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늦가을 교정의 스케치

지역내일 2008-11-17

양재고등학교 교장 최상규

교정 여기저기에 산수유, 철쭉, 등나무가 철 따라 예쁜 자태를 뽐내는가 했더니 어느 새 단풍이 곱게 물들며 가을도 깊어 갑니다. 매일 아침 등교길에 떨어진 낙엽을 일부러 보름쯤 쓸지 않고 두어 봅니다. 낙엽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지요. 나아가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도심의 학생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다소나마 맛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교정에 국화꽃과 포인세티아로 모양을 내어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불현듯 ‘어느 나무 단풍이 가장 예쁠까?’하는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은행잎의 샛노랑도 단풍나무의 진홍빛도 너무 곱고 노랑에서 주홍 사이의 색이 잘 어울리는 느티나무나 벚나무의 단풍도, 학교 뒷편의 우면산을 수 놓고 있는 현란한 단풍들과 조화를 이루며 여간 아름답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나무가 한 가지 단풍 색을 갖는다면 아름다움은 한결 덜하겠지요. 또 은행나무의 단풍이 단풍나무나 느티나무보다 더 예쁘다고 우열을 가릴 필요도 없고 가릴 수도 없습니다. 저마다 다 예쁜 것이지요.
우리 학생들 모두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이며 특별한 잠재능력을 최소한 한 가지씩은 가지고 태어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지 미처 잘 모르거나 계발이 아직은 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창 너머 운동장에선 구기종목의 하나인 축구 결승전이 열려 “11반 이겨라!” “9반 힘내라!”며 소리치는 학생들의 응원 열기가 온 교정에 뜨겁습니다. 유감스러운 것은 운동장이 너무 좁아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내년에는 넓은 운동장을 빌려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학기 중 영어 듣기대회, 논술대회, 단축마라톤대회, 전국체육대회 볼링부문에서 종합우승, 전국발명품경진대회에서 금상 수상, 과학퀴즈대회, 탐구발표대회, 미술대회, 한라산 등반이 가장 인상에 남는 1학년의 수학여행, 2학년의 수련회, 계발활동의 종합발표축제인 양재전, 교지편집, 영자신문 제작, 명사초빙 강연회,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과 시립 어린이 병원 등에서 불우아동을 돕는 봉사활동 등이 실시 되었습니다. 이 모든 행사들은 전인교육으로 바른 인성을 기르고자 하는 점과 아울러 각자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앞으로 자녀들이 하고자 하는 일과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장래 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등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입니다. 교육과정에 따라 위와 같은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업을 열심히 할 때 자녀들은 자신의 잠재능력이 무엇이고,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인지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자녀들은 각자 인생행로의 북극성을 정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분명할수록 자기 스스로 공부를 즐거운 가운데 열심히 할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수학능력시험이 본교에서 있었습니다. 선배들은 “수능대박을 고대합니다”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 후배들을 격려하고 재학생들은 선배들이 시험을 잘 보아 원하는 대학에 철썩 합격하라고 찹쌀떡을 선배들에게 나누는 모습은 여간 따스한 정경이 아니었습니다.수능 전날에는 이름도 생소한 장행식을 하였습니다. 이 식은 원래 군인의 출정이나 운동선수의 원정을 성대히 축하하는 모임입니다. 그간 밤늦도록 수년간 공부하는 기계처럼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하며 열심히 공부해 온 고3 수험생이 노력한 만큼 값진 열매 맺기와 행운이 함께 하기를 장행식에서 기원했습니다. 밤이 늦도록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내가 대신 공부하고 시험을 칠 수 있다면 좋으련만’하고 안타까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님들도 때맞추어 간식도 제공해 주시는 등 그간 자녀를 위한 노고와 마음고생이 아주 많았습니다. 고교 졸업 후 희망하는 직장의 취업이 보다 쉬워지고 고교 졸업자의 임금도 대학 졸업자와 큰 차이가 없지 않는 한 아침 저녁 고교생들의 별보기 삶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섭니다. 우리 집 사람은 평생 고3 학부형이라고 저에게 농담을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7시 20분경까지 출근하여 밤늦도록 학교에서 학생들을 마음속으로 격려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230여 나라 중. 110번째 크기의 작은 나라로 인구는 많아 25위, 인구밀도는 더욱 높아 세계 3위이며, 에너지 자급도는 3%, 식량자급도는 28%에 불과하고 천연자원이라곤 거의 없지요. 그런 우리나라가 1960년 1인당 국민소득 80$에서 2007년 20,045$로 230배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도 교육의 힘이 가장 크다고 자부합니다. 그간 선생님들이 합심하여 열심히 학생을 지도하고, 학생들은 불타는 향학열로 경쟁력 있고 유능한 인재가 많이 사회에 배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역할이 지대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경기에서는 시작할 때 5분과 마지막 5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용소나 미장원에서는 기술이 가장 좋은 사람이 마무리를 합니다. 그 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가수가 성의 없이 입만 벙긋대는 것보다 땀을 흘리면서 온몸으로 열창을 할 때 우리는 진한 감동을 받지 않습니까? 아름답지 않습니까? 교장으로서 한 해 동안 입만 벙긋대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마무리를 잘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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