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만 따져도 20% 상회 … 대출 미명 아래 불법 카드깡 기승
불경기가 길어지고 서민 살림이 빠듯해지면서 또 다시 카드 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무차별 카드 대출 광고가 서민 주머니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상대로 연 8~12%의 대출금리만 부담하면 ‘5분내 대출 가능’이라고 광고중이다. 이들은 ‘인터넷 대출’이라고 포장을 하지만 사실상 ‘카드깡’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
‘정식업체’라고 표시한 것도 눈속임용이다. 카드깡은 정식업체가 하든, 비등록업체가 하든 모두 불법이다. 단속의 손길이 멀리 있고 일반인이 금융에 어둡다는 점을 이들이 십분 악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최저금리’, 과연 최저인가 = 직장을 잃고 실직자가 된 지 13개월째인 장 모(38)씨. 카드대금도 400만원이나 밀려 있는 장씨는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지는 ‘누구나 가장 낮은 이율로 빠르게 대출 받으세요’라는 인터넷 대출 광고가 눈에 번쩍 들어온다.
‘카드대납 100%’, ‘최저 금리’ 등 자극적인 문구 일색이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는 연 8~12% 금리는 1금융권 신용대출 금리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더 낮은 경우도 있다. 광고대로라면 1개월 금리가 1%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장씨는 초저금리로 우량 대출을 받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장씨는 대출 자체를 받을 수가 없다. 대출이 아닌 ‘카드깡’이기 때문이다.
장씨가 100만원 대출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카드를 들고가면 대부업자는 120만원어치 물품을 산 것으로 결제를 하고 대신 선이자 (수수료라고 부름)부터 20%를 뗀다. 대부업체는 망할 일이 없다. 그 자리에서 선이자를 떼고 100만원을 장씨에게 주는 대신 카드회사로부터 다시 100만원을 받는다. 반면 장씨는 고리(高利)를 뜯김으로써 빚이 불어나고 동시에 카드사도 부실 여신이 발생하는 것이다.
◆“법인카드도 대출 됩니다” = 1금융권에서는 법인카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현금사용 한도액과 물품 결제액 상한선을 지정해줄 뿐이다. 하지만 대부업자들의 ‘깡’ 대상에는 개인·법인카드 구별이 없다. 법인카드는 개인카드보다 법인카드의 물품 결제 상한선이 높다. 5000만~1억원까지도 가능하다. 피해가 한층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할 만큼 자금사정이 급박한 회사가 대부업체 손아귀에 놀아나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인카드 대출은 횡령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한 인터넷 대출업체는 “사업자등록증과 명함만 소지한 채 법인카드를 갖고 오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멀리에만 있다.
◆카드깡은 단속 사각지대 = 관련법에 따르면 대부업에 대한 인허가와 감독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금융감독기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자제한법 등의 적용을 받도록 돼 있지만 지자체가 매번 챙길 수도 없다.
불·편법 대부업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전화번호를 추적해야 하지만 통신업법상 추적은 경찰만 할 수 있다. 경찰 또한 고소·고발이 없다면 경제사범 단속에 주력하기 힘들다. 결국 지자체의 고발 등에 의해 극소수만 법망에 걸려든다.
타인 명의를 도용한 일명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080-XXX-XXXX을 이용하면 사실상 누구인지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2~3차례에 걸쳐 착신전환을 해버리면 발신자를 찾기조차 힘들다. 일종의 전화번호 ‘세탁’이 이뤄지는 것이다. 대부업체들은 현금과 카드를 주고받는 일을 택배 업체에게 시킨다. 택배 회사 직원이 돈을 빌리는 사람과 대부업자를 각각 길거리에서 만나기 때문에 혹시 적발되더라도 이들의 사무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카드사 미온 대처가 사고 키워 = 카드사의 감시 시스템도 부실하다는 평가다. 조성목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카드사에서 한도관리를 철저히 해야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시간 적발 시스템을 운영중인 LG카드나 신한카드는 대부업자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카드다. 적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LG카드 등은 카드깡 수수료도 높다. 두 카드사는 고객이 평소 이용패턴을 벗어나 거액 결제를 할 경우 ‘카드깡’으로 적발해 결제승인을 해주지 않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LG카드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운영된 지난해 3월 이후 카드깡 사고가 5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석에 따르면 일시불 카드깡을 할 경우 1년이면 갚아야할 금액은 4~5배로 불어난다. 같은 기간 깡업체는 14배의 수익을 올린다. 이런 식의 카드깡은 2년 뒤엔 95%가 부실여신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대부업체가 배를 불리는 사이 대출받은 사람과 신용카드 업체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본인이 직접 카드결제를 할 경우 범죄입증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지경”이라며 카드 소지자 본인의 주의를 당부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불경기가 길어지고 서민 살림이 빠듯해지면서 또 다시 카드 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무차별 카드 대출 광고가 서민 주머니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상대로 연 8~12%의 대출금리만 부담하면 ‘5분내 대출 가능’이라고 광고중이다. 이들은 ‘인터넷 대출’이라고 포장을 하지만 사실상 ‘카드깡’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
‘정식업체’라고 표시한 것도 눈속임용이다. 카드깡은 정식업체가 하든, 비등록업체가 하든 모두 불법이다. 단속의 손길이 멀리 있고 일반인이 금융에 어둡다는 점을 이들이 십분 악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최저금리’, 과연 최저인가 = 직장을 잃고 실직자가 된 지 13개월째인 장 모(38)씨. 카드대금도 400만원이나 밀려 있는 장씨는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지는 ‘누구나 가장 낮은 이율로 빠르게 대출 받으세요’라는 인터넷 대출 광고가 눈에 번쩍 들어온다.
