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지만 힘찬 도약, 남자 리듬체조계의 매력남

지역내일 2008-08-15
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죽전에 스포츠클럽 문 연 남자리듬체조 김응진 선수

유아체육, 운동치료교정, 헬스, 유아무용교사 등 보유자격증만 무려 15개

후프, 볼, 리본, 줄, 곤봉 등 5개 세부 종목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리듬체조. 여자선수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여자선수들만의 종목으로 알려져 있는 리듬체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한국 최초의 남자 리듬체조 선수 김응진(29) 씨. 최근 스포츠클럽 운영에 뛰어들면서 제2의 도전을 시작한 김응진 씨를 만나봤다.

“여자 리듬체조와 달리 공중제비 같은 기계체조의 마루운동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남자리듬체조만의 특징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박진감 넘치는 매력 때문에 차츰 남자 리듬체조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고 있어 다행이예요.”

남자가 리듬체조를? ‘성차별 벽’ 허물기 어려워
기계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김응진 씨는 국내 남자 리듬체조에 첫 발을 디딘 선구자다. 현재 남자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경력은 짐작했던 것 이상으로 화려했다.

기계체조 국가대표 시설 단체 1위, 개인종합 2위, 링 1위를 비롯해 49회 종별 체조선수권대회 단체 1위, 뜀틀 3위, 50회 대회에서는 단체 1위, 링 1위, 25회 회장기 쟁탈 전국 중고 체조대회 단체 1위, 철봉1위 등 수상경력만도 수십여 차례에 이른다. 기계체조 선수였던 그가 여자선수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리듬체조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2001년에 대한체육회에서 남자 리듬체조 선수들을 모집했는데, 그때 마침 전 부상으로 인해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어요. 과거의 영광에 묻혀 지내기보다는 새로운 길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꼬박 3년 동안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에서 일본인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고되고 험난한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한때 국내 기계체조 선수들 가운데 랭킹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유망주로 꼽히기도 한 그였지만 ‘선구자’라는 집념 하나로 힘겨운 훈련을 버텨냈다. 훈련보다 더 힘든 것은 ‘리듬체조 성차별’의 벽을 뛰어넘는 일이었다고.

“시범경기를 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으면 곤봉이랑 링을 들고 있는 저희를 보는 체조선수들 시선이 따가울 때가 많습니다. ‘왜 여자애들이 하는 걸 들고 다니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처음엔 리듬체조 한다는 말이 어찌나 잘 안나오던지…”

내년 세계대회 참가 후 은퇴 계획…후배 양성 매진할 터
남자 리듬체조는 일본에서는 반 세기 역사에 등록 선수가 4천여명이나 되는 인기종목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대회조차 없다. 국내 남자 리듬체조 선수는 김 씨를 비롯해 3~4명에 불과하다. 국내 대회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은 회장배대회, KBS배대회, 포스코교육재단배대회, 교보생명컵대회 등 리듬체조 및 기계체조대회를 전전하며 시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선수가 부족해 6명이 함께 펼치는 단체경기에 출전해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쉽습니다. 단체경기는 곤봉이나 링 등 수구사용 없이 기계체조의 기술을 가미한 군무와 비슷한 것이 특징이죠.”

김 씨는 2001년 리듬체조로 선회한 이후에도 수많은 세계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2003년 세계남자리듬체조 오픈선수권대회 개인종합 8위 곤봉 1위, 2005년 세계남자리듬체조 오픈 선수권대회 개인종합 2위 곤봉 1위 로프 1위 후프(링) 3위 스틱 2위, 2003년 세계남자리듬체조 오픈 경기 곤봉 1위 세계랭킹 2위,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2위, 곤봉 1위, 로프(줄) 1위, 후프(링) 3위, 스틱 2위 등 일일이 소개하기 벅찰 정도다. 내년 10월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끝으로 은퇴를 예정하고 있는 그의 가장 큰 욕심은 한국의 리듬체조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후배들을 길러내는 일이다.

“남자 리듬체조가 비인기종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고, 그만큼 지원도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세계 시합에서도 리듬체조 하면 한국이 제일 잘 한다는 애기를 들을 수 있도록 후배들을 키워내는데 힘쓰고 싶어요.”

김 씨는 요즘 용인 죽전에 유아재능발달체조와 영어 스토리발레 등 미래의 체조 꿈나무를 양성하는 ‘짐아트 스포츠클럽’ 개관 준비에 한창이다.
유아재능발달 체조, 리듬체조, 유아 스크린 체조, 유아한국무용, 유아발레, 음악줄넘기 등 4세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3살짜리 조카와 길을 가다 보면 다들 제가 아빠인 줄 알아요. 어렸을때부터 아이들과 놀아주는 걸 워낙 좋아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경희대학교 스포츠 지도과를 졸업한 그가 보유한 자격증만 해도 유아체육교사 1급, 유아 레크레이션 교사 2급, 운동치료 교정사, 에어로빅 3급, 헬스(보디빌딩) 3급, 스포츠 마사지 1.2급 등 무려 15개. 몇 년 전부터는 매주 화요일, 용인 이동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그가 운영하게 될 스포츠클럽에는 유아 프로그램과 함께 성인 라인업 스트레칭과 다이어트 스트레칭 등 성인반도 생긴다.

“대회를 앞두고 몇 킬로그램씩 체중을 늘렸다 줄였다 체중조절을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선수들 입장에선 체중을 늘리는게 힘이 들지, 체중감량은 오히려 더 수월해요. 현장에서 익힌 체중조절 노하우들을 체계화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김응진 씨. 남자 리듬체조를 꿋꿋이 지켜가는 부드럽지만 힘찬 그의 도약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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