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고 뜨는 세컨드 제품

기능 한둘쯤 빠져도 싸다면야~

지역내일 2009-07-02 (수정 2009-07-02 오후 6:25:24)

디자인이나 기능 모두 만족스러운데 가격이 조금 비싸다 싶을 때는 해당 기업의 세컨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기 침체기, 지갑 열기 두려운 소비자를 겨냥해 기업에서 내놓은 자구책은 기능을 한두 가지 빼고, 가격을 대폭 낮춘 세컨드 제품. 화장품, 와인, 세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여자들은 명품 백에 흔들린다. 디자인 예쁘고 품질 좋고, 무엇보다 명품을 가졌다는 만족감 때문에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가격. 너무 비싼 가격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오른 시점에선 꿈도 꾸기 힘들다.
한데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보며 명품 백을 소원했다면 덜 무리하는 방법은 있다. 루이 비통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마크 제이콥스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고 명품을 만들었다. 이 회사 제품에는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라는 브랜드의 상품도 있다. 이 브랜드 제품 또한 디자인이나 품질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명품 디자이너가 만드는 명품이다. 하지만 ‘마크 제이콥스’라는 퍼스트 제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하다. 세컨드 제품이기 때문. 와인도 마찬가지다. 보르도의 특급 와인은 명성과 품질만큼 가격도 비싸다. 그러나 같은 포도밭을 사용하지만 작황이 그다지 좋지 않던 해의 포도로 빚은 세컨드 와인은 가격이 저렴하다. 특급에 비해 2퍼센트 부족해도 입 안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하지 않다.

퍼스트 브랜드 신뢰도가 보증수표… 실속 있는 가격에 만족도 그대로
지갑은 얇아졌지만 욕구는 줄지 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세컨드 제품이 뜨고 있다. 종전 히트 브랜드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탄생한 2인자 제품, 그래서 세컨드 제품이라 불린다. 주력 브랜드의 이름과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받기에 신뢰도와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살렸다. 다만 작은 부가 기능을 하나 뺌으로써 가격은 실속 있게 내렸다.
CJ라이온의 ‘비트’는 소비자 만족도 1위 제품. 최근 새로 선보인 세제 ‘제트’는 세탁력이나 헹굼력, 항균 기능은 비트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얼룩에 대비하는 세척 성분을 조금 달리했고, 비 오는 날 실내에서 빨래를 말릴 때 쉰내 나는 일이 없도록 해주는 실내 건조 기능을 뺐다. 반면 세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깨끗한 빨래 만들기 기능은 오히려 강화됐고,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평소 비트를 사용하는데 제트라는 제품이 판매대 옆에 있더군요. PB 상품인 줄 알았는데 기능만 조금 뺀 세컨드 제품이래요. 가격이 비트보다 많이 저렴해 구입했어요. 사용해보니 세척력도 별반 다르지 않아 만족해요.”
사용해본 주부 김정희(41·서울 중구 만리동)씨의 평이다. CJ라이온 제트의 브랜드매니저 김효숙 부장은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믿고 살 만한 종전 유명 브랜드에 더 손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세컨드 브랜드는 퍼스트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보증수표로 값도 싼 이점이 있어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유통 경로 바꾸는 전략도 한몫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한율’도 세컨드 제품이다. 한방화장품의 입지를 공고히 한 ‘설화수’의 브랜드 선호도를 이어받되, 젊은 층을 겨냥하고 대형 마트와 홈쇼핑에서도 판매하는 전략으로 가격을 조금 낮춰 내놓았다. LG생활건강의 ‘수려한’도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세컨드 제품. 용산마트 화장품 판매 담당 박희진씨는 “사용해보니 설화수만큼 좋다는 고객들이 많을 만큼 한율에 대한 제품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며 “설화수에 만족한 고객이 조금 경제적인 가격으로 구입을 원할 때 한율을 찾는 듯한데, 세컨드 제품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컨드 제품 전략은 의류에도 적용된다. ‘아가방앤컴퍼니’는 프랑스에서 들여온 ‘엘르’ 브랜드가 인기를 끌자, 엘르와 손잡고 ‘베이직 엘르’를 내놓았다. 유아를 겨냥한 베이직 엘르는 엘르의 원색 활용 컨셉트는 그대로 살려 엘르의 인지도를 가져가되, 대형 마트에 매장을 둬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 경로를 바꾸고 가격을 낮췄다.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디지털 기기 인기
세컨드 제품 바람은 디지털 기기 시장에도 불고 있다. 디지털 제품은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은 생략하고 필수 기능만 넣어 가격이 훨씬 저렴하며, 가볍고 작은 크기로 만든 것이 특징. 디지털 기기가 많은 소비자들이 여벌용으로 구매하기도 하고, 청소년층이 처음 사용하는 제품으로 구매율도 높은 편. G마켓은 2만~5만 원 하는 MP3플레이어가 10만 원이 넘는 종전 MP3플레이어보다 하루에 2배 이상 많이 팔린다고.
불황 시대에 소비자의 절약 심리는 더 강해진다. 절약 잘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한 기업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의 소비 심리는 1만 원 단위가 아닌 1천 원 단위로 움직이며, 새로 구입하기보다는 고쳐 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단 수리비가 구입비의 20퍼센트를 넘어서면 구입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저가 전략이 들어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소비자들은 중·저가 상품을 구입하더라도 보다 알기 쉽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을 원한다니 세컨드 제품이야말로 어려운 시대에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것 아닐까. 버는 요령보다 쓰는 지혜가 필요할 때, 세컨드 제품이 답이 될 수 있겠다.
유병아 리포터 bayou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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