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문화상 문화체육부장관상 수상 이병욱씨

“많은 사람이 같이 읽으면 더 좋죠”

책은 배움의 터전이라는 생각에 다독생활 즐겨, 평생 모은 책 1000여권 중앙도서관에 기증

지역내일 2008-10-06 (수정 2008-10-06 오후 7:09:29)


중앙도서관 문헌자료실에 ‘병욱문고’가 생겼다. 시와 소설부터 정치경제 분야까지 읽은 사람의 지적 수준을 짐작케 하는 묵직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1000권이 넘어 보이는 저 많은 책을 누가 읽다 기증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샀던 책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책을 살 때의 그 마음까지 함께 버려야 하기 때문. 책값도 만만찮게 들었을 텐데 귀하게 사서 모은 책을 어쩌다가 내 보내야 했을까? 중앙도서관 사서를 통해 기증자의 사연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병욱씨를 만났다. 

책이 배움의 터전 
와동 주택가에 있는 이병욱씨의 집을 찾으니 만삭에 가까운 배를 하고 이병욱씨의 딸 세라씨가 문을 열어준다. “아무나 읽는 책이 아니에요.” 기증하신 책을 보니 수준이 높더라는 질문에 이병욱씨가 이렇게 대답한다. “사는 게 수준이 낮으니까 책이라도 봐야 배움의 터전이 생긴다는 생각으로 책을 봤어요. 특히 제가 몸이 아프니까 고난극복에 관한 책을 많이 봤죠. 집사람은 결혼하기 전부터 책을 좋아해서 살림은 안 사도 책은 샀어요. 기증한 책보다 몇 배나 더 버렸어요. 남도 주고.” 책을 기증한 사연은 간단했다. 이젠 읽을 사람도 없고 딸이 가족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면서 방이 필요했기 때문. 이번엔 천 권이 넘는 책을 한꺼번에 치워야 해 아까운 마음에 기증처를 찾다 중앙도서관과 연결이 되었고 마침 독서문화상 대상자로 추천되면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게 되었다는 사연. “읽지도 못하는 데, 많은 사람이 같이 읽으면 더 좋죠.” 기증한 책이 전혀 아깝지 않단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이병욱씨는 30대 후반부터 앓기 시작한 질병으로 현재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 못해 하반신으로 연결된 신경을 끊는 수술을 받았지만 오히려 생 이가 빠질 정도로 고통이 심해졌다. 의사도 모른다는 병명. 치료는 힘들고 진통제로 견디고 있다. 진통제 효과가 떨어지면 손발이 떨리고 이를 악물어도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가 이런 병을 앓게 된 원인을 담당의사는 화학약품 때문으로 추정한다. 30대 초반 강원도 정선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상경해 자동차의자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증상이 시작됐다. 화약약품을 섞어 스펀지를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일을 하고 나면 유독가스가 심해 코를 만질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고 한다. 하루 일하고 그만 두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지독한 환경이었다. 그런 공장에서 그는 월세방을 벗어나기 위해 1주일에 닷새나 철야작업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당시엔 생활이 어렵고 달리 선택할 직업이 없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열심히 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모르겠어요. 이번 추석을 안 넘기려고 했는데…, 저 사람을 두고 갈 수도 없고….” 이병욱씨에겐 치매환자인 부인 계문숙씨가 있다. 중증 치매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계씨. 젊은 나이에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보니 치매라는 생각을 못해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흔히들 날마다 책을 읽거나 계산을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계씨에겐 극복하기 힘든 아픔이 있었다. “제가 잘 못 했어요. 아들을 군대에 안 보냈어야 했는데….” 군면제가 가능한 아들을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 일부러 보냈다고. 그 아들이 제대하고 돌아와 하반신 마비로 변해버린 이씨를 보고 충격을 받더란다. 제대 후 직장일과 병간호로 3년을 보내던 아들이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에 미래에 대한 희망줄을 놓아 버렸다. 아들이 힘들어 하며 ‘이상한 기색’을 보였지만 상상도 못하고 있던 부모는 한 순간에 아들을 잃어 버렸다. 아들을 잃고 내성적인 성격에 별다른 스트레스 해소법도 없이 책을 읽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리던 계씨는 점점 더 우울해 하더니 결국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 그게 자신의 탓이라며 이병욱씨가 가슴을 친다. 한 사람의 질병이 가져 온 온 가족의 고통.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인터뷰가 끝나도록 계문숙씨는 잠을 잤다. 남편을 오빠라고, 딸을 언니라고 부르며 가끔은 발작도 일으킨단다.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돌아와 병욱문고 앞에서 그가 읽었을 책들을 훑어본다. 오늘밤은 그가 읽었던 책을 통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서영란 리포터 triumv@kornet.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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