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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순간, 해학적으로 그려내는 수묵화가 박순철

지역내일 2009-09-17
우연히 접한 수묵화 한 점, 그 여운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수줍은 듯 남편에게 기댄 중년의 아내, 쑥스러운 듯 어정쩡하게 아내의 어깨를 안은 남편. 그림의 제목이 ‘칼로 물베기’. 코믹한 포즈에 웃음이 나다가 슬며시 부부의 미소 뒤에 살아온 삶의 고단한 편린들이 보였기 때문일까. 이후 인터넷을 통해 만난 수묵화가 박순철의 그림들은 인생의 다양한 표정들을 연민과 해학으로 표현해 “웃다가 눈물짓게 만드는” 묘한 끌림으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작가의 작업실이 파주 교하읍 문발리에 있었다. 때마침 9월 1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팔판동 한벽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비판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현실과 삶에 대한 관조
주변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인물수묵화로 주목받고 있는 박순철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종업하고 2008년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추계예술대학 미술학부 동양화 전공 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는 1993년 덕원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삶의 표정전(공평 아트센터, 1995), 노년-그 삶의 표정전(갤러리 시바나, 1997), 수묵으로 보는 우리속담(갤러리 사비나, 1999), 지리산(조선일보미술관, 2003), 한국의 풍경전(한향림갤러리, 2006), 수묵인물화전(갤러리 상, 2006), 외출(The K 기획초대전, 2008) 등 지금까지 줄곧 수묵 인물화가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현대 수묵화가 사군자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의 일상이나 인물 등 소재의 다양성과 새로운 표현법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는 대상의 골격은 정확히 파악하되 섬세한 묘사보다는 대담한 붓질과 생략에 의한 표현방식으로 강한 개성을 드러내왔다.
지금까지 그가 소재로 다루어온 것은 권위적인 인물상이 아닌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관찰한 소외되고 곤고한 인물의 다양한 표정들이다.
일상의 단면, 삶의 순간을 해학으로 표현한 그의 근작들은 그 표정 뒤에 감춰진 감정들을 통해 작가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의식과 시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작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분화”이다.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양론화, 또는 대립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작가는 “정해진 틀 속에서 고정화된 시각을 갖지 말고 나부터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양론화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는 그의 성찰과 고민은 수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표출됐다.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린 ‘박순철-수묵으로 보는 우리 속담전’에서 속담이나 관용구에 녹아있는 우리 삶의 정신과 배경을 통해 가식과 위선에 찌든 황폐해진 현대인들에게 삶의 모습과 의미를 일깨워주었으며, ‘삶의 표정’전 ‘노년, 그 삶의 표정’전을 통해 표정 뒤에 숨은 미묘한 그늘을 성찰하고 있다.

9월16일 한벽원갤러리에서 전시회
이번 한벽원 갤러리에서 갖는 월전미술문화재단 선정 지원 작가전 ‘박순철 개인전’ 역시 작가가 가진 문제의식들을 다양한 인물의 표정을 통해 가감 없이 나타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의 작품들은 ‘삶의 표정’ ‘말하지 못하는 것들의 침묵’ ‘욕망’ 세 가지 주제로 이어진다.
연작 ‘삶의 풍경’에서 세월의 흔적이 잔뜩 배인 노년의 얼굴을 통해 지난한 시간들을 견디어낸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주목할 것은 작가의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의식과 시선이 담긴 작품들- ‘소외’ ‘이방인’ ‘이주노동자’ ‘침묵’ ‘상념’ ‘여배우의 죽음’ ‘노숙’ ‘눈물’ 등이다.
“박순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말 밖에 담긴 것,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연민이다. 이러한 연민은 때론 유약한 것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우리 사회에 있는가에 대한 반문으로 시작된다. 옳음만 있고, 옳음을 담보할 실천과 지성이 없는 곳, 흑백의 선택만 강요되는 사회, 진중하지 못하고 들끓다 사그라지는 주장들에 대해서다.”
이번 개인전에 부쳐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류철하 학예실장이 말한 것과 같이 작가는 시대의 다양한 소리들을 인간 삶의 모습을 통해 성찰하고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세 번째 화두는 ‘욕망’이다. 여인과 누드를 통해 표현한 ‘욕망’은 삶의 그늘의 근저엔 욕망이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더 예쁜 것을 가지기 위한 욕망을 이젠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뒤편이 아닌,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마주해야 한다는. “우리 삶의 그늘이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향한 행보하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의 고민과 성찰을 담은 그의 그림들은 소위 잘 팔리는(?) 그림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작가다”라는 그의 소신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이번 가을, 흔들림 없는 작가정신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작가의 작품세계로 잠시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www.scp320.com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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