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대문(숭례문)은 국보 1호, 동대문(흥인지문)은 보물 1호일까? 그런데 왜 서대문(돈의문)은 없을까?
초등학교 시절 우리 문화재를 배울 때부터 가지는 의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문화재청은 “숭례문은 현존 도성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고려 말∼조선시대에 이르는 다포식 건축물의 변화상을 알려주는 등 건축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커 국보 제1호로 지정되었다”는 공식입장을 밝혀왔다.
문화재청은 또 “건조물·고문서·회화·공예품·고고자료 등의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서울 흥인지문, 대동여지도 등)을 ‘보물’로 지정하고,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서울 숭례문, 훈민정음 등)을 국보로 지정한다”고 설명한다.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에서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크거나 △제작연대가 오래고 특히 그 시대의 대표적이거나 △특히 저명한 인물과 관련이 깊거나, 그가 제작한 것 등을 국보로 지정하며, 보존가치에 있어 국보와 보물의 차이점은 없다는 것이다.
◆조선총독부 지정번호 그대로 답습 = 그러나 숭례문(남대문)과 흥인지문(동대문)이 ‘국보 1호’와 ‘보물 1호’로 지정될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반론이 제기돼왔다.
가장 결정적인 반론은 우리나라의 ‘국보 1호’와 ‘보물 1호’는 일제가 조선총독부령에 의해 지정한 보물 지정번호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조선총독부가 지정한 ‘보물’ 목록을 보면 △보물 제1호 남대문 △제2호 동대문 △제3호 원각사지탑 △제4호 보신각종 등이었다.
해방 후 이승만 정부는 이런 ‘보물’ 체계를 사실상 그대로 답습했으며, 1962년 문화재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보물’을 ‘국보’와 ‘보물’ 체제로 나누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대문은 보물 1호에서 국보 1호로 △동대문은 보물 2호에서 보물 1호로 △원각사지탑은 보물 3호에서 국보 2호로 △보신각종은 보물 4호에서 보물 2호로 번호가 매겨졌다.
◆“두 성문 통해 일본 장수들이 한양에 입성” = 더 심각한 반론은 일제강점기 당시 남대문과 동대문이 그나마 원형을 보전하고 문화재 지정을 받은 것은 임진왜란 당시 이 두 성문을 통해 일본 장수들이 한양에 입성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인 오타 히데하루(太田秀春) 일본 도후쿠(東北)대 특별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1904~1905년 당시 일제는 경성 일대 도시계획에 따라 남대문과 동대문을 철거 혹은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한성신보’의 사장이었던 나카이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나카이의 주장은 ‘이 두 성문은 임진왜란 때 가토오(加藤淸正)와 고니시(小西行長)가 입성한 문이기에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대문과 동대문이 일본의 한반도 점거를 상징하는 개선문으로 간주돼 철거를 면하고 문화재 지정까지 받은 반면, 서대문(돈화문)은 이와 같은 역사성(?)을 갖추지 못해 완전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최소한 훈민정음 정도는 돼야” = 감사원은 11월 7일부터 25일까지 문화재청 등 8개 기관에 대하여 11명의 감사요원을 투입하여 문화재 지정 및 관리실태에 대한 현장감사를 실시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국가지정 문화재 지정체계, 조선왕조 옥새 등 중요문화재 관리, 문화재 보호관리 체계상의 문제점과 아울러 개선대안을 함께 도출할 계획이다.
김동연 감사원 수석감사관은 “남대문, 동대문의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일제가 지정한 일련번호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재 지정 및 관리 실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을 14개나 보유한 나라로서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것이다.
김 감사관은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과학성이 뛰어난 우리 겨레유산”이라며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 1호’의 자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을 남대문을 대신하는 국보 1호 대상으로 권고하게 될 것임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한편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보와 보물 지정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공유하고 있다”며 “다만 전면 개편할 경우 뒤따라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너무 크다고 판단, 아직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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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우리 문화재를 배울 때부터 가지는 의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문화재청은 “숭례문은 현존 도성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고려 말∼조선시대에 이르는 다포식 건축물의 변화상을 알려주는 등 건축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커 국보 제1호로 지정되었다”는 공식입장을 밝혀왔다.
문화재청은 또 “건조물·고문서·회화·공예품·고고자료 등의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서울 흥인지문, 대동여지도 등)을 ‘보물’로 지정하고,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서울 숭례문, 훈민정음 등)을 국보로 지정한다”고 설명한다.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에서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크거나 △제작연대가 오래고 특히 그 시대의 대표적이거나 △특히 저명한 인물과 관련이 깊거나, 그가 제작한 것 등을 국보로 지정하며, 보존가치에 있어 국보와 보물의 차이점은 없다는 것이다.
◆조선총독부 지정번호 그대로 답습 = 그러나 숭례문(남대문)과 흥인지문(동대문)이 ‘국보 1호’와 ‘보물 1호’로 지정될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반론이 제기돼왔다.
가장 결정적인 반론은 우리나라의 ‘국보 1호’와 ‘보물 1호’는 일제가 조선총독부령에 의해 지정한 보물 지정번호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조선총독부가 지정한 ‘보물’ 목록을 보면 △보물 제1호 남대문 △제2호 동대문 △제3호 원각사지탑 △제4호 보신각종 등이었다.
해방 후 이승만 정부는 이런 ‘보물’ 체계를 사실상 그대로 답습했으며, 1962년 문화재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보물’을 ‘국보’와 ‘보물’ 체제로 나누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대문은 보물 1호에서 국보 1호로 △동대문은 보물 2호에서 보물 1호로 △원각사지탑은 보물 3호에서 국보 2호로 △보신각종은 보물 4호에서 보물 2호로 번호가 매겨졌다.
◆“두 성문 통해 일본 장수들이 한양에 입성” = 더 심각한 반론은 일제강점기 당시 남대문과 동대문이 그나마 원형을 보전하고 문화재 지정을 받은 것은 임진왜란 당시 이 두 성문을 통해 일본 장수들이 한양에 입성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인 오타 히데하루(太田秀春) 일본 도후쿠(東北)대 특별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1904~1905년 당시 일제는 경성 일대 도시계획에 따라 남대문과 동대문을 철거 혹은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한성신보’의 사장이었던 나카이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나카이의 주장은 ‘이 두 성문은 임진왜란 때 가토오(加藤淸正)와 고니시(小西行長)가 입성한 문이기에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대문과 동대문이 일본의 한반도 점거를 상징하는 개선문으로 간주돼 철거를 면하고 문화재 지정까지 받은 반면, 서대문(돈화문)은 이와 같은 역사성(?)을 갖추지 못해 완전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최소한 훈민정음 정도는 돼야” = 감사원은 11월 7일부터 25일까지 문화재청 등 8개 기관에 대하여 11명의 감사요원을 투입하여 문화재 지정 및 관리실태에 대한 현장감사를 실시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국가지정 문화재 지정체계, 조선왕조 옥새 등 중요문화재 관리, 문화재 보호관리 체계상의 문제점과 아울러 개선대안을 함께 도출할 계획이다.
김동연 감사원 수석감사관은 “남대문, 동대문의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일제가 지정한 일련번호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재 지정 및 관리 실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을 14개나 보유한 나라로서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것이다.
김 감사관은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과학성이 뛰어난 우리 겨레유산”이라며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 1호’의 자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을 남대문을 대신하는 국보 1호 대상으로 권고하게 될 것임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한편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보와 보물 지정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공유하고 있다”며 “다만 전면 개편할 경우 뒤따라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너무 크다고 판단, 아직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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