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간다- 방산고등학교 사랑의 김장 담그기

포기마다 사랑 가득한 김치, 맛도 수준급

지역내일 2008-11-23 (수정 2008-11-23 오후 12:59:02)

170포기 김장 3시간 만에 뚝딱…교사‧학생 화합의 장
11월14일과 15일 방산고등학교에서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가 있었다. 방산고 김장나눔은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행사로 교사와 학생‧지역 시민단체가 손잡고 만들어내는 뜻 깊은 자리다. 15일 토요일, 방과 후 가사실에 모인 학생들은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기대감과 즐거움으로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김장의 공동체 문화 경험해 주고파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생태적인 방산학교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하 생방사)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다. 생방사에는 환경생태연구반, 생태그림반, 친환경요리반, NGO반 등 방산고 4개의 계발 활동반 학생 80여명과 교사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장나누기는 생방사의 1년 마무리 행사라 할 수 있다. 함께 참여하는 한살림(유기농산물 직거래 생활협동조합) 동부지부는 우리 먹을거리의 중요성과 김장 방법 등을 지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생방사를 총괄하고 있는 자연과학부장 이동준 교사(지구과학)는 “학생들이 김장의 공동체 문화를 경험하면서 김장을 배워보고 정성들여 만든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나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김장나누기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공부를 잘 하지 못해도 이런 활동으로 학생들이 인정을 받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 탈출구가 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김장나누기에는 배추 170여포기, 무 80개, 고춧가루, 갓, 파, 새우젓갈 등이 준비됐다. 김장재료는 모두 친환경농산물로 특히 배추와 무는 학교 내에 마련된 텃밭과 학교에서 분양받은 주말농장에서 재배된 것들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김장을 준비하기위해 14일에는 학생 15명이 생방사 교사와 텃밭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 나르고 씻어 소금에 절이기를 했다. NGO반 정진영 교사(생물)는 소금에 절여진 배추를 뒤집는 임무를 다하기 위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수고를 기꺼이 자청했다.
김장을 위한 부재료와 각종 양념, 김장이 끝난 후 나누어 먹을 30근의 돼지 보쌈과 두부, 쌀 등은 학교의 지원 및 교사들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작년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 2학년 정혜선 양은 “김치 담그는 데 베테랑이다. 특히 마지막에 먹는 보쌈 맛은 잊을 수 없었다”고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김치에 정성을 더해야 해
이날 모인 학생은 30여명. 가사실에 놓인 싱크대 앞에 6개의 조로 나뉘어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두르고 모여섰다. 진행을 맡은 한살림 동부지부의 김용무 씨는 김장의 의미와 순서 등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여념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빨리 직접 해보고 싶은 눈빛들이다.
자~이제 시작! 조별로 나뉜 학생들은 채칼로 무 썰기, 갓‧파‧미나리 등 재료 썰기에 열심이다. 1학년 권한결 양은 “생태계부에서 직접 심고 가꾸어 수확한 것 들이다”고 자랑하면서 “김치 담그는 일이 이렇게 허리가 아플 줄 몰랐다”며 파와 미나리를 썰었다.
남학생들은 절여진 배추와 무 옮기기 등 힘이 필요한 일을 주로 도맡았다. 대파를 써는 일이 처음이라 여학생들의 타박을 들으며 조심조심 칼질을 하는 2학년 이승재 학생은 “눈이 맵다. 파를 써는 것도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된다”고 웃음을 보였다. 학생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배추절인 것을 한 입 베어 문 백인기 학생부장은 “양념을 넣지 않았어도 배추가 맛이 좋다”며 “3년째 하는 행사라 배추 재배부터 김치 맛까지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한살림 활동가들은 학생들 곁에서 조언해주느라 바빴다. 허명옥 씨는 “김치는 정성이야. 1년 동안 먹을 것이므로 더욱 잘 담아야 한다. 양념을 넣는데 자꾸 벌어지는 배추는 영양분이 부족해 속이 덜 차서 그렇다”며 설명한다. 절여진 배추에 양념을 싸먹어 본 임사라(1학년) 양은 “정말 맵지만 자꾸 먹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한 잎씩 뜯어 먹다보니 한 포기이던 배추가 반 포기가 됐다”며 친구들과 깔깔거렸다. 진지한 표정으로 배추 속을 넣는 김승태(2학년) 군은 “이과생이라 배추 한 잎에 단위면적당 양념을 얼마만큼 묻혀야 맛이 있을까, 골고루 묻힐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 화합의 자리
2시간쯤 지나자 준비한 배추에 속이 모두 채워졌다. 남은 배추와 무 그리고 양념은 배추 겉절이와 깎두기로 변신했다. 벌써 한 쪽에서는 된장에 푹 삶은 돼지고기를 썰며 주워 먹느라 바쁜 학생들이 보였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돼지보쌈을 먹여주며 사랑을 전하는 모습들이었다.
2학년 이아령 학생은 “인문계 고등학교라고 해서 공부만 하다보면 친구들끼리 경쟁심만 쌓이면서 서먹할 텐데 이런 행사가 있어서 참 좋다”면서 “김치를 받는 독거노인들에게도 뜻 깊겠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도 여러모로 의미 있는 행사이다”고 얘기했다. 이날 담근 김치는 위례지역복지센터에서 주선한 독거노인에게 전달됐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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