·사진 이의종 기자 2005-01-13
-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⑨ 안산재활훈련원 생활지도교사 박준현씨 안산재활훈련원 생활지도교사 박준현 씨(34세)는 바쁘다. 일하랴, 공부하랴, 훈련생들과 쑥덕공론해서 봉사활동 다니랴,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바쳐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 궁리부터 한다. 정식 근무시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은’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무시하고 산 지 오래다. 때로는 잠 한 숨 못 자고 뛰어다니는 날도 있다. 대체 그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일까. “성격인 거 같애요. 봉사활동이든 뭐든 전적으로 나를 던지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못 갖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해야 되는 것이 있으면 저는 늘 해야 되는 것을 선택하는 쪽입니다. 아니다 싶은 건 가능하면,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박준현 씨는 안산재활훈련원에서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발마사지, 요가, 일본어, 영어회화, 컴퓨터 기초 및 워드 자격증반, 영화 감상 등의 다양한 야간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이끌어 온 인물이다. 직업 훈련을 위한 정규 프로그램은 물론 주간에 이루어지지만 컴퓨터 게임이나 음주 등으로 무료하게 흘려보내기 쉬운 야간의 내실을 채우는 것도 훈련생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 팔을 걷어붙인 것. 산재의 아픔을 딛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훈련생들의 모임 다울자원봉사단도 그가 주도해서 만들었다.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조금씩 주위에 알려지면서 다울팀은 지난 해 말 안산시장상, 경기도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될 거라는 예상은 못했어요. 그냥 이들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거죠. 훈련생들은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할까’ 하면서 자기를 부정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장애라는 현실을 수용하고 뭔가 새롭게 해보려는 의지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역사회에는 여러분보다 더 어려운 분들도 많이 있다. 한번 보자’라는 취지로 중증 장애인시설에 가서 목욕도 시키고 말벗도 하고 빨래도 해 주는 봉사를 시작했죠. 이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어요. 이분들이 다 해 낸 거죠.” 그는 자기 이름이 두드러지는 걸 두려워하는 듯 한껏 몸을 낮춘다. 안산재활훈련원 관리부장 고종석 씨는 박준현 씨가 ‘기획력이 뛰어나고, 사회에서 상처받은 훈련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일관되고 설득력 있게 이끈다’며 칭찬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그는 굉장히 부지런하다. 안산재활훈련원에 입사한 2003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그가 해온 일을 보면 일중독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야간 프로그램이나 봉사단 조직 외에도 ‘알콜릭 치료 모임’, ‘집단상담’, ‘소셜 드라마(심리사회극)’, ‘어울림마당’ 등 굵직굵직한 기획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은 각 대학의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해서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도 그는 원광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익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에 비하면 지금은 몸을 많이 사리는 편이란다. 주말도 반납하고 밤 11시까지 일한 결과, 입사 1년 만에 팀장을 달게 되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야, 니가 자꾸 프로그램을 만드니까 내 일이 많아지잖니’ 하는 원망을 들을 때마다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사업도 중요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실천가 역할도 중요하지만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하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조정자 역할도 중요했던 거죠.” 99년, 그는 보따리를 싸들고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더 공부하고 싶다는 오랜 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 일찌감치 점찍어둔 곳은 중앙대 대학원. 사회복지 쪽에서는 알아주는 그 학교에 가기 위해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2000년 가을, 고대하던 대학원에 합격하기까지 전세방은 월세방이 되고 모아 둔 돈도 바닥이 났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하면서 공부하는 데는 이골이 났어요. 어머니 따라 건설현장에 다니며 못 빼고 노가다하면서 돈을 벌었거든요. 집이 가난하진 않았는데 아버님이 인문고, 대학 진학을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팔남매 중에 제가 유일하게 대학생입니다. 다 제 고집으로 간 거죠. 독립적으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항상 저를 압박했어요. 