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의 세계지리산책

그린란드 3 - 이누잇/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

지역내일 2010-03-08

에스키모를 이누잇이라 부르기로 했다.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 천박한 인종차별적 용어였다 ‘이누잇’은 참된 사람이란 뜻이다. 눈 밖에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 여름이면 바다에 나가 물개와 고래를 잡고, 겨울에는 북극여우와 곰을 사냥한다. 이누잇은 기원전 2천 년 전 부터 그린란드에 살았다. 지금은 문명의 손길에 접하여 보통의 도시와 다를 바 없다. 문명세계와 접하기 전, 그들의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 했을까. 지금도 그 풍습은 남아 전래되고 있다. 여름이면 바다에 나가 고래와 물개를 잡았다. 그들은 육지는 개썰매, 바다는 카약을 타고 다녔다. 개썰매와 카약은 물개의 가죽과 뼈로 만들었다. 지금도 눈 위로 다닐 때는 개썰매, 고래 사냥을 할 때는 카약만한 교통수단이 없다. 이누잇이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누잇의 주식은 물개와 고래이다. 생고기로 먹는다. 물고기는 기근이 들 때만 먹는다. 채소는 먹지 않는다. 채소를 하나도 섭취하지 않아도 물고기가 해초를 먹고, 해초를 먹은 물고기를 물개가 잡아먹고, 물개를 이누잇이 잡아먹는 생태계의 연결고리 속에서 비타민 ''C''의 문제가 해결된다. 옷은 털옷이다. 물개가죽, 여우털, 북극곰털, 사슴털로 옷을 해 입는다. 국제협약으로 고래사냥과 물개사냥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누잇에 한하여 물개, 고래 사냥이 허용한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여름에 잡은 물개와 고래는 겨울을 위해 돌무덤이나 눈 밑에 묻어 둔다. 표지만을 해두고 겨울에 냉장된 생고기를 먹는다. 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불은 화강암의 부싯돌을 이용해서 만들고 고래 기름으로 밝혔다. 집은 얼음집, 이굴루(iglu)이다. 눈을 다져 벽돌을 만들고 쌓아올려 둥근 반구형 집을 만들었다. 곰의 가죽이나 사슴의 가죽을 바닥과 벽에 붙이고 살았다. 이굴루에는 난로를 피우면 얼음집이 허물어진다. 고래 기름으로 촛불을 대신했다. 북극의 고래나 물개를 잡아보면 덩치의 반이 기름이다. 유럽의 국가들이 고래 기름으로 조명을 했을 때도 있었다.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는 힘은 놀랍다. 우리는 그린란드에 살면 당장에 의식주를 해결 못해 죽을 것 같지만, 이누잇은 얼음의 환경에 잘 적응하고 수 천 년 전부터 살았다. 문명사회와 접하게 되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누잇이 갖고 있는 동물의 가죽과 칼과 총을 바꾸었다. 지금은 이굴루에 사는 이누잇은 없다. 관광용으로 이굴루를 지어놓고 있을 뿐이다.
그린란드를 건너간 백인은 노르웨이 사람들이었다. 10세기부터 13세기까지 300년 동안 그린란드의 서남부해안에 거주지를 확보하고 살았다. 거주를 이전하는 인간의 형태를 보면 더 낳은 삶을 위하여,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현지를 떠난다. 그린란드 서부 해안 ‘까끄토크’에는 돌로 만든 교회와 가축을 보호하기 위한 돌담 유적이 남아 있다. 보리를 심고 양과 말을 키우면서 수 백 명이 살았다. 300여년을 살다가 사라졌다. 이누잇과 전쟁으로 죽은 것인지, 여름에 목축을 하고 살았던 그들이 빙하기가 되어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이 살았던 유적만 있을 뿐이다.    
그린란드의 ‘시오라팔루크’는 지구상에서 북극에 가장 가까운 동네이다. 북위 78도, 자연부락이다. 군사기지는 더 북쪽에도 있다. 인구 100명의 해안 도시, 이누잇이 사는 사냥으로 먹고 사는 마을이다. 이쿠오 오시마는 동경에서 출생한 일본인이다. 대학생 때 나이 20세에 덴마크로 여행을 갔다가 그린란드에 들어왔다. 그린란드의 이누잇 여자와 결혼을 하여 다섯 아이를 두었다. 시오라팔루크에 산지 40년이 되었다. 나이 60살이다. 그의 특유한 삶은 인터넷,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어 유명인이 되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다. EBS ‘그린란드의 여름이야기’ 다큐에서도 방영되었다. 산 중턱에 잠자리 채 같은 그물망으로 산으로 날아오는 물오리를 잡는 장면이다. 진기한 풍경이다. 잡은 물오리는 물개가죽에 넣어 돌무덤에 보관하여 삭혀서 겨울에 먹는다. ‘키비오크’라 한다. 그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기자가 “어떻게 여기서 살게 되었느냐”고 묻자, 서툰 영어로 “It''s long story. I cannot explain”이라고 삶의 역정을 급하게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순진하게 웃던 얼굴이 기억난다. “내 짧은 영어로 세계 제일 번잡한 도쿄에서 북극의 마을 시오라팔루크에 와서 살게 된 이야기를 어떻게 다 할 수 있겠소” 하는 식이다. 아직 도쿄에 어머니가 살고 있고, 보고 싶다고 했다. 사람은 이성(理性)의 동물이다. 인간의 합리성으로 오시마의 삶을 설명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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