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신

거꾸로 가는 영어교육

지역내일 2008-11-03
- 미국 교과서로 배우는 영어란 어떤 영어일까?

영어 교육과 관련하여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어느 학원에서는 미국 교과서를 그대로 교재로 사용한다”이다. 그리고 이 말 속에는 이런 영어교육방법이 바람직하다 못해 대단하다는 뉘앙스가 숨어 있다. 여기에 덧붙여“이 학원의 몇 학년(레벨) 과정은 미국 본토의 몇 학년 영어와 같다”고 한다. 이런 과정의 영어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이제 ‘국제중학교’라는 곳을 가게 될 것이고, 또 이어 소위 말하는 특목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대학에 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언뜻 들으면 우리 아이에게 있어, 또 그런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있어서 황홀한 과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선택 받은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거꾸로 가는 영어 교육의 현실을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소위 ‘글로벌화(Globalization)’라는 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그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누구나 그 의미를 ‘세계 전체를 아우르고 움직이는 초 문화적 거대한 사회가 존재하며 개별적 국가나 문화는 원초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 사회 속에 속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어쩌면 조지 오웰이 <1984>이란 작품에서 언급한 Big Brother와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등장하던 시기는 미국의 번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러한 문맥 속에서 뜻 있는 행동주의자들은 Globalization이 곧 Americanization이라는 인식 하에서 globalization을 반대하는 시위와 투쟁을 계속해 왔다. Globalization이 꼭 미국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몇몇 강대국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휘두르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계획과 비전이 지금에 와서 분명 실패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그것도 뒤늦게 이제 와서 많은 문제점들을 표출한 채 절대적 힘을 상실해 가는 나라 미국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단순히 영어 하나를 잘 배우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요즈음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는 localization이다. 다시 말해 내가 나를 버리고 세계 문화 속에 속하는 것이 세계화가 아니라 나의 나라, 나의 문화, 나의 언어가 세계를 대표함으로 나의 정체성이 세계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세워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라는 말이다. 미국의 교과서를 가지고 영어 학습을 한다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배우는 것이다. 단순히 언어능력만 가지고 얘기한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학교 또는 학원에서 원어민과 함께 일정기간 동안 영어를 배우면 해결되는 문제다.
아이 영어 교육의 문제의 중심에는 엄마가 서 있다. “무슨 무슨 교육을 하는 학원이 있더라”라고 누군가 떠들면 여기저기서 관심을 갖고 그곳에 몰리는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학원들이 어떤 의식과 목표를 가지고 영어교육을 시키는지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상세하게 알아본 적이 있는지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그런 학원들이 미국 교과서로 영어를 가르쳐서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것인지 설명하고 증명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기발한 상술로 현혹하는 학원이 아니라면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엄마 또한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답할 수 없다면 심각하다. 분명 엄마 자신의 문제이며, 그 문제는 두 개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학원정보’가 전혀 생산적이거나 자랑할 것이 아니면서도 스스로 대단한 루트나 채널을 가진 것처럼 착각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자신이 영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옳은 것을 판단하거나 바람직한 방향을 찾지 못해 남들이 좋다는 곳에 그냥 아이를 통째로 맡겨 버리는 비겁함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대한민국의 아이로서 잘 자라기 위해 영어가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슬프다. 내 아이가 대한민국의 아이로 세계사회 속에 당당하려면 그 아이가 커서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가 한국말 외에 ‘국제어로서의 영어’를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 아이가 미국 또는 영국의 역사나 문화를 알기 위해 영어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도구를 통해 내 나라, 내 문화를 말하고 전하고 빛내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영어학습을 하는 아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이와 삶을 같이 하는 엄마가 영어에 눈을 뜨는 것이다. 시스템에 아이를 통째로 맡기며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 엄마가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자신의 영어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아이 영어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생산적인 능력이고 자신을 당당하게 하는 능력이다. 엄마 자신이 영어를 앎으로 해서 몰입교육의 문제점과 미국교과서로 영어를 배우는 어리석음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엄마의 진짜 능력이다. 바로 이런 능력으로 내 아이를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만들어야 한다. Globalization의 의미가 바뀐 것처럼 아이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힘이 돼 주어야 하는 엄마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JC링구아 오석봉교수
(02)515-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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