대학 때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공부를 했지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박준현 씨가 온 몸으로 뿜어내는 ‘악착같음’도 어쩌면 주어진 삶의 조건에 패배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생존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조교 생활, 노숙자 야간 상담을 거치며 어렵사리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산재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에 이끌려 당시 비정규직이었던 안산재활훈련원 생활지도교사가 되었다. 훈련원 생활지도교사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훈련생들의 야간 생활을 통제하고 감독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생활지도교사 업무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여 대상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일반적인 지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산재 노동자들이 요양을 마치고 이곳에 들어오면 1년 동안 생활관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들의 집단생활이 별 잡음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제 일이지만, 저는 단순한 통제자의 입장에서 나아가 이들이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돼서 적극적으로 주간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러려면 충분한 인간적 신뢰가 형성돼야 하는데 통제자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았어요. 훈련원에서 술 마신다고 벌점을 주면 그동안 쌓은 인간적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죠.” 술에 취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훈련생의 넋두리에 질려, 길에서 술 취한 사람만 봐도 무의식중에 얼굴을 돌리기도 했다. 상담을 거부하며 돌아서는 훈련생들이 야속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 어떤 불신도 진심으로 쌓아올린 인간적인 정을 이기지는 못하는 법이다. 훈련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커피 한 잔을 나누노라면 ‘선생님, 서운해요. 왜 나한테 벌점 줬어요’라는 투정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제 와이프하고 얘기했는데 잘 풀렸어요’라는 말로 바뀔 때도 있다는 것을 이제 박준현 씨는 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친 날이면, ‘선생님은 팔이 잘려 나가 간호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뼈를 깎아 내는 고통을 아세요?’ 하고 묻던 어느 훈련생의 눈물 가득한 눈망울을 떠올린다. ‘몇 년이 지나는데도 사람들이 제 잘려나간 팔만 보는 것 같아 싫고 손만 보고 우는 엄마가 싫다’던 그의 아픔이 몸보다는 마음의 상처에서 온 것이라는 깊은 깨달음이 오늘도 그를 안주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늦은 밤, 누군가 창가에 놓고 간 비타민 한 병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그는 내일도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 땀나게 뛰어다닐 것이다. 허구한 날 뭐가 그리 바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작업하러 갑니다!’ 하고 응수하며. “혼자 사는 남자의 방이 지저분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세요.” 현관문 앞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던 박준현 씨가 문득 돌아보며 경고하듯 말한다. 그 표정이 지나치게 엄숙해서 거의 농담처럼 들렸다. 그런데 아이보리색 천으로 리폼한 천소파와 홈시어터 장비가 마주보고 있는 거실이 시야에 툭 터지는 순간, ‘야’ 하는 탄성이 절로 새나왔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가시지 않은 집안에는 이렇다 할 가구 한 점 보이지 않건만, 거실창에 드리운 화사한 커튼이며,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리된 물건들이 마치 신혼집에 온 느낌을 준다. 집안 어딘가에 우렁각시라도 숨겨 놓은 것일까. “제가 방 꾸미는 것 참 좋아하거든요. 저 커튼은 첫 월급 타서 제가 산 거예요. 대충 성격이 나오죠? 결혼하면 신부가 좀 피곤해하지 않을까요? 집은 저만의 안식처니까 가능하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애쓰죠.” 책장에 가득한 책들은 그의 손때가 묻은 보물 1호. 박준현 씨에게 책은 일기장에 가깝다. 그는 책을 사면 맨 앞장에 그날의 상황이나 심경을 메모하는 버릇을 갖고 있 2005-01-12
