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술과 밥

지역내일 2008-10-17
술과 밥은 똑같이 곡식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작용은 서로 정반대다. 똑같은 함수탄소를 원료로 한 이 둘의 특성과 상호 작용을 잘 활용하면 단주에 도움이 된다.
60세에 이른 K씨가 최근에 단주를 5년 이상 잘 유지한 것은 아주 중요한 이론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을 사용한 때문이 아니다. 단지 밥 먹기를 잘 활용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지난날 어려운 일에 부닥쳤을 때처럼 매사를 지식과 논리를 동원해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알코올과 알코올중독에 관한 서적들을 두루 탐독하고 지식을 쌓아 이론적으로 완전하게 무장했다. 단주 모임 때마다 완벽한 논리를 전개하며 자신보다는 초심자들에게 조언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알코올 박사” 라거나 “K 교수” 등으로 불렀다. 그러나 그의 단주는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형편이 어려워 식구들과 떨어져 동생이 운영하는 외지의 공장에 의탁해 지내게 됐다. 야간에 공장을 지키며 혼자 지내야 하는 형편에서야 평생 처음 스스로를 챙겨야 하는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식사도 제 때 챙기기 어려웠다. 주중 식사도 대충 때우고 빨래도 모아다가 집에 갖다 주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손수 빨래하는 것이 익숙하여졌다. 그리고 그런 일이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것도, 힘든 일도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단주가 길어져 가고, 단순한 일과 속에서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생각도 깊어졌다. 자신의 단주의 의미를 자각하고, 자신의 삶에 대하여서도 시각과 생각이 달라졌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지난날과는 퍽 다르게 받아드렸다.
술과 밥에 대하여서도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날 술이 없이 어떻게 사업을 벌이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또한 밥에 대하여서는 생각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 5년 몇 개월 동안 그는 단 두 번 끼니를 걸렀다 한다. 가만히 생각하여 보니 사람이 밥을 먹을 때가 삶에서 몇 안 되는 즐거운 순간이더라는 것이다. 술에 빠져 지내는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이 그러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더구나 한번 지나쳐버린 식사의 즐거움은 결코 나중에 되찾아 먹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끼를 배불리 먹으면 결코 술의 유혹에 빠질 리가 없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밥을 거르지 않는 것으로 5년 이상 단주를 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한 끼 밥을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강원 알코올 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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