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문법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지역내일 2010-04-20

대치동에서 학원을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질문 중에 하나는 어떻게 하면 문법을 잘하냐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우리나라 영어교육 실태로 볼 때, 아마 앞으로도 한참 동안 이 질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학원에서, 방송에서,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서적에서 제 각기 문법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다. 조금씩 목소리는 다르지만 잘 살펴보면 결국, 문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말로 요약되며, 다만 문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초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1. Can you maintain a conversation with a native speaker for at least a couple of hours on politics, economy, history, culture, society, science, and/or space?
2. Can you write an essay expressing an extremely specific idea with great details?
3. Can you teach native speakers whatever you want to teach in English without a problem?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라도 “아니다”이면 우리나라 문법교육의 문제는 매우 명확해진다. 영어사용능력과 문법실력은 별개라는 생각, 영어는 못하지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 문법선생은 문법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바로 우리나라 문법교육의 문제이다. 어떤 언어이든 그 교육의 목적은 그 언어를 원하는 수준에서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목적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 과정에서 사용하게 되는 접근방식이 문법이든, 말하기든, 쓰기든, 읽기든 그 무엇이든 간에, 목표는 제대로 된 사용능력(Proficiency)이 아닐 수 없다. 언어는 그 본질상, 어느 한 영역이 다른 영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글은 잘 쓰는데, 말 주변이 없거나 하는 경우가 좋은 예이겠다. 그러나, 글은 잘 쓰는데 말은 거의 못한다는 것은 황당한 경우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말도 못하고 글도 쓰지 못하지만, 문장 구성 규칙(문법)은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는 잘 가르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면, 이는 이미 황당함을 넘어서 심한 자기도취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예전에 우리의 영어교육은 문법과 읽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말하기와 쓰기가 문제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발표를 하도록 조언한 ‘영어전문가’에게 원어민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을 이용하여 문법과 읽기시험을 치르게 하여 그 결과를 보고 싶다. 말하기와 쓰기교육이 엉망인 상태에서 문법교육과 읽기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어느 수학전문가가 이렇게 발표했다고 가정해보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 “우리수학교육은 미분, 적분에는 문제가 없으나, 더하기 빼기 교육이 좀 부실한 편이다.”
문법은 말을 하고 글을 쓰는데 이용되는 규칙이다. 테니스를 치지는 못하는데 이론만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음의 표현들을 보자.

1형식…5형식, 부정사의 용법, 주격보어, 목적격보어, 현재완료의 용법, 근자합일의 법칙, 부사와 전치사의 차이, 관계대명사, 관계형용사, 관계부사, 복합접속사, 분사구문…..

위의 문법 용어들이 바로 이 땅의 영어교육의 문제의 초점이다. 언어사용능력을 최적화하기 위하여 수단으로만 이용되어야 하는 문법이 자기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여 서커스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문법교육의 문제이다. 문법은 영어사용능력의 도구일 뿐이다. 모든 문법시험은 사라져야 한다. 영어를 가르치는 이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에 문제가 있다면 학원강사인 경우는 학원을 떠나야 하며, 학교인 경우는 예산을 확보하여 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법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교육의 일부로만 존재해야 한다. 문법능력 자체를 평가하는 시험이 살아있는 한, 이 땅의 영어교육은 계속 갈팡질팡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영어자체의 사용능력은 엉망인 학원강사가, 중학교, 고등학교선생님이, 대학교수가, 영어교육관련서적의 저자가, 교육공무원이, 번역가가, 통역사가, 영화평론가가 이 땅을 어지럽힐 것이다.  
 
계관웅원장
골든브릿지 대치본원장
㈜엑스퍼트프렙 대표이사
문의 (02) 553-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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