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그녀의 삶은 항상 맑음

지역내일 2008-08-15
- 베스트키드어린이집 교사 손진숙

들로, 산으로, 어느새 엄마가 가지런히 땋아준 머리는 헝클어지고 예쁜 핀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유치원에 다니던 동네 아이들이 배워온 율동과 노래를 보면서 가사를 바꿔 부르거나 아이들을 앉혀놓고 아카시아 파마도 해줘가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또 어찌나 아이들을 돌보는 걸 좋아했던지 사촌동생도 자기가 다 보살폈다고 손진숙 씨는 신나게 얘기한다.

어린이집에서 매일 바깥놀이를 하는데 지난번에는 가까운 산으로 가서 숲체험도 하고 숲에한창인 아카시아 나무로 2~4세 아이들에게 아카시아 파마도 해줬다고. 원장도, 손 씨도 해봤던 경험을 살려 서로 다른 방식의 아카시아 파마를 하는 모습이 마치 대결을 하는 것 같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단다. 손 씨의 어릴 적 삶은 현재로 그대로 옮겨와 있는 듯 했다. ‘어린이집 교사’에 결혼 전 ‘헤어 디자이너’, ‘속셈학원 강사’까지….

사투리 얘기가 나오자 손 씨는 “강원도가 고향이냐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경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학교 따라 직장 따라 대구, 경주, 서울, 수원 등 두루두루 다녔더니 사투리가 섞인 모양”이라며 시종일관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그 많은 곳을 옮겨 다녔다니 친구나 있을까, 외롭지는 않았을까 싶지만 그녀에겐 이런 걱정조차 기우였다. 호기심 많고 구수한 사투리에 정 많은 그녀의 심성이 거쳐 간 직업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났을 터. 아는 언니, 동생도 많고 설사 잘 모른다 하더라도 경계심 없는 그녀의 마음에 누군들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으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9월에 있을 보육교사 자격증 2급 승급 시험을 준비 중이다. 지금 자격증도 창래(초2),지현이(6세)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다잡아가며 따냈다. 주부에게 새로운 도전은 항상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동반되기 마련이지만 그것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예전 어린이집에서 가르쳤다는 꼬마 아이를 만났다. 기억하고 있을지도, 아닐지도 모를 그 아이에게 다가서며행복해 하는 손 씨 덕분에 덩달아 내 삶에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바둑’은 묵묵히 언제나 그 자리에
율전바둑교실 천명화

학원에서 상담 업무와 차량 운행을 담당하고 있는 천명화 씨. 그녀 앞에 서면 왜 마음속 얘기가 이리도 술술 잘 흘러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상대방도 그것을 알고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냥 편한대로 내 마음을 보여주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게 그녀의 답변이다. 학원생 엄마들과 동네 아줌마 만난 듯 편하다 보니 ‘00이 아픈 것 같더라.’,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데 마음이 안 좋은 것 같더라.’ 등등 아이들의 기분이나 상태에 관한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게 또 고맙고 좋다는 게 학부모들의 의견. ‘한번 율전바둑교실 학생은 영원한 율전바둑교실 학생’이 되는 공식쯤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바둑교실을 시작한지는 1년 정도 밖에 안됐지만 10년간 바둑 사범 생활을 했던 남편(원장)과 변화해가는 아이들을 통해 바둑의 매력을 한껏 느끼고 있다.

“수리력, 집중력을 길러준다는 기존의 장점 외에도 아빠와의 건전한 놀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몸을 움직여 놀아야 되는 아이들에게 맞추느라 주말에도 피곤해하는 아빠에게 아이와의 바둑 한판은 차분한 시간활용도 되고 아이에 대한 신뢰감도 높아지죠. 또 하나는사춘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해요. 여러 여건들로 충동적인 요즘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사고력은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게 하죠.” 긍정적이고 정직한 가치관도 닮아가는 모양이다. 지난 3,4월 새 정부의 영어 열풍을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도 남편은 그 흔한 시끌벅적한 광고 한번 하지 않았다. ‘사심이 들어가면 아이가 제대로 보이겠느냐’는 것. 그렇게 그 자리에서 ‘바둑’을 지켜온 그들에게 좋은 사람들이 따라붙는 건 당연한 결과다. 주변 엄마들에게 여름방학 특강 홍보를 자처하고 나서는 학부모들이 그래서 더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되는 ‘체스’와 ‘바둑’교실은 나름 출혈(?)도 있지만 보다 많은 아이들이 ‘바둑’으로 인성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게 천 씨의 바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명화 씨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편안한 웃음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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