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니어그램

자신의 진짜 마음에 귀 기울여야

지역내일 2008-09-11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가 되는 과정…아이를 그대로 존중할 수 있어

소는 풀을 먹고 사자는 살코기를 먹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주저 없이 소는 풀밭으로, 사자는 정글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소와 사자의 타고난 적성(기질)을 모른다면? 사자는 원치도 않는 풀을 뜯으며 자신의 본성을 잊은 채 살아가진 않았을까. 풀밭과 정글은 환경이다. 이런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부모라면 지금 아이의 타고난 적성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누굴까,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그런 물음에서 비롯된 여행이 지금부터 펼쳐진다.

우리 아이, 그리고 나!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초등학교 2학년인 이모 군(9)은 3살 차이 나는 형과 걸핏하면 사소한 일로 싸우기 일쑤다. 정작 자기가 잘못 하고도 형이 잘못한 부분만을 꼬집으며 좀처럼 사과를 하는 법도 없다. 오히려 “왜 형은 안 혼내느냐”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쑥 화를 내다가도 어느 순간엔 그렇게 따뜻한 아이일 수가 없다는데, 엄마의 마음을 읽고 다독거려줄 때는 ‘도대체 어느 모습이 진짜인지,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주부 김 씨(37. 장안구 정자동)는 난감해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에니어그램의 8번 유형은 힘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죠. 모든 주도권을 자기가 갖길 원하고 그러다 보니 자기주장도 강하고 위협적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분노조절이 안돼 즉흥적인 감정을 자주 드러내고요.”

굳이 자기가 하겠다며 무거운 짐을 질질 끌고 가는 아이가 이 유형의 대표적인 경우. ‘엄마가 흙이 묻는다고 만류하면 아이는 실망하게 되고 결국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게 한국에니어마인드연구소 이화영 강사의 설명이다.

▶ 왜?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행
2500여년 전 고대 근동 지방에서 시작된 에니어그램은 ‘에니어(ennea,아홉)’와 ‘그램(gram,점·무게)’의 합성어. ‘아홉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성격은 크게 아홉 가지로 나눠지는데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힘의 중심(에너지원)이 어디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머리(5,6,7번 유형), 가슴(2,3,4번 유형), 장(8,9,1번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각 번호의 유형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머리형은 사고형, 가슴형은 관계 중심, 장형은 힘의 본능에 의지한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반응이 서로 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행동을 보일까?’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더듬다 보면 내면에 숨겨진 자신의 본질을 만나게 된다.

“나를 찾고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해관계도 넓히는 과정이 에니어그램,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의미”라고 이화영 강사는 강조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현재 모습만을 보는 MBTI 검사와는 이런 면에서 차이가 난다.

▶‘집착’은 왜곡된 나의 본질-내면은 한없이 부드럽고 보호받고 싶어
이모 군 역시 내면은 아주 연약한 존재. 호두껍질에 비유하기도 한다. 약한 ‘나’를 숨기고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혼이 난다는 건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과 같아 엄청난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땐 아이의 마음부터 알아주고, 어느 정도 화가 수그러든 다음 얘기해야 한다.

‘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화를 내지 않고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긍정적인 이미지의 호랑이처럼 필요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 강한 아이로 키울 수가 있다. 단, 아빠 엄마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남들과 타협하는 힘도 힘이고, 어떤 행동을 하기 전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는 여러 충고가 아이의 가슴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말이다. 큰 그림을 보는 아이의 특성(소소한 것은 금방 잊어버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을 살려 공부 역시 목차를 먼저 살펴보는 등 전체적인 틀에서 작은 그림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주부 김 씨는 장형 중에서 완벽주의자인 1번 유형, 내면에 또 다른 내가 있어 자신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도덕과 규칙에 얽매인다. 그러다 보니 잔소리도 많은 편. 그런 김 씨에게 규칙을 안 지키고 감정적인 8번 유형의 작은 아이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을 수밖에. 상처 주는 말을 그만두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 자신도, 아이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이해가 되면서 관계개선에도 도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은 쉽지 않다. 가정환경과 외부의 영향으로 학습되어진 부분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자신이 여러 유형에 속해있다고 느낀다. 물심양면으로 아이에게 헌신하고 일정한 틀 안에 아이를 가둔 채 안전을 추구하는 2,6번 유형의 엄마들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내가 왜 야단을 치지’, ‘공부 잘하라고?’, ‘왜 공부를 잘해야 하지’를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 같은 답이 기다리고 있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기만족이다.

실제로 수원지역사회교육협의회 ‘에니어그램’ 강좌에서 만난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 시작’ 했지만 정작 모르고 있던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집착을 찾는 순간 남편과 아이에게 했던 행동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됐고 부부관계에도 많은 해답과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소 대화에 있어서도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란 물음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홉 가지 유형을 다 아우르면서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이해하게 되고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현재 에니어그램은 미국에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심리치료, 가족상담, 기업체 면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도움말 한국에니어마인드연구소 이화영 강사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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