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구입 둘러싼 주부들의 생생 리서치

명품은 ? 다!

지역내일 2010-03-31 (수정 2010-03-31 오전 10:41:02)


 


“나이가 들수록 먹을 것보다 입을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젊을 때야 대충 아무거나 걸쳐도 빛이 나지만, 중년이 넘어서면 웬만큼 관리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폼이 나지 않으니 나온 말일 것이다. 그래, 품위를 갖추기 힘들다는 표현이 옳을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명품 창고 대방출’ 행사를 진행한 S백화점 매장에는 40~50대 주부들이 넘쳐났다. ‘품위’를 찾으려는 중년의 여성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명품은 뭐냐고?
Research 01 명품은 ‘그림의 떡’이다
박아무개(44·서울 중랑구 신내동)씨는 명품 구입은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입을 연다. 큰아들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고, 작은아들이 고3이 되는 터에 명품 가방이 웬 말이냐고. 오히려 아이들이 어린 30대 초반에는 명품에 관심을 갖고 시계와 지갑, 가방을 구입했지만 지금은 학비로 지출이 많아 구두 한 켤레 사 신기도 빠듯하다.
“그래도 홈쇼핑에서 명품 가방을 팔면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들곤 해요. 하지만 매달 부어야 하는 할부금에 곧 포기하죠. 명품이 중년의 상징이긴 한데… 나중에 아들 취직 턱으로 사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박씨는 철없는 엄마 소리 듣느니 명품을 포기해야 하지 않겠냐며 곧 체념한다.
고아무개(41·서울 강동구 상일동)씨는 얼마 전 명품 수선 가게에 다녀왔다. 14년 전 신혼여행서 구입한 루이비통 가방의 끈을 수선하기 위해서다. 14년 된 낡은 가방이지만 ‘명품’이라는 이름 때문에 수선비는 웬만한 중저가 가방 한 개 값이다.
“제 유일한 명품 가방이랍니다. 얼마나 마르고 닳도록 들고 다녔는데요. 나름 중요한 자리만 들고 나갔는데 끈이 낡고 지퍼는 녹이 슬었네요. 버리자니 유일한 명품인데 못 할 짓이고, 하나 사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고… 수선해서 쓰는 수밖에요.”
명품이 ‘그림의 떡’이 되는 자기 신세가 서럽다는 고씨. 허영심 따위  갖지 않고 소신 있고 검소하게 살려고 마음먹어도 친구의 신상 명품 가방에 눈길이 간다.

Research 02 명품은 ‘부부싸움’이다
손아무개(43·서울 도봉구 창1동)씨는 크게 부부 싸움을 했다. 이유는 남편 몰래 구입한 명품 가방 때문.
“저는 명품 브랜드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3년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아이 학교 친구 엄마로 인해 명품 브랜드를 하나 둘 알았죠.”
기껏해야 닥스, MCM이 최고의 명품이라고 여겼는데 듣도 보도 못한 수백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는 손씨. 그 엄마는 로에베라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짝퉁을 든 사람도 거의 없어 제격이라고 손씨에게 그 가방을 권했다고.
“그 엄마가 얼마 후 외국 여행을 가니 면세 가격으로 70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덥석 카드를 주고 7개월 할부로 샀는데, 남편이 우연히 카드 청구서를 봤지 뭐예요?”
처음에는 남편에게 미안하다며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는데, 서러움이 밀려왔다고 손씨는 전한다. 물론 남편과 의논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700만 원도 아니고 결혼 생활 처음으로 70만 원짜리 가방을 산 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는 생각이 들더란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생활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감행한 남편 때문에 명품 가방은 아직 외출도 못 한 채 장롱 속에 갇혀 있다.
‘명품 계’를 들었다가 남편에게 들통 난 사연도 있다. 신아무개(42·서울 광진구 광장동)씨는 지난해 3월부터 친한 이웃의 주부 11명과 일명 ‘명품 낙찰계’를 들었다. 한 달에 10만 원씩 11개월 동안 매월 제비를 뽑아 돌아가면서 110만 원을 타 명품 가방을 사는 것. 처음 6개월은 아무 문제없이 차례차례 곗돈을 챙겨 각자 사고 싶은 명품 가방을 구입했는데 먼저 곗돈을 챙긴 한 계원이 이사를 간 뒤 곗돈을 내지 않아 계원끼리 잡음이 생긴 것이 문제의 발단.
“계원인 한 엄마와 현관에서 그 문제로 대화를 하다 크게 싸운 거예요. 서로 책임을 미루다 큰 소리가 오갔죠.”
결국 그 일로 남편과 크게 부부 싸움을 했다고. “주부가 무슨 명품이냐. TV 연예인들이 사람 망친다”는 남편의 핀잔을 들으며 신씨는 결심했다. 당당하게 벌어 남편 신경 안 쓰고 명품을 사겠다고.   

Research 03 명품은 ‘자존심’이다
행사장에서 샤넬 가방을 구입했다는 이아무개(41·서울 도봉구 쌍문동)씨. 이번이 생애 첫 명품 구매란다. 30대 초반에 늦은 결혼을 해서 맞벌이를 하며 집을 장만한 지 3년 차. 결혼 10년 동안 오직 내 집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가정경제가 굴러가는 탓에 해외여행은커녕 변변한 국내 여행도 못 갔으니 명품 가방 구입은 요원한 일이었다고.
“얼마 전 작은아이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어요. 저는 5년 전 구입한 중저가 핸드백을 들고 갔는데, 다른 엄마들은 척 봐도 알 수 있는 명품 가방을 멘 경우가 많더라고요. 명품 가방에서 명품 로고가 가운데 떡하니 박힌 팩트를 꺼내 화장 수정도 하고. 손잡이가 다 닳아 실밥 올라온 가방이 제 모습과 닮았더군요.”
이씨는 그날 저녁 남편에게 1년 치 바가지를 모두 긁었단다. 그리고 당장 명품 가방을 사겠노라 선언했다.
“모아둔 돈이 없어 12개월 할부로 구입했어요. 이거 들고 학교 모임에 나갈 생각인데 너무 새것 티 나지 않게 그동안 열심히 들고 다니려고요. 명품이 뭐냐고 남편이 묻더라고요. 자존심이죠.”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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