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 퀄터 하경 씨

퀼트로 우리 문화 알리고 싶어요

일본 작가와 공동작업, 전통 문양 작품에 반영

지역내일 2010-04-19

손끝이 야무진 사람에게서 완성된 작품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유리창에 비친 형형색색 퀄트를 맥 놓고 보다 빨려들듯 들어간 곳. 그곳에서 만난 퀄터(퀼트를 하는 사람) 하경(51, 고잔동) 씨. 곰 인형이 퀼트된 조끼를 입고 있는 그녀는 금방이라도 벽면 가득 빽빽이 꽂힌 옷감 중 하나를 골라 이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모든 것을 만들 것만 같다. 초록색 헝겊에 솜을 가득 넣어 만든 ‘헝겊트리’, 긴 다리의 인형, 앙증맞은 손지갑 등의 아기자기한 소품을 보고 있으니 자투리 천 몇 개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로망이 잠깐 스쳐지나 간다.


바느질과 안산을 만난 20대
하경 씨를 ‘바느질의 세계’로 이끈 것은 우연이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그녀는 직장 동료의 ‘이거 내가 만든 옷이야!’라는 말 한마디에 옷 만드는 ‘복장학원’에 덜컥 등록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손이 야무지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옷 만드는 솜씨가 남달랐다. 그렇게 1년 과정의 복장학원을 마치자 그녀는 옷 만들기가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26세에 대학 의상과에 입학을 한다. 만들고 싶은 옷은 그때 거의 만들어 봤다는 그녀. 그렇게 2년 동안 옷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졸업을 하였다. 하지만 서른이 가까운 그녀에게 일자리를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때 안산에서 옷 만들기와 퀼트를 하던 후배에게 전화를 받는다. 안산 중앙역에 내리자 앞은 허허벌판. 시내 쪽으로는 달랑 두 개의 건물이 서 있는 상태. 하지만 그녀는 그게 좋았다. 이 도시에서 뭔가 새로 시작하고픈 마음이 새록새록 들었다.


나만의 작품이 가능한 퀼트
‘정말 밥 먹을 시간이 없다’라는 말이 실감되는 시절이었다. 바느질 배우려는 수요에 비해 배울 곳이 마땅찮았던 안산에 그녀의 솜씨는 입소문을 탔다. 수강생들 요청에 옷 만들기 뿐만 아니라 커텐,침대보 등 ‘홈패션’이라 불리는 모든 품목을 가르쳤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길지 않았다. 90년대에 생긴 문화센터와 여성회관 등이 생기면서 그녀는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퀼트. 의상처럼 디자인이 필요하고, 색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작품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퀄트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옷감이 쌓여갔다.


전통 문양과 우리 옷감으로 작품 제작
그녀는 퀄트 중에서도 기계로 하는 ‘머싱퀼트’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상상력의 제한 없이 구현되는 머싱퀄트는 큰 작품을 하기에도 좋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디자인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일본 도쿄퀼트 페스티발에서 장려상을 받은 ‘한국의 탈’은 200×180 크기로 킹사이즈 침대보다 더 크다. 그 속에 우리의 탈을 퀼트로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가장 한국적인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실감되었다. 그후 그녀는 전통적인 우리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에 몰두한다. 신윤복의 ‘머리감는 여인’을 퀼트로 표현한 작품은 삼베, 마 등 우리의 옷감을 이용해 그림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10여년을 퀼트에 몰입한 결과 작품전시를 권유받기도 한다는 그녀! 장소를 떠나 퀼트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전시회를 갖고 싶다고 한다.
“우리 동네 골목에서 할 수도 있어요. 정말 퀼트를 보고 감동하는 분들을 모시고요”하는 그녀의 표정이 꽃무늬 천 같이 밝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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