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종점에서 떠나는 가.을.산.행

지역내일 2009-11-05 (수정 2009-11-05 오후 8:15:17)


가을이 깊어지면서 등산객들이 많아졌다. 산길 사이로 물든 단풍과 사람들의 옷 빛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산 근처가 집인 사람은 걸어 왔을 것이다. 그런데 멀리 사는 사람들은 어떤 경로로 산에 왔을까. 산 아래 승용차를 주차하고 올라온 사람, 산악자전거로 온 사람 등이 있었지만 리포터는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시작하는 산행을 시도해봤다.


#6-2번(혹은 6번) 종점에서 성주산을 오르다
부천시청을 지나 중동역을 경유해 성주산 쪽으로 올라가는 6-2번 버스는 부천의 북쪽과 남쪽을 이어주는 시민들의 교통수단이다. 이 차는 부천 남부역을 경유해서 산 언저리인 깊은 구지를 지나 종점인 전진아파트 앞에 선다. 전진아파트와 황영락 갤러리 사이길이 산행의 시작이다. 전진아파트 관리인에게 물었더니 “부천에서 제일 높은 산인 성주산은 산행 코스와 약수터가 많기로 유명하다. 아파트 옆 오솔길을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면 소래산, 왼쪽은 번개약수터”라고 했다.
시작점에서부터 정상인 거마산을 거쳐 가은병원, 성주중학교, 현대아파트 쪽으로 하산하면 1시간 쯤, 여우고개를 거치는 소래산 길, 인천 중앙병원을 지나 대공원까지 다녀오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리포터는 1시간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오전 11시 15분
산길을 걷다가 중동 반달마을에 사는 준석이 아빠를 만났다. 4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온 그는 “아이에게 산을 알려주러 왔다. 산을 탄 뒤 부천역 쪽으로 내려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지하철로 집에 가려고 한다. 승용차만 탔던 아이에게 전동차에 관해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무계단을 따라 5분 쯤 가니 배드민턴장인 송학클럽과 송내 약수터로 가는 푯말이 보인다. 운동기구 앞에서 만난 임성택(63)씨는 “송내역에서부터 왔는데 가파르지 않고 올라오기가 수월해서 매일 온다. 도심에서는 밟을 수 없는 흙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가다보니 쓰레기통이 없어 그랬는지 군데군데 쓰레기가 떨어져있다. 버려진 시민 의식이 등산객들의 발에 밟히고 있었다.

#오전 11시40분
5분 쯤 걸었더니 힘 기르는 숲이다. 이곳에서는 부천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송내 약수터로 내려갔더니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있다. 2~3일에 한 번 약수를 받으러 온다는 김의숙(74) 어르신은 “부천시가 때마다 수질 검사를 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가로등과 전구가 꺼져있어서 고쳐주면 좋겠다. 오후3시면 어르신들이 모여 노래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데 망가진 의자까지 교체해주면 더욱 좋겠다”고 건의했다.

#오전11시50분
상동 삼성 래미안 아파트에 사는 지오숙씨를 만났다. 부녀회원들과 함께 산에 온 지씨는 “성주산 텃밭에서 기르는 야채를 샀다. 노인정 어르신들께 드릴 것”이라고 했다.
리포터는 깨끗한 자연발효 위생화장실을 사용했고 성주중학교와 부천여자중학교 사이로 내려왔다. 그 때가 오후 12시10분, 하산한 등산객들과 함께 부천시가 설치한 에어브러시로 옷 먼지를 털어냈다. 내려오니 020 마을버스 정류장인 삼우아파트 앞, 산행 시간은 모두 55분이 걸렸다. 


#5-5번(혹은 3-1번) 종점에서 원미산을 오르다
부천 북부역 소신여객 종점에서 5-5번을 타고 종점인 춘의차고에서 내렸다. 가을이 한창인 원미산에 간 것은 중앙도서관 쪽 단풍이 장관이었기 때문. 성주산이 작은 소년이라면 원미산은 마음 넓은 부인의 모습이다. 춘의차고에서 내리면 5분 쯤 걸어야 한다. 당아래 길 쪽으로 가서 오른쪽 길로 휘어져 종합운동장 사거리를 건너면 어린이 놀이시설인 경인랜드와 종합운동장이 보인다.

#오후 2시
경인랜드 끝에 있는 오솔길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에는 산행 코스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다. 이곳에도 사이 길은 여럿이다. 부일초등학교 쪽으로 들어와 중앙도서관 뒤쪽을 돌아 종합운동장 쪽으로 내려오는 길, 원더랜드에서 시작해서 춘의복지관 쪽으로 내려가는 길, 역곡 안동네 춘덕약수터를 거쳐 향림사 혹은 부천성모병원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 등 다양하다.

#오후 2시 15분
처음부터 오르막길이라 숨이 찼다. 부천시가 설치한 목책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됐기 때문에 길 찾기는 수월하다. 그 길을 따라가다 만난 도당동 주민 송승민씨는 “이 코스는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생각하면 동산에 가깝지만 부천의 등산 코스로는 조금 험한 편”이라며 웃는다.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에 화장실이 보인다. 차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오르고 내리고를 서너 번 반복하니 힘이 들었다. 가면서 만난 등산객은 50여 명.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아이와 함께 넘어왔다는 성빈이 엄마는 “부천에 있는 산에 다 가봤는데 원미산이 제일 좋다. 책 읽고 산책하고 박물관에 갈 수 있는 가족 나들이 코스로 다양하게 놀 수 있는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
벤치가 있는 평지다. 여월동 아파트와 주변의 춘의산, 도당산, 여월산, 춘덕산이 모두 보인다. 춘의동 주민 김미숙씨는 “향림사에서 올라왔다. 한샘약수터 앞에서 운동하고 칠일약수터까지 갔다 오려고 한다”며 “원미산은 작년과 달라졌다. 계단과 목책을 새롭게 만들어 놨다. 잘 개발해서 부천에도 제주도처럼 올레 길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했다.

#오후 2시 40분
의병장 박진전승비에 도착했다. 전승비 주변에는 밤골 배드민턴장이 있고 역곡 쪽으로 내려가면 배추와 무를 심어놓은 들판을 만난다. 춘의동 주민인 아저씨 둘을 만났다. 그들이 소개한 순두부집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동네 밭에서 뽑아 파는 무 두 개를 사면서 산행을 끝냈다. 현재 원미산 등산로 일부는 휴식년제를 맞았다. 그동안 산의 일부 구간을 쉬게 하고 여유 공간에는 야생화와 휴게공간을 조성하는 중이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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