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그때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는가?”

지역내일 2009-05-01
L씨가 단주를 하겠다고 병원과 알코올상담센터를 찾기 시작한 지 10년을 훌쩍 넘었다. 최근더 큰 위기를 겪고 나서 그는 이제야말로 술을 끊지 않으면 온전히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 모양이다. 그 후로는 단주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단주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거북하였는지 처음에는 긴장한 채 눈치를 살피며 남들의 이야기만 들을 뿐이었다. 그나마 오래 전에 몇 번 참석하였을 때에 만났던 몇몇 사람들을 알아보고는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몇 주일째 한마디 발언 없이 듣기만 하던 그가 어느 날 단주를 오래 해 온 모임의 고참 선배들에게 투정 비슷하게 따졌다. “왜 그때 술에 대하여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느냐? 그렇게 말해주었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 않고 벌써 술을 끊었을 텐데···”힐난 같이 들릴 수도 있었겠으나 여전히 얼굴에는 미소를 띠면서 말하는 것이 결코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농담처럼 말하면서, 실제로는 그동안 자신이 실패와 실수로 세월을 허송한 데 대한 후회의 감정이 짙게 배어나왔다.
이 힐난 같은 표현에 어느 단주 선배가 불쾌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면서 “아니 그때 아무 말도 안 해주었다니요? 수없이 말했어도 전혀 안 받아드렸었잖아요” 하면서 지난날의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하였다.
알코올 문제와 관련하여 이런 식으로 너무나 늦어진 자각의 경우는 매우 흔하다. 그들은 과음의 위험과 단주와 치료의 필요에 대한 충고는 오래 전에 수없이 들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어떠한 조언이나 경고도 전혀 귀에 닿지 않아 그들을 설득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더 나이가 들고, 더 큰 위기를 겪고, 최소한의 기간일지라도 단주를 실천하고서야 남의 말을 경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귀에 들리기 시작하고 접수하여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왜 그때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는가?’와 같은 의문을 더 깊이 성찰하여 본다면 단주를 확실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질문에는 주어가 생략되어 있지만, 이 질문의 주어는 타인이나 상대이다. 왜냐 하면 항상 자기는 없고 남들에 의해 단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남들의 행동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자신이 주체로서 “왜 나는 남들이 말해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 하였을까?” 라고 해야 한다. 왜냐 하면 단주는 남 때문이 아니고 내가 하려고 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정호 강원알콜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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