- <이 사람>국비장학생으로 유학 떠나는 아시아 인어 최윤희 22년 전 인도 뉴델리에서 태극기를 세 번씩이나 올리고 일약 ‘아시아의 인어’로 떠오른 최윤희. 한국 수영 역사를 ‘다시 쓴’ 그는 그러나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 출산과 육아로 한동안 세상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랬던 그가 서른여덟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 11월 대한체육회가 국제 스포츠 외교를 담당할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실시한 ‘스포츠 외교 전문인력’ 선발 시험에서 10: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길(미국 워싱턴주립대학)에 오르게 된 것이다. 출국 1주일 전인 지난해 12월말,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열다섯 살 소녀에서 어느 덧 30대, 두 아이의 엄마가 돼 있었다.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했지만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하게 미소 짓던 그 모습만큼은 여전했다. 91년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한 13살 연상의 가수 유현상과 비밀 결혼식은 스포츠신문 1면 머리기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80년대 대표적인 헤비메탈그룹 ‘백두산’의 리더였던 유현상씨는 결혼하고 나이 들면서 트롯가수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인물. 술·담배 절대 안 하고 지방 공연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잠은 반드시 집에 들어와서 자는 ‘모범생 남편’에다 두 아이 머리를 단정히 빗겨 학교에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까운 재능 묵히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던 남편은 아내의 등을 떠밀어 대학원에 보냈다. 석사과정을 끝낼 즈음이던 2001년 5월,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수영장인 ‘킹 아쿠아틱 스위밍클럽’에서 수영 코치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동안 코치생활을 해본 적이 없던 그로서는 수영 종주국에서 자신을 시험하는 또 다른 도전이었던 셈. “동양인에다가 여자, 그것도 이제까지 배우던 방식과 다르게 가르치니까 한 고등학생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서 시범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선수생활 접은 지 오래됐다고 해도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을 휩쓸었던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물속에서 나오자 학생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다. 그 후 1년여 동안 최윤희 코치가 ‘하라는 대로 믿고 따랐음’은 물론이다. 수영을 떼어 놓고 최윤희의 인생을 말할 수 없지만 수영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한 것도 사실이다. 어릴 적엔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도 먹고 남들 다 가는 소풍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영선수 최윤희에게 그런 또래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허락되지 않았다. “새벽 운동 할 때가 가장 힘들었죠. 아무리 여름이라도 새벽이면 물이 몸에 닿을 때 온 몸이 싸늘해져요. 겨울은 말할 것도 없구요. 내복까지 껴입고 갔는데 달랑 수영복만 입고 찬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제 그의 꿈은 모든 운동선수들이 한번쯤 꿈꿔 본다는 IOC 위원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양태영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힘 있는 나라였다면 그리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우리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외교력의 승리거든요. 최근 우리 체육계가 좀 흔들리자 이 틈을 타서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잖아요. 중국이 약진하고 있으니까 우슈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려는 거죠.”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 인력 풀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늦게나마 쇼트트랙 5관왕 전이경씨를 필두로 ‘스포츠 외교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이 다행이다. 나이 마흔을 앞두고 ‘한국 첫 여성 IOC 위원’이라는 새 목표를 향해 태평양을 건너는 그는 “어깨가 무겁다” 했다. 하지만 그는 열다섯 나이에 한국 여자 수영 28년의 숙원을 풀어주지 않았던가.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 외교관의 역할을 멋지게 해낼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사진 이의종 기자 2005-01-06
- “극단적 폭력남편 살해는 정당방위” 사례1)20여년간 아내를 구타해온 폭력전과 4범의 남편 김 모씨. 새벽 3시쯤부터 아침까지 아내를 구타해 살해. 사례2)결혼 13년 동안 남편으로부터 심한 폭력에 시달려오던 아내 최 모씨. 남편이 딸을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저지하려다 4시간 동안 폭행을 당함. 폭행하다 지쳐 잠든 남편을 우발적으로 목졸라 살해. 김씨와 최씨 중 누가 더 무거운 형을 받았을까. 두 가지 실제 사례를 보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사법절차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례에서 남편 김씨는 ‘폭행치사죄’로 징역 5년을 구형 받아 3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내 최씨는 살인죄로 7년을 구형 받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청주여자교도소 네 명 중 한 명이 남편살해범 = 최근 들어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가 청주여자교도소를 대상으로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청주여자교도소 여성 수형자 531명 중 133명이 남편을 살해했다. 전체 수형자의 네 명 중 한 명은 남편 살해범인 셈이다. 