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예술가를 만나다-동양화가 임서령

웃음 뒤에 숨은 그들의 삶을 보다

지역내일 2009-04-03
웃음은 다양한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웃음에 담긴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의미에 대해 묻고 답하는 과정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하나의 비극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하나의 코미디”라고 했다. 거시적 입장에서 삶을 관조하는 순간 웃음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동양화가 임서령의 최근 작품들의 주제는 ‘웃음’이다.

“웃는 여잔 다 예뻐”
작가 임서령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1996년 종로갤러리에서 ‘임서령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1년 갤러리 창에서의 개인전과 2003년 갤러리 상 ‘쉬운 그림-따듯한 창’, 2006년 노화랑 ‘여인의 향기’, 2007년 장은선갤러리 ‘여인이여-꽃이 되어’, 2008년 영아트갤러리 ‘웃는 여잔 다 예뻐’ 등 지금까지 6회의 개인전과 고양세계꽃박람회 기념초대전, 한국화여성작가회전, 동양화새천년전 등 150여 차례 기획단체전을 가진 바 있는 동양화가다.
“결혼 후 자연스레 그림의 주제가 가족의 일상과 아이에게 머물렀다”는 작가가 ‘웃음’과 맞닥뜨린 계기는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다. 일산신도시 초기 백석역 주변 공터에 주차를 하고 돌아와 보면 차창에 늘 안마시술소나 술집 등의 선전딱지가 몇 개씩 붙어 있곤 했다는 작가는 어느 날부턴가 하나둘 그것들을 모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고.
“선정적으로 보이는 그녀들의 웃음도 선전 문구를 빼고 들여다보니 또래의 여느 여인들과 다를 바 없는 앳된 여성의 모습이 보였어요. 선전딱지 속 여인들의 웃음은 속된 의미로 ‘잘 팔리기 위한’ 목적으로 저마다의 자태를 한껏 뽐내며 연출한 작위적인 것 일터지만 한창 나이에 한껏 웃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웃음의 이중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죠.” 이후 작가는 웃음의 사회학에 관심을 갖고 지난 해 11월 영아트갤러리에서 ‘웃음’을 주제로 한 첫 전시 ‘웃는 여잔 다 예뻐’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었다.

여성들의 웃음을 화폭에 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온갖 종류의 웃음과 맞닥뜨린다. 연령별, 의미별로 각양각색인 그 웃음 속에는 삶을 말해주는 정보가 들어있고 존재를 알게 하는 단서가 함축되어 있다. 선정적인 여성의 모습에서 해사하고 맑은 웃음을 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사연들에 붙들린 작가는 이후 다양한 여성들의 웃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년 이후의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여인들의 웃음이 주제가 되었다.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이나 근처 노인정, 길 위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삶의 연륜이 담긴 웃음, 그 이면에 담긴 사연들을 읽고 이를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하지요. 그만큼 그 분들은 순수하고 금세 마음을 열어주세요. 몇 마디 나누다보면 뭐랄까 살아온 모습이 보인다고 할까, 특성이 금방 드러나고 그 삶에 어울리는 꽃과 이미지가 연상되지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짙은 쌍꺼풀 수술에 웬만해선 풀리지 않을 갓 파마한 할머니를 화사한 보랏빛 달개비로 표현한 <한껏>, 딸에게 줄 보따리를 내려놓고 기차를 기다리던 행신역에서 만난 할머니를 보자 박완서 소설 속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정경이 떠올랐다는 <행신역 능소화="">, 그 연세에 어울리게 잘 살아오신 어르신의 넉넉한 웃음이 훈장감이다 싶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하얀 분칠에 붉은 립스틱, 챙 넓은 모자로 내심 아직 ‘여자’임을 드러내 보이는 귀여운 할머니를 데이트를 기다리는 여인 등. 작가가 길 위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모두 그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 저마다의 질곡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웃음 이면의 모습, 그 얼굴에서 오히려 삶의 희망을 읽게 되는 것은 아닐까.
‘웃는 여잔 다 예뻐’를 통해 그가 보여준 그림들은 할머니들의 모습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삶의 이력이 엿보이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언뜻 남자아기로 보이는 갓난아기가 해맑게 웃고 있는 <딸부잣집 막내딸="">은 작가 자신의 모습. 아들을 바랐던 딸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난 자신의 배냇웃음을 그렸다. 또 어머니의 오래된 결혼사진 속에서 당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혼인하던 심정을 드러내듯 굳은 표정의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웃을 수="" 없는="" 날="">과 세월이 흘러 아버지 옆에서 삶을 달관한 여유로움으로 웃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바람은 불어도="">는 오래 생각하게 하는 그림들이다.
“나이가 드니 중년이후 여성들의 웃음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는 작가는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엄마가 뿔났다="">의 김혜자 장미희 강부자의 웃음을 각각 ‘자연뿔’ ‘매력뿔’ ‘애교뿔’로 표현하기도 했다.
작가는 지난 3월 6일~20일까지 서울 갤러리 우덕에서 ‘웃음’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전시 딸이 웃고 있다‘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 딸의 마냥 귀엽고 깜직한 웃음에서 출발해 점차 사회적 의미를 담아가게 되는 딸의 웃음에 이르기까지 소망이나 바람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여성들의 삶을 그렸다.
고단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표현해냄으로써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동양화가 임서령, 그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모습일까 벌써 기다려진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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