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등산기

이방인이 되어 산의 정상에 서다

새소리, 물소리 정겨운 바람소리까지 진득하게 묻어나는 산

지역내일 2008-10-22 (수정 2008-10-22 오후 6:33:58)




누군가 말했다. 산에 가는 것은 제 스스로 길을 내는 일이라고. 산에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길은 세속의 길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이다. 집 바깥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또 다른 나만의 비밀의 길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 길은 가능하면 혼자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산의 외침에 귀 기울이다
한가한 주말. 느긋하게 빵과 우유 한 잔을 곁들인 브런치로 요기를 해결하고, 손바닥만한 배낭에 짐을 꾸렸다. 손수건, 사과, 생수 그리고 맥주 한 캔. 산에 오르는데 웬 술이냐고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수리산 정상에 가면 요행히 막걸리 파는 아주머니를 만난다면 다행이지만 맥주는 혹시나 해서 챙긴 비상식량(?)인 셈이다. 복장도 단단히 갖췄다. 기후가 시시각각 변하는 산의 특성상 두툼한 긴 잠바도 입었고 등산화도 신고 모자도 푹 눌러썼다. 최대한 등산객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발상에서 출발 직전 거울보고 아웃도어 패션쇼도 한 번 해봤다.
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단풍 든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처럼 수리산 꼭대기로 갈 수 있는 등산로는 군포나 안양에서 오를 수 있다. 안양시에서 갈 수 있는 길을 택해 등산을 하기로 결정하고 수리산의 관문이나 다름없는 안양9동 삼거리 슈퍼 앞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마침 휴일이라 슈퍼 앞에는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저마다 손에는 간식거리가 챙겨져 있었다. 길 건너 병목안 시민공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서서히 등반을 시작했다.
수리산의 주 등산로로 알려진 자연학습장 초입에 다다르자 여기저기서 산새가 지저귀고 바람결에 나무 열매가 툭하니 떨어졌다. 그 소리는 마치 산의 외침처럼 들려 귀를 쫑긋 세워봤다. 아직 본격적으로 단풍이 물든 건 아니지만 치장하듯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다
우리 주변에 산은 참 많다. 가까운 산, 먼 산, 큰 산, 작은 산, 험한 산, 낮은 산, 돌 산 등등. 이 많은 산 가운데 과연 산에 오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산이 얼마나 될까?산은 저마다의 모양과 생김새가 다르고 뿜어내는 기운이 다르다고 한다. 초보 등산객에게는 산의 얼굴이 보이기는커녕 조금만 오르막길을 만나도 숨이 턱에 차오른다.
무심코 생각 없이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발길을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병목안석탑 앞에서다. 90년 5월 수리산 삼림욕장이 개장하면서 함께 준공되었다는 석탑은 이곳의 지형인 ‘병목안’의 형상을 상징하여 건립했다고 한다. 5만5700여개의 병목안 자연석을 모아 축소한 것으로 높이가 무려 7m에 이르고 돌의 무게를 합치면 84톤이 나간다는 것. 자연석 석탑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크기라고 하니 그 엄청난 무게와 크기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석탑 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무슨 소원을 빌고 있는지 저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는 바를 되뇌이고 있는 것 같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는 심정은 아마도 저들과 같지 않을까? 그래서 산은 영험하고 또 신통하기까지 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오나보다. 비록 이름 없는 산이라 할지라도.

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백영약수터를 지나자 땀이 옷 속으로 흥건히 젖어든다. 관모봉으로 가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자꾸만 뒤돌아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목이 타들어가고 다리도 뻐근해지는걸 보니 그동안 운동을 얼마나 등한시했나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관모봉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지 싶어 걸음을 재촉한다. 기다시피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는 관모봉에 이르자 속이 후련해진다.
“산을 오를 땐 천천히 가야해요. 숲에 어떤 꽃과 열매가 피었는지, 새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시냇물은 얼마나 맑은지도 살피면서 여유있게 걸어요. 이리저리 살피면서 가다보면 힘든 줄도 모르고 정상에 오르게 되지요.”
헐떡이는 초보 등산객이 딱해보였는지 매주 산을 오른다는 한 50대 주부는 커피 한 잔을 건네면서 진심어른 충고를 해준다. 산을 오르다보면 온갖 시름을 잊을 수 있고,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선물은 물론 친구까지 만날 수 있다는 것. 너무 힘들어 관모봉에서 하산하려던 마음을 접고 다시 태을봉에 이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말 때문이었다.
병목안 시민공원을 출발한지 두 시간 만에 태을봉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안양시는 물론 군포시와 멀리 서해안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혼자서 오는 사람보다 가족들과 함께한 사람들이 더 많았던 수리산행. 진정 산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언제나 산에 오르면 친구나 가족이 함께 동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경관에 넋을 놓고 있다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하산을 했다. 완만하게 올라왔던 길과는 달리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험한 최경환 성지 쪽으로 택했다. 했다. 1시간 만에 내려간 길은 힘들지만 상쾌하고 또 산에 오르고 싶게 만든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수리산은?
안양시와 군포시의 경계에 속해있는 수리산은 산봉우리가 마치 독수리같아 수리산이라고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또 일부 풍수연구가들은 아주 먼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났을 때 서해 바닷물이 이곳가지 들어와 수리가 앉을 만큼 남았다 하여 수리산이라 칭했다고 한다.
지형은 청계산, 광교산, 관악산, 백운산 등 광주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산지중의 하나다. 정상인 태을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으로 슬기봉, 북쪽으로는 관모봉, 북서쪽으로는 수암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계는 수리산이 군포시 서측에 남북으로 형성되어 안산시, 안양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해발 489m로 산이 낮고 험하지 않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여성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