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의 집행부와 도의회간 간부급 인사에 대한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도정현안 해결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7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승진자를 사실상 결정하고도 의회의 협의를 얻지 못해 20여일째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폐장 유치와 공공기관 이전 등 하반기 당면 최대현안에 도정의 총력을 쏟지 못하고 있고 인사 대상자들도 사태추이를 관망하며 일손을 놓고 있다.
또 인사 담당부서 국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떠났다.
집행부와 도의회 인사갈등의 핵심은 지방자치법 83조 2항에 명시된 의회사무처 직원인사에 대한 의회의 협의권.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의 경우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을 받아 해당 지자체 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경북도의회는 이를 근거로 의회 5급 사무관을 서기관 승진대상에 포함시키고 전문위원 1명을 부단체장으로 인사이동 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여기에 도의회는 지난번 정기인사 당시 도 집행부 고위간부가 승진시키겠다고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는 주문까지 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철우 도의회 의장 “집행부의 의회 무시 풍조 시정하겠다”
도의회 수장인 이철우 의장은 배수진을 치고 버티고 있다.
이철우 도의회 의장은 “도의회 사무처직원들은 매번 인사때마다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은 도의회의 위상을 무시하고 도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집행부의 인식을 반영한 처사”라면서 “민선 10년이지만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권이 집행부에 전속돼 있는 한 지방자치제가 완벽하게 뿌리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경우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도의원들의 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어 의원과 집행부 두 곳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의회사무처 직원의 사기진작과 도의회 위상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이번 인사에 대해 협의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오는 9월 의회가 개회되면 전체 의원들의 뜻을 물어 협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최종방침을 공표하면서 집행부와 협의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경북도청 집행부 “인사협의권 남용한 인사개입은 안돼”
경북도 집행부는 이에 대해 도의회의 요구는 인사권 협의 수준을 넘어 개입으로 판단하고 의회 사무처 직원을 제외한 집행부 직원만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청 인사부서 관계자는 “근무평정과 직원들의 다면평가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 승진자를 도의회의 요구라고 해서 수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군 부단체장 인사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가 수용해야 가능한데도 의회가 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어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경북도 고위관계자는 “인사때마다 되풀이되는 의회와의 갈등 때문에 도정 업무 집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인사협의권에 대한 제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 사무처 “승진은 집행부 실세부서가 독식”
이같은 도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해묵은 숙제라는 게 도청안팎의 여론이다.
실제 인사권을 쥔 도청 집행부는 소위 실세부서라는 기획, 총무부서등의 직원을 우선 챙기고 도의회 몫을 수용할 수 없다 보니 도의회는 매번 인사때마다 물먹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도의회 사무처 한 직원은 “도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해도 근평과 다면평가에서 집행부 직원에게 밀려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잦았다”며 “의회인사권의 독립만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특히 이번 인사는 집행부의 의도된 장난에 의한 횡포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7월 26일 무리하게 인사위원회를 연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인사위원회를 8월에 개최할 경우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근무평정을 반영해야 돼 승진대상자의 서열이 바뀔 가능성이 있어 지난해 12월까지 평정만 적용하기 위해 7월안에 인사위원회를 졸속으로 열었다는 게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주장이다.
도청의 한 고위간부도 “이번 인사파동은 사전에 충분한 협의로 원만한 해결책을 찾지 않은 도청 집행부의 책임도 있다”면서 “도의회가 도정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도의회 근무하는 직원의 경력관리와 근평을 관리해 사기를 챙겨주는 것도 집행부 인사담당부서의 몫”이라고 말했다.
최세호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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