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점역·교정사 송지숙 씨

지역내일 2008-09-11
나는 ‘아름다운 번역가’!
일반도서는 물론 교과서, 참고서, 리포트까지 점자화

막 배달된 신문을 읽거나 최근 출시된 도서를 구입해서 읽는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특별할 것이 없는 너무나 평범한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그런 일들이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들이다. 그들에게 ‘신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간이 점자로 번역되어 그들의 손가락에 닿을 즈음이면 수많은 또 다른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역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연신 점자를 입력하고 있는 점역·교정사 송지숙(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 37)씨를 만났다.

내 손은 시각장애인들의 눈
상일동에 위치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는 전문점역교정사부터 자원봉사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반 묵자도서를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점자도서를 만드는 작업이다. 책 한권을 점자도서로 만들기 위해서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일반 도서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중·고·대학생들은 물론 많은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데이터가 마련되면 점역프로그램을 이용해 점자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이지요.”

점역·교정사는 눈으로 읽는 일반 문자를 점자로 고치는 작업과 완성된 점자를 교정하는 일을 한다. 점역사들이 점역한 책들이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준다고 하여 점역사를 ‘아름다운 번역가’로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개인이 점자를 배워 익숙해져서 점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자격증을 취득한 점역·교정사가 전문적으로 점역하는 경우가 많다.

송씨는 “대학교 다닐 때 우연히 아르바이트하면서 점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점자가 좋아서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고, 점역일을 해 온지 올해로 벌써 14년이 다 되어간다”고 말했다.

학업의 길 넓혀주고 싶어
송씨가 점역일을 해 오면서 느끼는 점도 남다르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시각장애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 없습니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문제를 풀고 싶어도 점역되어있는 참고서나 문제집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요즘 송씨는 학습지원을 위한 점역일에 열중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도서와 참고서는 물론 일반학교에 진학한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교과서 점역, 시각장애대학생들을 위한 강의도서·리포트 점역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일은 끝이 없다. 송씨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점역도서를 위한 일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점역도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한글과 영어 중심으로 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다보니 수학이나 과학, 외국어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재능을 가진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많은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는 점역사 일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뜻있는 출판사에서 복지관에 도서데이터를 보내주는 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컴퓨터 데이터들은 일반 도서를 컴퓨터 워드편집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소요되는 인력을 많이 줄여줘 큰 도움이 된다.

송씨는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방송교재나 정기간행물을 월초인 1일에 맞춰 점역하다보니 매월 25~28일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며 행복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장애는 열등감이 아닌 불편함일 뿐
송씨에게는 6살, 2살난 아이들이 있다. 엄마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직업을 갖고 있어서인지 두 아이들에게 시각장애인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불편함을 가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큰 아이가 처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유치원에서 배운 배꼽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안녕하세요’라며 큰 소리로 인사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분들에게는 행동보다 소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아요”

송씨가 자연스럽게 생활하면서 보여준 것들이 아이에게 큰 교육이 된 것이다. 송씨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배려를 위한 기본교육을 중요시한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하기 쉬운 봉사활동으로 입소문난 컴퓨터워드작업도, 가정으로 책을 가져가 부모가 대신 해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복지관 내에서만 작업하도록 하는 등 학생들의 진심을 요구하고 있다.

송씨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한 봉사활동의 내용과 중요성 등을 반드시 알려주고, 자신이 한 일들이 어떻게 이뤄지고 그 결과물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영상자료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상물을 보면서 스스로를 뿌듯해하고 자원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고 말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부모들도 자녀에 대한 사랑과 교육열은 정안인(正眼人)과 다르지 않다. 부모 모두가 시각장애를 가졌어도 자식을 누구보다 잘 키우고, 사회의 지원이 부족한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 직접 그룹을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커다란 사회의 편견과 좁은 교육의 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교육은 기본입니다. 교육을 위한 다양한 책들의 제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께 더 많은 점자도서보급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배려가 그분들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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