또 수감자 531명 중 436명(남편 살해 여성 133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의 4.5%가 남편의 폭력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남편 살해범인 이들은 대부분 ‘살인죄’로 무겁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법원에 의해 선고받은 평균형량이 9년이 넘을 정도다. 반면 남편이 아내를 구타해 살해한 경우에는 ‘과실치사’나 ‘폭행치사’로 형이 가벼운 편이다. 김영희 교수는 “남편을 살해한 아내들 중 대부분은 오랫동안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는 지속적인 학대가 주는 고통에 대한 사회적 이해부족으로 인해 남편을 살해한 아내들이 지나치게 과중한 형량을 선고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라도 남편이 무기를 들고 접근했을 경우 배심원 판결에서 76%가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 판례 상 정당방위 인정은 매우 인색하다. 현실적인 생명의 위협이나 폭력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서 아직까지 적당방위를 적용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단 한건도 없다. ◆형사절차에 가정폭력 특수성 반영해야 =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남편살해사건에서는 우선 ‘실제로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사건 발생 직전까지 계속된 남편의 폭력이나 행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남편에게 대항하다가 순간적으로 살인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문제를 15년째 담당해온 이명숙 변호사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남편 살해사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우발적인 범죄로서 명백한 살인고의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살인죄로 처벌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폭력피해 여성이 ‘남편을 죽인 내가 죽일년’이라는 의식 때문에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고 형사절차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성계는 형법상 정당방위가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여성들의 경우에는 달리 적용돼야 한다며 법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여성의전화가 지난 12월 ‘여성에게 생존의 권리는 없는가’라는 제목으로 연 토론회에서도 가정폭력피해여성경우에는 형법상 무죄로 평가되는 정당방위를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한 ‘침해의 현재성’‘방위의 상당성’요건은 힘이 대등한 두 남자의 대결상황을 가정하고 성립된 이론이기 때문에 밀접한 가정 공동체 내의 물리적 힘의 차이가 있는 아내와 남편의 관계를 반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온 여성들은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등 이상 심리에 시달리게 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전담 재판부 마련해야 = 여성계는 또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는 전문적인 법체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미한 가정폭력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특수성을 인정받아 가정폭력방지법에 의해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것처럼 아내의 남편살해사건도 일반 형사범과는 달리 취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혼 등 가정사와 소년사건을 비교적 장기간 전담할 전문법관이 올해 처음으로 선발하는 등 개혁작업을 본격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혼 등 가정문제를 깊이 있고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견과 사회적 경험 등을 갖춘 법관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의 남편 살해사건은 가정법원이 아니라 일반형사법원에서 취급하고 있고 형사법원에는 가정폭력사건만 전담하는 재판부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경찰, 검찰에 가정폭력전담 수사관이 지정되고 가정법원은 물론 일반 형사재판에까지 가정폭력 전담 재판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형사사법기관의 공조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법 집행과 처벌 그리고 교화프로그램이 하나의 틀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미 기자 pjmn@naeil.com 2005-01-06
