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으면 더 아픈 병

지역내일 2009-07-16
사람들은 병을 바로 몸이 아픈 것, 즉 통증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환자라면 아픈 사람이라 부르고, 치료라면 으레 아픈 것을 없애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통증은 어디까지나 질병의 한 가지 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코 병 자체가 아니다. 실제로 당뇨나 고혈압이라고 해서 반드시 몸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부분의 정신과 질환들은 몸이 아픈 것과는 관계가 없다. 몸이 아닌 마음과 행동의 문제이므로 당연하다.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알코올 남용이나 알코올 의존 또한 꼭 몸에 어디 아픈 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에서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병이라고 간주하지 않으므로, 과음의 문제를 방치하다가 신체적 합병증이 생겨야 병이 났다고 인식한다.
세상에는 병이 나아야 아픈 병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알코올 중독의 회복 과정에서 흔히 경험한다. 사실은 술에 취해 사느라 이미 병이 났는데도 아픈 줄 몰랐다가 술을 끊고 나서 아픈 것을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라고 해야 옳다. 한센씨 병이라고 불리는 나병도 마찬가지로 병이 나아야 신경이 재생하여 아픈 것을 안다. 감각 마비의 중풍 환자도 마찬가지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질환들은 회복하면 더 아프다.
우리나라 알코올 중독 치료 문화에서는 단주 치료 초기에 신체적 합병증을 앓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몸에 탈이 생기지 않는 한 알코올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가족들 또한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쯤에는 몸이 여기저기 고장이 나지 않는 데가 없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 하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
아프다는 것은 대개 단주한 지 몇 달은 지나야 알아차릴 수 있다. 이때쯤이 되면 이가 아프다, 관절이 쑤신다, 발이 저린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 무엇이 자꾸 돋는다 등등 질환들의 종합 선물세트가 된다. 몸만이 아니라 불안 우울 분노 두려움 외로움 따위의 심적 통증도 느끼기 시작한다.
확실히 술을 끊고 지내는데도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무언가에 새로 또 다른 중독에 빠진 때문이다. 다른 무엇에 교체 중독되어 모든 관심과 주의가 거기에 집중한지라 자신의 몸과 마음의 통증을 인식하지 못한 탓이기 쉽다.
모름지기 나아지려면 더 아플 필요가 있다. 바로 탈피의 고통이리라. 실로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은 ‘나 몰라라’ 심리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신정호 교수(강원알콜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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