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지역내일 2009-06-19
월급통장 마주보기
필자의 친구 중에 ‘첫 월급봉투’를 지금까지 갖고 있는 녀석이 있다. 그것도 신주단지 모시듯 코팅까지 해서는 항상 품고 다닌다. 녀석은 직장생활이 너무 팍팍하고 힘겹게 느껴질 때면 첫 월급봉투를 꺼내본다. 신입사원 시절의 초심(初心)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첫 월급봉투나 명세표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첫 월급의 감격을 평생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돈을 번다는 것, 드디어 제 앞가림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기억에 남을 만한 일에 틀림없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취업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시기라면 그 기쁨은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첫 월급의 감격은 희미해지고 대신 그 자리는 신용카드 대금이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걱정들로 채워진다. 시간이 갈수록 월급은 오르고 소득은 늘어나는데 이상하게 지갑은 점점 더 얇아져 간다. 바로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도 증가한다는‘파킨슨의 법칙’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새내기들은 첫 월급과 함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월급통장’에서 시작한다. 재테크의 출발점인 만큼 월급통장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보통 월급통장은 은행의 ‘급여통장’이나 증권회사의 ‘CMA’가 이용된다. 우선 CMA(Cash Management Account)’는 우리말로‘종합자산관리계좌’라고 한다. 요즘‘CMA 열풍’이라고 할 만큼 CMA가 월급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CMA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보다 ‘금리’다.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보통예금인 은행급여통장과 달리 CMA는 하루만 맡겨도 연 2~3%대 금리를 지급한다. 그래서 금리만 놓고 보면 분명 CMA가 은행의 급여통장보다 한 수 위다. 더욱이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은행급여통장에 비해 단점으로 지적되던 지급결제서비스도 대폭 개선되었다. 이미 CMA신용카드가 출시되면서 신용카드결제가 가능해졌고 이르면 하반기부터 각종 공과금 지로납부•송금 등 소액지급결제까지 할 수 있다. 본연의 투자기능까지 감안하면 CMA로 거의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만하면 월급통장으로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말처럼 CMA는 은행급여통장과 비교할 때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대출’이다. 대출은 CMA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은행급여통장만의 강점이다. 대출여부나 한도는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정해진다. 또 신용도는 은행 거래실적에 따라 좌우되는데, 은행이 거래실적 중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급여이체 여부다. 따라서 은행에 급여통장을 개설하고 카드결제•각종 공과금 등 모든 거래를 집중해서 실적을 쌓아 놓으면 필요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목돈이 필요해서 은행대출창구를 기웃거릴 일은 절대 안 생긴다는 확신이 없는 한 금리만보고 월급통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은행에서는 대출해줄 때 급여이체를 하면 보통0.2~0.3%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해준다. 길게 보면 금리혜택도 CMA에 못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들은 월급을 받자마자 카드대금•공과금•보험료 등으로 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계좌에 돈이 머무는 기간이 별로 길지 않다. 물론 ‘자투리 돈’도 잘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CMA를 통해 챙길 수 있는 이자가 생각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평균 잔액이 많지 않은 경우라면 굳이 월급통장을 CMA로 바꿀 필요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평균잔액이 100만원 정도라면 CMA를 통해 얻는 월 이자는 몇 천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 이자는 은행이 월급통장 고객에게 부여하는 수수료우대 혜택 정도로도 상쇄되는 수준이다. 대부분 은행들이 급여이체통장을 개설한 다음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면 전자금융수수료•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타행이체수수료 등 거의 모든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은행들이 CMA 돌풍에 대항하기 위해 금리경쟁력을 대폭 보강한 ‘스윙통장(Swing Account)’을 내놓은 점도 월급통장 선택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윙통장은 보통예금의 잔액이 일정금액 이상 쌓이면 초과 분이 자동적으로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의 고금리계좌로 옮겨가도록 한 상품이다. 예컨대, 평균잔액 중 100만원까지는 연 0.1%의 기본금리만 제공하지만 10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연 2~3%대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식이다. 여기에다 대출 및 수수료 우대혜택까지 갖추고 있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통장 잔액 중 일정금액 이상에 대해 고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잔액에 관계없이 일정금리를 지급하는 증권회사의 CMA와 차별화된다. 고객입장에서는 은행급여통장의 장점에 더해 잔고가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 고금리의 혜택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국민은행 , 우리은행 , 하나은행 <하나 빅팟="" 스마트="" 통장="">, 기업은행 <아이플랜 급여통장=""> 등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월급통장에 기성복이란 있을 수 없다. ‘내 몸에 맞는 월급통장’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평소 주식•채권•펀드 등 투자상품의 이용빈도가 높다면 CMA가, 은행거래가 잦거나 앞으로 대출받을 계획이 있다면 은행 급여통장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자신의 금융거래 특성이나 금리•대출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가장 적합한 월급통장을 골라야 한다. 바로‘내 몸에 맞는 월급통장’을 고르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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