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정신건강 현주소

강남 엄마들, 교육 스트레스로 우울증

5명 중 1명 치열한 교육 경쟁 속에 강박관념 달고 살아

지역내일 2010-05-25 (수정 2010-05-25 오후 12:16:07)

 





일원동 주부 이 모(43세) 씨는 6개월 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 갑자기 잠을 자다 가슴을 쥐어뜯는 통증과 함께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소리 지르며 신음하는 이씨를 남편은 새벽에 응급실로 데려갔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은 후 의사는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했다.

사실 이씨는 중학교 2학년인 딸의 공부 때문에 속앓이를 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사는 것이 무의미해지면서 우울증이 왔다. 자신의 딸만은 일류로 키우고 싶었고 어디에 내놔도 빛나는 그런 존재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딸의 성적은 의외로 신통치가 않았다. 오로지 교육 하나만을 바라보고 강남에 입성했고 모든 것을 바쳤건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 딸을 보면서 갑자기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의 병이 왔다. 지금도 어떻게 성적을 올려야 할지 생각하면 숨이 턱까지 막힌다. 




자녀 문제 고민하다 우울증으로 발전
강남인들 5명 중 1명이 우울증상에 시달린다. 특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30~40대 엄마들이 자녀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못 이겨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정신보건센터가 만19세 이상 구민 1,020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지역진단 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2%가 우울증상군으로 분류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19.8%, 여성은 23.8%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 정도가 높으면 우울수준도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트레스 원인으로 20대는 가치관 문제, 30~40대는 자녀문제, 50대는 경제적 문제, 60대는 건강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30~40대의 자녀문제는 역시 공부로 이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하는 엄마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5명중 1명이 우울증을 달고 산다는 통계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부의 명예를 누리며 사교육의 일번지인 강남에 사는 주부들이 결국 우울증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강남 엄마들은 왜 우울증이 많을까.




내 아이만은 최고로 키워야…강박관념이 화 불러
대치동에서 자랐고 중고교 학창 시절도 모두 강남에서 보낸 권 모(46세)씨는 소위 일류대를 나왔다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머릿속에는 온통 ‘일류’밖에 모르고 살았다.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자식들도 당연히 일류대생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온갖 사교육에 올인을 했다. 학원을 다 뒤지면서 좋다고 소문난 곳이나 유명 강사들을 찾아 아이들을 학원으로 밀어 넣었다. 권씨는 이것이 엄마로써 최선을 다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고3인 큰 딸의 대학 원서를 쓰면서 현실을 확실히 파악했다. 서울권 대학도 힘들다는 말을 듣고 ‘누구 자식인데...’라는 생각으로 무리를 해서 원서를 썼고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현재 큰 딸은 재수 중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결과는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갑자기 삶의 희망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에 사는 재미를 잃어버렸다. 현재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권씨는 아직도 입에서 ‘일류대학’이란 말을 되뇌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정신과 교수는 “다른 지역보다 교육경쟁이 치열한 지역 환경의 특수상황 때문에 강남주부들의 우울증이 많다”며 “비교적 부와 사회적 지위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보니 이를 지키기 위해 강남의 엄마들은 아이와 남편을 일류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진단했다.




욕심 버리고 여유로운 자세 필요할 때
양재동 박 모(39세) 주부는 이제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것 같다며 6개월 전만 해도 앞이 안보였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박씨는 자신의 지나친 교육 욕심 때문에 하마터면 아들과 자신마저도 수렁으로 빠질 뻔 했다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검사인 남편을 늘 자랑스럽게 여겼고 아들도 아빠 못지않은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적인 학원 스케줄에 잘 따르던 아들이 어느 날부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틱 증후군’을 보였다. 지나친 공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박씨 역시 우울증이 오면서 1년간을 힘든 생활을 했다. 그러나 남편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아들과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겼고, 욕심을 버리자 마음의 평정이 오면서 증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들도 현재 건강 상태가 양호해져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 

전 교수는 “강남 엄마들은 사회적 지위, 체면 등 여러 가지 신경 쓰는 부분이 많고 섬세하다보니 패배감을 느꼈을 때 더욱 좌절감이 크다”며 “현재 누리고 있는 여러 가지 기득권을 자식에게도 교육을 통해 물려주려 하면서 교육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여유로움을 갖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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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자 리포터hmj64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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