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도전한 주부들

지역내일 2008-12-12 (수정 2008-12-12 오후 2:20:57)
요즘은 전 국민의 작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글쓰기 공간이 많다. 블로그, 서평 공모나 독자 투고, 각종 지역 문학상 등 일반인의 글을 세상에 내보일 기회도 예전에 비해 늘었다. 가슴 한 구석 고향처럼 자리 잡고 있던 글쓰기를 풀어내 지역 문학상을 수상한 김선희(심곡본1동) 박영숙(삼산동)씨를 소개한다.

제5회 부천신인문학상 수필부문 김선희
나의 수필 사랑은 36.5도!

“부끄럽게도 저는 습작기가 없어요. 좋은 글을 써보고 싶어서 신인문학상에 응모했지요.”
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온 김선희(41)씨. 심곡본1동에 사는 그이는 올해 부천신인문학상 수필부문에 당선되어 오는 20일 시상식에 참석하게 됐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감자사기꾼’은 인터넷 쇼핑몰에 주문한 감자가 배달되어 온 과정을 엮은 작품이다. 오랫동안 투병 중인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모습을 말과 행동이 달랐던 감자사기꾼에 비유한 수작이다.
살아온 날들의 마음을 기록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는 그이의 요즘 글 주제는 아버지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많이 쓰는 것은 아버지 아프실 때를 기록해두면 나중에라도 잊어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그이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 문학적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믿지 않았다. 헌데 나이가 들면서 글 쓰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고 했다.
요즘 들어서는 기본기가 안됐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공부하고 있다. 부천신인문학상 소식을 듣고 생각났던 것은 예전에 들었던 어느 시인의 말이었다. 시인은 ‘문학상을 타고 신춘문예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건 아마추어인 상태에서 최고일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앞으로는 꾸준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제일 좋아하는 글은 수필이며 자신이 그동안 쓴 글은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겸손해한다.
하지만 그이는 만만찮은 글쓰기의 소유자다. 살아오면서 계속 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한꺼번에 터진 백일장 수상은 그것을 증명한다. 지난 5월 제7회 안산여성백일장에서 시 장원, 천상병 백일장 수필 장원, 복사골예술제 시조백일장 장원을 거머쥔 이력이 있다. 또 다른 상이 더 있지만 내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이 많아서다.
부천신인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응모작품에 쓰인 이름을 보지 않고 심사하는 등 심사 기준이 명확해서 좋다고 했다. 심곡도서관에서 글쓰기 공부를 했고 다수의 문학 강의를 듣고 다녔으며 소설가 김훈이 목요문학나들이에 초대되었을 때부터 목요문학나들이 마니아가 됐다.
“수필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은 정상 체온과 같은 온도입니다. 열에 들뜨거나 지나치게 차가우면 쓸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수필은 솔직한 글이라서 글 쓴 사람 집에 다녀온 것처럼 그를 알게 해줘서 매우 좋아합니다.”
이번 신인문학상에 응모하기 위해 원고를 넣은 봉투에 풀칠을 했는데 틀린 문장이 떠올라서 고친 뒤 마감시간이 임박해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수필을 쓰면서 많이 차분해졌고 주변사람과 사물을 따뜻이 바라보게 되었다는 그이는 당선 소식을 듣고 기적이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상금은 병석에 누워 계신 아버지께 드릴 거예요. 앞으로는 도서관과 서점에 자주 가서 부족한 기본기를 닦아야겠어요. 그런 다음 좋은 글을 모아 책을 한권 내고 싶은 게 저의 소망입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부평구 여성백일장 시 부문 장원 박영숙씨
가슴 한 곳에 고향처럼 자리 잡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소망

“실력 있는 분들이 참가하지 않았거나, 백일장 당일 운이 좋았나 봐요.” ‘제18회 부평구 여성백일장’ 시 부문 장원 수상자 박영숙(60·삼산동)씨는 연신 부끄럽다는 말을 했다.
백일장이라는 것에 참가해 본 것이 처음이라는 박영숙씨. ‘문학’에 직접 발을 들여 놓은 것이 4년 전 교회 문화센터의 글쓰기 수업이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 글을 좀 쓴다는 얘기를 듣곤 했었어요. 사는 데 바빠서 몇 십년간을 글을 써본 바 없지만, 아름다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한 구석에 늘 고향처럼 자리 잡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접한 것이 문화센터의 글쓰기 수업이었는데, 그 수업을 인연으로 백일장에 참가하게 되었고 좋은 결과까지 얻고 보니 시작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원도가 고향인 박영숙씨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어렸을 때부터 특별했다. 책 읽기를 좋아했었던 초등학교 시절, 교장실에서 어린이 전집 50권을 보고는 가슴이 설레기도 했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우연히 교장실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계몽사의 어린이 전집 50권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거예요. 집에 돌아가서도 소공자, 소공녀, 올리버 트위스트, 타잔 등, 멋지게 꽂혀 있던 책들이 눈에서 지워지지를 않더라고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책을 한 권씩 빌려다 소중하게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슴 한 구석에 고향처럼 자리 잡고 있던 글쓰기’는 생활 속에서 가끔 빛을 발하기도 했었다. “딸아이가 대학생일 때였어요. 글쓰기 리포트가 있는데 잘 안된다고 걱정하기에 엄마가 써주마 하고 대신 써주었었는데, 글쎄 A학점을 받았다는 거에요. 그 후로 딸아이가 엄마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며 웃었다.
박영숙씨는 현재 방송대 국문학과 3학년생이기도 하다. 집에만 있던 박씨에게 자녀들이 방송대 학업을 권유했던 것.
“딸들이 방송대에 대해서 알아보고 서류도 접수시켜주고 했어요. 그리고는 딸과 사위가 책상과 컴퓨터도 장만해 주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까지 해주어서 용기를 내 공부를 시작했지요.” ‘중세국어문법’이 가장 어려운 과목인 것 같다는 박씨는 “그래도 공부를 하면서 지식이 쌓여가고, 글을 보면서 안목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공부 시작한 것에 대한 충분한 만족감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속에 소망이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지금 바로 시작해보라”고 젊은 사람들을 향한 인생의 조언도 잊지 않고 전한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가끔 들기도 해요. 그때는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아이들 키우면서도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라도 시작한 게 다행스럽고 행복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문학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었을 것이라고.
“삶에서 우러나는 잔잔한 글을 쓰고, 가능하다면 작은 작품집이라도 내고 싶다”는 게 박영숙씨의 소망이다.
박미혜 리포터 choice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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