- 프랑스, ‘성(姓)계승법’ 시행 1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 자녀에게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 혹은 두 성을 모두 줄 수 있는 새로운 ‘성(姓) 계승법’이 시행된다. 80년대부터 가족법 개혁론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해 왔던 이 법은 2002년 3월 4일에서야 채택 돼 2003년 6월 10일 수정됐다. 가부장제 옹호론자들과 행정기관의 무기력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던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이유를 밝혔다. 사회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남녀평등이 이뤄지면서 여성들 자체가 큰 부당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법 시행에 대해 “이제까지 문제없이 잘 살아왔는데 왜 느닷없이 ‘전통’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좋든 싫든 간에 이제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성으로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을 수 있다. 또 순서에 관계 없이 양쪽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들어 뤼시 앙글라드(여)와 시몽 미슐레(남) 부부가 자녀에게 양쪽성을 다 물려주고 싶다면 아이의 성은 ‘알글라드--미슐레’가 된다. 가운데 줄 두 개(--)는 가운데 줄 하나(-)로 이어지는 뒤퐁-에냥(Dupont-Aignan)과 같은 원래 가운데 줄로 이어진 단일성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는 첫째 아이의 성을 정할 때 단 한번뿐이다. 한 가정의 모든 아이들은 같은 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발레리 프레쉐(Valerie Freschet) 는 “새 ‘성(姓) 계승법’으로 이혼한 가정끼리 재결합한 가정의 자녀들이나, 재혼해서 낳은 아이와 배우자가 과거 결혼관계에서 낳은 아이들간의 상하 위계관계, 또 사생아라는 개념이 완벽히 사라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수년 전부터 유럽 인권재판소는 프랑스에게 당시 성 계승제에 남녀 차별이 있다면 이를 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도 아버지 성을 따르게 돼 있다. 스페인의 경우 어머니의 성을 물려줄 수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의 경우 부모 성과 다른 성을 선택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이혼, 재혼, 혹은 동거자 변경을 고려 10년에 한 번씩 성을 바꿀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아직 정체성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문은 열렸다” 리베라씨옹은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새 법이 상원의원들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2002년 개정안에서 제시된 것처럼 자녀가 없는 성인남녀 모두에게 적용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성 계승법’ 수정 옹호론자인 꼴레뜨 오제르 변호사는 “새 법이 나이로 국민을 차별한다”고 비난한다. 또 이번 기회에 동성간 커플의 자녀 성 사안도 다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2005-01-06
- 3인 3색, ‘빅3’ CEO들 ■ 태평양 서경배 사장 젊은 감각 자랑하는 ‘트렌드 리더 태평양의 서경배 사장은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경영인이다. 이미지성 상품인 ‘화장품·생활용품’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해, 스스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변화하고 있다. 서 사장은 태평양의 여성 색조 화장품을 비롯해 향수, 남성 마스크 시트 등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를 ‘트렌드 리더’로서 포지셔닝했다는 점. 그 자신이 해외 시장을 직접 돌며 제품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젊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 사장의 차별화된 경영전략은 ‘브랜드 매니저들의 권한 대폭 강화’와 ‘신성장 동력의 구축’이다. 태평양의 브랜드 매니저들은 브랜드 기획뿐만 아니라 연구, 영업, 광고 등 각 분야의 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젊은 여성 브랜드 매니저들이 시장을 뛰어다니며 경쟁 제품을 분석하거나, 영업 간부들에게 제품을 발라주며 효능을 설명할 있는 파격적 분위기는 서 사장의 경영방침과 맥락을 같이 한다. 태평양의 브랜드 매니저 한 관계자는 “태평양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리고, 여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서 사장은 또 최근 ‘미와 건강을 위해 토탈 케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화장품 분야의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헤어케어 브랜드 △목용 용품 △이너뷰티 종합 프로그램 등을 육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태평양의 이색 사내 프로그램인 요가 교실, 금연 및 다이어트 펀드 등은 ‘직원들부터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서 사장의 경영이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 서 사장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아버지이자 태평양의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다. ‘기업이 번 돈은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서 사장은 지난해 노조위원장과 함께 ‘아름다운 가게’의 일일 봉사원으로 활동, 고 서성환 회장의 물건을 기증했다. 또 같은해 8월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이주여성들을 위해 2억원을 쾌척, 2008년까지 총 10억원의 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평양이 다국적 기업이나 동종 업계에 비해 차별화되는 점은 CEO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 브랜드 매니저들이 인정한 마케터 지난해 12월 29일,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두고 LG생활건강은 새 수장을 맞아들였다. 