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이 곧 위례성’ 결정적 증거

“와당 숫자만 봐도 분명” … 상수도관으로 쓰인듯한 토관도 나와

지역내일 2004-12-23 (수정 2004-12-23 오후 12:24:15)
‘서기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이끄는 3만 대군이 백제의 서울 위례성을 공격했다. 광개토왕의 뒤를 이은 장수왕의 파죽지세는 백제와 신라의 동맹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신라의 원병 2만명이 도착도 하기 전에 위례성이 함락됐다. 백제 개로왕은 남쪽 성으로 피했다가 몇몇 신하와 함께 탈출했으나, 백제 출신의 고구려 군사들에게 잡혀 강 건너 산성으로 압송된다.
백제 출신의 이 군사들은 개로왕에게 먼저 큰절을 한 후 왕의 얼굴에 침을 뱉음으로써 그를 모욕한다. 장수왕은 결국 그의 목을 베어 100여년 전(371년) 백제 근초고왕의 평양 침공 때 죽은 고국원왕의 원수를 갚는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팽팽하게 대립했던 5세기 한반도 역사의 주요 대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백제의 서울 위례성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을 할 수 없었다. 한성 백제의 도읍에 대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같은 후대 문헌자료들은 ‘한성(漢城)’ 혹은 ‘위례성(慰禮城)’이라고 기록할 뿐, 그 자세한 위치는 알 수 없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까지 학계에서는 위례성의 위치를 놓고 △하남시 춘궁리 일대△몽촌토성 △풍납토성 3가지 설이 분분하게 맞서왔다.
그러나 1997년과 1999년 국립문화재연구소 발굴조사 이후 풍납토성이 가장 유력한 위례성 후보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현대리버빌 아파트 예정지에서 대규모 건축물의 흔적이 발견됐고 동쪽 성벽 발굴조사에서 풍납토성이 엄청난 규모의 판축성임이 밝혀졌다.

◆“와당 숫자만 봐도 분명한 사실” = 더욱이 올해 국립문화재연구소 한성백제 학술조사단의 발굴조사 성과는 풍납토성이 곧 한성백제의 서울 위례성이었음을 ‘흔들릴 수 없는’ 증거물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풍납토성 내 미래마을 부지 6400여 평 중 일부 1000여평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한성백제가 남긴 대형 쓰레기장과 건물터, 석축 유구, 아궁이 시설 등이 확인됐다.
발굴단을 놀라게 한 것은 건축물의 처마 끝에 장식 마감용으로 대는 ‘와당(瓦當)’이 30여 점이나 나온 것이다.
“인근 몽촌토성 발굴조사에서는 와당이 단 1점밖에 나오지 않았다. 출토뙨 와당의 숫자만 보더라도 이곳이 한성백제의 수도였음이 분명해졌다.”
문화재연구소 김성범 학예연구관의 말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상수도관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정밀한 ‘토관(土管)’, 흙으로 구운 나무기둥 받침대, 금제 장신구 등과 함께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이는 ‘청자’와 유약을 바른 ‘도기’(施釉陶器) 등 엄청난 유물이 쏟아져나왔다.

◆한성백제 시대의 폐기물처리장 = 원래 올해 조사구역은 서편으로 한강과 가까운 곳으로 성의 서쪽벽이 지나는 곳의 일부로 추정돼왔던 곳이다.
그러나 발굴결과 성 서벽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고 이 일대가 성의 안쪽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지금까지만 해도 200상자가 넘는 엄청난 유물이 쏟아진 것은 여기가 한성백제 당시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대형 폐기장 동편의 또 다른 유구인 소형 폐기용 구덩이 안에서는 대합조개, 피뿔고둥 등 각종 조개류와 소, 돼지, 노루의 아래턱 뼈, 다리뼈, 닭뼈, 생선뼈 등이 나왔다.
이 구덩이 안에는 생선·패각·육류 등의 음식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토기들이 묻혀 있기도 했다.
문화재연구소는 이곳에서 나온 유물이 기존 풍납토성 내 발굴유물을 모두 망라할 정도로 다양하고, 특히 기와의 경우 지금까지 한성백제 관련 유적(석촌동고분, 몽촌토성, 기존 풍납토성 등)에서 출토된 전체 기와를 능가할 만큼의 많은 양이 출토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발굴조사보고는 “한성백제 시대의 토성 내부에서 다종다량의 와당과 평기와, 초석, 토관 등이 대량 출토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건축물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이는 이곳이 곧 한성백제의 수도 위례성이라는 공식적인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글·사진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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