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엑스포, 어떻게 봐야 하나

올림픽·건국60주년·엑스포로 국력 과시

지역내일 2010-05-03 (수정 2010-05-03 오전 11:59:42)
사상 최대 경제올림픽인 상하이엑스포가 1일 개막했다. 이번 엑스포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세계 2대 강대국)의 일원으로 등극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초대형 이벤트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개혁개방 30주년이 되던 2008년에 치러진 베이징올림픽은 고도성장을 거듭한 중국의 힘을 집대성해 보여준, 2000년대 들어 첫 번째로 열린 초대형이벤트였다. 중국은 올림픽에서 거대한 주경기장과 화려한 개막식을 통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동시에 과시했고 미국을 따돌리며 종합 1위에 올라 스포츠강국임을 과시했다. 중국이 향후 미국과 어깨를 겨룰 강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사실상 처음으로 보여준 이벤트였다(사진 왼쪽).
지난해 10월 1일 열린 건국 60주년 행사는 신무기를 앞세운 열병식이 압권이었다. 병력 8000명이 참가한 열병식에는 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 공중급유기 훙유(宏油)-6 등 52종의 무기가 선보였다. 팽창하는 중국 군사력의 상징과도 같은 미사일도 대거 등장했고 무인정찰기와 차세대 전투기, 최첨단 신형 탱크들도 공개됐다. 이들 무기는 거의 대부분 중국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인민해방군이 과거의 ‘대군’에서 ‘강군’으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사진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상하이엑스포는 베이징올림픽과 60주년 열병식을 잇는 초대형 이벤트로 중국의 국력을 과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사진 오른쪽). 전시관 등 엑스포를 위해 직접 투입된 자금만 300억 위안(약 4조 9000억원)에 이르고 지하철 3개 노선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는 3000억 위안 가량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인 246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했으며 관람객은 7000만명에서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례 없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금융보’는 지난달 23일 “상하이재경대학 엑스포경제연구원 첸신캉 원장이 산출한 바에 따르면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794억7700만 위안에 달해 2008년 올림픽의 3.49배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김기수 기자 이정애 리포터 kskim@naeil.com

117년만의 꿈이 현실로
이처럼 성대한 행사를 치르기까지 중국은 110년을 기다려왔다.
2008년 올림픽이 1907년 텐진의 한 잡지사가 ‘우리는 언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겠는가’라는 꿈같은 질문을 100년 만에 현실로 만들었다면 2010년 엑스포는 1893년 청나라 계몽사상가의 꿈같은 제안을 현실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엑스포에 처음 참가한 사람은 선원 시셩이다. 그는 1851년 런던에서 열린 첫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위해 템스강변에 정박한 치잉호에 승선해 있다가 영국 여왕의 초청을 받아 박람회 개막식에 참가한다. 치잉호는 영국 상인들이 홍콩에서 만들어온 배였다. 시셩은 영국 화가 셀루스가 첫 세계박람회를 기념해 제작한 그림에도 등장한다.
엑스포 개최를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광동 상인 출신의 청나라 계몽사상가 정관잉이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7월16일 상하이엑스포 특집기사에서 “정관잉은 1893년 ‘성세위언’이라는 책에서 부강구국을 주제로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실행가능한 제안을 내놓았다”며 “상하이 세계박람회 개최도 그중 하나”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당시 “세계박람회는 일본과의 갑오전쟁에서 패한 청나라에 활기를 줄 양약”이라고 주장하며 박람회 개최를 주장했다.
정관잉과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은 또 있었다. 작가 루스오는 1910년 자신이 상상한 중국의 미래를 그린 ‘입헌 40년 후의 중국’에서 ‘만국박람회’가 상하이 푸동에서 개최되는 모습을 꿈처럼 그려놓았다.
인민일보는 “당시에는 중국이 세계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일부 의인지사들의 마음 속에만 맴돌던 하나의 꿈이었다”고 평했다.

상하이방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
이번 엑스포가 갖고 있는 정치적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달 26일자에서 “(엑스포 개최를 위한 상하이의) 변화는 공격적이고 반민주적인, ‘상하이방’으로 알려진 정치파벌이 귀환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상하이 부동산 개발붐이 한창이던 2006년에 베이징 중앙정부가 상하이 당서기였던 천량위를 권력남용과 뇌물 등의 혐의로 해임했다고 전하고 이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 주간지는 엑스포 준비를 위해 상하이에 다시 풀린 돈줄이 “상하이 사람들이 국내적 영향력을 회복했다는 강력한 증거로 간주된다”고 전했다.
상하이방의 ‘귀환’을 상징하는 인물은 장쩌민 전 주석이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후진타오 국가주석에 이양하는 것을 끝으로 공개석상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던 장쩌민은 지난해 건국 60주년 열병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국영 CCTV에서 장쩌민의 모습을 후진타오 주석만큼이나 많이 보도해 중국의 권력구도 변화와 관련, 갖가지 추측을 낳았다. 상하이방의 거두인 장쩌민에 대한 국영TV의 배려와 주목은 상하이방 전체의 위상 변화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는 2012년에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승계할 것이 확실시되는 시진핑 부주석이 상하이방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상하이방의 정치적, 정책적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이방은 상하이 당서기를 역임한 장쩌민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가 최고지도부에 포진하고 상하이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인사들이 중앙정치국 상무위를 장악한 1990년대 중국 내에서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2003년 4세대 지도부인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출범한 후에도 상하이방은 장쩌민 전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에 심어놓은 쩡칭훙 전 부주석 등이 수적 우세를 보이며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나 2006년 9월 천량위 전 상하이 당서기의 해임과 구속을 기점으로 급격히 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언론은 이를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적 승리로 해석하며 ‘후진타오 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했다. 엑스포가 성공적으로 치러져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중국의 대외위상이 높아진다면 상하이에 정치적 거점을 두고 있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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