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체험 ‘센스더블랙(Sense The Black)’

의미있는 여름방학을 위한 필수코스

지역내일 2009-07-17
혹시 완전한 어둠을 느껴 보신 적이 있나요? 눈을 감은 것보다, 불을 끈 것보다 더 어두운 세상, 지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내 손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세상. 완전한 어둠의 세상을 말입니다. 우리에겐 두려울 만큼 낯선 세상은 시각장애인들에겐 일상의 세상이랍니다. 잠시 잠깐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일상을 체험해 본 저는 조금 더 겸허하게,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방학이 코앞이네요, 아이들과 의미있는 방학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그 계획에 시각장애 체험인 ‘센스더블랙(Sense The Black)’을 추가해도 좋을 듯 합니다.

시각장애인 지팡이를 짚고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내 손에 시각장애인용 지팡이가 쥐어졌다. 앞으로 30분 동안 이곳에서 내 길을 열어 줄 길잡이 친구다. 물론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큰 개요는 로드마스터가 안내해 줄 것이다.
그러나 내 발로 걸어가기 위한 크고 작은 장애물을 구별해 주는 것은 바로 이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다. 드디어 완전한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완전한 어둠이다. 눈을 뜬 것이나 감은 것이나 전혀 차이가 없었다. 지팡이도,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내 손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간혹 완전한 어둠에 큰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어둠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그런 두려움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땐 차라리 눈을 감고 걷는 편이 덜 두렵다고 한다. 물론 너무 큰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면 로드마스터의 안내를 따라 돌아 나갈 수 있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이곳은 97㎡의 공간으로 시각장애인들이 각종 공연을 안내하기 위한 실습 공간이다.
한국장애인 고용촉진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의 권성택 처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취업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이 오로지 안마사라는 직업에만 종사해 왔다”며 “그들의 취미나 적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안마사뿐이었다”고 설명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새로운 직업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로드마스터란 직업이다. 어둠이 일상이 돼버린 그들이 큰 어려움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현재 10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실습을 받은 후 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센스더블랙은 시각장애인들이 실습을 하지 않을 땐 일반인들에게 시각장애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시각장애 체험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체험하다
시각이 차단된다는 것은 큰 답답함이었다. 한 걸음 두 걸음 답답한 마음을 안고 걷다보니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 잠시 멈춰서 들으니 귀가 확 열리는 느낌이다. 숲 속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촉각도 예민해진다. 내가 지금 무엇을 밟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각 중 80%를 시각에 의지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시각 외에 다른 감각을 얼마나 무시하고 살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작은 숲 속을 지나 큰 도시로 들어섰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소리지만 차의 시동소리와 경적 소리가 두려움을 준다. 언젠가 우연히 길을 걷는 시각장애인을 본적이 있었다.
이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그가 어떻게 길을 찾아갈까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 사람처럼 길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큰 차이라면 나는 넘어져도 절대 안전한 공간에 있다는 것, 그는 언제 어디서나 위기를 느낄 만큼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리네 일상의 길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버스를 타고, 어떻게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가슴에 담고 찾아 간 곳은 카페다. 카페에서 음료수를 시킨 후 그동안 시각으로 인지했던 기억을 더듬어 음료수를 오픈했다.
음료수를 마신 후 비용을 지불하려는 순간, 내가 지불하려 하는 돈이 얼마인지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로드마스터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지폐를 지불했고 잔돈을 거슬러 받았다.
받은 잔돈 또한 얼마인지 알 길이 없다. 시각 장애인들은 동전의 경우 크기와 모양, 테두리의 빗살로 금액을 파악한다고 한다. 지폐 또한 크기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두께가 다른 것으로 지폐를 인식한다고 한다.
카페를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일상의 세계로 돌아왔다. 너무나 눈부신 세상이 잠시 낯설게 느껴졌다. 카페에서 음료수 비를 지불한 것은 미리 준비돼 있는 돈으로 시각 장애인들이 어떻게 돈을 인식하는지 체험해보기 위해 연출된 것이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TIP]
센스더블랙은 4-5인이 한조로 체험을 할 수 있고, 체험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체험가능하며 사전 예약은 필수다. 토요일도 운영한다.
문의 031-910-0835 일산직업능력센터 재활상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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