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 장애인 구두 만드는 남궁정부 할아버지

“지팡이 짚던 이, 두발로 걷는 모습 보면 뿌듯해”

지역내일 2010-02-10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세창정형연구소에 들어서면 각기 다른 디자인과 모양의 신발이 진열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이들 신발은 발이 온전치 못한 이들을 위해 특수 제작된 것으로 똑같은 신발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개개인의 발 상태에 따라 밑창이 높거나 특수 소재 쿠션을 안감으로 대는 등 특별하게 제작된 신발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발 상태를 측정하고, 본을 뜨는 검사실 한 쪽은 마치 정형외과 분위기를 풍긴다. 여러 가지 질병이나 화상 등으로 심하게 변형된 발을 찍은 사진과 족부 근육과 관절이 표현된 자료들이 벽을 메우고 있어서다.

  이곳을 지키는 남궁정부 씨(70)는 14년째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신발을 만드는 분으로, 그 역시 오른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잘 나가던 구두장이, 사고로 인생2막 시작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열두 살 때부터 구두 만드는 일을 해온 구두장이다. 70~80년대에는 수제화가 한창 인기를 끌면서 돈도 좀 만졌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힘든 세월을 맞았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95년 11월, 누군가에 떠밀려 신도림 전철역 선로에 떨어지면서 오른팔 전부를 잃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40년 넘게 구두를 만들어온 내게 오른 팔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입원 후 열흘 만에 퇴원해 버렸어요. 병원에 누워서 자꾸 다치기 전을 생각해봤자 도움 되는 것도 없고, 잘린 팔이 다시 붙을 리도 없고…”


  사고 이후, 더 이상 구두를 만들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의수(義手)를 맞추기 위해 찾아간 의료보조기 매장에서 장애 아동용 신발을 눈여겨보게 됐다. 반평생 신발 만드는 일만 해온 그에게 장애인 신발 제작은 필연처럼 다가왔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구두를 만들다보니 손은 물론 옷까지 항상 본드 범벅이었죠. 허벅지 사이에 구두 형틀을 끼고 칼로 가죽을 자르다 허벅지를 찔러 피도 많이 봤어요. 이렇게 하루 종일 일주일을 꼬박 일해도 완성품은 고작 1~2켤레였고요.”


  초창기,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신발은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신발을 신고 편안해할 그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그만두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웃음소리 떠나지 않은 그의 구두점


  장애인 신발을 만든 지 14년이 지난 지금, 그의 구두점에 등록된 회원은 무려 2만여 명이다. 지방은 물론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신발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그를 찾아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만든 장애인용 신발이 5만 켤레,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17명으로 늘었다.


  “신발을 맞추러 제 가게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양말을 벗고 발의 본을 떠야 해요. 발모양 뿐 아니라 발 관절도 봐야 하죠. 하지만 이분들 대부분이 가족들에게도 맨발을 보여주는 것을 꺼려하세요. 언젠가 70대 할머니가 아들과 함께 왔다가 본뜰 때 아들에게 ‘밖에 나가있으라’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남궁씨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감추지 말고 당당히 들어냈으면 한다. 본인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맞서다 보면 못할 것이 없다는 거다.


  그는 지팡이 짚던 손님이 그의 신발을 신고 두발로 온전히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를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그의 신발을 신고 1시간 이상 걸어왔다고 말하는 손님도 기억에 남아있다.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사해서인지 그의 입가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장애인 기숙사 만들어 기술 전수하고파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발 모양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발 전문가가 된 남궁씨. 그는 발이 불편한 사람을 매일 마주하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발 건강에 대해 강조하게 된다.


  “굽이 높은 신발을 많이들 신고 다니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하이힐을 오랜 시간 신다보면 발 관절이 볼록 튀어나오게 되고, 발가락 변형도 오고…. 그러다보면 발목 관절, 자세까지 어정쩡해져서 전체적인 몸의 건강까지 균형이 깨집니다.”


  그는 구두 굽 3cm, 발뒤꿈치를 잡아주는 신발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현재 그의 구두점에는 막내아들이 6년째 함께 하고 있다. 아버지의 뜻과 기술을 이어받아 세창정형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편안한 신발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건강과 예쁜 디자인을 접목한 구두를 만들기 위해 계속 아이디어를 짜낸다는 남궁 씨. 그는 “기숙사 딸린 건물을 만들어서 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며 “지금도 4명의 장애인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지만 좀 더 많은 장애인이 자신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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