해태제과의 전 사장을 지낸 차석용 신임사장이 그 주인공. 차 사장의 전격 영입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2005년 LG생활건강의 새 틀 짜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너그룹의 직계 가족이 아니며, LG그룹 내에서 경험을 쌓지 않은 외부 전문가를 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의 마케팅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 사장의 독특한 경영능력은 그에게 붙는 수식에서도 드러난다. 차 사장에게는 ‘적군을 잘 아는 수장’이라는 이색 별명이 붙어 있다. 경쟁업체인 P&G의 고위간부를 오랜 기간 지내며 시장을 꿰뚫고 있다는 것. 차 사장은 85년 P&G에 입사한 후 97년 P&G 아시아지역 탬폰 사업부 총괄본부장, 98년 쌍용제지(주) 사장을 거쳤다. 9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국P&G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차 사장은 또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해태제과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소비재 전문가’ ‘히트브랜드 전문가’라는 명칭을 얻었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의 틀을 과감히 깨고, 젊은 브랜드매니저들을 육성, 젊은 감각의 광고로 장수 브랜드를 재탄생 시켰다. 해태제과의 한 브랜드 매니저는 “간결하지만 집요한 질문, 젊은 브랜드매니저들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는 전문가”라고 차 사장의 특징을 설명했다. 차 사장은 또 당시 업계 최초로 ‘333시스템’을 도입했다. 3개의 광고대행사를 선정해 경쟁시스템을 도입, 한 업체의 기획안이 3번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삼진아웃제’가 적용돼 다른 업체로 일감이 넘어갔다. 한편 차 사장은 취임 이후 LG생활건강 직원들내에서도 ‘신선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 한 직원은 “‘사장실에 올 때 격식 차리려고 넥타이 따로 착용하지 말라’는 신임 사장의 말이 인상적었다‘라며 “올해는 회사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마케팅 조직도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 사장은 신년사에서 “여러분에게 군림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려고 왔다” “(P&G에서 일하면서) 한국 시장을 지켜가는 LG생활건강이 대단한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분들을 존경한다”라는 요지의 발언들로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불황과 유통시장 재편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LG생활건강에 차 신임사장이 새 바람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애경 안용찬 사장 선택과 집중 강조 ‘내실주의’ 경영인 애경의 안용찬 사장은 97년 5월 취임 이후 회사의 흑자신화를 이어온 ‘실속파’ 경영인이다. 안 사장이 ‘내실’을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전략은 ‘수익위주 경영’. 96년 이후 애경의 매출은 매년 평균 10%씩 지속성장을 통해 202% 상승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95년 당시 870%에서 2004년에는 190%대로 떨어졌다. 안 사장은 또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과감히 철수하고 불필요한 제품규격은 없앴다. 안 사장의 두 번째 전략은 ‘1등 브랜드 육성’이다. 브랜드 수를 과감히 줄였지만, 1등 브랜드는 공격적으로 육성,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 안 사장이 취임이후 전략적으로 출시한 ‘2080치약’은 치약시장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애경의 대표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프리미엄 샴푸 시장에서는 ‘케라시스 헤어 크리닉 시스템’을 선보여, 매니아 고객층을 확보했다. 안 사장의 세 번째 전략은 고객만족주의. 고객불만 사항을 처리하는 소비자상담실을 ‘고객만족팀’으로 개편, 전화상담은 물론 직접방문을 통한 소비자 불만처리까지 실시하게 했다. 또 애경의 디자이너들은 단 2명에서 2004년 총인원 25명의 디자인센터로 승격했다. 최종 의사결정권을 디자이너와 소비자(소비자 리서치 결과)에게 부여한 점도 브랜드 성공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한편 안 사장은 최근 프리미엄 생활용품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어느 섬에 가도 애경의 세제와 치약이 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애경의 기존 제품들은 이미 탄탄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다국적 기업도 관련 시장을 공략하면서 애경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애경의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안 사장의 동반자는 채형석 부회장이며, 마케팅 차원에서 안 사장의 스승은 고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명문 와튼스쿨에서 수학한 안 사장은 채 부회장과 함께, 경영전략을 짤 때에는 동종업계 경영자들과 두뇌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개별 브랜드를 출시 할 때에는 한 명의 주부나 젊은 여성의 입장에 서서 철저하게 고객위주 전략을 짠다는 설명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200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