‘카드대납 100%’, ‘최저 금리’ 등 자극적인 문구 일색이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는 연 8~12% 금리는 1금융권 신용대출 금리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더 낮은 경우도 있다. 광고대로라면 1개월 금리가 1%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장씨는 초저금리로 우량 대출을 받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장씨는 대출 자체를 받을 수가 없다. 대출이 아닌 ‘카드깡’이기 때문이다.
장씨가 100만원 대출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카드를 들고가면 대부업자는 120만원어치 물품을 산 것으로 결제를 하고 대신 선이자 (수수료라고 부름)부터 20%를 뗀다. 대부업체는 망할 일이 없다. 그 자리에서 선이자를 떼고 100만원을 장씨에게 주는 대신 카드회사로부터 다시 100만원을 받는다. 반면 장씨는 고리(高利)를 뜯김으로써 빚이 불어나고 동시에 카드사도 부실 여신이 발생하는 것이다.
◆“법인카드도 대출 됩니다” = 1금융권에서는 법인카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현금사용 한도액과 물품 결제액 상한선을 지정해줄 뿐이다. 하지만 대부업자들의 ‘깡’ 대상에는 개인·법인카드 구별이 없다. 법인카드는 개인카드보다 법인카드의 물품 결제 상한선이 높다. 5000만~1억원까지도 가능하다. 피해가 한층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할 만큼 자금사정이 급박한 회사가 대부업체 손아귀에 놀아나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인카드 대출은 횡령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한 인터넷 대출업체는 “사업자등록증과 명함만 소지한 채 법인카드를 갖고 오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멀리에만 있다.
◆카드깡은 단속 사각지대 = 관련법에 따르면 대부업에 대한 인허가와 감독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금융감독기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자제한법 등의 적용을 받도록 돼 있지만 지자체가 매번 챙길 수도 없다.
불·편법 대부업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전화번호를 추적해야 하지만 통신업법상 추적은 경찰만 할 수 있다. 경찰 또한 고소·고발이 없다면 경제사범 단속에 주력하기 힘들다. 결국 지자체의 고발 등에 의해 극소수만 법망에 걸려든다.
타인 명의를 도용한 일명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080-XXX-XXXX을 이용하면 사실상 누구인지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2~3차례에 걸쳐 착신전환을 해버리면 발신자를 찾기조차 힘들다. 일종의 전화번호 ‘세탁’이 이뤄지는 것이다. 대부업체들은 현금과 카드를 주고받는 일을 택배 업체에게 시킨다. 택배 회사 직원이 돈을 빌리는 사람과 대부업자를 각각 길거리에서 만나기 때문에 혹시 적발되더라도 이들의 사무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카드사 미온 대처가 사고 키워 = 카드사의 감시 시스템도 부실하다는 평가다. 조성목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카드사에서 한도관리를 철저히 해야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시간 적발 시스템을 운영중인 LG카드나 신한카드는 대부업자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카드다. 적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LG카드 등은 카드깡 수수료도 높다. 두 카드사는 고객이 평소 이용패턴을 벗어나 거액 결제를 할 경우 ‘카드깡’으로 적발해 결제승인을 해주지 않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LG카드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운영된 지난해 3월 이후 카드깡 사고가 5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석에 따르면 일시불 카드깡을 할 경우 1년이면 갚아야할 금액은 4~5배로 불어난다. 같은 기간 깡업체는 14배의 수익을 올린다. 이런 식의 카드깡은 2년 뒤엔 95%가 부실여신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대부업체가 배를 불리는 사이 대출받은 사람과 신용카드 업체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본인이 직접 카드결제를 할 경우 범죄입증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지경”이라며 카드 소지자 본인의 주의를 당부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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