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실버 바리스타 송희숙·김이옥·신금순 씨

“처음엔 커피이름 외우는 것도 힘들었죠”

예순 넘어 바리스타로 새 인생… 일할 수 있어 행복해

지역내일 2009-04-06
“우와~ 커피 정말 맛있는데요!”
이 말 한마디에 긴장해 있던 3명의 실버 바리스타 얼굴에 함박웃음이 퍼진다.
“진짜 맛있죠? 스타벅스하고 비교해도 자신있다니까요. 하하하.”
단원구 노인복지회관 1층에 있는 실버카페 ‘도란도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피향과 올드 팝(Old pop)이 손님을 맞는다. 커피를 주문하고 오랜만에 듣는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 취해 있노라니 커피가 나왔다.
휘핑크림이 듬뿍 얹은 카페모카, 우유거품이 풍성한 캐러멜 마끼아또. “맛있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실버 바리스타들 “원두도 최고급으로 쓰고 정량대로 커피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을 자부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실버카페 ‘도란도란’은 단원구 노인복지회관이 노인일자리를 위해 시작한 가게다. 시장형 일자리로 가게에서 얻는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다. 복지회관은 지난해 11월 교육을 통해 60세 이상의 바리스타 6명을 양성하고 1월에 문을 열었다. 애초에 면접을 거쳐 교육생 10명을 선발했지만 커피이론과 제조 실기, 실습을 거치는 동안 6명이 남았다. 올 1월, 회관 1층 빈 공간에 실버카페를 조성하고, 6명의 바리스타가 3명씩 나뉘어 격일제로 근무한다.
카페에 갔던 날은 송희숙(71세. 원곡동) 김이옥(66세. 고잔동) 신금순(64세. 본오동) 씨가 근무하고 있었다. 예순이 넘어서 커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교육 받을 때는 커피이름도 만드는 법도 외우기 힘들어 애먹었다는 이들이 지금은 커피 주문만 하면 척척 만들어낸다.
세 명의 실버 바리스타들. 카페를 하면서 자신의 이름도 되찾았다. 집에서는 ''oo엄마'', ''xx할머니''라 불리던 이들이 아침에 출근하면 출근부에 사인하고 왼쪽 가슴에 이름표를 단다. 일을 나오면서 몸도 마음도 한층 젊어졌다.
삶의 연륜이 이들의 장점이다. 수십년 살림경력으로 가게 테이블이며 커피머신, 그릇들 모두 깔끔하게 관리한다. 테이블 유리 아래에는 송희숙 씨가 직접 떠 온 손뜨개 수예품도 깔려있다. 일흔 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송 씨는 “내 삶이 ‘카페모카’도 됐다가 ‘캬라멜 마끼아또’도 됐다가 한다”는 말로 일하는 즐거움을 표현했다. 일할 것이 없을까 찾던 중에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신금순 씨. 하루에 두 세잔 씩 커피 마실 줄만 알았던 그가 지금은 “커피 맛은 어느 카페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바리스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못한 일이다. 실버카페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올드 팝''만한 것이 또 있으랴. 음악을 담당하는 이는 김이옥 씨는 이날도 ''For the good time''을 선곡해 분위기를 한결 멋지게 만들었다.
실버카페 ‘도란도란’의 커피값은 어느 곳보다 싸다. 아메리카노가 1500원 카페라떼와 카푸치노가 1700원, 카페모카, 캐러멜 마끼아또 가격이 1900원이다. 하지만 아직 정식개업을 한 상태가 아니라 카페라기엔 좀 썰렁한 분위기. 오는 5월쯤엔 ‘분위기 좋은’ 카페로 탄생할 예정이다. 노인일자리사업에 관심을 가진 한국마사회 안산지점이 후원금 1000만원을 선뜻 내놓아 그 돈으로 4월 중순 인테리어공사에 들어간다.
뒤늦게 시작한 바리스타 인생이 이들은 즐겁다. 5월에 정식 개업할 때 꼭 와서 ‘커피 값 싸고, 맛있고, 분위기 좋다’고 소문 많이 내달라는 게 이 실버 바리스타들의 주문이다.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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