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영어책, 어떻게 읽게 할 것인가?

지역내일 2009-04-18
빠나나? 버내너어??

“엄마, 나 빠나나 사줘!” 동네 과일 가게를 지나며 조르는 아이에게 엄마는 나무라며 이렇게 말한다. “얘, 빠나나가 뭐니? 버내너지. 자아, 따라해봐, 버내애너.” 지난 토요일 저녁 친구랑 찾은 치킨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양념이랑 프라이드, 어느 게 더 좋아?”라고 묻는 아이에게 돌아온 엄마의 대답은 “세진아, ‘어느 게 더 좋아요?’를 영어로 해봐!” 정녕 기막힌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의 과일가게나 치킨집에서 자기 아이에게 banana의 발음과 영어문장을 가르치는 엄마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향한 엄마들의 간절한 희망이 현실에서는 바나나나 치킨만큼 간단하지 않다. 언어습득능력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알려진 5세에서 사춘기 정도까지 완성된다는 사실은 엄마의 마음을 쫓기게 한다. 그리고 토플/토익을 만점 받은 엄친아들의 기사는 엄마를 불안하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 ‘5개의 문장만 외우면’ ‘노래만 따라 부르면’ ‘이 비디오만 보면’ 영어가 단박에 해결된다는 식의 광고문구들은 엄마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남편이랑 상의라도 할라치면, “아이들은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크는 거야”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그리하여 중심을 잡지 못하는 엄마들은 이리 저리 휩쓸려 다닌다. 이것이 5년여 만에 유학생활을 마치고 온 필자의 눈에 비친 고국의 풍경이다.

아이를미국으로? 미국을 한국으로?
언어를 배우는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그 해당 언어권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최대한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들이 미국에 가지 않고도 영어권 아이들의 언어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가 찾은 최선의 해답은 너무나 흔해서 이제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름, 바로 독서이다. 수능 수석 학생의 인터뷰에서부터 하도 많이 등장해서 이제는 그 진실성조차 의심할 정도가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토플/토익 만점을 받은 엄친아들의 기사에서 노벨상을 받은 석학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책’이고 ‘독서’이다.

독서+영어= 영어도서관!
요즘 같은 정보화 사회에 무슨 고리타분하게 책이냐고 예단하지 말고, 가까운 서점이나 영어도서관에 한 번 가보시라! 가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한 번 펼쳐 보라. 가령 ‘If You Give a…’ 시리즈로 유명한 Laura Numeroff의 ‘If You Give a Pig a Pancake’를 펼쳐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어른의 눈에는 종이 위에 잉크로 인쇄된 문자들과 귀여운 돼지와 핑크빛 원피스를 입은 소녀 그림이 있는 단순한 ‘정보’일 따름일 뿐이나, 아이들에게는 다르다. 작가 Numeroff는 그림 속의 소녀를 2인칭 YOU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적어도) 그 책을 읽는 동안 이미 아이는 책 밖의 세진이가 아니라, 책 속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아이의 책이란 어른들은 들어갈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가는 문과 같은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아이들은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 미국의 어느 스테이트 팍으로 피크닉을 갈 수도 있고, 영국의 해리포터와 같이 대화를 하며 날아다닐 수도 있다. 13세 이상 관람불가인 세계인 셈이다.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 하나하나는 아이들에게는 현실보다 더 현실인 소우주이다.

하지만 읽히지 않은 책은 의미가 없다. 아이들 영어책, 어떻게 읽혀야 할까? 영어책은 사귀기 어렵지만 한번 친해지면 그 우정이 평생 가는 향기로운 친구와 같아서 처음이 중요하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획일적으로 그어서 일방적으로 읽게 하기보다 아이 개인의 읽기 능력의 수준과 흥미를 정확하게 테스트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엄마의 능력으로만 부족하다면 가까운 영어도서관의 경험 많은 전문가나 사서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아이들의 흥미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가이드도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영어가 그렇듯 독서 또한 취미가 아니라 능력이다. 어렸을 때 몸에 베인 영어 독서력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가장 든든한 받침목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다음 주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영어도서관을 방문하여, 책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엿보는 것은 어떨까?

염신현실장
LMP Center
(02)566-6115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