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9

국전 서양화부문 입선으로 꿈 이룬 양안숙씨

엄마는 오십에 ‘그림’을 발견했다

지역내일 2009-05-08 (수정 2009-05-08 오전 11:31:18)
어린 시절 남이 쓰다 버린 몽당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며 ‘화가’를 꿈꾸던 소녀. 하지만 그 꿈을 펼치기에 주어진 현실은 팍팍했다. 어떤 이는 꿈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하고 살지만, 어떤 이는 꿈이 더 이상 ‘꿈’으로만 남지 않도록 부단히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다. 문산터미널 앞 ‘똑순이네집’ 식당을 운영하는 양안숙씨는 후자의 경우. 2008년도 제2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당당히 입선, 드디어 ‘화가’의 꿈을 이룬 열정적인 我줌마 양안숙씨를 만났다.

언젠가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 포기하지 않아
2008년, 양안숙씨에게는 남다른 의미의 해. 만50세가 되는 해이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일명 국전) 서양화 부문에 당당히 입선해 ‘화가’의 꿈을 이룬 해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20여 년 넘게 생계를 위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바쁘게 살아온 그이기에 2008년도 제2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의 입선은 그만큼 주위의 놀라움을 샀다.
“어릴 적 친정오빠가 교직에 계셨어요. 그 때 아이들이 쓰다 버린 크레파스를 모아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죠. 좀 소질이 있었던지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대회가 있으면 뽑혀 나갔던 기억이 나요.”
전라도가 고향인 양씨는 여고시절 미술을 제일 좋아했고 관내 미술대회에선 빠짐없이 상을 받을 정도로 소질도 있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는 20여 년 전 남편이 퇴직하면서 적성면에 자리를 잡고 아구탕집을 열었다.
“친정어머니가 오빠가 근무하던 학교의 식사를 맡을 정도로 음식솜씨가 좋으셨어요. 저도 손맛을 이어받았는지 요리하기를 즐겨 했던 터라 식당이 제일 자신 있었나 봐요.(웃음)”
생계를 위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바쁘게 살면서도 언젠가 때가 되면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가슴 속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양안숙씨. 이렇다 할 문화공간이나 배움터가 거의 없던 곳이라 적성농협 문화교실에서 서예를 배우면서 그림에의 갈증을 달랬다고. “살면서 고비가 왜 없었겠어요. 생계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니까 그래도 살맛이 나더라고요.”

知天命에 드디어 ‘화가’의 꿈을 이루다
“글씨를 쓰고 동양화를 그리면서도 정작 그리고 싶었던 건 서양화였다”는 그에게 기회가 찾아 왔다. 딸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통학 때문에 적성에서 문산으로 이사를 나오면서 늦둥이 막내딸이 다니는 문산초등학교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서양화’를 시작한 것. 오랫동안 갈망했던 것에 배움의 길이 트이자 식당이 문을 닫은 시간 밤늦도록 식당 한쪽에서 수없이 습작을 거듭했다. 전업주부로 그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았던 동기생들보다 몇 배의 그림을 그려가곤 했던 그는 소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끈기와 집념이 오늘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었던 셈. “무엇이든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끈기는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식당 일도 힘들고 바쁜데 잠을 줄여가며 그림을 그리는 그를 건강이나 돌보라며 지켜보던 남편과 가족들도 ‘2008 대한민국 현대여성 미술대전’에 특선으로 입상하자 ‘전폭 지지’로 선회했다.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나 영업을 끝낸 후 밤 12시가 넘은 시간 손님을 맞던 자리 방 한쪽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에게 남편은 식당에 작은 공간을 아틀리에(?)로 만들어줬다.
“아이들도 ‘우리 엄마 이제 식당아줌마에서 한 단계 승격하셨네’ 하면서 추켜 세워주고, 학교 가는 길에 부탁하면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다 주기도 하고 여러 모로 도움을 줘서 행복해요.”
어릴 적부터 생계로 바쁜 짬짬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봐서인지 큰딸은 별다른 사교육 없이 성신여대 사대 4년 장학생으로 진학했고 둘째 딸도 같은 학교에 진학하는 등 ‘엄친딸’을 둔 양씨.
“자식농사야 아직 어린아이들을 두고 잘 지었다 아니다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까진 알아서 독립심 강하게 제 갈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 고맙죠.” ‘똑순이네집’이란 가게 이름도 사실 그의 큰 딸이 ‘똑순이’라 지어진 이름이란다.

자유를 원하는 ‘갈망’, 이제 飛上을 꿈꾼다
그의 국전 입상작은 외양간에 갇혀 있는 소의 모습을 그린 ‘갈망’이다. 현실에 갇혀있는 자신의 모습을 외양간에 갇혀있는 소의 모습으로 비유해 현실 탈피와 자유를 원하는 마음을 표현했다는 ‘갈망’. 이제 그는 또 다른 飛上을 꿈꾼다.
“화가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아직은 민망하지만 꿈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시간이 나는대로 주변의 남아있는 골목길 풍경이나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그 느낌을 화폭에 옮긴다는 그. 해를 넘기기 전에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모아 작은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한다. 오래 간직한 그의 꿈이 이제 ‘갈망’을 넘어 드디어 새로운 飛上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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