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어느 쓸쓸한 날의 선택일 뿐인가

지역내일 2010-03-03

요사이 학생들의 자살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세계가 놀랄 만큼 많은 학습량을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긴 인생의 여정에서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한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많은 전조증상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다양한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그 첫 번째 경고등은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나타나는 통증이다. 두 번째는 소화기 이상 등 몸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통증이다. 세 번째는 신경질, 불면, 짜증, 우울 등 정신적인 증상이다.



윤아의 음허증
필자에게 진료 받은 윤아는 고등학교 2학년 나이로 유학 간 지는 3년이 넘은 학생이다. 유학 초기에는 부모가 학교로부터 감사 편지까지 받을 정도로 우수한 아이였다. 그러나 만 3년이 지나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 전에는 워낙 건강한 데다 성격도 명랑해 친구들과 잘 지냈으나 점차 정서적인 불안감이 심해지며 일상적인 교우관계도 힘들어하게 되었다.

본인이 간절히 원해서 결정한 유학이었으나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있는 데다 3~4일씩 연휴가 있을 때마다 혼자 기숙사에 남아있는 경험은 대단히 힘든 시련이었다. 게다가 한국 음식을 유난히 좋아해 먹는 것에 대해서도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었다. 이러한 외로움이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윤아는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되었다.

안정감은 공부의 대단히 중요한 요건이다. 안정감을 잃은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음허로 인한 증상으로 본다. 윤아의 음허증은 부모의 보살핌이라는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서 발병한 것이다. 만일 윤아의 이러한 방황에 대해 ‘그렇게 말렸어도 네가 기어이 원해서 한 일이잖아’ ‘어떻게 자기 일에 책임을 못 지니’ ‘나는 전화벨 소리만 나도 가슴이 떨린다. 너 징징거리는 소리 들을까봐’  ‘뭐 하나 꾸준한 게 있어야지’ 등등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을 했다면 윤아는 짧은 생을 마감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신문에 단순히 ‘유학생,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이라고 보도되었을 것이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명약
윤아의 부모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어린 딸이 외국 생활을 잘 하는 것을 대견하고도 안타깝게 생각했다. 우선 전화로 윤아를 격려하고 지지해 주었다. 그리고 방학이 되자 한국에 돌아오게 해 필자를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 필자는 윤아의 심리적 안정감이 깨어진 원인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해주고 일단 얼마 남지 않은 대학입학 결정시기 때까지 잘 견딜 수 있도록 체력을 보강하는 한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 휴학을 하고 한국에서 재충전을 하도록 자문해 주었다.

지금 윤아는 아이비리그의 명문대에서 건강하게 공부하고 있다. 이 성공사례는 우선 아이가 자신의 문제점을 부모와 상의했고 부모는 이를 현명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유학생도 이럴진대 부모와 함께 사는 한국의 학생들은 더더욱 해결하기가 쉽다.

자살이란 어느 날의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전조증으로 경고를 한 후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자살의 전조증 중 신체적 증상은 모범생에게서 잘 나타나고 정신적 증상은 평범한 학생에게 더 많다. 이런 증상의 가장 좋은 처방은 물론 부모의 관심과 이해다. 이해해 주는 척이 아니라 그 이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은 명약 중의 명약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에게 부탁한다. 부모 세대들이 많이 들었던 ‘해주는 밥 먹고 공부만 하는데 무슨 스트레스가 많아?’ ‘그저 복에 겨워서…’라는 말은 이제 286 컴퓨터와 같이 더 이상은 사용이 곤란한 구형의 모델인 것이다. 



김은기 원장
‘한의사 엄마의 공부체질 이야기’ 저자
(02)535-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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