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뻥튀기’ 성과보고 예사
인사담당 신경성 위장병 앓기도
GS칼텍스 본사에 근무하는 강 모(39) 차장은 2월부터 시작하는 연봉협상을 앞두고 출근 준비시간이 길어졌다. 양복이나 넥타이 색깔도 신경 쓰이고, 주름 잡힌 와이셔츠는 갈아입는다. 업무 중에도 누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아 행동도 조심스럽다. 올해 차장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해 승진 심사를 앞두고도 이렇게 긴장하진 않았다. 강 차장은 “기업에 팀제가 정착되면서 승진은 호칭만 바뀌는 것일 뿐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하지만 연봉은 직장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설명했다.
2월 들어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인 연봉협상이 시작됐다. 최근 기업내 팀제가 정착되면서, 직장인에게 연봉은 승진이나 이직보다 더 민감한 문제가 됐다. 실제로 헤드헌팅기업 ‘솔루션’이 새해들어 20~50대 남녀 직장인 283명을 대상으로 전화 및 면접조사한 결과 2008년 직장생활 최대의 관심사에 대해 응답자의 37%가 ‘연봉인상’이라고 답해 ‘이직’(31%)이나 ‘승진’(16%)에 비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연봉협상 때가 되면 회사나 직장인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직장인 입장에선 업무능력에 대한 몸값을 평가받는 기간이고, 연봉책정부서는 직원의 불만 없이 협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LG그룹 한 계열사 인사담당자는 “연봉협상을 위해 가능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하지만, 불만이 없을 수 없다”며 “연봉협상시즌이 되면 HR부서 직원중 상당수가 신경성위장병을 앓을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SDS의 경우 2월말부터 3월까지 연봉협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인사부서는 벌써 초긴장상태다. 이 회사는 얼마전부터 연봉평가 후 본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인사담당자와 면담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한 인사담당자는 “젊은 직장인일수록 회사내 지위보다 자신의 성장을 중시한다”며 “연봉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향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 교육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협상 때는 동료들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 때문에 사내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한다. 일부에선 회사에 ‘뻥튀기’ 성과보고도 하게 된다.
직장인들이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도 이때다. 연봉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가 최근 직장인 2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5.2%(569명)가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거짓말이나 사실을 과장해서 말해 본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겨우 달성했는데) 목표 초과 달성 했습니다’(12.3%)는 거짓말이 가장 많았고, ‘(여럿이 같이 한 일을) 제가 다 한 겁니다’(10.7%)는 거짓말이 뒤를 이었다.
연봉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직장인은 많지만 실제 이들이 이직을 실행하느냐는 전혀 별개 문제다. 아르바이트천국이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연봉 협상 후 만족도’를 묻는 5점척도 질문에 대해 △‘상’(0.5%) △‘중상’(7.6%) △‘중’(41%) △중하(33%) △하(19%)로 나타나, 10명 중 5명은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봉협상 결과가 뜻대로 잘 안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72%가 ‘일단 1년 더 참아보고 다음 연봉협상 때 다시 고민하겠다’고 답했고, ‘생각할 것 없이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고용유연성을 요구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슴없이 실행하는 이직에 대해선 부담스럽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비용이 증가하고, 애써 키워놓은 인재마저 회사를 쉽게 옮길 경우 경쟁력에 손실을 입는다는 것이다. 두산그룹 인사담당자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연공급 체계를 배제한 순수 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인재들의 이직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천국 정동원 실장은 “이직 이유 중 큰 부분이 연봉이므로 기업은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연봉협상을 탈피해야 한다”며 “직원과의 타협을 통해 불만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인사담당 신경성 위장병 앓기도
GS칼텍스 본사에 근무하는 강 모(39) 차장은 2월부터 시작하는 연봉협상을 앞두고 출근 준비시간이 길어졌다. 양복이나 넥타이 색깔도 신경 쓰이고, 주름 잡힌 와이셔츠는 갈아입는다. 업무 중에도 누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아 행동도 조심스럽다. 올해 차장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해 승진 심사를 앞두고도 이렇게 긴장하진 않았다. 강 차장은 “기업에 팀제가 정착되면서 승진은 호칭만 바뀌는 것일 뿐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하지만 연봉은 직장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설명했다.
2월 들어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인 연봉협상이 시작됐다. 최근 기업내 팀제가 정착되면서, 직장인에게 연봉은 승진이나 이직보다 더 민감한 문제가 됐다. 실제로 헤드헌팅기업 ‘솔루션’이 새해들어 20~50대 남녀 직장인 283명을 대상으로 전화 및 면접조사한 결과 2008년 직장생활 최대의 관심사에 대해 응답자의 37%가 ‘연봉인상’이라고 답해 ‘이직’(31%)이나 ‘승진’(16%)에 비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연봉협상 때가 되면 회사나 직장인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직장인 입장에선 업무능력에 대한 몸값을 평가받는 기간이고, 연봉책정부서는 직원의 불만 없이 협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LG그룹 한 계열사 인사담당자는 “연봉협상을 위해 가능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하지만, 불만이 없을 수 없다”며 “연봉협상시즌이 되면 HR부서 직원중 상당수가 신경성위장병을 앓을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SDS의 경우 2월말부터 3월까지 연봉협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인사부서는 벌써 초긴장상태다. 이 회사는 얼마전부터 연봉평가 후 본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인사담당자와 면담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한 인사담당자는 “젊은 직장인일수록 회사내 지위보다 자신의 성장을 중시한다”며 “연봉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향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 교육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협상 때는 동료들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 때문에 사내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한다. 일부에선 회사에 ‘뻥튀기’ 성과보고도 하게 된다.
직장인들이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도 이때다. 연봉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가 최근 직장인 2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5.2%(569명)가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거짓말이나 사실을 과장해서 말해 본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겨우 달성했는데) 목표 초과 달성 했습니다’(12.3%)는 거짓말이 가장 많았고, ‘(여럿이 같이 한 일을) 제가 다 한 겁니다’(10.7%)는 거짓말이 뒤를 이었다.
연봉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직장인은 많지만 실제 이들이 이직을 실행하느냐는 전혀 별개 문제다. 아르바이트천국이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연봉 협상 후 만족도’를 묻는 5점척도 질문에 대해 △‘상’(0.5%) △‘중상’(7.6%) △‘중’(41%) △중하(33%) △하(19%)로 나타나, 10명 중 5명은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봉협상 결과가 뜻대로 잘 안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72%가 ‘일단 1년 더 참아보고 다음 연봉협상 때 다시 고민하겠다’고 답했고, ‘생각할 것 없이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고용유연성을 요구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슴없이 실행하는 이직에 대해선 부담스럽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비용이 증가하고, 애써 키워놓은 인재마저 회사를 쉽게 옮길 경우 경쟁력에 손실을 입는다는 것이다. 두산그룹 인사담당자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연공급 체계를 배제한 순수 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인재들의 이직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천국 정동원 실장은 “이직 이유 중 큰 부분이 연봉이므로 기업은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연봉협상을 탈피해야 한다”며 “직원과의 타협을 통해 불만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