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동학교 오보배, 최수지

청각장애 여학생들이 만든 영화 <아르바이트>

지역내일 2009-05-08 (수정 2009-05-08 오전 11:49:23)
한 청각장애인 여학생이 엄마의 생일선물을 사기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청각장애학생에게 아르바이트자리를 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음식점, 신발가게 등 여러 곳을 찾아다닌 끝에, 옷가게에서 4시간 동안의 아르바이트를 허락 받는다. 일이 끝나고 받은 돈으로 머리핀을 사서 ‘사랑하는 엄마, 생신 축하합니다’라는 편지와 함께 식탁에 올려놓고 잠이 든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온 엄마는 선물과 편지를 보고,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제7회 서울장애인 인권영화제 상영작 ‘아르바이트’의 줄거리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8분간의 영화가, 언어유희로 가득 찬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었다.
청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인천성동학교(부평구 부평2동) 여고생 두 명이 만든 영화가 그 감동의 진원지다. 지난 4월 5일 폐막된 서울장애인 인권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로 선정된 ‘아르바이트’는 제작, 촬영, 연기까지 모두 인천성동학교 학생들이 만들었다.
“제작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청각장애학생들의 어려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대본과 촬영을 직접 맡았던 오보배(고3)양과 최수지(고2)양은 여느 여고생들과 마찬가지로 발그레한 얼굴로 쑥스러운 듯 제작 소감을 전한다.
대본을 직접 쓴 오보배양은 “청각장애 학생이 아르바이트자리를 얻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대본의 모티브도 자신이 겪은 일의 일부라고. “엄마에게 선물을 해드리려 했는데 돈이 좀 부족했어요. 금액에 맞는 선물을 하거나 용돈을 좀 더 모아서 할 수도 있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으는 돈으로 선물을 해드리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일할 곳을 찾아보았는데 일할 곳이 없는 거에요.” 그때 청각장애인이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느꼈고, 그런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본을 쓰게 되었다고.
영화는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도움으로 제작되었다. 촬영을 담당한 최수지양은 “처음 촬영을 접했을 때 카메라 다루는 법이 익숙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 처음 만져보는 전문적인 기기에 대한 설명과 촬영할 때의 기법 등,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거든요. 다행히 수화를 하는 컴퓨터선생님이 함께 해주셔서 잘 배웠지만, 각 분야마다 수화를 잘 하는 전문가들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며 촬영 당시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두 학생이 만든 영화는 총 3편으로 영화제에는 ‘아르바이트’와 ‘들리지 않는 문’ 2편을 출품했다. 그 중 ‘아르바이트’가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은 것. 대본을 쓴 오보배 양은 “개인적으로는 출품되지 않은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들리지 않는 문’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불편함을 표현한 것이고,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는 청각장애학생 2명이 장애를 딛고 희망을 이루어낸 내용입니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좌절하곤 하는데,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다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촬영하면서의 에피소드를 물으니 최수지 학생은 “매번 촬영 시작을 알릴 때가 힘들었어요. 보통은 ‘레디~, 액션!’이라고 외치잖아요. 그런데 배우가 소리를 듣지 못하니 발로 차는 것으로 시작 사인을 대신하기도 했어요. 촬영 당시에, 돈을 거슬러주지 말아야하는데 천연덕스럽게 거스름돈을 내어주던 배우 때문에 소리죽여 웃기도 했다”며, 촬영 당시의 어려움이 지나고나니 재미난 추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멋진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최수지양과 “국어선생님이 돼서 청각장애청소년들에게 우리글을 가르치고 싶다”는 오보배양. 이들의 꿈이, 자신들이 만든 작품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의 엔딩처럼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박미혜 리포터 choice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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